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
정은길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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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습관>은 이런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경매로 부자되는 법', '주식 고수되는 법'등 부자가 되는 방법은 넘쳐나는 반면, 평범한 소시민이 차곡차곡 돈을 모아 풍요로운 삶을 사는 방법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p.25) 이에, 작가는 [생활재테크]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나는 주식이나 펀드가 아니라, 작은 습관과 행동으로 돈을 모으는 길을 택했고, 이것을 '생활재테크'라 부르기로 했다. 적게 벌어도 잘살 수 있는 핵심은 한마디로 [절약과 저축]이다.'(p.10)

 

생활재테크의 6대 원칙(p.31이하)은 다음과 같다. [원칙1 : 확실한 목표를 정한다. 원칙2 :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원칙3 : 비용절감을 실천한다. 원칙4 : 남의 돈도 아까워한다. 원칙5 : 가치 있게 쓴다. 원칙6 : 꾸준히 관리한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원칙4이다. 독특하지 않은가? 원칙4의 핵심은, '남의 돈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돈을 모을 수 있다.'이다. 저자는 어떤 행동을 구체적으로 예시해, 성토에 가까운 비판을 한다. 이런 행동이다. 평소엔 싼거 먹다가, 다른 사람이 밥을 산다고 하면, 제일 비싼 음식을 시켜먹는 행동. (이런, 나도 저러는데-_-)

 

2장부터는 6대 원칙이 녹아있는 생활재테크의 구체적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특히 저자가 학창시절부터 어떻게 돈을 모아왔는지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인간 정은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이렇게 근검절약하고 똑부러지는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고!! 남자들아ㅋ 또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어서 단순히 교훈만 전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읽는 맛이 살아있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보자. 1) 포장이사가 아닌 일반이사를 하다. 저자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라도 비용을 절감하는 게 낫다'(p.37)고 판단하고, 손수 이사짐을 쌌다. 퇴근 후 하루는 주방용품, 하루는 옷, 하루는 생활용품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말이 쉽지 손수 이사짐을 싸고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시간이 퇴근 후 시간으로 제한되는 직장여성의 경우 더더욱. 하지만, 저자는 직접 이사짐을 싸서 무려 100만원 가까운 돈을 절약(p.38)할 수 있었다.

 

2) 의상협찬 한번 받아볼까? 아나운서인 저자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의상비 지출이 많았다. 고민 끝에 의상협찬을 받기로 하고, 직접 협상(p.88이하)에 나선다. 그러나, 처음 찾아간 두 곳에선 거절을 당했다. 왜 일까?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이들 업체는 의상협찬을 해본적이 없는 업체이거나, 권한이 없는 본사의 직영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저자는 본사 의상협찬 담당자와 협의를 하고, 손수 의상협찬을 받아낸다. 이렇게 직접 발로 뛰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회사내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기까지 했다'(p.89)니 멋지지 않은가?

 

3) 절약하면서 연애하기! 연애하면 돈을 많이 쓰게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념을 무너뜨린다. 일명, '연애와 돈의 불편한 관계 끊어버리기.'(p.153이하) 저자는 '남자친구와 연애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와 더욱 친해지는 방법을 택했다.'(p.155)고 한다. 구체적으로 커플도시락을 싸서 함께 도서관에 가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떻게 주문해야 가장 싼지를 남자친구와 놀이처럼 즐겼단다. 정말 대단하다. 이런 것은 내가 로망처럼 꿈꿔 왔지만, 상대를 찾지 못해 하지 못했던 것이다ㅋㅋㅋ (이런, 여자분 어디 없나요?ㅋ)

 

근검절약 한다고 자부하던 나는, 저자 앞에서 무릎을 끓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활재테크]는 사소하지만 놓치고 있던 절약 포인트를 꼼꼼이 짚어 준다. 정말 필요한 것은, 주식이니, 펀드 같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상과 밀착된 재테크 노하우야 말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생생한 경험이 녹아있는 생활재테크 에피소드를 통해, 제목처럼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들의 습관]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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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를 찾아라! 판타지 여행
마틴 핸드포드 지음, 조원희 옮김 / 예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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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릴 때 재미있게 했던 [윌리를 찾아라]가 책으로 나오다니. 당시에는 잡지 부록으로 브로마이드처럼 들어 있던 걸 했었는데, 멋진 책으로 나온 '윌리'를 만나니 더욱 반갑다. 잊고 있던 옛 친구를 만난 기분^^

<월리를 찾아라! - 판타지 여행>엔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환상적인 그림이 가득하다. [바이킹의 대단한 뷔페], [빨간 난쟁이들의 습격], [날아다니는 양탄자]등 무려 12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당연히 올컬러에 최고급 종이로 말이다.

