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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소설 '그 후'를 읽게 된 건 홍상수영화 제목과 동일한 것이 이유였다. 영화를 보고,소설을 읽은 탓에.온전히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시 읽을 기회가 오길 바랐는데.. '도련님의 시대'를 읽게 되면서 <강상중과 함깨 읽는 나쓰메 소세키> 가 보였고, 이번 기회(?)에 전기3부작을 나란히 읽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다시 읽게 되었다. 책에서 언급한 3부작에 대한 부분을 옮겨 보자면.." <산시로>가 23세의 '산시로' <그 후>는 30세기 안 된 다이스케, 그리고 <문>은 30대의 '소스케' 입니다"/66쪽 재미나게도, '그 후'를 읽게 된 건 두 번 다 분명한 동기(?)가 작용한 셈이다. 이번에도 다이스케와 산시로를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인간은 열정을 가지고 대할 정도로 고상하며 진지하며 순수한 동기나 행위를 하는 존재가 아니다.그보다 훨씬 열등한 존재다.그런 열등한 동기나 행위에 열정적인 사람은 무분별하고 유치한 두뇌의 소유자거나 열정을 가장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기꾼에 불과하다"/240쪽
베짱 없던 청년 산시로가 삼십대가 되었을 때 다이스케 처럼 될 수 도 있었을까..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어쩔수 없이) 그러나..그럼에도 베짱 없던 청년이 다이스케처럼 염세적인 성인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그 후'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코 불륜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단정하면 안될 거린 생각.그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열등한 존재인가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게으름에 대한 주변인의 충고와 관심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밀고 나가는 다이스케 뿐만 아니라, 그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수 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도 열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열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표지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면 김환기 화가의 그림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고..무튼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표지의 이미지를 이해했다. 뿐만 아니라, 열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다이스케를 묘사하는 장면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나중에는 세상이 전부 빨개졌다. 그리고 다이스케의 머릿속을 중심으로 불길을 내뿜으며 빙빙 회전했다.다이스케는 머릿속이 다 타버릴 때까지 계속 전차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325쪽 이번에도 '그 후'는 잘 읽혀졌다. 결코 밝은 소설이라고 말할수 없음에도 그러한 이유는, 인간이 열등하다는 화두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특별한 줄거리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이스케의 속도에 맞춰 계속 흘러가는 마력^^ '그 후' 라는 제목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그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 일수도 있겠다. 산시로의 삼십대 모습을 다이스케로 투영해 볼 수도 있지만..앞으로 다이스케.. 그 후..의 삶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소세키의 '문'을 읽으면서 다이스케..의 모습을 상상해 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