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 밀리언셀러 클럽 19
엘러리 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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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콜렉터>의 제프리 디버가 엮은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중 1권입니다. 원제는 입니다. 몇 작품이 원저자의 요청으로 수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 권으로 나온 것은 아쉽습니다. 두 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데...

(당연하게도 1권만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만,) 이 단편집을 읽고 나서는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수록된 단편들의 수준이 나뻐서가 아닙니다. 작품별로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는 선정이라고 보여집니다. 작가들도 충분히 좋습니다. A.K. 그린에서부터 최근의 막스 알란 콜린스까지 범위가 넓어서 좋았구요. 디버의 오지랍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구요. (그러면서 본인의 단편을 슬쩍 넣는 센스란!)

그런데, 제목에 적합한 선정인가? 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책 뒤편에 실린 서스펜스의 정의대로라면 1권에서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사라진 13쪽> 같은 고전물은 예외로 치더라도-전 이 단편이 별로였기 때문에 예외라고 보지 않습니다만-<배트맨의 조력자>나 <힐러리 여사>는 서스펜스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꼭, 이 단편들이 아니더라도 1권에 수록된 단편들의 분위기는 서스펜스의 긴박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느슨한 느낌입니다. 다른 단편들도 그렇게 긴장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제 취향상, 웬만큼 쎄지 않고는 긴박감을 못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전 여기 묶인 단편들의 특징이자 장점은 모호한, 그래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면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에 있다고 봅니다. 특히 후반부의 단편들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약간 불만스러웠습니다. 음식점에서 코스요리를 먹다가 중간에 일어난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왜 이런식으로 끝내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 결말의 뒷맛으로 인해 머릿속에 잔상도 많이 남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 점이 이 단편들의 장점이자 가치인 듯 싶습니다.

무리하게 추측해 보자면, 디버가 사용한 Suspence라는 용어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넒은 의미의 '추리소설'을 가리키고 있는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의 선정이나, 작품들의 고른 품질을 돌이켜 볼 때 전혀 엉뚱한 생각은 아니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만, 2,3권을 읽을 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겠죠? 어쩌면, 제 개인적인 느낌이 마이너한 느낌이라 대다수의 추리소설애호가분들은 이 단편집에서 서스펜스를 느끼실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종의 정중동서스펜스라고 해야할까요?

결론삼아 말씀드리자면, 제목에 구애받지 않고 읽으신다면 충분한 재미를, 만약에 제목에서 연상되는 일반적인 의미의 서스펜스를 기대한다면 실망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늘어놓은 칭찬에 비해, 별점 평가가 낮은 이유도 제가 후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리뷰를 쓰기 위해서긴 하지만, 다시 읽을수록 호감도는 높아지네요.

불평하나만 하자면 명색이 서스펜스 걸작선인데, 서스펜스의 대가인 윌리엄 아이리시의 단편이 없다는 건 팬 입장에서 서운하군요. <밤 그리고 두려움>의 <담배>같은 단편만 되도 실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는데. 그리고 리뷰를 쓰려고 서문을 다시 한번 읽었는데, 결말부분이 좀 의아하네요. 

끝으로 지난 100년간 쓰여진 서스펜스 단편의 핵심 작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 엘러리 퀸으로 알려진 사촌지간 맨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더네이, 비평가이자 평론가인 에드워드 호치는 평생 단편만 써 온 미국 내 극소수의 작가에 속한다. 

EQ가 평생 단편만 썼다는 번역도 웃기지만, 왜 이 말만 하고 '내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려 한다.'라고 서둘러 끝맺음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원문이 그런 건지 번역 과정에서의 실수인지는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내용이 혹시 18금이었나?

엉뚱한 소리는 이만하고, 각 단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황태자 인형의 모험, 엘러리 퀸
황태자 인형을 둘러싼 대도의 예고와 이를 막기 위한 퀸 부자의 분투를 다룬 단편입니다. 엘러리 퀸의 장점 중에 하나는 등장인물에 대한 꼼꼼한 설정이라고 믿는 독자 중에 하나인데, 서두에 인형 소유주의 일생을 서술하는 장면은 역시 퀸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필로 이루어진 인물화는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난리법석 속에서 느껴지는 왁자지껄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좋았구요, 나중에 약간 거드름 피우면서 사건을 설명하는 퀸의 모습도 귀엽습니다. 

