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회사원으로 살게 된 지 이제 3년 째. 밥맛 없을 때 물 말아먹듯 이직이 쉬워진 요즘의 세태를 생각한다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누구 말마따나 참 어중간한 시기다. <일근육(웅진윙스)>이라는 책을 보면, 2년까지는 배움의 시기, 그 후 2년 동안은 리턴의 시기라고 한다. 이제 사이클 하나를 돌았으니, 문제점은 해결하고 기회는 잡아서 나만의 성과를 올리는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 책 때문이었을까, 요새는 뭔가 안 듯하면서도 또 잘 되지 않아서 답답한 느낌도 있다.

아예 메모를 습관화하지 않고 있던 사람보다, 배움의 시기가 얼추 지났을 때 좀 더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88~142p가 도움이 되었다. 이 부분은 회의, 협상, 전화통화 등 업무 중 상황별 메모에 대한 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부분만으로도 내게 책의 값어치는 했다.

아직 메모가 일상화되지 않거나 메모습관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이것만 기억해도 좋을 듯싶다.

 

- 메모는 더 잘 잊어버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 '기록'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것(메모를 다시 들여다보면서)이 의미있는 행위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ne 2007-06-1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이나 배움의 시간을 가져야 하다니!! 이제 겨우 입사 4개월 차인 저로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군요
 
돌의 내력 - 제11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박태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이런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역사가 개인에게 주는 폐해를 진중하게 말하는 소설.

'돌의 내력'은 두 중편을 싣고 있는데, 뒤의 것(세눈박이 메기)은 긴장감이 전혀 없어서 그렇게 좋은 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의 소설세계를 아우르는 아래의 독백만큼은 인상깊었다.

'......와타루 삼촌은 어떤 징조, 혹은 징후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쪽으로든 결단을 재촉하고 최종적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삼촌이 낚아올리는 물고기가 꼭 그와 같은 계기를 만들어주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이건간에 그의 주변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 변화가 생기기를 바랐다. 사건 그 자체는 초월자의 의지에 따른 것이지만,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본편으로 돌아가, '돌의 내력'은 위의 내포작가의 의지를 잘 형상화했다. 내용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어느 일본 청년의 일생이라고 요약해도 무방할 듯 싶다. 전쟁의 상처이자 또한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로서의 상징이 '주인공이 수집하고 조탁하는 돌'이며, 그 상징물을 중심으로 주인공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최소규모의 집단이며 동시에 비밀과 개인사를 안고 있는 '가족'이라는 사회의 특징이,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사회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지니는 일종의 상징으로 작용한 듯싶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의 고뇌와 가족의 붕괴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과정이 매끄러웠고, 그래서 더 가슴이 아렸다.

'수천만 년에 걸친 물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지층의 불가사의한 연계. 아무도 없는 산 속에 혼자 들어섰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광물의 숨결. 오감으로 느껴본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우주의 질서. 그 놀라움을, 감동을, 전율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흘러넘칠 듯한 한 여름의 태양빛을, 지금 이 곳에서 아들에게 가르쳐줄 수만 있다면.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원통함과 슬픔에 콧속이 뜨거워지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역사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과 자아 발현의 욕망을 지닌 인간 사이의 충돌. 이것이 모든 충돌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것이 외로움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성과 개별성이 충돌하는 지점, 그 곳에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근원적인 외로움이 태어나는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식의 '작가의 말' 부분이다. 정말 '킥'하고 웃어버렸다. 국내소설을 읽으며, '킥'이라는 웃음이나마 내 보던 게 언제였던지...... 그것이, 다른 것은 아니고 내 웃음이 신선했다. 그래도 그나마 어딘가, 이런 웃음이나마.

