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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한없이 혼자 떠드는, 그것도 닷새 동안 떠드는 이 사람의 머리는 과연 제대로 돌아가는 걸까. 이 사람이 '당신'이라고 부르는 상대는 정말 있는걸까. 벽장 속의 그 그림은 실재하는가? 화자의 마음 속 깊숙히, 그리고 센강 바닥 깊은 곳에서 이미 썩어 스며들었을 그 여인, 혹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 분의 마음 속에 꽁꽁 뭉쳐있을 죄의식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나는? 내 죄의식이랄까, 집착 혹은 애착은 무얼 붙잡고 있지? 이 모든 걸 심각한 표정으로 읽다가 정신줄을 놓쳐서 몇번이나 같은 쪽을 반복해서 읽어도 줄거리가 손에 잡히지 않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빠리? 암스테르담? 멕시코시티?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 그리고 개인의 성공과 쇠망, 혹은 '전락'. 잘 나가는 사람이 드문것 만큼이나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살면서 '전락'과 추락을 실현하는지 모른다. 아무말대잔치가 되어버릴 것 같은 오늘의 아침 페이퍼. 까뮈의 '페스트'와는 매우 다르고 어렵고 혹은 솔직한 책. 친구의 추천으로 읽었는데 '게으른 독서 태도'를 버리라는 따끔한 충고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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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2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한 책이라는 말씀에 훅 읽고 싶어지네요. 그러면 저고 제 독서태도를 버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유부만두 2018-01-23 09:47   좋아요 0 | URL
한없이 솔직하며 위선적이랄까...(말이 안되는데 읽으시면 이게 뭔말인지 아시게됨요) 하지만 어려웠어요. ^^

라로 2018-01-23 10:04   좋아요 0 | URL
어렵다는 말씀에 금방 포기!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1-23 10:10   좋아요 1 | URL
다시 안 태어나실겁니꺄?!

라로 2018-01-23 10:23   좋아요 0 | URL
다시 태어나면 유부만두 님처럼 될 수 있다는 보증서가 있다면 다시 태어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거 시러요~~~!😜

유부만두 2018-01-23 10:26   좋아요 0 | URL
헐..... 만두가 되고 싶으시다니요???!!!!!! 저처럼 먹되먹은 책벌레 따위를요?!

라로 2018-01-23 12:20   좋아요 0 | URL
먹되먹은 책벌레만 쓸 수 있는 글 하나 더 올려주세요~~~~저 아파서 누워있잖아요~~~~. ㅎㅎㅎㅎ 근데 만두는 먹고 싶네요~~~~😢 매주 월요일 제가 최고로 치는 동네 만두집 휴일이에요. 안그러면 남편 보냈을텐데. 😢😢😢😢😢

유부만두 2018-01-24 07:57   좋아요 0 | URL
음...만두....(혼자 눈 감고 음미한다)
우리 동네 정말 맛있는 만두집 있는데요!
한국 오시면 사드릴게요.

목나무 2018-01-2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다시 이어읽기가 힘들었던 소설 중 하나이긴 했어요. ㅋㅋ
이정도로 자신을 파고들 수 있다면, 그런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난 사람이겠지 싶기도 하고...
자기전에 읽으면 꿈속에서 주인공의 수다가 엄청 따라올 듯해서 자기 전 독서로 힘들었던 책이었네요. ㅋㅋ

유부만두 2018-01-24 07:50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랬어. 매 챕터 끝까지는 읽고 다음날 이어 읽으려해도 읽은 곳 다시 읽고 있고, 어쩌면 이전 챕터와는 겹치는 부분이겠지만 저자에게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었어. 그래도 다 읽으니 ‘셀프 칭찬‘ 했지. ^^ 아...아니라고? 네. 겸손하겠습니다.

psyche 2018-01-2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무지 어려운 책인거 같아서 벌써부터 포기.... 요즘 정말 머리가 굳어진건지, 맨날 심심풀이 책만 읽어서 그런건지 어려운 책은 읽어도 뭔 소리인지 이해가 잘 안되더라구 ㅠ.ㅠ

