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을 보면 그 여자의 성격이 아주 잘 나타나 있습니다"/37쪽


"조용히 부는 바람 같은 사랑이나 눈물 같은 사랑, 탄식의 사랑이 아닙니다.폭풍우 같은 사랑, 달력에도 실려 있지 않은 엄청난 폭우같은 사랑 비수 같은 사랑입니다"

비수 같은 사랑이 자줏빛인가요?"

"비수 같은 사랑이 자줏빛이 아니라 자줏빛 사랑이 비수 같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자르면 자줏빛 피가 나온다는 뜻인가요?'

"사랑이 화를 내면 비수가 자줏빛으로 번뜩인다는 뜻입니다"

"세익스피어가 그런 이야기를 썼나요?"

'셰익스피어가 쓴 것을 제가 평한 것입니다. 안토니우스가 로마에서 옥타비아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령이 가져왔을 때 클레오파트라의...."

"질투심으로 자줏빛이 짙게 물들었겠네요?" /39쪽




오노와 후지오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을 읽으면서..다시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처음 읽었을 때..몰입감이 크지 않았는데..이번에도 몰입감은 깊지 못했다..역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주제가 '사랑'이란 설명에 쉬이 동이 할 수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세익스피어의 비극이 아니라..온전하게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무튼 <우미인초>에서 후지오의 죽음을 보면서..소세키선생 역시 클레오파트라 보다는 안토니우스에게 조금은 후한 점 수를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질투의 마음,배신의 마음, 유혹의 마음...도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는 사랑보다, 질투와 배신과, 욕망이 더 크게 보일 뿐이었다.해서 안토니가 사랑했을 지도 모를 그 마음이 애처롭게 보였다기 보다..국민보다 오로지 자신의 사랑에 관심을 가진 리더를 백성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하는 마음으로 읽고 말았다 안토니가 말한다...."(....) 배알 없는 백성들은 쌓은 공이 없는 자를 그 가치만 보고는 절대 사랑 않는데도 폼페이 대장군 칭호와 그의 모든 훌륭한 자실을 다 그의 아들에게 퍼붓기 시작했고(.....)"/495쪽






 책을 읽게 되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다고 생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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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신세를 지고 있었다고? 부모님 신세를 지면서 빈둥거렸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파락호구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310쪽



파락호의 사전적 의미는... 놀고먹눈 곤달이나 불량배. 몰락한 집안..방탕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그런데 파락호..라는 카페가 검색되어 호기심이 발동했다. 마침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라 찾아가 보게 되었다





破落戶카페 한자가 풍비박산 의미의 뜻과 같아서..내심 파락호라고 지은 이유가 더 궁금해졌지만..물어보지는 못했다. 이름과 달리 커피맛이 좋았다(약과는..취향이 아니었지만^^) 다음에 다시 찾고 싶은 곳... 갱부를 읽다가 전혀 뜻하지 않은 카페를 찾게 될 줄이야...파락호.라고 지은 이유를 언젠가 물어보게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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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유한한 것..

세계는 돌고 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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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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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소세키의 '그 후'를 재미나게 읽었다. 그러나, 전기 3부작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최근 '도련님'을 다시 읽고 나서야 오래전 구입만 하고 읽어내지 못한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가 보였다. '도련님'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아 당혹스러웠지만, 전기3부작을 읽어 볼 기회가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란히 세 편을 읽는 것은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조금은 건조하게 느껴진 '산시로'를 읽고 나서도 '문'까지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갖게 했다.만약 3부작이란 점을 염두해 두지 않고 오로지 '산시로' 만 읽었다면 문까지 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문'만 골라 읽었다면 소스케에 대한 감정이 또 달랐을 것도 같고. 이어진 듯 다른 느낌이 갖는 매력을 느낄수 있었다. <산시로>와 <그 후>에서 인간이 얼마나 열등한 존재인가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면, <문>에서는 그럼에도 열등한 인간이란 점을 감내하려는 인물이 보여 애닮게 느껴졌다. 가난하지만 부부애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는 소스케와 오요네에게는 어떤 불안이 있어 힘든 것일까.... 따라 가다 어느 순간 뒤통수를 얹어 맞은 듯한 기분이...그들에게는 세상에서 죄라고 불리워질 만한 부분이 있었다. 문제는 부부 역시 그런 상황에 대해 애써 항변하기 보다 오히려 숙명처럼 살려고 하는 마음을 가졌다. 가난도 ,그들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도 원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는 것으로 원죄가 씻겨 나갈수 있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불안이 한계치에 달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다. 소스케는 참선의 방법을 택하게 된다. 종교를 믿을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는 정말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열고 들어오너라"하는 목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이 문의 빗장을 열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수단과 방법을 머릿속에서 분명히 마련했다.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열 힘은 조금도 키울 수 없었다.(....)그는 문을 지나는 사람이 아니었다.또한 문을 지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아니었다.요컨대 그는 문 아래에 옴짝달싹 못하고 서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252~253쪽

