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장이 나를 유혹했다. 그리고 목차를 보면서 놀랐다. 몇 년동안 고전 속에 빠져 있었던 게 분명하다. 유일하게 읽지 않은 책이,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참마죽' 뿐일줄이야...  그런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도 분명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에, 함께 실린 단편들도 읽지 않았을까..생각했으나, 소와다리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에는 '참마죽'이 없었다. 해서 민음사 단편집을 다시 챙겨 읽었다.



욕망은 채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오위라는 하급사무라이는 사람들에게 놀림 받는 것이 일상이지만 전혀 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마죽을 원없이 먹는날이 올 수 있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었고,그 욕망이 온갖 수모를 참아낼 수 있는..에너지가 되었기 때문이다..."오위는 새삼스럽게 이 거대한 참마의 산더미가 이 거대한 다섯 섬들이 솥 안에서 마죽이 되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그리고 자신이 그 마죽을 먹기 위해 교토에서 기를 쓰고 에치젠 쓰루가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생각했다.생각하면 할수록 무엇 하나 한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우리 오위의 가련한 식탐은 실은 이때 이미 반으로 줄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42쪽 오위가 좋아한 건 마죽이 아니라, 무언가를 원없이 먹을수 있게 되는 그 마음을 욕망한 건 아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의 놀림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서..스스로를 다독이려 한 것...  마죽을 원없이 먹을수 있게 된 순간 식탐이 줄어든 그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누군가 그의 욕망을 처참히 밞아 버린 것 같아서...오위라는 인물을 생각하지 않고, '욕망'이란 화두만 놓고 보면...욕망은 인간에게 마냥 신기루같은 것인걸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오위에게 마죽이란...욕망을 혼자 품었던 행복한 자신이라고...그런데 이후 오위는 어떻게 되었을까... 욕망은 욕망으로 존재할 때 더 행복할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마죽'을 읽고 나서 <막막한 독서>를 다시 펼쳤다. 이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풀어 놓았을까...내가 미처 집중하지 못했던 여우이야기가 언급된다. 여우의 등장은 오위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설명."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욕망하는 것이 있고 그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면 인간은 똑같은 게 아닐까(..)"/129쪽 마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오위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위가 행복했던 건 마죽을 원없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순간이..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야기와 별개로, 누군가를 이유없이 놀리는 이들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별루다. 자신의 욕망이 누군가에게 고통이 된다는 걸 알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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