유부만두 2018-01-24 07:51   좋아요 0 | URL
어려운 책이라 읽고 따라갔다는 데 의미를 두려고요. 이해는 독자가 하는 만큼 하면 되는거려니 ~ ㅎㅎ
 

동네 길고양이들을 돌봐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혼자서 외롭게. 할머니의 딸이 급하게 달려와서 빈소를 차리고 트럭 운전 일을 하는 막내에게 연락을 했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막내는 시골의 썰렁한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만난다. 그 자리에 모인 수많은 고양이들도. 고양이들은 '은혜를 모르면 그게 인간이지 짐승이냐'며 할머니 생전에 입은 은혜를 아들에게 감사하고 함께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한다. 그중 한 고양이인 '에옹이'의 시점으로 쓰여진 할머니와의 인연, 그리고 힘든 고양이의 삶 이야기가 이어진다. 길고양이로 태어나 엄마 고양이를 잃고 개울 건너의 이웃 고양이의 입양으로 함께 고생하다 할머니에게 구조되어 어느 자매를 집사로 거느리게 된 행운의 에옹이.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짐승의 시간' 축시에 모여 인시에 열리는 '호랑이의 길'을 따라 빈소에 간다.

 

 

귀엽고 따뜻한 그림의 '어린이 책'으로 분류되지만 이 책은 꽤 어둡다. 막내가 어린이가 아니라 당황했다. 전쟁 후유증을 겪다 자살한 아버지, 힘들게 삼남매를 키우는 어머니, 아버지 사후 재산이며 집을 빼앗고 내쳐버린 친가의 큰아버지, 독하게 공부해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더이상 연락이 없는 큰 아들, 이혼후 자녀들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딸,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밤길에 위험한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는 막내. 썰렁한 시골 마을의 묘지 아래에서 혼자 살다 가신 어머니. 밝은 그림과 대조적으로 사연들은 어둡고 춥다. 이런 사연들이 포장되지 않고 문장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매정한 세상에서 돈과 성공을 가족보다 우선으로 여기는 인간들. 이 험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낸 할머니도 길고양이였는지 모른다. 다치고 멸시 당하지만 내 새끼 뿐 아니라 다른 고양이의 새끼도 챙기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보다 나은 은혜 갚는 고양이'. 할머니의 빈소에서 막내와 누나는 어린시절을,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한다.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새삼 깨닫는다. 삼일장이니 날이 밝으면 장례를 치르고 막내와 누나는 각자의 팍팍한 삶으로 돌아가겠지. 사는 중간 중간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따뜻한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

 

여행에서 만난 길고양이들 사진 몇장

 

얘들은 박물관 고양이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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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1-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혜를 모르면 그게 인간이지 짐승이냐‘에서 고개를 숙입니다ㅠㅠ;

유부만두 2018-01-22 11:43   좋아요 0 | URL
은혜를 아는 짐....아니, 사람이 됩시다. 우린. ^^

라로 2018-01-2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은혜를 모르면 인간이지 짐승이냐니,,어쩜 그런 문장을 생각해 낼수가요!!!ㅠㅠ
근데,,,대만 고양이뒤에 한자는 대두미인 인가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1-23 07:12   좋아요 0 | URL
네 ㅎㅎㅎㅎ 뱃살이 많으면 미인인거죠!
좋은말~

psyche 2018-01-2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고양이 키우고 싶.....

유부만두 2018-01-23 07:12   좋아요 0 | URL
언니님, 제 맘도 그래요.
 

영화 '코코'를 보고 왔다. 더빙판이라 노래가 조금 어색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기대를 거의 안하고 정보도 없었음) 재미있게 보고 .... 울었다네.

 

포스터의 기타를 멘 소년은 열두살 미구엘. 구둣집 아이다. 음악을 하려고 가족을 버린 고조 할아버지 덕에 음악은 이 집안의 '저주'가 되어버렸고 '죽은자들의 날'에도 그 고조할아버지는 제삿밥도 못 얻어드신다.

