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만지면 엄정순의 예술 수업
엄정순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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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펼치는 순간 이렇게 경이로울 수가...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킬..수 가 없었다. 이것 또한 나의 깊은 편견이 만들어낸 감정의 결과라는 것도 알고 있다.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답답할 거라 생각했다.보고 싶은 걸 마음껏 보지 못하니까. 그런데 만지는 것으로도 코끼리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무엇보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저자의 글이 정신 번쩍 들게 했다.


"불경 <<열반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에 어느 왕이 맹인들을 불러 모으고는 코끼리를 만져 보게 했습니다. 그 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았지요.(..) 왕은 "코끼리는 하나이거나 늘 각자 자기가 아는 것만으로 말한다. 진리도 그와 같으니라"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이 이야기는 맹인 비하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세계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말 부분



보지 못하니까 그릴수도 없다고 생각했다.만져 본 느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도 있고,그릴 수도 있는데.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만 생각했던 거다. 만지는 것도 보는 것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만의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아이들은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시야로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부분 코끼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상으로 그려진 그림이 코끼리로 보여진 것일수도 있겠지만, 코끼리에 대한 질문과 상상,그리고 직접 만져본 끝에 그려진 코끼리는..코끼리였다.눈을 크게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우리가 진짜 무언가를 제대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상상으로 그려졌던 코끼리와,직접 만져보고 그려진 코끼리는 달라 있었다.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책 덕분에 확장 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이런 아이디어를 찾아낸 작가님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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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만지면 엄정순의 예술 수업
엄정순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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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코끼리를 만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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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로 나들이 기념 찾아간 학림다방.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하던데..이제는 커피를 마시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 되었다.

시그니처 커피대신 핸드드립을 골랐다. 아메리카노 보다 7배는 진하다는 설명을 들을때까지는 몰랐고... 커피를 받아 보고서야 알았다. 에스프레소 만큼 적은 양의 커피..그러나 맛은 정신 번쩍 날 만큼 황홀했다. 연극 보러 가기 전 마시기엔 안성맞춤인듯...^^



뮤지컬로 너무도 유명한 작품을 연극으로 올린다고 해서 궁금했다. 게다가 1인극이라니, 빛과 그림자가 예술처럼 반짝인다는 설명도 호기김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는데..너무 멋진 연출이었다.

뮤지컬의 지킬은.. 오로지 '지금 이순간..넘버 밖에 기억 남지 않았고..

소설 지킬은... 지킬 보다 변호사 어터슨이 더 부각되는 기분..

연극 역시 지킬 보다는 '어터슨'이 주인공이었는데.차이라면 우리는 모두 '지킬 이며 동시에 하이드'라는 고백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90여분 동안 안정된 발성으로 연기를 하는 것도 놀라웠고, 빛으로 시시각각 여러 인물의 모습을 그려내는 연출은 놀라웠다.우리 안에는 지킬과 하이드가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또 확인 받는 구나 싶었다. 뮤지컬 보다 연극이 더 좋았다.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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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하여 클래식 라이브러리 14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김현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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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월에도 '체홉읽기'는 계속 진행중이다.

참 많은 출판사에서 체홉의 단편집이 나와 있지만,출판사마다 개성이 보이지는 않는다. 거의 비슷한 작품들의 향현.. '피고인' 이란 제목은 처음 들어본 제목이라 'arte' 출판사의 <사랑에 관하여> 단편집을 골랐다. '피고인'이 눈에 들어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고, 조금은 예상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하면서도 읽었다. '피고인'에 집중된 이야기일지 '판사'에 집중된 이야기일지... 정의로운 판사 보다, 억울한 피고인이 소설에는 더 많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체홉이 그려낸 '피고인'이 궁금했다. 아주아주 짧은 소설이다. 길었다면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정의롭지 않은 판결에 구구절절 서사를 담아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 잘 알고 나서 판결을 하셔야지,제대로 체벌을 준다 하더라도 그러려면 양심적으로다...."/17쪽

