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두근거리던 시간을 되찾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 곳에 사는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부터 쓰는 이 이상한 상황이 제 인생에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물이 되는 일도 있더군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72쪽
방송을 들을때도 분명 멋진 상황이라 생각하며 들었을게 분명(?) 하겠으나,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가웠던 건,콕 찍어 프루스트의 소설 제목이 떠올라서일게다. 그때도 프루스트를 생각했을 지..모르겠으나, 무튼 모르는 이에게 저와 같은 엽서를 받는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 러브레터 속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피식 웃음이 났다. 잘못 전달된 편지를 통해,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걸까...하고.
방송에 귀기울이며,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울컥해지기도 하고...정말 어디선가, 누군가의 진짜 사연일것 만 같은... 그래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분노와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그랬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분노하게 만들지 않아 누구한테 화가 나거나 누군가가 유난히 싫다면 그건 내가 갖지 못한 걸 그 사람이 가졌기 때문일 때가 많아. 그런 것이 티눈처럼 마음에 박혀 있는 거지"/222쪽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려면 무릎을 잘 굽혀줘야 합니다. 지금부터 며칠은 일부러 포도밭에 물을 주지 않는데 그건 포도가 가뭄을 견딜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조금씩 받고견디면서 포도는 오히려 더 달콤한 열매를 만들거든요"/292~293쪽
지금 한창 포도철이라 맛나게 먹고 있다. 그것도 강화도포도를..직접 재배한 포도라서 믿음도 가지만, 그 노동을 알기에 비싸다고 차마 가격 흥정을 할 수가 없다.가뭄을 견뎌낸 포도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적이었다. 내가 지금 먹는 포도의 그 달콤함에, 포도 스스로 견뎌낸 스트레스가 담겨 있을 줄이야...
이 글을 읽으면서 '분노'와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건..내 무의식에 스타인벡 소설이 자리하고 있어서였나..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한 번 정도 읽은 줄 알았던 소설은 이미 두 번이나 읽었다는 사실은 충격 아닌 충격... 읽을 당시에는 포도농사와 가뭄을 깊게 연결해서 생각해 보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콕 찍어 '포도'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에는 포도의 특성이 있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분노의 포도>를 다시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