2. 사라진 13쪽, 안나 카타린 그린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소개를 보니 '추리소설의 어머니'라고 하는군요. 역사상의 의미를 제하고 나면 그렇게까지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고 봅니다. 가문의 비밀이 버무려진 고딕호러풍의 단편입니다만, 잘 읽히지가 않더군요. 내용 전개가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래도 고전기의 작품이니 심심한 맛도 있구요. 특히 후반부의 비밀이 폭로되는 부분에서 정보가 너무 부실합니다. 같은 내용을 포가 썼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아, 생각해 보니 비슷한 작품도 있긴 하군요. 역설적으로 포의 천재성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3. 숨겨 갖고 들어가다, 리사 스코토라인
아직 아버지는 아닙니다만, 이 작품이 이 단편집의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검사보 톰 모란의 눈물겨운 분투기가 이어집니다. 예전 코엔 형제의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보는 듯한 블랙 코메디가 압권입니다. 유머와 적절한 해피앤딩까지 모든 것을 갖춘 대단한 단편입니다. 물론 저는 아직 총각이라 블랙 코메디로 읽히지만, 육아를 경험하신 분들께는 진정한 서스펜스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일독을 권하는 단편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번역 제목은 어색합니다. 4자 대구를 맞추기 위해 '숨겨 갖고 들어가다.'라는 제목을 쓴 것 같은데,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없었을까요? 숨긴 채로 들어가다. 숨겨 가지고 들어가다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4. 배트맨의 협력자들, 로렌스 블록
작품의 발표 연도는 <800만 가지의 죽음>과 <백정들의 미사>의 중간 쯤에 있는 단편이지만, 읽으면서 초기작의 느낌이 강하더군요. 경찰에서 쫓겨난 뒤 사립탐정을 갓 시작했지만, 일거리가 없어서, 철거용역반 노릇을 하는 스커더라고 할까요?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스커더의 심리묘사와 미국의 밀입국자들에 대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후자는 약간 인종차별적이라는 느낌도 받았지만 말이죠. 단편 자체는 마음에 드는데, 서스펜스라는 느낌은 약합니다. 아마 스커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인상적이지만, 사전 정보가 없는 분들께는 심심한 단편일 수도 있습니다. 

5. 주말 여행객, 제프리 디버
편집자인 제프리 디버의 작품입니다. 영국추리작가협회 단편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후반부의 결말을 일치감치 예측해버려서 약간 김이 새버렸습니다. 하지만 강도와 인질범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중동의 심리변화와 대화는 인상적입니다. 

6. 그 여자는 죽었어, 프레드릭 브라운
<교환 살인>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입니다. SF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직 SF단편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몰락했지만 재기를 노리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진행과정은 상투적이지만, 프레드릭 브라운의 필력이 심심함을 달래줍니다. 주인공의 독백이 맛깔스럽게 진행되죠. 이 작품이 전 의외로 마음에 들었는데요. 결말 때문입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할까요? 결말 부분의 모호함과 뒷맛만 놓고 보자면 이 단편집 중에서 최고라고 봅니다. 저만 혼자 이상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연 해피앤딩일까요? 아니면 언해피앤딩일까요? 이상하게 다양한 생각이 오고가더군요.

그리고 이 작품은 <옥스퍼드 운하사건>이랑 제목이 같더군요. 그냥 신기했습니다.

7. 원칙의 문제, 맥스 알란 콜린스
딱, 제 취향입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에게는 범작이었겠지만,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전에 나혁진 님이 말씀하신대로 <신 시티>스타일입니다. 선악구분이 모호한 등장인물, 은퇴한 청부업자, 변태납치범, 납치된 부자집 아가씨. 그리고 노골적인 폭력. 실제로도 대부인 미키 스필레인의 추종자인 콜린스의 진가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CSI는 모르겠지만, <딕 트레이시> 소설판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많이 소개가 안된 작가인데, 앞으로 소개가 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8. 힐러리 여사, 안윌렘 반 드 비터링
힐러리 여사는 힐러리 클린턴을 이야기하는 것 같더군요. 파푸아뉴기니 추장의 입을 빌려, 미국의 제국주의를 점잖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대의에는 공감하는데, 진행과정이 심심했습니다. 그래도 작가의 현실인식에는 공감하는 바입니다. 예전 <암호 미스테리 걸작선>에 수록된 오 헨리의 단편을 연상케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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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런 단편집은 몇편에 만족하게 되더라구요^^:;;

