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밤에 왈츠를 추는 퍽 낭만적인 그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애정하는 그림이라 당당히 말해왔었는데, 나는 그림 속 장면을 그동안 자세히 들여다 보질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여름밤> 속 춤추는 두 사람, 자세히 보면 뜻밖이다.남녀로 보이는데 실은 두 사람 모두 여자다. 그 탓에 <여름밤>이 1891년 뉴욕의 한 갤러리에 처음 전시됐을 때 부도덕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169쪽 두 여자가 춤을 함께 추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부도덕이라는 시선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커플이 낭만적으로 바다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오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그러고 보니, 그림자 처리된 사람들이, 커플의 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훗날 프랑스에서 <여름밤>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런데 아무리 일이 허락칠 않고 할 일이 축적돼 있어도 살면서 누구에게나 <여름밤>에서처럼 달빛 환한 밤바다 해변에서 두 여인처럼 춤을 춘 낭만적인 추억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그러려면 미리미리 왈츠 같은 춤부터 배워 둬야 하려나.몸치인 몸이 쉽게 허락칠 않고 나이가 무겁게 자꾸 축적되어 가도"/174쪽
<여름밤>에 관한 시인의 단상을 읽다가, 나는 <왈츠는 나와 함께>를 읽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