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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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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부정행위에 관심을 갖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댄 애리얼리는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입니다. 행동경제학이란 주류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합리적(이성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부분적으로 부정하고, 오히려 인간의 비합리적인(비이성적) 경향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행동경제학은 그 이름처럼 행동의 실제와 원인,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정책에 관해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류 경제학이 물리학과 수학의 도움을 받았다면, 행동경제학은 심리학 이론과 실험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분석합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서 가정과 직장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동들(공짜, 사랑, 선물, 다이어트)의 감추어진 의미를 분석해온 저자가 이번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바로 부정행위입니다.   

 

 

 댄 애리얼리가 부정행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엔론 사태(2001년) 때문입니다. 엔론사(社)는 유명 경제잡지에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을 만큼 승승자구하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엔론의 자산과 이익 수치는 교묘한 회계부정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면서 피해보상과 소송을 거쳐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본의 아니게 부정회계를 눈감아줌으로써 엔론사태에 참여하게 된 지인을 우연히 만나고, 부정행위가 사악한 범죄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부정행위는 저자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이며,  소수가 아닌 다수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는 부정행위에 쉽게 흔들리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인 셈입니다.

 

 

 저는 저자의 이전 책들을 읽어보려다가 경제학이 주는 선입견(행동경제학의 표현을 빌리면 시스템1)의 판단으로 몇 번이나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번 책을 읽어보니 부정행위라는 딱딱하고 어두운 주제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쉽게 풀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항공기 탑승을 빨리 하기 위해 장애자인척 했던 경험(183p에서)이나, 유럽 여행 중 기차 티켓을 위조한 사실(229p.에서)을 고백하는 솔직함을 보여줍니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지식을 이용하는 사이비가 아니라,  자신도 행동경제학의 지배를 받는 보통 사랑임을 인정할 만큼 깨어있는 학자였습니다. 그럼 '매우 정직한 사람인 동시에 매우 창의적인 사람(239p.에서)'인 한 행동경제학자가 설명하는 부정행위의 진면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MORC vs. 퍼지이론

 

 주류경제학에서 내세우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이론은 '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Simple Model of Rational Crime, SMORC)'입니다. 경제학의 비용편익분석을 그대로 차용한 이 모델은 부정행위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적발될 수 경우 받게 될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이 단순히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가 주장하는 이론은 퍼지이론(Fuzzy Theory)입니다. 퍼지이론은 원래 ‘네’ 또는 ‘아니오’ 등 이분법으로만 나눌 수 없는 인간의 모호(fuzzy)한 사고작용을 수학적인 함수를 동원해 컴퓨터로 나타내고자 하는 이론을 말합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동시에 도덕성 또한 유지하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보유하려는'(297p.에서)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부정행위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댄 애리얼리는 흥미로운 실험과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유혹하는 부정행위의 비합리적인(비이성적) 요소를 보여줍니다. 제약회사 직원들의 엄청난 로비에 무너지는 의사들의 모습에서 공익과 사익간의 이익충돌을, 다이어트 때문에 음식을 참다가 한순간 폭식하고 마는 모습에서 자아(의지력)고갈의 문제를 짚어냅니다. 또한 명품 선글라스를 쓸 때보다 짝퉁 선글라스를 쓸 때 부정행위가 늘어나는 실험결과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과 도덕성을 동일시하는 자기신호화 현상을, 불 꺼진 강의실에서 노트북으로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에서 부정행위도 사회적으로 전염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우리가 부정행위를 하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외부적 환경과 내면의 정신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취해야 할 행동입니다. SMORC 모델은 명쾌한 설명만큼이나 해결방법도 단순합니다. 부정행위를 한 사람을 체포할 가능성을 높이거나, 적발될 경우 처벌의 수위를 높이면 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퍼지 이론을 따르는 인간에게 이익의 크기나 발각될 가능성이 부정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이익충돌,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사회적 전염에서 개인이 벗어날 수 도와주는 다양한 수단이 필요합니다. 댄 애리얼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방법은 서약, 서명, 도덕적 상기자, 감시입니다. 비이성적 행위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시 우리의 냉철한 이성임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요구입니다.

