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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식의 '작가의 말' 부분이다. 정말 '킥'하고 웃어버렸다. 국내소설을 읽으며, '킥'이라는 웃음이나마 내 보던 게 언제였던지...... 그것이, 다른 것은 아니고 내 웃음이 신선했다. 그래도 그나마 어딘가, 이런 웃음이나마.
서문에서 당당하게 밝힌 그 자신감이 작가의 상상력에 대한 것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가, <캐비닛>은 이상하게도 발화의 욕구를 자극한다. 쉽게 얘기해, 스포일러가 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게 한다. 그러나 앞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야기했으므로, 또 이야기하고나면 당신이 '상상'해버리므로 그러기가 싫다. 그 '이하'를 본다지 않나, '이하!' 그러니까 상상하지 말고 보자. 그러면 당신도 나처럼 평소에 쓰지 않던 글을 끄적거리며 누군가에게 <캐비닛>을 이야기할테니.
다만, '작가의 말'은 인용하고 싶다. 내용과는 상관없으니 이것을 읽고 상상하시길~!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게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 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도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그런데 내가, 겁도 없이, 책을 내게 되었다. 분수도 모르고 덜컥 상까지 받아버려서 이제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귀싸대기 맞을 각오는 되어 있다.
[캐비닛] 수상소감 中, 39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