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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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데뷔작. 서지정보에 따르면 무명시절 폴 벤자민이라는 이름으로 써서, 출판사에 헐값에 넘긴 책이라고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메이져리그를 소재로 삼고 있는 일인칭 탐정물이라는 말에 구입해 놓고 바라만 보다가 기분전환용으로 읽게 되었다. WBC로 인해 야구 미스테리에 대한 관심도 생겼었고...

폴 오스터가 유명한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환상의 책>이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어, 다른 작품과의 비교는 불가능할 것 같고,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그의 유명세를 떠나 상당히 심심하다.

협박장과 살해위협을 받은 주인공, 암흑가의 타락한 거물, 부정한 아내와 정부, 사주폭력을 일삼는 건달들과 비협조적인 건달. 모든 요소들이 다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성하다. 재료는 적절한데 요리가 잘 안된 느낌이라고 할까. 플롯이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특히 범인의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은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무리 능력 밖의 일을 꿈꾼다지만...

후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환상의 책>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으나, 환상적인 이야기와 꼼꼼한 자료수집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기만 하다. 꼭 데뷔작부터 천재성을 발휘해야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다.

폴 오스터가 챈들러의 팬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주인공의 설정자체가 말로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고, 초기의 습작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챈들러의 방식을 따라가려는 느낌이다. 그러나 챈들러의 공들인 묘사에 비하면, 튀는 부분이 많고, 재기 혹은 치기어린 묘사가 간혹 존재하면서, 필립 말로와는 다른 길로 나아간다. 억지로 비교하자면 후기작인 <호수의 여인>과 <리틀 시스터>를 섞어놓은 듯한 태도에 가깝고, 더 솔직한 느낌은 필립 말로라기 보다는 스펜서류의 자뻑에 가깝다. 

아마 폴 오스터의 팬들 중에서 오스터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려는 열렬한 팬이나, 야구 미스터리-사실 소재 이상의 의미도 없지만-에 관심 있는 분들 외에는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추신) 내가 좋아하는 용대운의 <낙성무제>도 이런 느낌인데,-출간 경위도 비슷하다.-내가 좋아해서 그런지 당시 유행하던 무협과는 차별점이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을 보니,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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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터 작품 중에 추리라서 읽는 작품입니다. 뉴욕3부작이라요^^:;;

상복의랑데뷰 2006-03-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 3부작도 함 읽어보고 싶은데, 워낙 밀린 책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