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밀러가 진행했던 The Atheism Tapes에서 

콜린 맥긴 편. 유튜브에서 가져오려고 했더니, 유튜브 서비스가 하루 사이에 

개편되었나 보다. 지금 동영상 퍼오기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퍼오지 못하고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하여튼 그가 출연해서, 위와 같은 얘기도 하고 다른 출연자들이 그랬듯이 종교(믿음)의 면에서 

자기의 성장과정, 자신의 전기... 를 들려주는데 


"이 세계가 사악한 사람이 번영하고 덕 있는 사람은 그러지 못하는 곳임을 알 때 

종교의 어떤 가르침들이 진실이길 믿고 싶은 마음은 오래 갈 수 있어요." 이런 말 한다. 


Wicked people prosper and virtuous people don't. 

이 간단하고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 듣던 당시 순간 가슴을 쳤는데 

콜린 맥긴이 대단히 매력적이거나 뛰어난 철학자는 아니라도 (이것 보기 전에 거의 모르던 분이다) 

어쨌든 열정적으로 생각하는 현실의 인물이 자기 경험을 뒤에 두고 하는 말이라서 그랬나. 그랬을 것 같고 

또 영어 어휘도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wicked = clever + evil. 우리말로 "사악한"에서는 꼭 그렇지 않지만 

영어에서 wicked는, 지능이 (나쁜 쪽으로) 높음.. 이런 의미 거의 반드시 있는 것. 그리고 주로, 매력이 암시되기도 하고. virtue, virtuous의 경우에도, 좋은 인격과 인격의 실행. 이 면에서 전혀 허황하지 않은 무엇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같고. 우리의 경우엔 "덕 있는" 이런 말이, 공허하지 않게 들리기가 어렵지 않나. 


이 말이 참 와닿았던 데다가 

이 말과 직접 이어질만한 내용의 글을 수업에서 읽게 되어서 

토론 질문으로 쓰기도 했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말 뜻을 설명하는데 어려움 겪음. 

성공한 사람은 사악하고 가난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착하다는 건 편견 아닌가요? 

(패자들의 정신 승리 아닌가요?) : 이런 반응 앞에서. 


한국의 현실에서 인문학이 칭송하는 미덕들을 말할 수 없다... 같은 때가 많았기 때문에도 

꼭,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이 침몰하지 않음을 보고 싶다. 

언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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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6-12-0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세상의 부조리를 설명하기(납득하기) 위해 종교가 생겨났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정의가 실현되어야 할텐데 이 세상에서 실현이 안되니 죽은 다음에라도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거지요. 착한 일 하면 천국에, 나쁜 일 하면 지옥에 가는 식으로요...

몰리 2016-12-07 12:01   좋아요 0 | URL
가인박명, 재인박명 이런 말도
아름다운 사람 뛰어난 사람이 비명에 가는 일이
하도 부당해서, 남은 사람들이 하게 된 말이겠지요.
(아닌가요, 혹시 실제 고사가 있을 수도요 ;;)

그런데 현사태 이전엔
정말 어딜 어떻게 보든,
진리 정의 양심, 기타 등등 인문학이 탐구하는 가치들을
맨정신으로 진지하게 말할 수 없다고 언제나 느꼈었는데
앞으로 적어도 덜 그래질 것 같긴 해요. 이게, 참 신기할 지경입니다.
 



어제, 12월 5일은 조앤 디디온의 생일이었다고 

Writer's Almanac이 전해 주었다. 34년생. 그녀의 에세이집 The White Album에 실린 에세이 하나가 

"We tell ourselves stories in order to live." 이런 첫문장으로 시작하는데, 그 문장이 아주 유명한 문장이라고. 


