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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맥베스를 반복 해서 읽던 어느날(물론 사회적 이슈가 있었지만^^) '맥베스' 보다 '맥베스 부인' 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만큼 내게는 맥베스 보다, 맥베스 부인의 욕망이 더 무섭게 보였던 거다. 그런데 소세키선생의 <기담집>에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읽을 생각이었기에..호기심 자극한 이 제목을 냉큼...읽기 시작. 역시 소세키 선생이란 감탄을 하며 혼자 행복하게 읽었다.논문 형식을 취한 탓에, 소설이란 느낌도, 기담이란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았지만... '유령'이 등장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기담집에 넣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덕분에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우선 맥베스를 계산적인 사람으로 정의내린 점이 내게는 충격(?)이었다. 맥베스 부인에게 그저 조롱당하는 유약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맥베스에 등장하는 유령을..맥베스의 환영일까..환상일까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이의 최후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런데 논문(?)의 글은 맥베스와 망령의 관계를 집요하게 다룬다.해서 유령이 누구인지, 몇 명이 등장하는지..심지어 먼저 등장하는 유령이 덩컨인지..친구인지..를 따져 묻는다.. 덩컨일 때와 친구일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시선..신기한 건 이렇게 유령을 따라가다 보면 맥베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도 보인다는 거다.. 역시 그는 좀 아둔한 인물에 가깝다"애초 맥베스는 덧없는 세상의 대범한 위인은 아니다.빼어 나게 용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리를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아둔패기다.그러므로 늘 유령을 향한 두려움과 분노 사이에서 방황한다"/322쪽 그리고 마침내 맥베스는 단순한 학살이 아닌 심리적 과정을 다룬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 '심리적 과정'에 중요한 요소가 바로 유령이었다는 사실이고..유령의 존재가 중요한 역활임에는 분명하지만..유령이 덩컨일지 뱅쿠오일지에 대해서까지 파고들지 않았던 독자에게..맥베스를 힘들게 한 건 덩컨 보다 친구를 죽인 시점이었다고 본다는 거다."마음 속의 번민(....)그 번민의 초점은 말할 필요도 없이 뱅쿠오에 맞춰져 있다."/324쪽 당분간은 <맥베스>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맥베스와 유령의 시점으로 다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