 

열등한 존재이면서도, 열등하지 않은 인간인척 하는 이들 보다는 소스케가 인간적인물은 아닐까 생각했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주인공 남자가 어떻게든 문을 열고 나가거나, 끝내버리는 결말일텐데.. 소세키의 <문>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도 인간적인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머리로는 운명 앞에 당당히 맞서라고 말하지만..현실에서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얼마나 많은가? 핑계 같은 이유들이라 할 지라도 '강상중과 함께 읽는...'에서 지금은 '문'이 가장 좋다고 느껴진 이유에, 내 역시 좋아요를 눌렀다. 비교하며 읽을 생각은 아니었다.(감히 그럴 깜냥도 되지 않을테고..) 그런데 '문'이 제일 좋았다.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 탓인 것 같다.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이들의 삶에는 저마다 사연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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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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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후'를 읽게 된 건 홍상수영화 제목과 동일한 것이 이유였다. 영화를 보고,소설을 읽은 탓에.온전히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시 읽을 기회가 오길 바랐는데.. '도련님의 시대'를 읽게 되면서 <강상중과 함깨 읽는 나쓰메 소세키> 가 보였고, 이번 기회(?)에 전기3부작을 나란히 읽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다시 읽게 되었다. 책에서 언급한 3부작에 대한 부분을 옮겨 보자면.." <산시로>가 23세의 '산시로' <그 후>는 30세기 안 된 다이스케, 그리고 <문>은 30대의 '소스케' 입니다"/66쪽  재미나게도, '그 후'를 읽게 된 건 두 번 다 분명한 동기(?)가 작용한 셈이다. 이번에도 다이스케와 산시로를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인간은 열정을 가지고 대할 정도로 고상하며 진지하며 순수한 동기나 행위를 하는 존재가 아니다.그보다 훨씬 열등한 존재다.그런 열등한 동기나 행위에 열정적인 사람은 무분별하고 유치한 두뇌의 소유자거나 열정을 가장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기꾼에 불과하다"/240쪽

 

베짱 없던 청년 산시로가 삼십대가 되었을 때 다이스케 처럼 될 수 도 있었을까..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어쩔수 없이) 그러나..그럼에도 베짱 없던 청년이 다이스케처럼 염세적인 성인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그 후'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코 불륜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단정하면 안될 거린 생각.그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열등한 존재인가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게으름에 대한 주변인의 충고와 관심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밀고 나가는 다이스케 뿐만 아니라, 그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수 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도 열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열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표지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면 김환기 화가의 그림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고..무튼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표지의 이미지를 이해했다. 뿐만 아니라, 열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다이스케를 묘사하는 장면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었다"나중에는 세상이 전부 빨개졌다. 그리고 다이스케의 머릿속을 중심으로 불길을 내뿜으며 빙빙 회전했다.다이스케는 머릿속이 다 타버릴 때까지 계속 전차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325쪽  이번에도 '그 후'는 잘 읽혀졌다. 결코 밝은 소설이라고 말할수 없음에도 그러한 이유는, 인간이 열등하다는 화두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특별한 줄거리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이스케의 속도에 맞춰 계속 흘러가는 마력^^   '그 후' 라는 제목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그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 일수도 있겠다. 산시로의 삼십대 모습을 다이스케로 투영해 볼 수도 있지만..앞으로 다이스케.. 그 후..의 삶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소세키의 '문'을 읽으면서 다이스케..의 모습을 상상해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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