 

 

구두 만드는 패밀리 비지니스 .... 하니까 읽고있는 Ferrante 장편의 2권이 생각났다. 2권은 1권의 마지막 장면, 릴라의 구두를 남편인 스테파노가 아닌 동네졸부 마르첼로가 신은 이유를 설명한다. 결혼식 이후, 릴라가 당하는 수모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른이 되어 자신을 떠난 그녀를 시기하는 레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그래봤자 열여섯 살) 결혼과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생생하게 펼쳐진다. 새로운 이름, 남편의 성姓을 달고 더한 속박에 갇히게 되는 릴라. 그녀가 몰래 써온 글을 읽는 레누. 이 둘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또 질투하는지 이제 겨우 초반부분을 읽고 있지만 흥미진진하다. 오래전의 먼 나라 이야기이지만 어쩜 이리 눈과 입에 착 달라붙게 재미있게 썼는지. 너무 빨리 읽어버리지 않으려고 속도 조절중이다. (이번엔 2,3,4 권을 다 구해두고 읽고 있음)

 

 

 

Elena Ferrnateㄱ가 가디언지에 새롭게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8/jan/20/elena-ferrante-loved-that-boy-first-love

소설 속 인물이라고 생각한 레누가 (그 누구던간에) 이렇게 현실로 튀어나오니까, 첫 칼럼의 그 boy도 자꾸 안토니오랑 니노로 보였다. 하지만 어때, Ferrante 가 계속 쓰고 난 읽을 게 더 있는데.

 

또한 '코코'가 저승 이야기라 Lincoln in Bardo 도 연상되었지만 요즘 조금 덮어두고 있고요. (미안합니다 링컨님, 아들 무덤에 조금 더 계셔야 할 것 같아요) 영화의 제목 '코코'는 소년 미구엘의 고조 할머니 애칭이다. 출연 비중이 크지 않지만 제목으로 '코코'를 달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할머니의 주름과 표정이 공들여 표현되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싶었는데....옆에 앉은 남편의 뺨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키워주신 친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영화 속 발랄한 (그리고 건강한 모습의) 프리다는 반가웠다. 디에고 따위는 냅두고 혼자 나와서 더 반가웠다. 우리집엔 파파야가 없으니 귤이라도 까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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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21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lena Ferrnate가 미스테리의 인물이라고 하던데,,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고 하는 얘기도 들리고요,,,
암튼 저 칼럼은 시험 끝나고 읽을게요,,,
디에고나 프리다나 좀 비슷한 사람들 같더군요. 제가 들은 스페인어 수업에서는.
스페인어 선생님이 얼마나 자세히 그들의 애기를 해주시는지 가족인가? 했어요,,,ㅎㅎㅎㅎ
오히려 디에고가 쫌 불쌍했어요~~~.ㅎㅎㅎㅎ
저도 첨엔 디에고 나쁜놈 이렇게 생각;;;;
암튼, 코코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니,,,어떻게 그럴수가???
한국에선 인기 없나봐요??? 여기선 인기 엄청 많았는데.

유부만두 2018-01-22 08:28   좋아요 0 | URL
한국선 코코가 1월중순에 개봉했어요. 이제 입소문을 타는 것 같아요.
제가 일부러 예고편도 안봤는데요, 모르고 봐서 더 재밌게 감동받았어요.

디에고가 훌륭한 예술가인건 다들 알죠. 프리다도 참 강한 캐릭터고요 그죠?!
내 얘기가 아니니 다행이다 하면서 그들 커플 이야기를 봐요. 아, 전쟁같은 사랑.

sijifs 2018-01-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입니다.ㅎㅎ

유부만두 2018-01-22 08:2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재밌었어요.

다락방 2018-01-2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만난 친구들한테 코코 추천 받았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유부만두 2018-01-22 08:29   좋아요 0 | URL
저도 추천할게요. 검색하지 마시고 최대한 줄거리 모르고 보셔야 하는데...
아, 이 포스팅을 이미 ...

psyche 2018-01-2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J양이 좋다고 적극 추천했는데 어쩌다보니 못봤네. 아직 극장에서 하나

유부만두 2018-01-22 08:29   좋아요 0 | URL
디비디로라도 보세요! 손수건을 준비하시구요. ㅎㅎ
 

어제 1월 19일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생일이다. 해피 버스데이 대신 Gloomy Birthday 가 더 어울릴 것 같은 포우님. 미세먼지로 글루미한 오늘 아침, 음울하고 기괴하며 무서운 그의 단편 '어셔가의 몰락'을 읽었다.

