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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1 ㅣ 조선 천재 3부작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평점 :
예산에 있는 추사고택을 방문했다가,불현듯 추사김정희가 궁금해졌다. 서예쪽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세세히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한도 관련 책도 참 어렵게 읽었고, 마음으로 이해하기보다,이성의 마음으로 세한도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런 까닭으로, 추사김정희 선생이 세한도를 그리기까지의 여정을 알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 보지 못했던 거다. 이런저런 책을 찾아 보고, 귀동냥으로 들은 것이 전부다.
두 명의 부인과 나란히 자리한 무덤이 조금 충격적이었고, 봉은사 현판을 죽음을 가까이 둔 시점에서썼다는 사실은 뭔가 정신 번쩍 나게 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불쑥 추사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 있지 않을까 검색해 보았는데, '조선 천재 3부작' 시리즈로 '추사'선생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한 건 아닌데, 개정판이 도서관에 없는 관계로 구입을 하게 되었으나..읽지 않았다면 후회 할 뻔 했다.
"현판 글씨에는 모름지기 글씨가 반드시 지녀야 할 주술 말고도 판각들을 소장하는 전각의 고고하고 숭엄한 분위기가 풍겨야 한다.그 글씨는 그 전각 안에 소장되어 있는 수천수만위 판각들의 무게와 그 나무판각들의 향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38쪽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이 만들어낸 허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뭔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을 경험했다. 서예에 깃든 정신을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서예에 정진하는 추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되어졌다. 그런데 이 소설의 미덕(?)이라면 단순히 추사를 예술의 경지에 오른 인물로 그려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제 죽음을 앞둔 추사는 봉은사 판전을 어떻게 써야 하나 그 생각뿐이다. 그러면서 시간은 자연스럽게 추사의 어린시절부터 지금의 시간을 자유롭게 오간다. 양자로 가게 된 사연부터,제주도로 유배되는 과정까지....호를 완당으로 부르게 된 이유,박제가를 스승으로 만나게 된 이야기는 야사를 듣는 것처럼 흥미로웠고,글쓰기에 정진하는 과정을 통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아포리즘으로 가득했다. 지금과 크게 다를바 없었던 조선의 역사와 마주할 때마다 속에서 화가 일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 유배길에 오르는 여정에서 추사1은 끝난다. 유배길을 유람하는 마음으로 가고자 하려고 애쓴 결의가..너무 사실적으로 와 닿아서 놀랐다. 이건 분명 소설이 만들어낸 힘이라.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