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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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에 읽었을 때 좀 충격이기도 했지만 그냥 이런 소설도 있구나 싶었다. (영어 낱말 레이프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일본에선 이걸 영어로 말하나 보지.)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난 기분은 딱 하나, 마치 머릿속에 모래바람이 부는 것 같다는 거였다. 어석어석 마른 모래가 굴러다는 것 같고, 마치 서부 영화에 나오는 모래바람이 황량하게 부는 텅 빈 마을 같은, 물기 하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기분이 며칠이나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그런 기분을 느꼈다는 것 빼고는 특별하게 남는 건 없다. 일상의 작은 사건들만 떠오를 뿐이다. 브래지어 살 돈으로 계란 부침개용 후라이팬을 샀다든가 뭐 그런 거. 시간과 함께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 평범한 소설이 되어 버렸다.

아, 이 소설 읽으면서 궁금했던 거 하나가 있는데, 남주인공이 여주인공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왔다가 배가 고파서 오이에 김을 싸서 먹는 장면이 있었다. 입맛을 잃어 음식을 거의 먹지 않던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그걸 보고는 따라서 오이에 김을 싸서 먹는다.

정말 오이에 김을 싸서 먹으면 맛있을까? 아직까지도 시도해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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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개정판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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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가 원래 애들 읽으라고 쓴 책은 아니라지만 애들은 애들대로 재밌고 어른은 또 어른대로 재밌다. 특이하지 정말.

읽은 지 오래돼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번역은 무난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짜증났던 기억은 없으니까. 그리고 지도도 여러 장 있는데, 이 책에 있는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있는 동해가 분명히 고려해, 그러니까 Sea of Corea라고 나왔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을 국내 최초 무삭제 완역이라고 광고하는데 이런 광고문구가 하도 널려서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걸리버가 다녀온 네 나라를 전부 번역한 게 우리가 첨이다, 뭐 이렇게 주장하는 출판사도 봤지만, 초등학교 때, 그러니까 80년대에 이 네 나라가 나오는 책을 학교에서 분명히 읽었다. 80년대 읽었으니까 적어도 80년대 초 아니면 70년대에 나온 책일 것이다. 80년대 이전에 그 책을 읽은 게 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 기억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를 몇 번 겪었기 때문에 출판사의 저런 광고 문구를 믿지 않는다.

국내 최초, 완역, 무삭제, 이런 걸 보면 짜증이 날 정도다. 순전히 상술. 이렇게 광고하는 책은 오히려 사고 싶지 않다. 어쨌거나 이 책은 그래도 샀지만, 그 뒤로는 그런 식으로 광고하는 책은 거의 사지 않는다.

읽고나서는 별 다섯 개 주고 싶을 만큼 재밌었지만, 이런 것 때문에라도 별 하나 빼고 싶은 책. 책이 나온 시대와 작품 속 내용(풍자)이 어떤 관계인지 설명을 좀 붙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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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일곱선생이야기
J.L.카아 / 푸른나무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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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도 길다. 시골 학교 일곱 선생 이야기.

도서관에서 정말 우연히 눈에 띈 책이다. 학교 도서관에 왜 이 책이 세 권씩이나 있었는지 지금도 수수께끼지만. 하여튼 읽은 지 10년도 더 됐고 이미 절판된 책이지만 워낙 재밌게 읽어서 리뷰를 남긴다.

영국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 선생, 학부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배꼽 잡고 웃는 얘기는 아니지만 은근하고 황당하게 웃긴다. 어이없는 초등학교 수학문제 사건은······.

이 책을 읽으며, 영국에선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참 영국다운 내용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선생이든 학생이든 학부형이든 교육청이든 그 나라도 참 갑갑하다.

이 책을 발굴해 번역, 출간한 사람을 칭찬해 주고 싶다. 추천.


덧붙임.
찾아 보니까 이 작가의 다른 책도 한 권 있네. 같은 출판사에서 하폴 선생님의 유쾌한 반란이란 책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거다. 전직 선생님이 글도 잘 쓰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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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of Windy Poplars (Mass Market Paperback) Anne of Green Gables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 Bantam / 198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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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Anne of Windy Poplars에서 Windy Poplars는 저택 이름을 말하는 겁니다.

3권에서 길버트와 미래를 약속한 앤은, 길버트가 의대를 마칠 때까지 3년을 에이본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라면 이렇게 젊은 교장이 상상되지 않지만, 나라도 시대도 다른 곳이니까요. 어쨌든 앤은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교장으로 부임하나 봐요. 교장이라곤 해도 수업도 다른 선생들처럼 합니다.

학생과 마을 사람들의 텃새, 동료 선생의 시기, 소외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앤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4권은 앞권과는 달리 전부가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앤이 길버트에게 보내는 편지인 거죠. 시시콜콜 써 바친다고 해야 하나. 이 책에 실린 건 길버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니까 실제라면 더 많은 편지를 쓴 거죠. 팔이 많이 아팠을 거예요.

하여튼 앤은 이 모든 사건을 잘 해결하고, 2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미해결 꼬인 연애 사건도 풀어 줍니다. 앤을 싫어하던 사람도 결국 앤을 좋아하게 되거나 꼬리를 내리거나 하죠.

그리고 아주 부자인 학부형 한 명과도 어떻게 될 뻔했지만, 앤에겐 길버트가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4권에서 다이아나가 애기를 낳는군요. 사는 게 다르니까 1권에 비하면 좀 멀어진 느낌이긴 해요. 길버트와의 결혼은 아직입니다. 5권에 가서야 결혼하거든요.

이 책도 좀 지겨워서, 그리고 페이퍼백 종이질이 나빠서 별 2개 뺍니다. 영어는 고등학교 졸업한 정도면 읽을만 합니다.

덧붙여, 이 책은 외국도서의 문학으로 분류됐군요. 어쩌면 1권부터 4권까지 분류가 다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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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of the Island (Mass Market Paperback, Special Collect) Anne of Green Gables 3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 Bantam / 198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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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3권 Anne of the Island입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앤이란 거죠. 드디어 앤이 섬을 떠나 대학에 가니까요.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일어나는 일이고, 여기선 생판 모르던 주변 사람들의 꼬인 연애가 나오는 게 아니라 앤 자신의 연애 얘기가 나옵니다. 친구들 연애 얘기도 들어있긴 하지만요.

앤은 부잣집 남자랑 결혼할 뻔한 일이 두 번 있는데 여기서 첫 번째 얘기가 나옵니다. 앤이 길버트를 싫어한 건 아닌데 사랑한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길버트도 좀······ 그래서 둘은 계속해서 어긋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1권만은 못하며 종이질이 나빠서 별 2개 뺍니다. 영어는 고등학교 졸업한 정도면 읽을만 합니다.

그런데 앤은 책 분류가 웃기네요. 이 책은 또 어린이동화 중에서도 고전 동화로 분류됐네요. 어떻게 같은 시리즌데 책마다 분류가 다를까요? 게다가 이 책 서지정보에서 저자 이름을 클릭하면 이 책은 뜨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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