그런데 체홉의 '피고인'은 정의롭지 못한 판사와 구질구질한 피고인이 등장한다는 것이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싶다.피고인이 모두 억울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탄핵의 시간을 지나면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절도는 문제되는 것이 아니며, 판사는 '양심'적으로 판결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니까 판사 입장에서는 억울(?) 할 수 있다고 항변 할 수도 있겠다. 철도 사고가 났는데, '너트'가 빠진 것이 이유인 것 같고, 마침 데니스의 집을 압수수색했더니 '너트'가 발견되었다.문제는,증거가 아니라, 정황이 그렇다는 거다. 자신은 너트를 세몬의 아들에게서 받았고, 낚시하는 이들이 더 많은 너트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판사는 단호하게 '거짓말' 이라고 말한다. 가택수사를 하고도 황금폰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방송을 봤다. 뭐 이런식의 열거는 수없이 많다. 그냥 궁금하다. 판(대부분은 아니겠지만)들은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도대체 왜 어려운 걸까... 그건 자신의 잘못을 모른채 판사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려고 하는 피고인도 마찬가지다. 체홉이 놀라운 건 '피고인' 이란 제목으로 뭔가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독자의 오독일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양심'에 위배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역자의 후기에서 '피고인' 이란 작품이  '체호프의 유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실렸다는 설명을 읽었다. 러시아 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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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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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한국문학'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미안해질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 모두 들어본 작가들의 이름이라 반가웠고, 음악을 주제로 써내려간 소설이란 점도 흥미를 끌었다.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 덕분에 멋진 음악을 만날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 순간 윤성희 작가의 '자장가'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편혜영 작가의 '초록 스웨터' 는 오롯이 나만 알고 있던 감정에 대해  누군가와 공유한 기분이 들어 또 다시 울컥했으나 뭔가 개운함도 느껴졌다.분명 슬픔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음에도 마냥 우울하지 않았다. 앞서 <명랑한 유언>이란 에세이를 읽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죽음과 잘 마주해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 끝임없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불현듯 이모에게 내가 느낀 상실감을 말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게 "시간이 흐르면" 하고 시작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런 말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기어이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나도 그 말에 의지했지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갈 뿐이고 마음은 여전했다(..)"/196쪽 '초록 스웨터' 


엄마와 이별하고 난 후, 가장 현실감 없는 위로가 '시간이 흐르면' 이라고 하는 이들의 말이었다. 맞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대 와 닿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그러나 시간이 흘러간 덕분에.. 그리고 엄마가 '슬픔'만 남겨 두고 간 것이 아니란 그 말도 와 닿아.울컥하면서도 기분 좋은 기분이 들었다. 내 주변에는 아직 엄마와 이별한 지인들이 거의 없다보니, 저와 같은 말을 할 때면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 하는 지인도 여럿 있다.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위로란 것이 있을까.. 특히 '말'로 전하는 위로는 경험상 크게 와 닿지 않는다.특히 '시간이 지나간다'는 말은,전혀 따뜻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나주이모처럼 무심한듯 엄마의 추억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이들이 실은 더 고맙다.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면 마냥 슬퍼지는 것만은 아니니까..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으면서 '안녕'이란 단어를 생각보다 가벼이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윤성희 작가의 '자장가'는 정말 슬프다. 그런데 글을 너무 잘 쓰셔서..주변에 마구마구 권하고 싶었다. 죽음은 슬프지만, 그럼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서로 다른 작가가 써내려간 '음악'에 공통분모처럼 등장한 죽음,혹은 이별...을 따라 읽다가, 은희경작가의 음악(?) 홀스트에서 결국...그런것이다, 하고 생각했다. 어느 긴 터널을 지날때 듣게 되었던 홀스트의 음악은,내게 단순히 우주의 어딘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 좋은 상상만을 허락해 주었는데, 소설 덕분에 상세(?)히 홀스트의 음악 강의를 듣게 된 것도 좋았지만, 탄생보다 소멸을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에 밑줄을 긋고,죽음은 우리에게 고통 이외의 것은 허락하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윤성희 작가의 '자장가'와 편헤영 작가의 "초록 스웨터' 와 같은 이야기가 좋은 거다. 죽음이 정말 우리에게 고통(만) 주는 건 아니라는 걸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야 평화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혼연한 쾌락 다음에는 곧바로 늙음이 찾아들며 초자연적인 상상력을 통해서만 비로소 납득이 되는 존재의 소멸,그것이 구스타브가 생각하는 인생의 궤적이었다. 그리고 소멸은 탄생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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