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신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야스미나 레자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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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로 재미나게 보았던 '대학살의 신'이 연극 무대에 올려진다는 소식을 들었다.예매를 했고, 책으로도 나와 있어 읽게 된 기쁨. 우아한 척, 그러나 서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사람들...이란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어째서 제목을 '대학살의 신'으로 했을까에 대한 기억은 생각나지 않는다.


알랭이 말한다, '대학살의 신'을 믿는다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 저런 이름의 신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여기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는 건 아닐까..생각하게 된다. 영화로 보았을때는 강렬했고, 통쾌했고, 우리 인간이 그렇지..뭐 등등 생각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서,하게 된 생각은 아이들 싸움에 부부싸움이 일어나게 된 모습이 아니라, 왜 우리는 저렇게 싸우게 되는 걸까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는 거다. 일차원적 결론은 내로남불이다. 나는 그렇게 해도 되고,당신은 안되고..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오로지 내 문제에만 집중하게 되는 탓에..우리는 모든 문제를 주변의 탓으로 돌리게 되는 모양새다.알랭 역시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하는 말에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로니크 우리가 자기 자신 말고 다른 것에 관심이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교정이 가능하리라고 믿고 싶죠.사심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교정 장인이 되겠죠.그런데 그런 장인이 존재할까요?"/65쪽  물론 그 역시 자신의 문제에 더 집중한다. 아이들 문제로 만났지만,끝임없이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는 듯 하다. 아이의 이가 부러진건 용납할 수 없는데, 햄스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동물학대를 자행한 미셀은 그것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끝임없이 서로의 문제가 들어나고,방어하고,감추고,상대방을 끌어내리려 바둥거리는..모습..이 모든 건 그러니까 대학살의 신...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라는 결론...그런데 결국 우리는 싸우고 싶지 않은데..이게 다 대학살의 신 때문이라고 탓을 한다면,우리의 싸움은 영원히 멈출수 없겠구나..내 안의 문제에만 함몰되지 않는다면 조금 달라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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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장이 나를 유혹했다. 그리고 목차를 보면서 놀랐다. 몇 년동안 고전 속에 빠져 있었던 게 분명하다. 유일하게 읽지 않은 책이,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참마죽' 뿐일줄이야...  그런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도 분명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에, 함께 실린 단편들도 읽지 않았을까..생각했으나, 소와다리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에는 '참마죽'이 없었다. 해서 민음사 단편집을 다시 챙겨 읽었다.



욕망은 채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오위라는 하급사무라이는 사람들에게 놀림 받는 것이 일상이지만 전혀 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마죽을 원없이 먹는날이 올 수 있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었고,그 욕망이 온갖 수모를 참아낼 수 있는..에너지가 되었기 때문이다..."오위는 새삼스럽게 이 거대한 참마의 산더미가 이 거대한 다섯 섬들이 솥 안에서 마죽이 되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그리고 자신이 그 마죽을 먹기 위해 교토에서 기를 쓰고 에치젠 쓰루가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생각했다.생각하면 할수록 무엇 하나 한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우리 오위의 가련한 식탐은 실은 이때 이미 반으로 줄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42쪽 오위가 좋아한 건 마죽이 아니라, 무언가를 원없이 먹을수 있게 되는 그 마음을 욕망한 건 아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의 놀림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서..스스로를 다독이려 한 것...  마죽을 원없이 먹을수 있게 된 순간 식탐이 줄어든 그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누군가 그의 욕망을 처참히 밞아 버린 것 같아서...오위라는 인물을 생각하지 않고, '욕망'이란 화두만 놓고 보면...욕망은 인간에게 마냥 신기루같은 것인걸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오위에게 마죽이란...욕망을 혼자 품었던 행복한 자신이라고...그런데 이후 오위는 어떻게 되었을까... 욕망은 욕망으로 존재할 때 더 행복할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마죽'을 읽고 나서 <막막한 독서>를 다시 펼쳤다. 이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풀어 놓았을까...내가 미처 집중하지 못했던 여우이야기가 언급된다. 여우의 등장은 오위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설명."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욕망하는 것이 있고 그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면 인간은 똑같은 게 아닐까(..)"/129쪽 마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오위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위가 행복했던 건 마죽을 원없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순간이..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야기와 별개로, 누군가를 이유없이 놀리는 이들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별루다. 자신의 욕망이 누군가에게 고통이 된다는 걸 알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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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마죽을 실컷 먹어 보고 싶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그의 유일한 욕망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는 그것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아니 그 자신조차 그것이 자신의 평생에 걸친 일관된 욕망이라고는 뚜렷하게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사실 바로 그것 때문에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인간은 충족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욕망을 위해 일생을 바쳐 버리기도 한다.그것을 어리석다고 비웃는 자는 필경, 인생에 대한 방관자에 불과할 것이다"/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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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산책'이었다면 궁금하지 않았을 텐데.. '유몰론적 산책'이란 말에 유혹을 느꼈다. 나는 어쩔수 없이 그런(?)사람인가 보다. ..그러나 즐거운 산책을 하고 돌아온 기념(?)을 펼친 목차에서 발견한 제목이라 반가웠던 것도 이유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찍은 사진도 함께 등장 시킬수 있다는 것도 즐겁고...