서문에서 당당하게 밝힌 그 자신감이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것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가, <캐비닛>은 이상하게도 발화의 욕구를 자극한다. 쉽게 얘기해, 스포일러가 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게 한다. 그러나 앞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야기했으므로, 또 이야기하고나면 당신이 '상상'해버리므로 그러기가 싫다. 그 '이하'를 본다지 않나, '이하!' 그러니까 상상하지 말고 보자. 그러면 당신도 나처럼 평소에 쓰지 않던 글을 끄적거리며 누군가에게 <캐비닛>을 이야기할테니.

다만, '작가의 말'은 인용하고 싶다. 내용과는 상관없으니 이것을 읽고 상상하시길~!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게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 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도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그런데 내가, 겁도 없이, 책을 내게 되었다. 분수도 모르고 덜컥 상까지 받아버려서 이제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귀싸대기 맞을 각오는 되어 있다.


[캐비닛] 수상소감 中, 39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기업 운용에 관한 한, 이 책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이다. 맥킨지 출신의 저자는 너무나도 명백하게 분석적인 논리로 독자들의 의문을 뿌리부터 잘라낸다. 스탠포드대학교 소속의 21명의 연구원들이 15,000시간동안 작업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조사, 인터뷰, 논의와 회의의 결과물로 이 책은 구성되어져 있다. 정확한 기준과 기준에 부합되는 11개의 회사(단, 미국 기업에 국한해서)를 선별했고, 선별된 회사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도약/지속/순환점을 기록했다.

이 책의 두 가지 장점 중 첫 번째는, 경영에 바로 도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리뷰어들이 이야기한 것과는 다르게 거개가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창문과 거울 이론, 붉은 깃발 법칙, 스톡데일 패러독스, 버스 이론, 고슴도치 이론 등과 같은 것들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도출해 낸 전혀 새로운 경영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경영자'의 입장-나는 그 직책은 아니지만, 늘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생각한다-에서 보면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타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설사 이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 들, 나는 알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이 지닌 장점을 단 1%도 폄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서를 조금만 접해본 사람도 경영에 대한 개론적인 내용들이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책들이 가르쳐주는 모든 것을 다 적용하고 또한 거기에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직 경영에 있어 무엇을 '선택'하며 선택한 것을 구체적인 어떤 방법으로 '집중'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그것만으로 훌륭하지 않은가!

이 책은 두 번째 장점은 경영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 나아가 조직 생활의 근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큰 것을 만들어 가는 조직의 일원이 되고자 당신이 찾고 있는 일이 당신의 인생에 갑자기 뚝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든 그 일을 찾아라. 만일 회사에서 찾을 수 없다면, 어쩌면 당신의 교회를 크게 만드는 일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도 아니라면 비영리 기구나 지역사회 단체, 아니면 당신이 가르치는 학급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뭔가를 얻으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지 그럴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키우고 싶어질 만큼 정말 관심이 가는 일을 찾아서 하라.

( ......) 결국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한, 크고 위대한 삶을 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 다음에야 당신은 세상에 기여하는 탁월한 뭔가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소중한 평정심을 얻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깊은 만족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 지구상에서의 짧은 시간을 잘 보냈고, 그 시간들이 쓸모 있었다는 깨달음 말이다. -p327(마지막 페이지)

 가정에서든, 지역사회에서든 또는 인생의 어떤 한 부분에서든 항상 마음의 올바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스스로에게 가장 큰 충족을 선사하는 일이라는 것을, 단 한 권의 책에서 나는 가슴에 새겼다. 어느 리뷰어처럼, 경제경영서를 읽고 온 몸에 소름이 돋은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경제경영보다는 자기계발쪽에 가까우니 엄밀하게는 첫 번째이다-. 이 책은 그러나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은 일반인이 읽을 경우, 상당 부분 지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활동에 매진하고 싶은 워커홀릭-이 책의 내용을 적용시켜 얘기하자면, 일로부터 개인의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의 향기
송기원 지음 / 창비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빠른 변화가 무섭다는 말이 이제는 응당 고개를 끄덕이는 것조차도 진부한 표현이 되었다. 전쟁, 산업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붕괴, 과학으로서의 세계 인식, 가상 현실... 그리고 현재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 급속한 변화를 고스란히 겪었으며, 또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은 변화의 중심에서 최후이자 또한 최초다. 바꾸어말하면 그들은 개인화되지 못한 사회의 피해자들이라는 것.

