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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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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경제력과 기술력이 인류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재지만, 아직도 빈곤을 퇴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세계 식량 생산량의 1/3이 버려지고 있지만,  후진국에서는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아이가 굶어죽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싶은 슬픈 현실의 단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바꾸냐는 해결방안입니다.

 

 이 책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가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제프리 삭스로 대변되는 해외원조 찬성파는 가난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원조를 통한 선순환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로 대변되는 해외원조 반대파는 부패와 태만을 불러일으키는 원조보다는 자유 시장 시스템을 통한 동기부여가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이분법적인 주장에 책의 저자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는 반기를 듭니다. 그들은 거시적인 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실제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무작위 대조 실험을 통해서 가난을 이해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가 15년간 40여 개국 현장에서 노력한 이해와 헌신의 산물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합리적으로 도와주는 법

 

  책의 1부 가난의 덫에 갖힌 사람들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식량, 의료, 교육,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각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행동이 다른 까닭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원조의 효과가 장기적이며, 제도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사회안전망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의 환경과 제도하에서는 최선이자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입니다.

 

 책의 2부 가난의 고리를 끊어버릴 정책과 제도들에서는 1부에서 지적한 불리한 환경에서 어떠한 정책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상이 위기인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저비용 보험제도, 자본이 없는 이들을 위해 대출과 저축을 담당하는 소액금융운동, 지방분권을 통한 참여 민주주의의 실천와 같은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예시와 통계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저자는 "실패가 실패를 낳는다면, 성공은 또다른 성공을 낳는다."(p.363)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움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인 무작위 대조실험의 장점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빠져있기에, 이 책의 예시는 실험의 성공여부를 알려주는 사례로만 인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물론 저자가 만든 관련 홈페이지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로 되어 있고 복잡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듭니다. 저자와 역자 모두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의 윤리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가난한 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왜'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가난을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력으로만 간주하는 사람과 가난한 이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 도덕과 가치가 무시되고, 사회적 합의가 깨어지면서 소수에게 국가의 부가 집중되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고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분석한바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도 가난한 이들이 효율적인 생산과 건전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미 룰라 대통령은 엄격하고 효과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2천만의 빈민을 중산층으로 도약시켜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시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거래를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합리적인 체계일 겁니다. 시장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이해하는 이들에게 경제학자 조준현님은 『19금 경제학』에서 "상대방의 불행한 처지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노리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밀림이다. 악어가 늪에 빠진 얼룩말을 동정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러나 사람은 아무런 대가 없이도 늪에 빠진 사람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난의 경제학이 아니라 가난의 윤리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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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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