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날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어. 모두가 달려 나와서 물을 들이부었대. 그러느라 몸에 화상 입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던 거야. 소방차가 오기까지 그 작지만 간절했던 물길이 모여서 네가 살았던 거고. 그러니까 너는 부모님에게서 지켜진 아이가 아니라 모두에 의해서 지켜진, 모두가 살린 아이야."

놀라운 건 이런 거다.
내 온 마음을 다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는 거.
그리고 나는 그걸 절대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할머니가 텃밭에 물을 주며 나를 반긴다. 아직 물을 더 주지 않아도 될 만큼 땅이 촉촉하지만, 할머니는 나를 기다린 걸 들키지 않으려고 텃밭에 다시 물을 주고 있다. 나를 기다리던 마음이 흘러넘쳐 땅을 적시고 토마토를 익게 만든다. 문득 어딘가에는 물 한 방울 닿지 못해 메말라 가는 채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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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부자 할머니
박지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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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느 연예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다들 요식업을 해서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고 메뉴를 어떻게 구성해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생각만 하지만 현실은 음식물찌꺼기로 막힌 배수구를 뚫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고용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가게 손님들의 주차문제등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건물주가 되면 매달 따박따박 들어 올 월세를 상상만 하면서 행복해 하지만 현실은 월세 밀린 세입자와 싸우고 공실될까 걱정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한 꿈은 생생하지만 그 이면의 현실은 흐릿하거나 아예 보려하지 않는데 이 책은 그 생생한 면만 더욱 또렷하게 강조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벌이를 할 수도 있고 작가의 말처럼 비장함은 덜어내고 가볍게 읽으면 되겠으나 우리의 현실은 (특히 돈문제는) 이렇게만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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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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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 김영하의 ‘작별인사’가 떠올랐다.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를 마주하는 인간의 경외심과 두려움은 어디까지일까? ‘인공지능’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기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성능과 감정을 인간이 셋팅했다 해서 그것을 ‘인공’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감정과 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기계의 결말은 스스로의 파괴라니…인간의 쓸모는 고작 그정도인걸까?

세상에 나온 스물다섯 대의 인조인간은 잘살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한계, 경계조건에 직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능이 있고 자기인식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어 우리의 불완전한 세상 으로 밀어넣었어요. 대체로 합리적 방침에 따르고 남들에게 호의적이도록 고안된 정신이 모순의 회오리에 휘말린 자신을 발견한 거지요. 우리는 그런 모순과 함께 살아왔고, 그 모순의 목록은 끝이 없어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이미 치료법이 밝혀 진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나눌 것이 충분한데도 수백만 명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가 유일 한 보금자리라는 걸 알면서도 생물권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핵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면서도 핵무기로 서로를 위 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체를 사랑하면서도 중의 집단멸 종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대학살, 고문, 노예화, 친족살인, 아동학대, 교내 총기 사건, 강간, 일상적인 폭력행위. 우리는 그 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행복을, 심지어 사랑까 지 발견하는 걸 놀라워하지 않지요. 인공적인 정신은 그렇게 방어력이 좋지 못합니다.

"당신은 단순히 철부지 아이처럼 자기 장난감을 부순 게 아 닙니다. 그건 단순히 법의 지배를 지지하는 중요한 주장을 무 효화한 것이 아니라고요. 당신은 한 생명을 파괴하려 했습니다. 그는 지각이 있는 존재였지. 자아가 있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건, 축축한 뉴런이건, 마이크로프로세서건. DNA망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우리만이 우리의 특별한 능력 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 키우는 사람한테 물어봐요. 프렌 드씨. 아담은 당신이나 나보다 더 나은 정신의 소유자였어요.
당신은 의식을 지닌 존재를 없애려는 시도를 한 겁니다. 나는 그래서 당신을 경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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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모든 것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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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의 단편은 장편보다도 읽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 의미는 더욱 깊어져 놓칠 수는 없었다.
이번 단편집은 나에게 특히나 어려웠다. 근미래에 생길 법한 일들과 근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특히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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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are 2023-08-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작가님의 팬이 되어버렸어요~!!!

vooc 2023-08-26 23:37   좋아요 0 | URL
앗! 그러시군요! 저는 ‘파과’로 팬이 되어서 그런지 장편이 더 좋더라구요

프로필 사진 찌찌꽁이에요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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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라는 말이 거짓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대로라고 말하는것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한다고, 그사실이 내 눈에 보인다고 서로에게 일러주는 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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