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해도 될까"/ 9쪽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3월은 고르는 책들만다 '단편집'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골랐다. '단편집'이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작가의 장편..이 나는 아직 좀 힘들다. 아주 짧은 단편 '세상 모든 바다'를 읽었다. 예사롭지 않은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그러나 속으로 들어간 순간 살짝 당혹스러웠다, 나와 거리가 있는 팬문화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하고.. 그런데 '질문'이란 화두가 묘하게 나를 끌어 당겼고,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내내 저 질문이 따라왔다. 마지막에 가서 왜 내가 저 질문을 부여잡고 있었는지도 알았다.


"여러 논쟁이 세모바 자체를 초월해버리는 동안 나는 모든게 뒤죽박죽으로 느껴질 뿐이어서 의견을 가질 수가 없었다.내가 의견을 가져야 하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많은 일에 대하여 그래왔지만(...)"/ 29쪽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시간을 지나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형 참사가 일어날때도 사람들이 뭔가 혐오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나는 너무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왔더랬다. 타인을 향한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나에게 질문을 먼저 해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덜 혼란스럽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이야기 속 주제는 자연스럽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으로 연결이 되었던 점이 좋았다. 아주 재미나게 읽혔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주었다는 기분..물론 이것 또한 읽는 독자 마음대로 해석한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과 세상을 비웃는 기분에 맹희는 혼자 키득거렸다.애인이라는 단어를 타이핑하며 휘성의<사랑은 맛있다>를 들었다."/75쪽, '롤링 선더 러브'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고 난 후 다시 우리나라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어떤 끌림으로 이 책을 내가 골랐을까...작가 이름도 낯선.. 그런데 한동안 애정했던 가수의 이름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애도하는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이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고 싶다>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6호 병동'이었다는 나의 기록(2022년3월) 그때와 지금 다르게 읽혀진 것이 당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탄핵의 시간을 겪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스스로 두려움이란 껍데기로 숨어간 이반을 안쓰럽게 바라보았을 것 같다. 중요한 건..재미난 건 '6호 병동'을 한줄로 요약할 지점은 같았다는 사실이다. 삶은 참으로 성가신 덫입니다.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 성숙함에 이르러 제대로 판단하게 되면서 자신이 출구 없는 덫에 걸려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82쪽










"인생은 지긋지긋한  덫입니다.생각이 있는 사람이 성숙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이 출구 없는 덫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83쪽


미치광이와 인간이 공존한다는 말을 심오하게 받아들이며 읽었던 처음과 달리, 현실에서 날뛰는 미치광이를 보고 있는 탓에,공존한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선은 지극히 오독하고 싶은 나의 마음일 뿐이다. '6호 병동'을 다시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맞지만.. 진짜 재미라면 '상자 속 인간'을 읽고 '유형지에서'를 읽은 다음 '6호 병동' 으로 이어진 알 수 없는끌림이었다. 다른 듯 닮은 인물들과의 만남.상자,유형지,감옥,병원..모두 우리를 구속하는 것들이다. 상자 속 남자를 욕하지만,욕하는 이들도 결국 스스로 만든 상자 속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유형지에서 자유를 꿈꾸지 않는 늙은이(세묜)을 떠올리게 했다.6호 병동에서는 두려움에 숨어드는 이반이 상자 속 인간 벨리코프를 연상시켰다. 물론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인생은 지긋지긋한 덫이란 말로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각자 이유는 달랐지만..우리는 그렇게 그렇게 지랄맞은 삶을 살아간다. 미처 날뛰는 사람도, 스스로 유배지 삶을 택한 이도,정신 병원으로 찾아 들어간 이도... 안드레이 에피미치의 탄식이 정신 번쩍 들게 했다...이 부분도 2022년과 같은 느낌으로 와 닿은 부분이라 신기했다. 달라진 점이라면,그때는 생각하는 것이 고통이라면 차라리 스스로 생각하는 걸 멈추는 것이 행복한 걸까..라는 질문 자체를 하면 안된다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는 거다.


"어떻게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단 말인가.그는 고통을 몰랐고,또 고통에 대한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러니까 그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하지만 니끼따처럼 완고하고 투박한 양심이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늘하게 만들었다.(...)/125쪽


생각 없이 사는 니끼타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반의 패악이 오히려 카타르시스처럼 전해져왔다.부디 그가 유령으로 부활해주길...미치광이들을 모두 잡아 가 주길...


"나는 저 세상에서 유령이 되어 여기에 와 이 악당들을 놀라게 해줄 거야.머리카락이 새도록 말이야"/122쪽









"(..)병원 동료들의 음모와 악행에 맞서 대응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모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경멸했던 의사 라긴은 사회의 폭력과 음모에 의해 희생당한다.그는 정신병자로 몰려 6호실의 6번째 칸의 환자가 되어 격리병동에 갇혀있다가 경비원 니키타의 구타로 뇌출혈을 일으켜 죽음에 이른다"/272쪽


'6호 병동'을 다시 읽으려고 마음 먹고 나서 <체홉의 6호실>이 보였다. 출판사 이름은 낯설지만, 체호프의 작품 세 편만을 소개했다는 건,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열린책들은 이 부분이 좀 아쉬웠다) 덕분에 '6호 병동'을 쓰게 된 이유와, 의사 라긴에 대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도 않을 거고 또 이해하지도  못할 거라고 판단한 표정으로 조급하게 머리를 흔들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하지만 곧 다시 말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 어떤 판단보다 앞서, 내키는 대로 격정적으로 열변을 토한다.그의 이야기는 헛소리처럼 무질서하고 들떠 있으며 돌발적이어서 전혀 이해 할 수 없지만(...)그가 말할 때 당신은 그의 안에 미치광이와 정상적인 인간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65쪽


"사람들을 판단할 때 그는 백과 흑,두 가지 색으로만 칠할 뿐 그 어떤 중간색도 인정하지 않았다.인류는 정직한 부류와 비열한 부류로 나뉠 뿐 그 중간이란 없다는 것이다.(...)"/67쪽


"온갖 폭력이 사회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필연으로 받아들여지고,무죄 판결과 같이 자비로운 모든 행동에 불만과 복수의 감정이 폭발하는 속에서 정의를 생각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69쪽












오랜만에 체홉의 소설을 다시 찾아 읽고 있다. 처음 읽는 단편도 있고, 예전에 읽었던 단편도 다시 읽고 있다. '6호병동' 은 재미나게 읽었던 걸로 기억하지만..언제나 그렇듯 지난번 읽었을 때와 너무 다른 느낌이라 기분이 묘하다. 탄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탓이지 않은 가 싶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절규하는 남자의 고백이...전혀 다른 인물로 교차되는 순간이라니...미치광이와 정상적인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던 것 같은데..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우겨보고 싶어지는 마음.두려움으로 몸부림 쳤던 이반 드미뜨리치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때도 있었는데...아이러니하다. 다시 '미치광이와 인간이 공존한다'는 체홉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정상적인 인간은 애초에 없다는 말일까? 누구도 언제든 미치광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였을까? 우리안에 이성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는 경고였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