 

몇백년의 전통을 가진 대저택의 귀족 어셔의 초청을 받은 화자. 음산한 석조 건물과 그 앞의 늪에 그리고 어셔의 병환에 계속 우울한 기운에 빠져든다. 소설 '드라큘라'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어셔가 피를 빨지 않을 뿐. 대저택이 커다란 석조관으로 보인다.

 

결론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다만 언제 그 공포와 우울의 근원이 드러날지 조마조마할 뿐. 아주 짧은 이야기 속 범죄, 혹은 망상의 세부사항은 독자 각자가 해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어셔의 최후 고백이 진실이라면 가부장제 집착 쩌는 못난이다. 그의 말만 듣고 믿은 화자의 이야기는 '소설'이 되는 거고, 그를 따라가며 소름 돋아하는 독자는 ... 이 모든 걸 다 뒤집어 봐야 한다. 투박한듯 혹은 원석같은 공포 소설, 몰아치는 바람에 휘영청 밝은 달밤, 그리고 쩍 쩍 갈라지고 쨍쨍 거리는 금속성 소리. 소설 속 소설 낭독과 함께 다가오는 공.포, 혹은 진.실.

 

 

 

 

 

 

 

 

 

 

 

 

 

 

 

 

애니매이션 (https://youtu.be/Pic4PS8o41M)

포우님,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멋지게 무서운 소설 써주셔서 더 감사하고요. 해피 (혹은 글루미) 버스데이 투 유. (하루 늦은건 시차 때문이에요. 여긴 코리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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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1-21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어셔가의 몰락을 어느 주말 저녁 명화극장에서 흑백영화로 보고는 무서워서 화장실도 벌벌 떨면서 갔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youtube에서 찾아보니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등으로 한두편이 만들어진게 아니더군요. 그 옛날 제가 TV에서 본게 어느것이었는지 구분도 안될 정도로요.
Poe 자신이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못받고 자라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 작품에도 반영되었을까요. 이 소설은 음울하고 시 애너벨리는 슬프고...
Birthday 라는 단어와 Gloomy 가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웬지 슬퍼지네요 ㅠㅠ

유부만두 2018-01-20 22: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했어요. 포우의 불우한 과거가 작품에 녹아있겠지요.
어셔가의 몰락 영화를 보고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저도 있어요. 글로 읽어도 영화와 다른 여러 디테일과 함께 색다른 매력이 있네요. 글루미 버스데이....슬프고 우울해도 포우에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전 애너벨리는 안 읽었어요. 찾아 볼게요. 추천 감사합니다.
 

새벽에 잠이 깼다. 어제 과음을 해서 (딸꾹) 목이 말랐는가. 어두운 방과 부엌 벽을 더듬어 걸어나와서 불을 켰다.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았지만 물은 차가웠다. 냉장고는 조용했다. 잔,잔,잔,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책,책,책,책 소리도. (두 의성어는 황정은 소설 속 냉장고와 시계 소리)

 

내가 내는 소음에 막내가 깼기에 다시 자라고, 들여 보내고 몰래 책을 읽었다. 사사삭 책장을 넘겼다. '야행'은 제목과 헤매는 한씨와 고씨, 자녀들인 곰과 밈의 낯선 호칭에서, 그리고 내 독서의 시간 때문에 귀신 이야기로 읽혔다. 아닌거 같지만 그럴 수도 있지. 이어지는 두번 째 단편은 진짜 귀신, 혹은 원령 이야기. '데니 드비토'. 배우 이름을 찾다가 문득 자신이 죽은 존재라는 걸 떠올리는 원령, 유라.