 

 

 

그래도 윤리와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부정직함 및 부정행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영대학원들은 커리큘럼에 윤리학 강좌를 포함시키고, 기업들은 직원을 모아놓고 윤리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며, 정부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략들이 과연 효율적일까? 도처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런 조치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309p.에서)

 

 

 책의 결말에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위의 글은 비합리적인(비이성적) 요소를 중시하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분명 우리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가진 이성은 기존 경제학들이 가정하고 있는 완벽함보다는 행동 경제학이 제시하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러한 사실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제한적 합리성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의 한계인 비합리성을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리와 규제, 문화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저자의 입장에는 신중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도 부정행위의 사회적 전염에 대해서 걱정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에서 개인으로 부정행위가 점점 늘어나는 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정치학자 데이비드 컬러헌의 입장은 다릅니다. 그의 책 『치팅컬처』에 의하면, 미국 사회에는 이미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합니다. 부정행위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이기심과 그에 대한 그럴듯한 합리화를 사회와 제도가 용인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치팅컬처가 사회를 완전히 장악했을 때, 우리는 부정행위가 모두 사라지는 천국이자 사회 전체가 붕괴되는 지옥을 경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여전히 올바른 윤리와 바람직한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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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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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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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심리학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소비본능』은 진화심리학에 기초해서 소비자 행동을 분석한 책입니다. 진화심리학이란 "다윈 이론에 기초하여 인간 행동의 진화적, 생리적 근원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최신 사조"(21p.에서)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이 특정 행동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를 연구해 왔다면, 진화심리학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심리의 근본을 파악하려는 학문입니다. 진화 심리학에 의하면 우리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는 자연 선택과 성(性) 선택에 움직이는 본능이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인기 블로거이자 마케팅 교수인 저자 개드 사드는 이러한 본능 때문에  우리의 소비행동이 동물의 행동과 유사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주장은 종교계의 도덕적 반발뿐만 아니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회과학도에게조차 논리적 반발에 부딪치게 됩니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똑같이 바라보는 진화론이 겪어야했던 심리적 저항감을 진화심리학 또한 피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거센 저항에 맞서서 저자는 차분하게 논리적 반박과 더불어 거부하기 힘든  사례를 증거로 내세웁니다. 저자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사례는 "햄버거, 페라리, 포르노, 선물"(16p.에서)입니다. 햄버거는 고지방 음식에 대한 선호를, 페라리는 짝짓기를 위한 성적 신호를, 포르노는 인간의 성적 특성을 형성하는 진화적 힘을, 선물은 사회적 호혜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문화와 사회를 뛰어넘어 인간에게는 공통된 '소비본능'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국가마다 다른 이론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소비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전세계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소비본능'이 존재한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행동을 분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얻을 수 있고(40p.에서), 마케터는 전세계의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성공적인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으며(42p.에서), 정책입안자는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44p.에서). 과연 이 흥미로운 주장이 얼마만큼 타당한 것인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론과 사례를 연결하지 못하는 미싱링크(missing link)가 아쉽다.

 