그런 그들을 개인화시켜놓은 소설을 읽었다. 바로 이 책 '사람의 향기'.

유목에 가까운 삶을 견디며-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 여기에 우리 민족 특유의 '한'의 정서가 내재되어 있다- 도대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어찌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사람들, 일가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족사 안에서도 철저하게 개인이었던 그들. 송기원은 그들의 삶을 수채물감으로 채색했다. 너무나 투명해 고통과 쾌락이 여과없이 투영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소설은 연작이다. 지면에 연재했거나 따로 써 놓은 단편들을 한 데 모아서 묶은 셈. 각 편은 화자인 '나'를 통해 서술되어지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제목이 붙어 있다. '폰개 성', '물총새 성관이', '정애 이야기' 하는 식. 그리고 각 주인공들의 개인사적 이야기들이 사회사 안에 집어넣어진 플롯으로 구성되어졌다. '오만과 편견'이나 '안나 까레리나'를 떠올리면 정확할 듯. 그러나 이 소설이 가지는 장점은 그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서술자인 '나'가 등장해 사회사가 아닌 개인적인 정황에 주인공들의 초점을 맞춘다는 것. 이것은 보다 연대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특질을 잘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두 번째로는-이것이 중요하다!- 그 개별적 주인공들이 하나의 공통된 연대감을 형성한다는 것.

"자, 아무 말 말고 작은어머님을 만나세.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살아 계신 피붙이로는 자네에게 유일한 어른인 셈이네." -폰개 성

"오매, 용반떡이 말을 다 하네. 시상에, 자석이 왔다고, 시방까장 닫았던 입이 열려뿐구만잉. 이녁 배를 앓음시롱 낳은 자석은 아니라제만 그래도 자석은 자석인 모냥이네."

"오냐, 떼레쥑에라. 나가 이녁 손에 죽으먼 죽었제, 한나밖에 없는 내 새끼를 근본도 모르는 장갓 쌍것으로 맨들 수는 없어야." -주인공 '나'의 어머니

"근디 말다, 나가 여그 온 그러께부터 해마둥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먼, 누군 중 몰르제만, 가게문 앞에다가 새벡같이 조구랑 서대랑 육괴기를 살모시 나놓고 간단 말다아." - 끝순이 누님

부분을 인용해서 내용 전달은 힘들지만, 내포작가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이 발화에 드러나 있다. 그렇다. 그것은 '핏줄'이다. 한 명 한 명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야 비로서 아우라로 형성되는 것을 느끼며, 연작소설이 가져야 하는 미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절규하듯 주장하는 그 '핏줄'의 한국적 계승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성찰이라도 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현재'를 개선해야 하는 문학적 과업을 지닌 것이 작가의 제 1 덕목이라고 한다면 이 책 '사람의 향기'는 그것에 아주 충실하다. 또한 지금까지 아무도 이러한 소설을 써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에 기꺼이 별 다섯 개를 주겠다. 사회가 급속하게 도시화, 산업화로 이행되면서 우리가 간과해 마지 않았던 바로 그 것. 한국적인 것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려고 하는 50대 이상, 아니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핏줄'에 대한 한국적인 연대의식을 우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설 연휴에도 나 역시 고향 집에 내려가는 것이 마냥 귀찮기만 했다. 그리고 올라오는 길에 이 책을 정독했다. 읽으면서 콧등이 시렸다. 대가리가 커버린 자식에게 미처 내색하진 않았지만,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가족이 같이 내려가서 맞는 설이 얼마나 큰 연례행사인가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 서울로 올라와버린 나의 차가운 등허리를 애타게 보았을 부모님의 눈동자를 생각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