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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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 김영하의 ‘작별인사’가 떠올랐다.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를 마주하는 인간의 경외심과 두려움은 어디까지일까? ‘인공지능’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기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성능과 감정을 인간이 셋팅했다 해서 그것을 ‘인공’이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감정과 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기계의 결말은 스스로의 파괴라니…인간의 쓸모는 고작 그정도인걸까?

세상에 나온 스물다섯 대의 인조인간은 잘살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한계, 경계조건에 직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능이 있고 자기인식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어 우리의 불완전한 세상 으로 밀어넣었어요. 대체로 합리적 방침에 따르고 남들에게 호의적이도록 고안된 정신이 모순의 회오리에 휘말린 자신을 발견한 거지요. 우리는 그런 모순과 함께 살아왔고, 그 모순의 목록은 끝이 없어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이미 치료법이 밝혀 진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나눌 것이 충분한데도 수백만 명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가 유일 한 보금자리라는 걸 알면서도 생물권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핵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면서도 핵무기로 서로를 위 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체를 사랑하면서도 중의 집단멸 종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대학살, 고문, 노예화, 친족살인, 아동학대, 교내 총기 사건, 강간, 일상적인 폭력행위. 우리는 그 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행복을, 심지어 사랑까 지 발견하는 걸 놀라워하지 않지요. 인공적인 정신은 그렇게 방어력이 좋지 못합니다.

"당신은 단순히 철부지 아이처럼 자기 장난감을 부순 게 아 닙니다. 그건 단순히 법의 지배를 지지하는 중요한 주장을 무 효화한 것이 아니라고요. 당신은 한 생명을 파괴하려 했습니다. 그는 지각이 있는 존재였지. 자아가 있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건, 축축한 뉴런이건, 마이크로프로세서건. DNA망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우리만이 우리의 특별한 능력 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 키우는 사람한테 물어봐요. 프렌 드씨. 아담은 당신이나 나보다 더 나은 정신의 소유자였어요.
당신은 의식을 지닌 존재를 없애려는 시도를 한 겁니다. 나는 그래서 당신을 경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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