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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 고독 속 절규마저 빛나는 순간
이미경 지음 / 더블북 / 2024년 8월
평점 :
뭉크의 '절규'에서 벗어난 책을 마주한 것 같아 기뻤다. 물론 절규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궁금했던 그림에 고팠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화가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팔뼈가 있는 자화상>에서 무표정하게 앞을 바라보는 뭉크의 표정에서 밝지만은 않은 현실을 읽을 수 있다.실질적 가장이 되어야 하는 책임감은 무거웠고 여동생 라우라의 상태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의 얼굴에서 삶의 활기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48쪽 분명 제목을 봤을 텐데..나는 그냥저냥 자화상..인 줄 알고 그냥 넘겼더랬다. 눈빛이 강렬해서..라고 핑계를... 그런데 저런 결연한 의지가 있었을 줄이야...

"카렌 이모는 뭉크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었다.뭉크는 어렸을 때 도화지 살 돈이 없어 아버지의 병원에서 쓰는 처방전 뒷면에 그림을 그리며 놀곤 했다.그녀는 일곱 살인 뭉크가 바닥에 누워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기억만으로 그려내는 것을 보고 그의 재능을 격려해 주었다"/58쪽 뭉크 그림일거라 눈치채지 못했다. 뭉크가 그렸다고 해도 카렌 이모에 대해 잘 몰랐다면 평범해 보이는 초상화라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카렌 이모가 있어서..그럼에도 불구하고 뭉크가 견뎌 낼 수 있지 않았을까.... 보이는 것 그대로가 아니라, 보인 것만 그리겠다는 뭉크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카펜 이모의 마음이 그림에서 전해지는 것 같아..기분이 이상해졌다. 뭉크의 그림 가운데 유일하게 밝은 그림이라 소개된 '다리 위의 소녀들' 보다 '카렌 이모'가 내게는 더 밝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약간 애잔한 마음도 느껴졌지만...

'담배를 든 자화상'에 대해 알고는 있었는데,'다그니율의 초상화'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처음 알게 되었다는 사실 보다, 두 그림이 한쌍을 이루도록 그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 크다.
"<다그니 율의 초상>과 <담배를 든 자화상>이 하나의 쌍을 이루도록 그렸다. 이것은 뭉크가 다그니를 사랑했다는 결정적 증거다"/ 144쪽 문제는 다그니 아버지가 나란히 걸려 있는 걸 원하지 않아..전시장에선 내려졌고.. 화가의 침실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 오랫동안 뭉크의 절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았더랬다. 물론 개인적으로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절규 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으니까... 화가의 개인적 인생은 불운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시련과 고통을 예술로 이겨낸 것 같아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고흐의 그림은 그래서 특별할 수 밖에 없었을 게다. 그림을 볼 때마다 모델이 누구일까.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을까. 조금 더 아름답게 그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등등..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 있어 좋았다.^^

영화 개봉소식을 들었다. 책을 읽고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달려갔는데. 영화는 아주...아니 많이 실망스러웠다. 뭉크의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원없이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덕분에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을 읽을 기회가 찾아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겠다. 그림마다 자신의 여인들이 등장해서..당연히 벰파이어 속 여인도 ..그에게 상실감을 준 여인 가운데 한 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그림은 딱이 누구라고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다만 그림의 원제목은 '사랑과 고통' 이었는데 '벰파이어'로 바뀌게 되었고, 당시 남성 예술가들은 이 그림에서 섬뜩함을 느꼈다고 한다. 남성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여성들에게 준 것 같은데..모든건 자신들의 기준일 뿐이니까.. "뭉크는 여성을 열망하면서도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두려운 존재로 만들었다"/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