월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노파심에 설명하면, 빨간 줄무늬 T셔츠를 입고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가 윌리이다. 말보다 직접 보는게 좋을 듯^^ 한가지 놀란 건, 찾아야 할 대상이 월리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윌리에겐 여자친구 '웬다'도 있고, 강아지 '우프'도 있었다. 또 흰수염 마법사, 오드로도 있고 월리의 열쇠, 웬다의 카메라, 마법사가 숨긴 두루마리도 찾아야 한다. 헉헉. 어릴 적에는 윌리만 찾았는데, 이럴 수가.

열심히 윌리를 찾으며, 이 책의 가치를 생각해 봤다. 일단, 재미있다. 다양한 인물, 사물, 옷차림을 보며 그림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숨은 윌리를 찾는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둘째,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근래 책을 읽으며 이렇게 뚫어져라 본 적은 없었다. 완전 몰입, 무아지경ㅋㅋㅋ그렇다. 월리와 함께하면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인지력과 색감을 키울 수 있고, 책과 친해질 수도 있다.

<월리를 찾아라! - 판타지 여행>,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윌리 역시 반가웠다. (예쁜 책으로 만나는 윌리라 더욱 반가웠다는^^) 시작할 때는 자신만만했는데, 오랜만에 찾으려니 만만치 않았다. (12개 에피소드 중에 겨우 5개에서만 윌리를 찾았음-_-) 다행히 '윌리 추격대를 찾기 위한 목록'이란 도움말이 뒤에 실려 있다. 참조하면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미스터리 퍼즐을 푸는 듯한 기분도 들고.

많은 말을 했지만, <월리를 찾아라! - 판타지 여행>은 말이 필요 없는 책이다. 세계 28개국 3천만명 이상이 찾는 윌리다. 더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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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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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는 지승호씨가 공지영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오가는 대화에 편안하게 귀 기울이면 되는지라, 부담없이 읽었고 무척 즐거웠다. 괴상하게도 남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쾌감(-_-)까지 느꼈다. 돌아보면 항상 '작가의 말'에 굶주려 있었다. 책에 실리는 그런 '작가의 말'이 아닌, 함께 밥먹으며 주고 받을 수 있는 편안한 말 말이다. 일반 독자는 거의 접할 수 없지 않은가? 아무튼 이 책으로 '작가의 말'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었다. 공지영 작가님에서 끝내지 말고 다른 작가들도 인터뷰 했으면 좋겠다.

목차는 작가의 작품으로 되어 있으며, 인터뷰에 앞서 해당 작품에 대한 지승호씨의 코멘트가 있다. 1장은 <즐거운 나의 집>이다.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지라 민감한 이혼 문제가 시작부터 튀어 나온다. 세 번 이혼했다는 걸 밝힌 것에 대해, "극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거죠. 그것을 그냥 받아들인 거예요. 내가 그렇다는 것을. (중략) 결혼에는 무능하고 실패한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p.31)라고 한다. 여성지의 왜곡, 대중의 시선에 힘들어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공지영 작가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선생이) 찍어 가지고 미워하고 그런다"라며 분해하는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 길지만 작가의 말을 인용하겠다. "엄마가 그 선생님이 너 잘되라고 그런다는 거짓말은 안 할게. 솔직히 그건 거짓말이야. 선생님도 화가 나서 너한테 감정적으로 대했을 수 있어." "이상한 선생님들이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도 많아. 앞으로도 평생 한 2000명은 만날 거야. 그럴 때마다 계속 끝까지 대들래? 그리고 선생님들은 1년 지나면 바뀌잖아. 네가 알아서 편한 대로 처신해."(p.64) 정말 멋진 엄마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 이상한 선생들 때문에 힘들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괜히 걱정하실까 봐 혼자 참았는데, 공지영 작가의 저 한마디를 들었다면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말대꾸한다'는 말에 대한 이야기(p.64)가 오간다. "'말대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는 것 아닙니까?"라는 지승호씨의 말에, 작가는 "그런데 왜 일단 '알겠습니다.'하라는  거예요? 전 어릴 때부터 그게 너무 싫었어요."라고 한다. 여러모로 공지영 작가는 나랑 통하는 면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데, 어떻게 '알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군대'란 특수조직에선 무조건 '알겠습니다' 해야 한다. 저긴 이성과 논리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_- '알겠습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군대에서 힘들다. 휴)