"인생이 모호해서 그런지 나는 자연의 투명성을 좋아한다.산책을 하면 내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소속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감지된다.어김없이 꽃이 피고 어김 없이 잎이 물들고 어김 없이 눈이 퍼붓는다.이것은 너무나 극명해서 다른 해석이 필요치 않다"/45쪽






저녁을 먹고 식당 주면 호수를 걸었다. 호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는 기분이 들었다. 북유럽 느낌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무엇보다 산책을 할 때마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 든다는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인용한 틱낫한 스님의 책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 걸음..에 대한 그 의미도 좋았다. 아치가 무너져내리는지도 모르고 걸었던 지난 시간을 마냥 부러워 하지 않는다. 몸을 홀대했던 내 몸에게 미안함 마음이 더 크다..해서 요즘은 걸을수 있을 만큼만 걷는다. '한 걸음만이 비정상을 이겨내는 정상의 속도다' 라는 말을 기억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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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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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리즈1에서 부터 읽기 시작해서 시리즈10까지 왔다. 넘버가 붙어 있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았던 점도 매력이라 생각했는데.... 추리소설의 형식을 갖고 있다는 것 때문에 세세하게 줄거리를 글로 남기지 않았다.후에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와도 어쩔수 없는... 그런데 <고행의 순례자>에서 느닷(?)없이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반전이..숨겨져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어쩌면 언급이 되었음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무튼 휴에게 불쑥(?) 고백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분명 유골..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왜냐하면 중요한건 마음.이란걸 강조하고 싶었다는 인상을 받았으니까...^^


"그 여윈 뼈들을 무덤에서 들어낸 순간부터 감지하고 있었네.그분은 그저 원래의 자리에서 평화롭게 쉬기만을 원하셨어.그래서 그런 짓을 벌이기로했네. 무덤에서 성녀를 끌어낸 사람도 그곳에 다시 돌려놓은 사람도 바로 나였어(...)"/25쪽



이제 와서 고백(?)한 이유는..그럼에도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캐드펠수사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고행의 순례자..를 읽으면서 내내 고행을 고백으로 읽게 된 것 같다. 이것말고도 얼음 속.. 등장 인물과 성소의 참새..속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고행의 순례자>에서 언급되었던 점도 시리즈10을 읽는 즐거움이 되었다.수사님의 너무 강렬(?)한 고백으로 시작한 <고행의 순례자>는 그래서 그것으로 충분히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이런 방심은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고백으로 시작해서 고백으로 끝나게 된 이야기.... 인데 마지막 고백은 더 강렬(?)해서..아니 요즘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생각해 볼때..묘한 대비로 다가왔다.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그 아들을 아는 아버지.... 키아란의 죄를 덮어(?)주고 싶었던 주교의 모습이 부조리하다 생각하면서,수사의 고백을 듣고는..비슷한 마음이 드는 모습을 보고..나 역시 내로남불..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세세하게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알 길...은 없다. 이어지는 시리즈 어느 편에서인가 고백하지 않을까... 싶다.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건 사실 전쟁이다.끝임없이 당쟁싸움과 종교싸움으로 살인이 자행된다. 소소하게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그 부분이 도드라지게 보여지지 않는 것도 어쩌면 더 큰 싸움을 벌이는 이들에게도 죄를 묻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탄식에 가까운 딜레마는 인간이 가장 잔인한 동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루하며,배신을 일삼고, 나의 신념만이 최고인냥... 그럼에도 희망의 빛을 언제나 남겨둔다.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한다는 건 스스로 더 가치있는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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