 이 책은 '소비본능'을 설명하기 위해서 방대한 자료와 실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와 소비본능을 연결하는 논리적 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진화 과정의 중간에 해당하는 종(種)이 존재했다고 추정되는데도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은 미싱링크(missing link)처럼 말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페라리는 남성의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소비본능의 사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장소와 국가를 가릴 것 없이 페라리를 몰면 남성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크게 상승하는 실험과 유명한 자동차 수집가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 그 증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소비본능을 설명하는 제대로 된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페라리는 누구나 부담없이 사서 운전할 있는 가격의 차가 아닙니다. 당연히 유명한 자동차 수집가들은 대부분 (부유한) 중년이며, 미혼이 아닌 기혼자들도 페라리를 몰거나 자동차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본능만으로 페라리를 구입한다기보다는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과시적 소비의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햄버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햄버거로 상징할 수 있는 고지방 음식에 대해 우리가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또한 본능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 우리의 유전자는 구석기 시대의 인류와 똑같습니다. 수렵과 채집생활을 했던 당시에는 식사가 불규칙적이었기에 우리의 유전자는 될 수 있으면 영양을 몸에 축적하는 쪽으로 발달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작 문제는 구석기 시대와 달라진 우리의 음식 환경입니다. 먹을거리가 항상 부족하거나 적당했던 그 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나 쉽고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더 많은 음식을 먹도록 식품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햄버거는 소비본능을 악용하고 있는 그릇된 음식산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론과 사례의 미묘한 어긋남은 저자가 본능과 환경, 본능과 문화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인간 행동의 전부 혹은 다수가 사회화의 결과물이라고 믿는 사회적 구성주의(24p.에서)에 반대합니다. 오히려 그는 영화, 음악, 문학,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소비본능에 걸맞는 보편적인 주제(217p.에서)가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진실은 영화 스타워즈의 경우처럼 한 지역의 문화적 현상이 반드시 전세계적으로 똑같은 인기를 얻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그는 소비자가 문화적인 존재(47p.에서)임을 인정하는가 하면, 우정에는 사회 계급에 따른 문화적 차이(146p.에서)가 존재하며, 미의 기준은 보편적이지만 화장법에는 지역적 차이(276p.에서)가 있음을 밝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문화가 본능에 종속된 존재라는 주장을 펼치다 가끔 마지못해 개별적 현상임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본능과 문화에 대한 명확한 관계 정립이야말로  소비본능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학문적 제국주의와 통섭 사이에서...

 

 저자 자신은 문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음에도  책의 마지막 장에서 진화심리학과 사회과학의 통섭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가 없는 저자의 이런 태도가 그리 순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진화론에 의해 모든 사회현상을 설명하려는 그의 주장은 통섭을 가장한 학문적 제국주의와 더 비슷해보입니다. 우리는 세계대전이라는 역사를 통해서 제국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이며 무익한 사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화론에 의해 매도당할 만큼 사회과학은 무력하기만 한 것일까요?     

 

 진화심리학이 인류의 보편적인 소비본능을 설명할 수 있다면, 사회과학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개별적인 소비행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쓴 『컬처코드』가 대표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 경험한 문화적 체험에 따른 고유한 컬처코드가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컬처코드는 소비본능이 설명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설명해줍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카가 프랑스에서는 왜 외면당했는지, 뷔페 식당에서도 영국인들은 왜 매우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지,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가 프랑스에서는 슬로푸드가 왜 발달했는가와 같은 경우입니다.   

 

 통섭이란 일방적인 종속이 아니라 평등한 상호교류 속에서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입니다. 진정한 통섭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소비본능과 개별적인 문화적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멋진 통합이론이 세상에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조금은 불친절한 번역이 읽는 내내 신경 쓰였습니다. "유전 코드의 변화 없이 유전자의 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적 메커니즘은 환경적 촉발 요소의 작용으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정한다.(31p.에서)"와 같은 문장은 번역이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독자를 배려하는 제 2의 창작임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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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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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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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진화

 

 자기계발서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이자 성공에 대한 우리의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나타내주는 지표하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자기계발서에 바라는 수준 또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자기계발서는 다양한 형식을 선보임으써 대처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자기계발서는 데일 카네기와 스티븐 코비로 대표할 수 있는 '잠언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도출해내는 삶의 공식을 전달하는 형식이야말로 오랜 세월 자기계발서의 표준이었습니다.