 

황정은 소설의 인물은 읽어가면서 계속 놀라게 된다. 호칭이 낯설어서 이들이 사람인지 귀신 혹은 동물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노인인지 어린인지 읽어가면서 조정하려 애쓰게 된다. 복자는 또 어떻고. (누구게요? 직접 찾아 읽어보세요우) 그렇게 애쓰는 독서를 왜 하냐고, 갸웃 거리며 틀에 박힌 호칭을 후우, 불어버리는 황정은 작가가 저쪽에 앉아있다. 아니, 그렇지도 않지. 내가 상상하고 있지. 작가님 저쪽, 나 독자는 여기. 그런데 그런 것도 다 소용이 없는 기분이 드는 책읽기와 인물 만나기. 그리고 그들의 사건과 사연을 따라가기. 새벽에 혼자 깨서 물만 마시고. 황정은 소설의 묘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고 '붙어있'는, 아 이 이야기는 얼마전 라디오에서 들은 '고스트 스토리'의 지박령 생각도 났다. (https://youtu.be/PAiCxkdpeQA)

 

 

이승을 떠났지만 연인을 그리워하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유라. 남은 날을 묵묵히 살아내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늙어가는 유도. 요즘 계속 이런 쪽 이야기를 많이 읽고 있다. 마음과 몸이 허해서 그런가. 뜨끈한 걸 먹어야겠네. 

 

 

이 글은 다시 잠자리에 들어서 몇 시간 잔 다음 '살아나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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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책을 쌓아놓고 읽으시는 구나!!!
갈비탕인가요?? 지금은 속이 든든하시길...
근데 저 갈비탕 별로 안 좋아해요. ㅎㅎㅎㅎ 저 안에 있는 버섯만 쏙 빼서 국물하고 먹으면 맛있겠다~~쩝쩝짭(배아파서 마지막 모음은 밖으로 삐졌어요~~~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1-19 10:07   좋아요 0 | URL
저건 곰탕이에요. 검은색 있는 건 버섯이 아니라 곰 가죽이구요! 으하하하


라로 2018-01-19 10:30   좋아요 0 | URL
헐~~~~ 북플로는 갈비탕(어떤데는 뼈 빼고 저렇게 썰어서 나오드라고요) 처럼 보이고 곰 가죽은 맛있는 버섯처럼 보여요~~~우웩 ~~~제가 보기보다 비위가 약해요~~~엉엉엉

유부만두 2018-01-19 10:33   좋아요 0 | URL
하하하!!!! 곰탕에 곰 들어간다는 어린이 농담을 믿으시다니요???!!!!! ^^
라로님 짱 귀여우심.

라로 2018-01-19 15:27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하 저는 곰탕에 곰이 안 들어간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는데 유부만두 님의 트릭에 넘어갔네요~~~~ㅎㅎㅎㅎ 속아넘어가도 유쾌하기는 오랜만이에요~~~~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8-01-19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9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1-1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나 혼자 일어나 책읽는데 귀신 이야기라니... 어쩐지 무서울거 같아. 저 고스트 스토리 처음 들어봤는데 트레일러보니 좋을거 같아.

유부만두 2018-01-19 10:33   좋아요 0 | URL
무섭다기 보다 쓸쓸하고 아련해요.

psyche 2018-01-19 10:35   좋아요 1 | URL
저 영화 트레일러보니 영화도 그럴거 같은데... 쓸쓸하고 아련. 영화는 안봤지만서도...

책읽는나무 2018-01-19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저두 곰탕에 곰가죽이래서 허걱!하면서 사진을 다시 들여다 봤어요.
그리고 서울에선 곰국을 이렇게 먹는구나!!!싶었지 뭡니까!!
곰가죽을 넣어서 곰국을!!!ㅋㅋㅋ

그럼 저 음식은 뭔가요??
미역국인가?
고기 들어간 매생이국인가?
곰국 진짜 맞는 건가요?
알쏭달쏭 하네요
그나저나 점심때라 보고 있자니 배가 고프네요ㅋㅋ



유부만두 2018-01-19 12:51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하동관 곰탕이에요. 까만건 내장(양)이고요. ^^

곰탕엔 곰이 안들어가죠! 붕어빵에 붕어도 없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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