불어 문법 공부할 때, 대명동사...... 이거 불어의 매력이겠다 (그 말고도 여러, 중요한 매력들이; 있겠지만) 

생각하고 불어 문장 볼 때 대명동사가 나오면 (아주 자주 나온다, 영어엔 없는 거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나 몰라도) 오호. 잠시 반색. 대명동사와 비할 바 아니겠지만 영어에선 재귀대명사. 우리말 번역하면서 직역하면 거의 예외없이 어색해지는 재귀대명사. 저 짧은 문장도 피해가지 못하지 않나, 번역하면 거추장스러워지는 일. 




34년생이니 지금은 많이 늙었고 

노년의 사진 보면 젊었을 때의 이런 사진들과는 많이 다르다. (당연..... ㅋㅋㅋㅋㅋ; 당연 안해도 될텐데;;;). 

패션 아이콘으로 유명했다고. 셀린 모델도 했었다던가, 그런 얘기도 들은 것 같다. 어쨌든 여러 사진에서, 미국보다 프랑스 분위기. 






우리가 의미를 생산하는 중요한 수단, 방법이 이야기(서사)다, 

인문학 옹호를 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이 말에 대해, 나는 유보적인 것 같다. 

바슐라르라면, 유보적일 것이다. <순간의 직관> 같은 책을 쓰셔서만은 아닌 

'총체화하는 충동' 이런 것에 깊이 기질적인 반감이, 바슐라르에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바슐라르라면, 디디온의 위의 말에 더 오래 반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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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영어 단어는 questioning으로 선택해 보자. doubt와 의미가 조금 겹치게끔)은 

인간의(나든, 남이든) 성장을 돕지만, 의심은 그러지 않지 않나. 나를 탐색하게 하는 힘과 

나를 의심하게 하는 힘은 구분해야 하는 것 같다. 내게든 다른 사람들에게든, 탐색을 요청해야지 

의심을 요청해선 안되는 것 같고. 


7시 즈음 학교에 도착했는데 

그 시각에 아직도 캄캄(까진 아니면, 컴컴). 지난 주 수요일만 해도 아니지 않았나? 했더니 수요일 그 시각엔 지하철에 있었던 것이었음. 매일 일단 인용할 양식부터. 



*그런가 하면 링클레이터가 <힘에의 의지>에서 인용해 Slacker에서 썼던 그 문장들: 

진짜 전사가 넘어야할 최초의 장애물: "내가 아끼고 믿는 인간들을 향해 빈다. 그들에게 고통이, 버림받음이,

질병이, 냉대가, 모욕이 있기를. 그들에게 심오한 자기-혐오가 남의 일이 아니기를.

그들이 자기-불신이라는 고문과 패배라는 비참에 친숙하기를. 그들을 향한 연민은 나의 몫이 아니다.

오늘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기준이, 그가 버텼는가이므로."

 

The first hurdle for a true warrior: "To those humans in whom I have faith, I wish suffering, being forsaken,

sickness, maltreatment, humiliation. I wish that they should not remain unfamiliar with profound self-contempt,

the torture of self-mistrust, and the misery of the vanquished. I have no pity for them because I wish them the only

thing that can prove today whether one is worth anything or not: that one endures."


여기서 니체가 self-doubt를 일종의 미덕으로 제시하는 거 아니었나 해서 정확히는 어떤 단어였나 찾아보니 

self-mistrust. 자기-의심과 자기-불신. mistrust에 해당하는 독어단어는 영어로는 self-doubt에 쓰는 doubt의 

뜻이기도 해서, 니체 문장에서 저 말은 self-doubt로 바꾸어도 아무 차이 없을 수도 있을 듯. 그렇긴 한데, 그렇다 해도 플라스가 말하는 자기 의심과 니체가 저 문장들에서 말하는 그것은 


작더라도 중요하게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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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가서 석사 1년차일 때 

영화도 중요하게 포함된 20세기 미국문학 수업 듣고 

히치콕과 What Lies Beneath, 주제로 기말 페이퍼를 썼다. 

