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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무아르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2
에밀 졸라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4년 4월
평점 :
표지 덕분에 1권을 읽을 때 제르베즈 보다 로리외 부부가 내 시선을 더 끌었더랬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악의 축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옆에 남자는 쿠포라고 하기에도 뭔가 석연찮고.로리외의 남편이라고 하기에도 살짝... 그래서 2부에서 로리외 부부가 제르베즈의 앞날 보다 더 궁금했다. 제르베즈의 삶은 이미 뻔히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랬을수도 있겠고.
2권에서 표지 속 인물은 로리외 부인과 랑티에일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어디까지나 오독이란 걸 전제로 하고^^) '아소무아르'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준 덕분(?)이다. 때려 눕히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사람을 나락으로 가게 만들어 버리는 존재들. 제르베즈를 버리(?)고 떠난 랑티에가 불쑥 나타나서, 요상한 짓들을 하는데, 그냥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을 구렁텅이 속으로 빠지게 하는 원흉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하는 짓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지 않는 다는 설정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랑티에는 쿠포를 더 심한 술독으로 빠져 들게 하고..제르베즈..에게서도 삶을 체념하게 만들어버리는 요상한 짓을 한다. 물론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 제르베즈도, 쿠포도 문제이긴 핟. 제르베르는 스스로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지만..가스라이팅 되듯 서서히 쿠포부부는 무너져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녀의 딸 나나가 제대로 자라나길 바란다면 욕심 일터. 해서 나는 아소무아르2편에서 제일 안타까웠던 인물이 나나였다. 가난과, 알콜중독, 무기력과 나태함으로 인해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태어난 환경이 미래를 결정해 버리는 상황은.답답함을 넘어서서 신을 원망하고 싶을 정도였다.

제르베즈는 무너졌다. 일차적으로는 가난이 그녀를 무너지게 만들었고, 다음은 그런 삶에 자신도 모르게 체념과 게으름으로 인해 무너져버렸다. 쿠포누나가 건강한 마음으로 도왔다면 그녀는 달라졌을까? ..졸라선생은 그렇게(만) 보지는 않은 것 같다. 구제의 도움이 그녀에게 다시 일어서게 될 자양분이 되지 못한 걸 보면... 가난은 단지, 사람을 경제적으로 버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한 가족을, 어쩌면 사회를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제르베즈의 소박한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가난에서만 비롯된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이 참담했다. 처음 읽을 때는 가난에 버거워하는 제르베즈가 보였던 것 같은데,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수많은 장치들이 보여서 힘들었다..'아소무아르'제목으로 읽게 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