상복의랑데뷰 2006-04-2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수에는 불만족 하게 되지 않나요? ㅋㅋ 너무 노골적인 야유인가...^^

oldhand 2006-04-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툼한 부피에 비하면 단편 8개의 압박이.. OTL

상복의랑데뷰 2006-04-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길사에서 나온 단편집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따름입니다.
 

WBC 이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겨서, 야구를 주제로 한 추리소설을 다시 읽었는데, 그 완결편입니다. 사놓고 잊고 있었다가 나혁진님이 일깨워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하베이 블리스버그라는 유대인 야구선수를 탐정으로 내세운 추리소설이고, MWA 1985년 신인작입니다. 작가는 Richard Dean Rosen 이구요. MWA에서 검색해보니 데뷔작 이후 어떠한 작품도 에드거 상 후보조차 오른 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정상에서 출발해서 내려온'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이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는 야구미스테리를 몇 권 더 쓴 것 같습니다.

주인공 하베이 블리스버그는 신생팀 프로비덴스 주엘즈(Jewels)의 중견수이자 팀타선의 핵인 선수입니다. 그는 은퇴하면 남북전쟁사를 연구하겠다는 학구파 유태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별명이 '교수'입니다.) 그는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구원투수 루디 파스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루디 파스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독자적으로 수사를 벌이다가 수사를 중지할 것을 종용하는 경고장을 받게 되는데...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현직 야구선수가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평이 꽤 갈릴 것 같습니다. 야구, 특히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상당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 전에 읽었던 다른 야구 미스터리들-폴 오스터의 <스퀴즈 플레이>와 로버트 B 파커의 <최후의 도박>은 야구를 소재로 하긴 했지만, 사립탐정물이라서 야구장의 열기나 야구 자체를 묘사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야구장을 떠나야 하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성공적입니다. 주인공도 현직 야구선수고, 사건역시 정규시즌 중에 일어났기 때문에 주인공의 수사활동은 메이저리거들의 일상과 함께 흘러갑니다. 메이저리거들의 일상, 중계하듯이 보여지는 경기장 안밖의 풍경을 따라가는 재미가 나름 쏠쏠합니다. 부동산 운운하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은퇴를 걱정하는 모습, 카드를 수집하고 팬레터를 보내는 팬들.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락커룸 분위기...일어 중역의 느낌이 나는 엉성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만년 꼴찌 팀이었던 삼미를 응원했던 저로써는 AL 동부리그에서 현 템파베이처럼 신생팀으로 고군분투하는 주엘즈(팀 이름이 보석들이라니!!!!) 팀의 모습도 공감이 갔구요. 중간에 라인업이 한 번 등장하는데 타율을 보고 있자니 안구에 습기가....전체적으로 물타선이라 타율이 가장 좋은 주인공이 2번을 치는 사태가 발생하더군요. DH가 2할 5푼 대를 치고 있으니 말 다했죠.(혹시 최희섭? ^^) 그렇다고 투수진이 좋은 것은 당연히 아니구요.

데뷔작에서는 보통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택하거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작가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상당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묘사도 리얼한 편이고, 무엇보다도 살해동기에 공감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전 살인자에게 쉽게 공감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이 작품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가더군요. 범인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저도 살인충동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살인을 하게끔 하는 원인이 의외로 그럴 듯 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메이져리그 팀의-계속 언급하게 되는 팀이군요 --;;;-트레이드 소식과 맞물려서 비즈니스 세계의 비정함-이 작품에서는 비열함이지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미국의 진정한 No. 1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생각도 언뜻 들었습니다. 폴 오스터도 보스턴의 광팬이라고 알려져 있고, 파커의 작품에서는 아예 레드삭스가 주된 이야깃거리이며, 하다못해 이 작품에서도 레드삭스 이야기는 '살인과는 무관하게' 중요한 소재 중에 하나입니다. 주인공은 레드삭스에서 데뷔했다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볼티모어로 이적했다가 Expansion Draft로 신생팀에 와서 꽃을 피운 케이스입니다. 작품 중간에는 보스턴에서 나간 것을 아쉬워하는 팬도 등장합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이 팀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누구를 모델로 했을까라는 궁금즘도 생겼습니다. 지금으로 비교하자면, 주인공은 나이든 카를로스 벨트란 정도 될 듯 하네요. 85년 작품이니 당시 작가가 모델로 삼은 선수도 있었겠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더니 나름대로 흥미진진하네요. 