Psycho만이 아니라 Vertigo, Rear Window 기타 히치콕의 걸작들을 

로버트 저멕키스가 차용하고 오마주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마나한(그래서, 하지말아야할) 소리였을 텐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어려웠던 당시 내게, 선택의 여지가 얼마나 있었으랴. 하여튼 쓰는 나 자신은 신기해 

하면서 (Psycho에서 버나드 허먼의 음악, Saul Bass의 타이틀 디자인 이런 것도 시대보정하면, 혹은 하지 않아도 

얼마나 획기적인가........ 걸작걸작) 좋아하며 썼다. 


그리고 담당 교수가, 페이퍼에 붙인 논평에서 들려주던 말: 

"네가 여기 쓴 내용 거의 전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내용이다. 버나드 허먼. 사울 배스. 히치콕이고 뭐고. 등등. 

모두가 안다." 


이게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저멕키스의 What Lies Beneath이 히치콕 차용, 오마주 함은 

히치콕을 보았고 그 영화를 본다면 (보지 않아도. 영화 포스터부터가 강력히) 몰라볼 수 없는 것이긴 한데

몰라볼 수 없든 말든 난 그걸 글로 쓰... 려고 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 이런 이상함. 


어쨌든 이 일. ㅋㅋㅋㅋㅋㅋ 혼자 기억하고 웃게 되는 일이 지금도 있다. 

너 왜 세상 모르는 사람 없는 일을 혼자 흥분해 쓰고 그래. 너만 몰랐다. 너만 몰랐다고. 


두고두고 생각할 점이 있긴 하다. 

어느 지점부터, 이것은 말해진 바 없는 것이라 (혹은 충분히 말해지지 않은 것이라, 다시) 말할 가치 있다는 

판단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 없다 해서 말할 가치도 없는 것인지. 


히치콕은 지금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영화 보고 싶어지는 때도 거의 없지만 

춥고 흐리고 하늘이 무거운 날, Dial M for Murder 이런 영화가 

집안에서 상영 중이면, 뜨겁게 달군 방바닥으로 이불을 들치고 들어가 

반쯤은 열심히 딴 생각하고 반쯤은 열심히 히치콕의 장인정신에 감탄하면서 

본담 좋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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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2-04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 바스, 타이틀 디자인은 확실히 예술적이죠.. 타이포그라피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장인입니다..ㅎㅎ

몰리 2016-12-04 17:12   좋아요 0 | URL
Psycho 오프닝은
여러 번 봐도 볼 때마다 짜릿하기도 합니다. 당시엔 정말 신선했을 거에요.

모두가 알고 있고. ;;
 



이 책도 좋은 책이다. 

읽은 게 아니고, 독해가 아니라 해독, 판독했던 책임에도. 온라인 사전이 아니라 

하드카피 사전을 써야 했다면, 사전이 닳아가는 게 보였을지도. 불어 문법이 중급 정도 되나 

문장 속 모든 어휘의 의미를 알아도 문장으로 완성해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래도 한참 

오래 들여다보고 궁리하다보면, 문장이 되기도 했다. 사실 이런 게 외국어 공부의 중요한 재미 아닌가. 어려웠던 문장들이 

이해되는 일. 


인문학은 

이미 있는 진실을 말할 자격을 얻어가는 과정. 그리고 윗점은 '자격'에 찍어야 한다. 

그렇다 생각한 적 있는데, "나는 공부하다 동사의 주어에 불과하다"는 바슐라르 말, 이 말을 할 

자격은 내게 아직 없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씀. 이것이 오늘의 인용할 양식입니다. 



오픈사전new

자료제공
동아출판 프라임 불한사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새한불 사전
민중서림 엣센스 한불사전



네이버 불어 사전에서 단어장 기능을 13년부터 쓰고 있는데 

15년엔 4천개가 넘는 단어를 기록했지만 올핸 그 10분의 1. 

해가 가기 전에 적어도 네자리 수를 넘겨두어야 겠다고 작정하고 

막 아무 단어나 찾아보고 입력하기. 이 (이런 쓸데없는) 일에도 착수했다. 

불어 책을 옆에 세워두고 계속 단어를 찾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몰아서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눈이 조금 트인 느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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