 

 전문적이고 딱딱한 이론서를 벗어나 다음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스토리 텔링 기법을 사용한 '셀픽션(selfiction, self-help+fiction)'이었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와 같이 셀픽션은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면서, 쉽게 그 핵심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살펴보게 될 『콰이어트』는 독특하게 논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논픽션으로 살펴본 내향성의 모든 것

 

 논픽션 형식의 자기계발서의 등장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이 형식의 특징은 저자가 기자와 같은 입장(혹은 실제로도 기자입니다.)에서 취재와 조사, 실험과 체험을 통해서 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가 같은 입장에서 함께 체험하고, 생각함으로써 보다 열린 자세로 문제를 바라보게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수전 케인은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성공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을 이용해 오히려 직업적 성공을 거둔 후, 그녀는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를 증명하기로 하고 연구와 저술 끝에 7년만에(비공식적으로는 어른이 된 후 줄곧 작업한 셈이라고 합니다.) 이 책 『콰이어트』를 출간하게 됩니다. 오랜 집필 과정을 보상해주듯이 이 책은 내향성에 대한 역사적 탐구를 시작으로 내향성과 외향성의 비교, 내향성에 대한 문화, 내향성을 이용하고 극복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내향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브라이언 리틀 교수(p.313)였습니다. 로빈 윌리암스의 유머와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모두 갖춘 그의 활발한 강연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그는 캐나다의 큰 저택에서 아내와 살며, 고독과 집필을 즐기는 내향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브라이언 리틀 교수를 통해서 저자는 내향성을 지닌 사람도 얼마든지 외향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성격 또한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시형 박사의 연구와 비교해 보자!

 

 이 책을 읽어갈수록 이와 비슷한 주장을 담은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기억을 더듬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겨우 그 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힐링 전도사로 거듭나신 이시형 박사님의 『자기대로 삽시다』입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천명의 보통사람과 2백 여명의 저명인사를 인터뷰와 조사해서 한국인의 성격문제를 규명한 책입니다. 『콰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내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은 정작 외향성이라는 점과 한국 사회에서는 오히려 내향성이 성공의 열쇠라는 출판 당시(1997년)로서는 도발적인 주장이 흥미롭습니다. 두 권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내향성과 본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책은 선천전인 재능과 마찬가지로 성격 또한 우리가 타고날 때부터 부여받은 것이라 말합니다. 선천적인 재능도 열심히 갈고 닦을 때 빛나는 보석이 되는 것처럼, 내향성 또한 축복이자 재능이며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위대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음을 저자와 책은 증명하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을 이루는 세상의 모든 내향성들이 이 책을 읽고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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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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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멀티플라이어 - 전 세계 글로벌 리더 150명을 20년간 탐구한 연구 보고서 멀티플라이어
리즈 와이즈먼 외 지음, 최정인 옮김, 고영건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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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리더란?

 

 인간의 역사에서 리더가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역사책은 우리가 사유재산과 계급사회의 등장, 정복전쟁이 일어나면서 최초의 리더가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초기 리더의 수는 제한적이었고, 숭배와 복종의 대상으로 소수의 독점적 지위였습니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발달은 리더의  위상과 역할에도 영향을 주었고, 리더의 의미 또한 보다 다양한 뜻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리더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더 많은 리더의 탄생과  더불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리더의 자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출판되고 있는 리더 관련 서적들은 이러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는 사례일 겁니다. 리더에 대한  갈망과 혼란이 극에 달한 지금, 우리의 기대에 도전하는 또 한 권의 책 『멀티플라이어』를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대의 리더, 멀티플라이어?

 

 이 책은 리더의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천재를 만드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멀티플라이어와 자기자신의 지성에 몰두하고 다른 사람들을 억누르며 조직의 중요한 지성과 능력을 고갈시키는 디미니셔로 구분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구분이 만들어내는 성과의 차이는 최소 2배에서 수배에 달한다고 하니 새삼 리더의 중요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구분을 바탕으로 책의 대부분(첫째 장과 마지막 챕터를 제외한 2-6장)은 멀티플라이어의 특성과 이에 대비되는 디미니셔의 특성, 멀티플라이어가 되기 위한 실천사항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저자 리즈 와이즈먼과 그렉 맥커운이 전 세계 글로벌 리더 150명을 20년간 탐구한 결과 얻어낸 멀티플라이어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멀티플라이어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최대한 활용하는 재능자석, 최고의 생각을 요구하는 열성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해방자, 도전의 영역을 넓히는 도전자,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토론 주최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투자자로서 '조직의 지능과 역량을 촉발'(책 표지에서 인용)시킵니다.

