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작가의 소설을 재미나게 읽은 터라 에세이를 찜해 놓았다. 그런데 또 한 권의 책이 보여서 반갑다..고 생각한 순간 첫에세이라는 설명에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안보윤작가의 에세이였다.<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를 인상깊게 읽은 터라, 이 책도 찜.. 이래저래 '이름'과 인연이 깊은 작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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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왈츠를 추는 퍽 낭만적인 그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애정하는 그림이라 당당히 말해왔었는데, 나는 그림 속 장면을 그동안 자세히 들여다 보질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여름밤> 속 춤추는 두 사람, 자세히 보면 뜻밖이다.남녀로 보이는데 실은 두 사람 모두 여자다. 그 탓에 <여름밤>이 1891년 뉴욕의 한 갤러리에 처음 전시됐을 때 부도덕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169쪽  두 여자가 춤을 함께 추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부도덕이라는 시선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커플이 낭만적으로 바다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오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그러고 보니, 그림자 처리된 사람들이, 커플의 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훗날 프랑스에서 <여름밤>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런데 아무리 일이 허락칠 않고 할 일이 축적돼 있어도 살면서 누구에게나 <여름밤>에서처럼 달빛 환한 밤바다 해변에서 두 여인처럼 춤을 춘 낭만적인 추억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그러려면 미리미리 왈츠 같은 춤부터 배워 둬야 하려나.몸치인 몸이 쉽게 허락칠 않고  나이가 무겁게 자꾸 축적되어 가도"/174쪽










<여름밤>에 관한 시인의 단상을 읽다가, 나는 <왈츠는 나와 함께>를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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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이유로 오랫동안 뒤피 그림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뒤피 덕분(?)에 융의 멋진 말까지 보너스로 마주한 기분(이) 좋다..^^

고통과 불안과 슬픔이 깃들지 않은 예술가나 작품은 신뢰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기쁨의 화가‘ ‘바캉스 화가‘인 뒤피의 지중해 축제에는 진정한 희열과 열광으로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졌다. 문득 ‘기쁨을 느끼는 것은 감사함의 가장 단순한 표현‘이라는 카를 구스파프 융의 말도 떠올랐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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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이름들 - 제3회 박상륭상 수상작
안윤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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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참 곤란한 노릇이지 뭐예요"/60쪽



굳이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산다는 것이 고통이란 사실은 알고 있다.그런데 부러 힘겨운 소설을 나는 왜 찾아 읽게 되는 걸까...<남겨진 이름들> 덕분에 그 사실(?)을 알았다. 발견해 낸 것처럼 기쁨이 느껴져서, 앞으로도 계속 찾아 읽을 생각이다. 현실에서 마주한 고통은 힘겹지만, 이야기 속 고통은 단단하다. 그 고통을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고통은 끝난다.물론 해피앤딩은 아닐수도 있다. 너무 당연하다. 어차피 우리가 마지막으로 마주하게 될 앤딩은 '죽음'이니까. <남겨진 이름들>을 따라가면서 순간 순간 울컥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슬픔의 깊이가,마냥 우울한 블루가 아니어서, 좋았다. 상실과 이별을 마주할 때마다 무너지기만 할 수 없을 테니까.


"모두는 우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떠나게 되는지도 알지 못하지 언젠가 내가 너를 아니면 네가 나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우리 인간은 떠나기 위해 살고 있는 거라고도 했다"/204쪽


김광석 노래를 듣다가 울컥했던 건, 우리가 매일 죽음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뭔가 피부에 확 와닿는 순간이 있을 때이다. 다행인건 매일 그 생각 속에 함몰되지 않아서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의 일기를 엮어낸 듯한 형식으로 써내려간 글이라,누군가의 회고록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소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해서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현재의 집중하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살아가는 일은 죽음과 삶의 밀도 당기기 같은 것, 나는 죽는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사라질 것이 예정되어 있다.때문에 우리에게는 이 삶을 선명하게 해줄 무엇,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줄 무엇이 절실하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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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쫑긋 세우고 세음(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을 듣는다. 유난히 더 가슴으로 들려올 때가 있는데,마침 안윤의 소설 <남겨진 이름들>을 읽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9월 어느날 오프닝 글은 자신에 관한 이야기였다.나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건 나 자신이 아닐까..그런데 그것 보다 상처도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제일 많이 주는 건 아닐까.. 라는 문장이었던 것 같다. 안윤의 소설에서는 여전히 자신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없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제대로 나를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보다 덜 힘들 것 같지만..더 많이 힘들수도 있다...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가 아니라, 보고 싶지 않은 이유를 매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사람은 일평생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영영 제 얼굴을 제대로 한번 바라보지 못한 채로 세상을 등지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기는 한 걸까"/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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