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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나눠서 읽고 천천히 느낌을 곱씹는다.

 

제일 뒤에 실려있던 '뼈도둑'과 '파씨의 입문'은 춥다. 꽁꽁 얼어서 깨질 것만 같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서 어쩌면 '계속' 뭔가가 일어나는걸까. 장을 사랑하고 사랑받던 조는 장의 죽음 후, 그의 장례 후, 장의 가족에게서 내쳐진다. 숨어들듯 시골의 어느 농가에 세를 얻는 조. 배수구 없는 수돗가는 조의 심정이고 불에 타서 뼈만 남은 장 처럼 추위와 눈에 갇혀 굶어서 뼈만 남은 조는 장의 유골함을 향한 모험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한의 기온과 폭설은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데, 조의 마음과 시골집의 상황이 밖으로 뻗어나가 온 세상을 삼켜버린 결과다. 같은 性이라고 눈총을 받던 시간들과 달리 극과 극으로 떨어져 헤매는 조. 만나세요, 가서 꼭 장을 만나세요.

 

'파씨의 입문'은 언뜻 '옹기전'의 아이가 생각도 나고, 어쩌면 '야행'의 그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난과 추위에 덤덤하게 체온을 뺏기고 무심하게 배를 곯으며 하루 하루를 산다. 아빠가 저 위에 챙겨놓은 짐과 엄마가 입안에 넣고 자는 밥 한 숫갈은 뭔가. 이들은 이미 관 속에 누워있다가 커다란 전기 관, 냉장고를 이고 지고 웃으며 나르는건가. 앞 뒤가 맞지 않잖아, 이런건, 왜 이러고 사는 아니 헤매고 있는데? 그런데 읽히다니.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인물 하나 하나가 죄다 내 머리와 몸에 들어와 박히는 기분이라니. 이렇게 축축하고 차가워서 닿으면 아픈데 속에선 뜨끈하다니. 황정은의 소설을 죄다 찾아서 읽어버리겠다. 소리내서 읽어서 다 먹어버리겠다. 그런데 파씨, 는 뭔지 모르겠다. 모르는 거라고, 그냥 파씨는 파씨라고 작가가 말했는데도 종일 파 생각이 났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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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2-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래서 전 만두님의 일상 사진이 곁든 글들을 사랑합니다^^
기온은 좀 많이 올라갔나요?
따뜻하단 이곳도 수치는 영하3도라고 찍혀 있어요.
어제 한낮엔 이제 봄이 오는건가?착각될 정도로 햇살은 따뜻하더라구요.밤 되니까 다시 겨울답게 추워졌지만요ㅜ
저 파뿌리로 차를 달여 마시면 어떤 맛일까?문득 생각되어 집니다.
파뿌리 차의 입문일지도??^^

유부만두 2018-02-03 10:11   좋아요 0 | URL
파뿌리는 멸치 국물용으로 정리한거에요. ^^
보통 파뿌리 부분은 잘라 버렸는데 이번 건 깨끗한 편이라 넣어보려고요.

어제 낮까진 괜찮았는데 밤부턴 춥더라고요. 주말 내내 춥다는데....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목나무 2018-02-0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 2월부터 황정은 단편들 다시 읽으려구요. 저도~~~
파씨 대신 세신한 파뿌리라. . ㅎㅎ
저걸로 뭘 하시려나요. 언니님은. . . 궁금궁금. . @.@

유부만두 2018-02-03 10:12   좋아요 0 | URL
멸치국물! 멸치 똥이라 머리 따서 넣고 파뿌리랑 흰부분 넣고 건새우도 조금 넣고 다시마랑 끓이지롱. 국수도 삶아먹고 된장찌개에도 쓰고 계란찜에도 넣는다우.

라로 2018-02-0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도 잘하시는 유부만두 님!!!👍
제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자동 타입 옵션을 켜놨는데 제가 유부만두 님께 댓글을 많이 달았나봐요!! ㅎㅎㅎㅎ “유” 라는 글짜만 치면 자동으로 유부만두 가 나와서 그냥 입력합니다. ㅎㅎㅎㅎ
파뿌리가 기침에 좋았던가요?

유부만두 2018-02-03 10:1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이 포스팅과 댓글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저보고 ‘사기 잘 친다‘ 며 ....ㅎㅎㅎㅎ

뭐 저도 ‘라‘ 라면 라로님, 나옵니다.

psyche 2018-02-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를 보니 우리집 냉장고에서 썩고 있을 파가 생각나네... 비닐장갑끼고라도 파김치를 담궈야할까.ㅜㅜ

유부만두 2018-02-03 10:13   좋아요 0 | URL
언니....실은요, 제가 인터넷 장보기를 하는데 클릭을 잘못해서
대파를 석 단을 주문한 거에요. 보이시죠? 양이 많잔아요.......