다만 대부분의 데뷔작이 그렇듯이 문체가 약간 거칠고, 뒤로 갈수록 산만해지다가 일거에 해결되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말부분에서 일어난 사건은 과도한 영웅주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부분의 감동이 더 어필했으면 좋았을텐데, 이 부분은 보스턴의 골수 팬들 아니면 동감하기 힘드실 내용일 겁니다. 그리고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야구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이 보면 그저 그런 소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야구의 팬으로써 즐겁게 읽었습니다. 구하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헌책방에서 발견하시면 읽어보실만 합니다. 

추신1) 프로비덴스라는 지명이 계속 익숙해서 생각해 봤더니, 아마 베이브 루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베이브 루스가 프로데뷔를 볼티모어에서 했는데, 첫 해에 자리를 못잡고, 일종의 마이너리그 격인 팀으로 가게되는 데 팀의 이름이 프로비덴스였는지 그 마이너리그의 이름이 프로비덴스였는지 헷갈리네요. 계몽사 문고로 20년전에 읽었던 내용이라 정확성은 고사하고, 사실여부도 모르겠구요.  

추신2) 한 권이 더 있는데 필요하신 분께 공급가에 팔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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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습니다. 이 책 에드거상 후보였나 수상작인가 그렇죠.

상복의랑데뷰 2006-03-2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인상 수상작이라고 쓰여있네요 ^^;
 
계간 미스터리 2006.봄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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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번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던, 계간 미스테리 봄호가 왔다. 이번에는 내가 아는 분들의 글들이 다수 실려서 기대를 했다. 낯뜨거운 아부지만, 읽고나니 그만한 지식이나 글재주가 없는 나로써는 그저 부럽기만 했다. 물론 그분들이 그 동안 쌓은 내공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읽고 나서 기획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왜 여기는 기획자의 역할이 눈에 안들어오는 걸까? 에드 멕베인의 가상인터뷰는 지난 호에 실리고, 특집은 이번 호에 실린 아이러니는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 계간지는 기획자의 숨결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글을 청탁하고 게재해주는 투명한 공간의 느낌만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고급평론가들이 다수 등장하지 않는 한 콘텐츠의 빈약함이 바뀔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 늘 투덜대는 것 같아 서로 불편하기만 하다. 그나마 이번 호는, 늘 신뢰할 수 있는 필자분들과 새롭게 참여하신 분들의 글이 좋아서 덜 투덜거릴 수 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지난 호에 지적했던 문제들은 대부분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다.

그나마,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이 신선해서 좋았다. 대부분 기존 장르의 모방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일반 작가들의 치기어린 엉터리 작품보다는 거칠어도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 더 낫다고 본다.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다음 호에서는 더 만족스러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2006년 올해의 추리소설은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큰 마음 먹고 구입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늘 평이 좋았던 우리나라추리소설도 조금씩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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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입소문으로만 듣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입소문을 하두 많이 들어서 감정의 변화를 두 번이나 겪은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사상 최강의 반전', '올해-이제는 작년이겠군요.-최고의 본격 미스터리'라는 서평들의 제목만 보고-저는 읽지 않은 책의 리뷰를 읽지 않습니다.-기대를 했다가, 2차로 그 리뷰에 반해서 읽으신 분들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어영부영 기다렸다가는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읽었습니다.