3장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사형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간다. 작가가 사형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자. "그 사람들을 죽여서 아이들이 살아올 수 있다면 저도 사형제에 찬성할 거예요. 그건데 또 하나의 살인이 무참히 저질러지는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중략) 생명은 인간의 소관이 아닌 것 같아요. 누구도 생명을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중략)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 경찰들의 무능, 이런 것들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되는데, 그 사람 하나 죽인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p.112) 그렇구나. 솔직히 사형제에 대해선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작가의 입장을 접한 것으로 만족하자.

평론가들이 공지영 작가에 배타적이란 걸 알고 약간 놀랐다. 그리고 작가님이 주요 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뛰어난 작품성, 대중적 호응을 고려하면 받아도 수십번은 더 받아야 하지 않나?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작가는 21세기문학상 심사위원 김윤식 선생님의 심사평을 말하는데, 다소나마 위안이 된 듯하다. "사실 공지영 씨가 이제 와서 첫 상을 받느냐고 사람들이 나한테 많이 물어보는데, 솔직히 평론가의 입장에서 상은 더 잘하라고 주는 거다. 그런데 공지영 작가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줄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 좀 뜸한 것 같았다. 그래서 격려차 주는 것이다."(p.146) 오죽하면 작가가 이름을 숨기고 신인 문학상에 응모하고 싶어 했을까?

다른 작가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선, "'이 사람 참 천재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거든요. 굉장히 기발하고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벽이기도 한 것 같아요."(p.233)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취향을 말하면서,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고, 구성이 짜임새 있게 흘러가지만 삶이 거기서 발견되지 않는 것 같은, 말하자면 아픔이 발견되지 않는 그런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p.369)고 한다. 그런 얘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드는데(정확히는 지승호씨의 질문에서 드러남), 약간 의외였다.

<괜찮다, 다 괜찮다> 멋진 책이다. 부지런한 인터뷰어 지승호, 최고 인기작가 공지영의 장점과 매력이 더해져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공지영 작가의 작품을 읽은 것보다, 작가님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더 가까워진 느낌까지 든다. 평소 공지영 작가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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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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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그림책이다. 알라딘에는 '만4세-6세' 유아 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니다.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주제의식이 심오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쟁이 한창인 어느 곳, 두개의 참호가 있다. 참호속 병사는 적이다. 이들이 받은 전쟁 지침서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적은 잔인하고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중략) 적은 인간이 아니다.' 전쟁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상대는 아무 이유도 없이 여자와 아이를 죽이는 야수이기 때문에. 그러면 '그'가 '나'를 죽일 테니까.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나'는 상대의 참호로 기어간다. 하지만 적의 참호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충격에 빠진다.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었다. 전쟁 지침서는 거짓투성이였다. 거짓을 알게 된 그들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쟁 반대, 평화 추구. 전쟁을 벌인 자들에 대한 분노,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에 동원된 젊은이들의 인권재고. 전쟁을 시작한 이들에 대한 분노는 그림자체에 묻어난다. 사악하고 재수없는 표정, 과시욕, 명예욕을 상징하는 치렁치렁한 훈장들, 이들은 왜 전쟁을 시작한 걸까? 정녕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것인가?