파김치는 칼국수랑 먹으면 좋은데...(쓰읍)
 

<소설>
웃는 남자, 황정은, 은행나무, 2017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마음산책, 2017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문학동네, 2014
전락, 알베르 카뮈/ 유영 역, 창비, 2012
파씨의 입문, 황정은, 창비, 2012

<만화>
신과함께: 이승편 세트, 전 2권, 주호민, 애니북스, 2017
대만에서 보물 찾기, 아이세움, 2013

<어린이. 청소년>
페르코의 마법 물감, 벨라 발라즈/ 햇살과 나뭇꾼 역, 사계절, 2011
통조림 학원, 송미경, 스콜라, 2016

복수의 여신, 송미경, 창비, 2012
나의 진주 드레스, 송미경, 사계절, 2016
고양이 조문객, 선안나, 봄봄, 2017
사임씨와 덕봉이, 김리리, 문학동네 어린이, 2016
자동 작문기계, 로알드 달/ 이원경 역, 녹색지팡이, 2017

<비문학>
꽃보다 타이페이, 상치원화 편집부/ 이원주 형소진 역, 앨리스, 2014
타이페이 무작정 따라하기, 이진경, 김경현, 길벗, 2016
중국을 떠나며, 제임스 멕멀런/ 곽명단 역, 돌베개, 2017
멋진 판타지, 김서정, 굴렁쇠, 2002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문학동네, 2015

 

<영화>

신과 함께

코코

노팅 힐

토르, 라그나로크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틀 포레스트 1: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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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2-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엔 왠지 「알제리의 유령들」을 읽으실 것같은 느낌적 느낌이. , ㅋㅋ

유부만두 2018-02-02 07:35   좋아요 0 | URL
그 느낌이 팩트가 될겁니다....
(주섬 주섬 책을 챙긴다....)
 

귀여운 새 어린이 책을 만났다. 잠들기전 함께 읽으면 좋을듯한데 표지만 보고 '먹는 존재'의 박병을 떠올린 나는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고 말았다.

 

 

 

중고서점에서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셋트를 찾았고, 어시스의 마법사는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묵혀두었던 걸 애도하는 마음으로, 궁금했던 대만 영화의 원작도 함께 샀다.

 

 

춥지만 도서관에도 다니고 있어서 .... 도서관 책도 열심히 빌려다 쌓아놓고있다. 이제 읽을겁니다. 대출 기한이 끝나기 전에. 어쩌면 '그레이스'는 그냥 반납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지난번 처럼.

 

私は図書館で 少説をかりました。

나는 도서관에서 소설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구몬이 조금 밀렸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 세탁기를 녹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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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3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몬하고 싶어요!!
아드님이 군대를 갔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데 유부만두 님은 더 그럴실듯~~~.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데는 책과 음악이 최고?!

유부만두 2018-02-01 13:03   좋아요 0 | URL
실감이 안나다가, 덜컥 겁이 나다가 하고 있어요. 책과 음악이 조금 도움이 되긴하고요.

목나무 2018-01-3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왜 읽을 생각은 안들고 그냥 뿌듯만 한건지. . ㅋㅋㅋ

유부만두 2018-02-01 13:03   좋아요 0 | URL
뿌듯하지요. 그럼요. 쌓아두면 흐뭇한데 곧 다시 갖다 줘야하고...ㅎㅎ

psyche 2018-02-01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아직 어스시 시리즈 안읽어서 이번에 애도의 뜻으로 읽을까 생각만했는데. 어슐러 르 귄 좋아한다고 하면서 어스시를 안 읽었다니.. 하고 있었거든. 유부만두가 먼저 읽어보고 말해줘. ㅎㅎ 우리집 j 가 좋아했었는데... 어스시랑 한국에서 서부해안 연대기라고 나온거.

유부만두 2018-02-01 13:04   좋아요 0 | URL
장바구니에서만 오랫동안 만나고, 이제 언제쯤 읽으려는지는 몰라요. 때가 되면 읽겠구나 싶어요. ^^
 

아들의 취향은 힙합과 걸그룹인데 훈련소를 향하면서는 걸그룹 노래들만 계속 듣고 싶어했다. 두어 곡 빼고는 내 귀에는 낯선 귀엽게 반복되는 리듬. 예전에 우리 부모님께서 '요즘 가수들은 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노래를 부른다' 하셔서 섭섭했는데, 어쩜 내가 그렇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 발표되는 레드 벨벳과 수지의 신곡을 듣지 못하는 게 영 아쉬운지 여러번 내게 '대신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래, 그럴게. 나도 이번 기회에 귀를 열어 볼게. 아들은 내게 매일 두 곡의 걸그룹 노래를 들으라고 했다. 오케이.

 

레누와 동네 공식커플인 안토니오는 니노를 향한 레누의 눈빛에 불안하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 그 원인이 그 시인넘 아니겠니) 어머니와 동생들만 남겨두고 입대를 해야하는 상황. 자신의 처지를 아무리 관청에 호소해 봐도 변동은 없고, 애가 탄 레누는 친구 릴라의 도움으로 솔라라 망나니 부잣집 형제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전무죄, 아니 유전무병이라니까. 안토니오는 자존심에 더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만다. '레누, 넌 나를 고작 그렇게 여겼구나.' 안토니오는 레누와 헤어지고 군대에 간다.

