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시선 394
송경동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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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에 이어서,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시집이다.

그것도 무려 송경동이다.

 

당연한 문제 제기도 구속 사유가 되는 시대.

자국의 대통령이 외면한 유족을 교황이나 와서 위로하는 시대.

 

이 시집은

서정시 모음이 아니다.

거리에서 쓰여진 가두시와

숫자로는 '다수'이지만 권리에서는 '소수'여서 슬픈 사람들의

슬픈 노래가 묶여 있다.

 

부디 내가 더 많은 소환장과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주인이 되기를

어떤 위대한 시보다

더 넓고 큰 죄 짓기를 마다하지 않기를(시인과 죄수, 부분)

 

상 받는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닌 듯 종일 부끄럽다가

벌 받는 자리는 혼자여도

한없이 뿌듯하고 떳떳하다는 시인의 말은,

이 시집의 권두시로 놓을 만 하다.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부분)

 

용산과 쌍차 이후로 이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강정과 밀양을 거치면서 괴물의 거친 입은 닥치는대로 먹어치웠다.

세월호는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일 뿐인 것 같다.

자본의 항로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더 악착같이

더 쏜살같이

더 끝간데 까지...

 

결국 문장은 몸이고,

문학은 사는 일이라는 것을 이 시집에서는 토로한다.

 

그렇게 날마다 세상의 빈칸 하나씩을 야무지게 쓰고 들어와

밤마다 앓는 소리를 내며 자는 옆방 사내는

 

얼마나 단단한 문장인지

얼마나 싱싱하고 유려한 문체인지(문장강화, 부분)

 

글자로 쓰는 일은 부질없다.

힘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살아가며 배우지 말아야 할 말 중 하나는 '절망'일 것이다.(시인의 말)

 

하지 말자...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들은,

곧 현실이 그러하다는 말이다.

가장 좌절스러운 지점의 최첨단에 선 송경동이,

그래도 절망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놓는 시집이다.

 

지상파가 미친 정부의 나팔수가 되어버린 지점에서,

약자들, 숫자는 99%이지만 '소수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좌절할 힘조차 놓아버리는 시점에서,

그는 꾹꾹 눌러 썼다.

절망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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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3-0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일전에 주문했었습니다...
몸으로 시를 쓰시는 분....

글샘 2016-03-03 13:40   좋아요 1 | URL
그렇죠. 몸으로 시를 쓰는 송경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