 

 본문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부록이었습니다. 이 책이 철저하고 오랜 기간의 연구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를 솔직하게 적어놓았습니다. 더불어 개념정의부터 연구방법, 인터뷰 대상에 이르기까지 소상한 연구과정을 밝힌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런 치밀함이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신뢰와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리더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치'를 다룬 연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멀티플라이어라는 개념 자체에 이상적인 리더에 대한 가치 평가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멀티플라이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시대적, 공간적, 문화적 조건에서 비롯된 주관적 산물이라는 점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자들도 그 한계를 잘 알고 있기에 부록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결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멀티플라이어라는 아직은 덜 다음어진  리더쉽을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다른 이론과 마찬가지로 한국적 현실에 알맞은 유연한 적용이 필요합니다.

 

 CEO이자 작가인 윤용인님은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본인 스스로의 역량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고 책을 통해서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완벽한 리더상이란 이상적인 모델로서 존재할 뿐, 현실에는 최선을 다하는 차선의 리더가 존재할 뿐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도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와 최고의 리더가 되려고 고심하는 분이라면, 이 책 『멀티플라이어』을 참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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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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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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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경제력과 기술력이 인류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재지만, 아직도 빈곤을 퇴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세계 식량 생산량의 1/3이 버려지고 있지만,  후진국에서는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아이가 굶어죽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싶은 슬픈 현실의 단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바꾸냐는 해결방안입니다.

 

 이 책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가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제프리 삭스로 대변되는 해외원조 찬성파는 가난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원조를 통한 선순환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로 대변되는 해외원조 반대파는 부패와 태만을 불러일으키는 원조보다는 자유 시장 시스템을 통한 동기부여가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이분법적인 주장에 책의 저자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는 반기를 듭니다. 그들은 거시적인 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실제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무작위 대조 실험을 통해서 가난을 이해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가 15년간 40여 개국 현장에서 노력한 이해와 헌신의 산물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합리적으로 도와주는 법

 

  책의 1부 가난의 덫에 갖힌 사람들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식량, 의료, 교육,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각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행동이 다른 까닭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원조의 효과가 장기적이며, 제도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사회안전망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의 환경과 제도하에서는 최선이자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입니다.

 

 책의 2부 가난의 고리를 끊어버릴 정책과 제도들에서는 1부에서 지적한 불리한 환경에서 어떠한 정책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상이 위기인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저비용 보험제도, 자본이 없는 이들을 위해 대출과 저축을 담당하는 소액금융운동, 지방분권을 통한 참여 민주주의의 실천와 같은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예시와 통계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저자는 "실패가 실패를 낳는다면, 성공은 또다른 성공을 낳는다."(p.363)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움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무작위 대조실험의 장점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빠져있기에, 이 책의 예시는 실험의 성공여부를 알려주는 사례로만 인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물론 저자가 만든 관련 홈페이지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로 되어 있고 복잡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듭니다. 저자와 역자 모두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의 윤리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가난한 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왜'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가난을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력으로만 간주하는 사람과 가난한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 도덕과 가치가 무시되고, 사회적 합의가 깨어지면서 소수에게 국가의 부가 집중되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고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분석한바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도 가난한 이들이 효율적인 생산과 건전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미 룰라 대통령은 엄격하고 효과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2천만의 빈민을 중산층으로 도약시켜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시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거래를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합리적인 체계일 겁니다. 시장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이해하는 이들에게 경제학자 조준현님은 『19금 경제학』에서 "상대방의 불행한 처지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노리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밀림이다. 악어가 늪에 빠진 얼룩말을 동정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러나 사람은 아무런 대가 없이도 늪에 빠진 사람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난의 경제학이 아니라 가난의 윤리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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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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