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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ㅣ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평점 :
그날, 추산고택을 가지 않았다면, 소설 <추사>를 만나지 못했을 게다. 추사를 읽은 덕분에 '조선 천재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수없이 두물머리를 지나면서도 정작 다산과 인연이 된 장소들을 나는 찾아나서지 않았다.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은 기까이 찾아갔으나, 가까이 있는 다산의 고향은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이런 사실은, 다산을 잘 알지 못하면서 잘 알고 있는 착각을 내게 만들어 놓아버렸다.
"너에게 형조의 일을 맡긴 것은 죄지은 사람을 볼 때 죄만 보고 사람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듯싶어서이니라, 네 철학대로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라"/192쪽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한다. 그러나 1부에서는 아직 강진 유배 생활이 그려져 있지 않다. 그곳으로 가게 될 여러 밑그림들이 그려진 느낌이다. 자산어보를 쓴 약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제간의 갈등이 천주학에서 비롯되었고, 그때 참수를 당했다는 사실도 몰랐다.아니 천주학 이전에 부모에게서 받은 어떤 차별이 있었을 수도, 물론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다산1부에서 내게 흥미로웠던 지점은 정조와 다산의 에피소드였다. 간간히 방송에서 정조와 다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그닥 집중해서 듣지 않았던 것 같다.임금과 신하의 관계에 새삼 집중하게 된 까닭은, 조선 시대가 아닌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도 어수선한 나라 풍경을 시시때때로 목격하다보니, 왕에게 충신이 필요한 까닭, 권력자가 지녀야 할 소양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더 빠져 들었던 것 같다. 당쟁싸움에서 왕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주역에 나온 말처럼, 다산은 진정 자신이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대해 저와 같이 담담히 받아들였을까? 다산은 정조에게 ,왕은 다산에게 어떤 존재였을까를 생각하며 읽다 보니 순식간에 1부가 끝나버렸다.
"(...) <<주역>>에서 말했다.달이 차면 기운다. 봉우리와 등성이가 높은 만큼 골짜기는 깊고 움침하고 길다. 골짜기가 깊은 만큼 가시덤불도 무성하고 흐르는 물도 많게 마련이다.누구에게서 사랑을 받은 만큼 다른 누구에게서는 미음을 받아야 한다.만인의 사랑을 한몸에 모두 받을 수는 없다.모든 일에 올곧고 깨끗하려고 애쓴 고집 새로운 지식들을 남들 보다 더 일찍 외부로부터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삼고 자랑려고 하는 선진적인 의욕들이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