 

상처 받은 레누는 계속 릴라와의 긴장되고, 또 풀어지고, 다시 팽팽해지는 관계를 유지한다. 읽는 동안 나는 레누 편에도 서서 릴라가 야속하다가 릴라가 측은하기도 할라치면 미친X, 하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열여섯 살, 고작 고등학생 나이에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진학도 못하고 결혼해 버린 릴라. 가장 친한 레누를 통해서 못이룬 꿈을 바라보는데, 그 아이 속은 얼마나 뒤틀리고 아플까. 남편이라고는... 하아... 이제 열여섯. 레누와 니노 이야기도 달콤하지만, 일단 군에 간 안토니오가 건강하길 바란다. 고생한다고, 힘들어 한다고 편지를 썼다는데 레누는 그 이야기도 전해들을 뿐.

 

매일 걸그룹 노래를 두 곡씩 듣는 것 말고 21개월 동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렇다. 그 책을 읽을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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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30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1-3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힙합과 걸그룹을 좋아하는 아드님이 건강하게 (나름) 즐겁게 군생활 잘 마치기를 바래봅니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읽으시다가 주요 인물들 욕하는 시간에 저 좀 꼭~~ 불러주시구요^^

유부만두 2018-01-30 18: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전 여름 여행으로 릴라네 따라서 레누가 섬에 와있는 장면이에요. 니노는 속을 모르겠네요. 릴라 레누 둘다 정이 가다 말다 하는데... 왠지 짠하고 미친애들 같고 ... 이야기는 정신없이 재밌어요.

유부만두 2018-01-31 18:10   좋아요 0 | URL
니노 새키....하아..... 부전자전인건가요?!!

상처를 릴라에게 드러내지 않는 레누도 답답하지만 릴라도 짠하고 그래요.

단발머리님의 2권 리뷰는 애써 피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18-01-31 19:25   좋아요 0 | URL
니노 새끼 정말 나쁜 새끼입니다. 곧 3권 리뷰 나갑니다.
그것도 피해주세요~~~~~*^^*

목나무 2018-01-3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저 2권만 보면 출판사를 향한 욕이 불쑥!!!!!!!
매일 2곡의 아이돌 노래듣기. . . 아드님의 엄마를 향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ㅋㅋ

유부만두 2018-01-30 19:17   좋아요 0 | URL
하아...나도 3권부턴 새표지 페이퍼백으로 읽으려니 김이 샌다고요....

유부만두 2018-01-30 19:18   좋아요 0 | URL
수지 노래 좋던데? ^^

2018-01-31 0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31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판사의 글은 진짜 어른의 글 같다.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다. 제목과는 달리 그의 개인 생활 보다는 사회 생활, 법정에서의 일화와 고민들이 더 읽을만했다. 연재 칼럼이라 한번에 읽기에는 물리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풍기는 ‘사회 지도자층’의 기운은 선언, 고백이 아니라.

좀 풀린다더니 다시 얼어붙은 공기. 오늘부터 낯선 곳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큰아이가 잘 적응하고 아프거나 다치지 않았으면한다. 난 해줄 게 없네. 행운의 부적이라도 네 옷에 꿰매 보내고 싶다. 지겹고 긴 시간이 되겠지 21개월. 넌 개인이 아닌 단체로 통하게 되겠구나. 아침엔 따뜻한 국을 차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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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2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려고 사두었죠 하하하하. 막 기대됨다~

유부만두 2018-01-30 08:38   좋아요 0 | URL
즐거운 독서 하실거에요.

책읽는나무 2018-01-29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아드님의 낯선 공간의 생활이 시작되었군요!!
건강하고 무탈하게 군생활 잘 보내고 오리라 믿습니다^^

저흰 주말 서울에 잠시 다녀왔어요.
목요일 밤차를 타고 금요일 새벽에 강남터미널에 내렸는데 정말 손발이 꽁꽁 얼어 붙어 깜놀했었습니다ㅜㅜ
줄곧 만두님의 한파가 닥치면 세탁기가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페이퍼가 생각났었고,체험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무한공감 했었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밀린 빨랫감 들고 세탁기를 돌렸는데 다행히 우리집 세탁기는 베란다 창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도 작동 되어 가슴을 쓸어 내렸었어요^^

유부만두 2018-01-30 08:39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 동네는 덜 추워서 다행이에요. 저희 아파트 단지는 오늘은 단수까지 한다네요. ㅜ ㅜ 밀린 빨래 중 일부는 손빨래에 세탁소 맡기기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오래 추운 날씨는 정말 처음이에요. 봄을 기다립니다.

라로 2018-01-29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 님! 갑자기 가슴이 쿵 했어요!! 아드님 군대에 갔군요~~무탈하기를 기원하며.

유부만두 2018-01-30 08: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제 밤엔 잠이 오지 않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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