사랑의 갈증 페이지터너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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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진 불길(?)함은 틀리지 않았다. <금각사>를 쓴 작가라는 것도, 책의 표지에서도 말랑말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거라는 에상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강렬하고 섬뜩하고...무서웠다. 단시 에스코와 시아버지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관계에 대해 따져 묻게 되면..이 소설은 읽어나갈 수가 없다.상상초월 막장인거니까... 


"야키치의 질투심은 참으로 빈곤했다.장년기의 그였다면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내에 대해 따끔한 뺨 한 방으로 그 망상을 깨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지금 야키치는 늙어가고 있다"/152쪽


이게 가능할까..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갈증'에 목마른 이들이라면 불가능하지도 않겠다 싶다. 결국 갈망에 목마른 사람들의 사랑이란 애초부터 잘못 시작된 감정일테니까.. 남편이 죽고 본가로 들어간 그녀는 마냥 불안한 마음이다. 끝임없이 사랑을 갈망하지만..뭔가 불한하고 초조하고..이미 죽은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야키치에게 진심인듯 거짓이든 마음을 흘려보낸다. 그녀의 진짜마음과 거짓마음으로 일기를 기록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앤딩만큼이나 강렬했다.남편에게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사랑'관이 애초에 잘못 자리잡은 걸까..아니면 시대가 그녀에게 재혼이 허락되지 않아서였을까? 분명한 건 사랑받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그녀를 내내 따라다닌 것 같다. 본가로 들어간 것도, 자기 보다 어린 하인에게 마음을 둔 것도..그녀는 애초에 누군가를 사랑할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닐까... 읽는 동안에는 조금은 과해 보이는 에쓰코의 '행동'들만 생각하며 사랑이 뭔데..사랑이 뭐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그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보니, 죽은 남편에게 배신 당한 그 마음이 내내 회복되지 않았던 건 아닐까..싶다.오로지 복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있는 야키치를 농락하고(라고 썼지만 그의 갈증도 무서운건 마찬가지다!!) 하인 사부로를 향한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제단했던 행동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정말 그를 사랑했다기보다.사랑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 아니였을까..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사부로에게 한 행동은 결코 사랑해서가 아니라..자신에게 가해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그녀는 '사랑'이라고 여전히 우기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슬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김광석의 노랫말이 떠오른 걸 보면,그녀가 사부로를 사랑했을지는 몰라도..그를 진심으로 좋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그가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항변하는 그녀의 마음은 사부로에 대한 모독이자 너무도 무서운 형벌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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