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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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에 읽었을 때 좀 충격이기도 했지만 그냥 이런 소설도 있구나 싶었다. (영어 낱말 레이프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일본에선 이걸 영어로 말하나 보지.)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난 기분은 딱 하나, 마치 머릿속에 모래바람이 부는 것 같다는 거였다. 어석어석 마른 모래가 굴러다는 것 같고, 마치 서부 영화에 나오는 모래바람이 황량하게 부는 텅 빈 마을 같은, 물기 하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기분이 며칠이나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그런 기분을 느꼈다는 것 빼고는 특별하게 남는 건 없다. 일상의 작은 사건들만 떠오를 뿐이다. 브래지어 살 돈으로 계란 부침개용 후라이팬을 샀다든가 뭐 그런 거. 시간과 함께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 평범한 소설이 되어 버렸다.

아, 이 소설 읽으면서 궁금했던 거 하나가 있는데, 남주인공이 여주인공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왔다가 배가 고파서 오이에 김을 싸서 먹는 장면이 있었다. 입맛을 잃어 음식을 거의 먹지 않던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그걸 보고는 따라서 오이에 김을 싸서 먹는다.

정말 오이에 김을 싸서 먹으면 맛있을까? 아직까지도 시도해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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