'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생각한다. '적도 저 별을 바라보고 있을까? 별을 바라본다면 그 역시 아무 소용없는 이 전쟁 따위는 어서 끝내야 한다고 깨달을지 모른다'고. 우리 모두 별을 한번 바라봐야지 않을까,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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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독종 - 세계 양궁 1등을 지킨 서거원의 승부 전략
서거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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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독종>은 1988년부터 국가대표 양궁팀을 이끌며 수십 년간 세계정상에 군림했던 서거원 감독의 책이다. 리더쉽 지침서, 자기계발서를 지향하지만, 한국 양궁의 생생한 발전사로 읽을 수도 있다. 이는 다른 자기계발서와 차별되는 매력이다. 한국 양궁이란 매력적 소재, 생생한 지휘경험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가슴에 와 닿는 정도가 다르다. 추상적이거나, 외국사례를 소개하는데 그치는 일부 자기계발서와는 완전히 다른 레벨. 

25년간 세계정상으로 군림한 한국양궁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이 한국양궁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우리 민족이 고주몽의 후예이기 때문이야. 활 잘 쏘기로 타고난 민족이기 때문이지'라고. 저자는 이것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웃어넘긴다. 먼저 '활은 오랜 역사를 지닌 사냥도구로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였던 것이고, 어느 나라에나 민족 고유의 활 유산이 있다'(p.99참조)고 한다. 또한, 양궁이 서양인 체격에 맞는 스포츠란 점을 상기시킨다. 한마디로 한국양궁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민족적, 선천적인 것과는 무관하고, 치밀한 전략, 엄청난 훈련의 양, 피나는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p.100참조)

엄청난 훈련, 언론을 통해 약간 소개되긴 했지만 직접 지도하던 감독님의 글을 읽으니 훨신 생생했다. 한국양궁의 엄청난 훈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p.55참조)이다. 이어 다양한 훈련방식이 소개(p.56이하)된다. 소음에 대비한 야구장, 경륜장 훈련, 내면의 공포를 이기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하이다이빙 훈련, 최전방 GOP 경계근무를 통한 훈련 등. 마지막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가 인상깊었다.

'긴장과 적막이 교차하는 곳이자 실제로 적과 대치된 상황에서 선수들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밤을 새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다 보면 외부의 적이 아닌 자기 내부의 적과 대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본다.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사명감, 자기가 해야 할 도리,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의 각오 등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p.59) GOP에서 군생활의 1년을 보냈기에 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건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테네 코린토스 운하에서 실시된 번지점프 훈련이야기(p.109이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올림픽을 두어 달 앞둔 시점,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은 120m에 달하는 코린토스 운하에서 번지점프 훈련을 받는다.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저자가 먼저 뛰어내리고, 이젠 선수차례. 제일 먼저 뛰어내린 선수는 여자선수 A였다. "감독님, 저요!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당차지 않은가? 이어 여자선수들이 차례로 뛰고 남자선수만이 남았다. 두 달 후 올림픽이 열렸고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번지점프를 한 순서대로 개인전 메달순위가 나온 것이다. 가장 먼저 뛴 A선수가 금메달이었다. 저자는 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주어진 과제와 목표를 대할 때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자발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3부부터는 '서칼(저자의 별명)표 리더쉽'이 본격적으로 제시된다. 이미 말했듯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를 들어, '기다림의 리더쉽'(p.154) 부분에선 고소공포증 때문에 번지점프를 못하던 선수를 끝까지 기다려 주는 지도자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선장 리더쉽'(p.180)에는 IMF때문에 실업팀이 해체되자 끝까지 동거동락을 함께 하던 뭉클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치유의 리더쉽'(p.190)에는 선수간 갈등과 정신적 방황때문에 힘들어 하던 선수를 다독여 최고의 양궁선수로 거듭나게 이끌었던 사례가 나온다.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저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놀라기도 했다. 원론만 늘어놓고 책과 생생한 사례가 숨쉬는 책,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말이 필요없지 않은가?

이야기 끝부분에 '서거원의 Winning Secret'이란 항목이 있다. 이는 저자가 책을 읽다 메모해 둔 인상깊은 구절을 독자에게 소개한 것이다. 뭐 분명 좋은 말이 실려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나만의 최고 수행 능력을 이끌어 내라'(p.114)뒤에 실린 것은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그냥 책의 구성을 풍성하게 했다는 정도.

양궁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건 행복한 일이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양궁은 수십년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서거원 감독님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해 온 수많이 이의 노력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계발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냥 에세이였어도 충분한 감동과 교훈을 선사했을 책이다. 혹시 자기계발서에 거부감을 가진 독자(사실 나역시 자기계발서는 싫어한다)라고, 이 책은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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