다 읽은 결과는, 참 뒷통수 한번 제대로 맞았네! 입니다. 다 읽고 나서 껄껄 웃었습니다. 전 완전히 속았습니다. 올바르게 짐작을 했다고 생각했다가 거기서 멈추었는데, 그 멈춘 지점이 작가의 노림수였죠. 그만큼 트릭이 신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보다는 기발한 트릭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트릭의 기발함은 추리소설독자들의 심리적 맹점을 노린 신선한 트릭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의 트릭은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트릭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구요. 더 언급하기가 참 곤란한데, 저는 장르소설은 클리셰 때문에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것을 멋지게 놀려주는 작가의 재기에 감탄했습니다. 단순히 트릭의 기발함 뿐만 아니라, 구성, 문체 등 모든 면에서 트릭을 감추는 작가의 눈물겹도록 재치있는 노력도 재미있었구요. 그러면서, 작품의 숨겨진 주제를 표출하는 과정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우타노 쇼고는 아야츠지 유키토보다는 문체가 수월하여, 등장인물들이 생동감있게 보이더군요. 물론 관 시리즈는 수월하지 못한 문체와 롤플레이어 같은 등장인물이 매력입니다만, 우타노 쇼고의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읽히면서도 본격다운 트릭을 선보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왜 이러나 싶은 부분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건 결국 트릭을 위한 작위적인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글을 접어놓고 스포일러를 마구마구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만, 이 책만큼은 사전정보 없이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렇게 칭찬 혹은 실망하는 글을 보고, 작가와 대결하는 기분으로 '도대체 어떤 트릭인거야?'라는 마음을 새기며, 눈에 불을 키고 읽으셔도 좋을 것 같구요.

최근에 읽은 일본소설 중에서 '트릭의 기발함'이라는 면에서는 최고점을 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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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땅파고 말하세요^^

상복의랑데뷰 2006-03-2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답답합니다. ^^;;;;;;;;;;;;

비연 2006-03-2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답답하셔도 참으셔야 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ㅋㅋㅋ

상복의랑데뷰 2006-03-2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당나귀인데.....범인은 ~~이다!라고 외치고 싶네요 ㅋ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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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데뷔작. 서지정보에 따르면 무명시절 폴 벤자민이라는 이름으로 써서, 출판사에 헐값에 넘긴 책이라고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메이져리그를 소재로 삼고 있는 일인칭 탐정물이라는 말에 구입해 놓고 바라만 보다가 기분전환용으로 읽게 되었다. WBC로 인해 야구 미스테리에 대한 관심도 생겼었고...

폴 오스터가 유명한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환상의 책>이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어, 다른 작품과의 비교는 불가능할 것 같고,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그의 유명세를 떠나 상당히 심심하다.

협박장과 살해위협을 받은 주인공, 암흑가의 타락한 거물, 부정한 아내와 정부, 사주폭력을 일삼는 건달들과 비협조적인 건달. 모든 요소들이 다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성하다. 재료는 적절한데 요리가 잘 안된 느낌이라고 할까. 플롯이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특히 범인의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은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무리 능력 밖의 일을 꿈꾼다지만...

후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환상의 책>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으나, 환상적인 이야기와 꼼꼼한 자료수집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기만 하다. 꼭 데뷔작부터 천재성을 발휘해야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다.

폴 오스터가 챈들러의 팬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주인공의 설정자체가 말로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고, 초기의 습작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챈들러의 방식을 따라가려는 느낌이다. 그러나 챈들러의 공들인 묘사에 비하면, 튀는 부분이 많고, 재기 혹은 치기어린 묘사가 간혹 존재하면서, 필립 말로와는 다른 길로 나아간다. 억지로 비교하자면 후기작인 <호수의 여인>과 <리틀 시스터>를 섞어놓은 듯한 태도에 가깝고, 더 솔직한 느낌은 필립 말로라기 보다는 스펜서류의 자뻑에 가깝다. 

아마 폴 오스터의 팬들 중에서 오스터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려는 열렬한 팬이나, 야구 미스터리-사실 소재 이상의 의미도 없지만-에 관심 있는 분들 외에는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추신) 내가 좋아하는 용대운의 <낙성무제>도 이런 느낌인데,-출간 경위도 비슷하다.-내가 좋아해서 그런지 당시 유행하던 무협과는 차별점이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을 보니,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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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터 작품 중에 추리라서 읽는 작품입니다. 뉴욕3부작이라요^^:;;

상복의랑데뷰 2006-03-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 3부작도 함 읽어보고 싶은데, 워낙 밀린 책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