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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69호 - 2015.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다정다한 다정다감/ 박성우
내 어머니도 '김정자'고 내 장모님도 '김정자'다
내 어머니는 정읍에서 정읍으로 시집간 김정자고
내 장모님은 봉화에서 봉화로 시집간 김정자다
둘 다 산골짝에서 나서 산골짝으로 시집간 김정자다
어버이날을 앞둔 연휴가 아까운 터에
봉화 김정자와 함께 정읍 김정자한테로 갔다
봉화 김정자는 정읍 김정자를 위해
간고등어가 든 도톰한 보자기를 챙겼다
정읍 김정자는 봉화 김정자를 위해
시금시금 무친 장아찌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정읍 김정자는 봉화 김정자 내외에게
장판과 벽지를 새로 한 방을 내주었으나
봉화 김정자는 정읍 김정자 방으로 건너갔다
혼자 자는 김정자를 위해
혼자 자지 않아도 되는 김정자가
내 장인님을 독숙하게 하고
혼자 자는 김정자 방으로 건너가 나란히 누웠다
두 김정자는 잠들지도 않고 긴 밤을 이어갔다
두 김정자는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 소리는
아내과 내가 딸과 함께 자는 방으로도 건너왔다
죽이 잘 맞는 '근당게요'와 '그려이껴'는
다정다한한 얘기를 꺼내며 애먼 내 잠을 가져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이른 아침,
한 김정자는 쌀씻어 솥단지에 안치고
한 김정자는 화덕불에 산나물을 삶고 있다
책을 뒤적거리면서 읽고 싶은 글을 찾노라니,
읽고 싶은 꼭지를 찾기 힘들다.
삶이 팍팍해 그럴 게다.
그나마, 박성우의 이 시가 참 좋았다.
얼마 전 읽은 백무산의 시도 좋았다.
서민의 메르스 사태 소론이 읽을 만 했는데, 결론은 너무도 뻔한 것이어서, 아쉽다.
그가 좀 더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면... 그런 아쉬움.
신경숙은... 신물나고 시들하며,
세월호는... 혈압만 치솟고 눈물이 앞을 가려 못읽는다.
요즘 소설들은... 왜 전망을 가지지 못하는지,
과거와 분리된 현실은 전망을 갖지 못하는 불임이 되는 것인지...
시대를 분석하는 글들 역시,
힘이 없어도 너무 없어... 이 두꺼운 책이 참 힘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