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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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주고 소설을 사는 일은 흔치 않은데,

눈먼 상품권이 좀 생긴 고로,

도나 타트의 소설로 유명하다고 광고를 때린,

특히 98.5%에 눈이 멀어 책을 샀다.

 

그리고 읽으면서 힘들었다.

활자 중독인 내가 힘들어 하는 책들이 간혹 있는데,

소설을 이렇게 읽다가 지치기도 흔한 일이 아니다.

명실상부, 명불허전이라고...

유명한 소설들은 나름의 개성적 인물을 창조하고, 환상적 배경 속에서 사건이 전개되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 소설에 있는 것은... 글쎄. 없다.

유명세만 있다.

 

여러 해 동안 호비 아저씨의 체인질링에 감탄했고

일부 작업을 돕기도 해놓고,

..

우리 가게에는 미술관에 전시해도 될 수준이지만 복원할 수 없을 만큼 손상되거나 부서진 가구들이 종종 들어왔다.

이 우아하고 낡은 잔해들을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나 학대당한 고양이처럼 여기면서

슬퍼하는 호비 아저씨로는 살릴 수 있는 부분(여기는 꼭대기 장식 한 쌍, 저기는 섬세하고 둥글게 깎인 다리 한 세트)을

살려서 목수와 가구장이로서의 재능으로 다시 조립해서 아름답고 젊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이 의무와 마찬가지였고,

결과물은 영 기이할 때도 있었지만 진품이 만들어진 시대의 아주 충실한 모델일 때고 있어서

진품과 구별이 안 가기도 했다.(2권 36)

 

스토리가 지나치게 지루하고,

아마도 그가 존경해 마지않을 미국 소설의 선구자들-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 을 본딴 것인지,

하류 계층의 뒤섞인 외국어와 욕설들의 삶에 대하여 지나치게 상세하게 적는 일에 진이 빠졌다.

내가 싫어하는 부류가 그런 뷰류인 모양이다.

인물에대하여 묘사하는 것도, 사건이 박진감 넘치는 것도 아닌,

떠벌이는 소설...

 

호비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소설을 썼더라면...

그 세계에 천착했더라면...

이런 아쉬움을 놓을 수 없었다.

 

간혹 철학적 언술들을 툭툭 던지는데,

바람둥이에 노름쟁이인 아버지에게서 얻은 교훈치고는 좀 과하게 고상하다.

 

패턴이라는 것을 아주 깊이 파고들면 빛이었던 것, 혹은 우리가 빛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무너뜨릴 만큼 암울한 공허함에 닿을 뿐.(2권 377.)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서 수필집처럼 늘어놓는 문장들은,

소설의 인물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여서 감동을 받기에는 지친다.

 

우리는 어떤 그림을 일주일 동안 보고 나서 평생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그림을 잠깐 보고 평생 생각할 수도 있다.(390)

 

이런 명제에서 이 소설은 잉태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그림에 대한 의미 부여가,

가엾은 소년 시오와 골드핀치의 동일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피파의 입맞춤의 맛 - 달곰씁쓸하고 낯선 맛 - 은 흔들흔들 버스를 타고 졸면서 돌아오는 내내,

슬픔과 사랑스러움과 함께 녹아들어서

반짝이는 아픔이 되어 바람이 휩쓰는 도시 높이, 나를 연처럼 날렸다.

내 머리는 비구름 속에 내 마음은 하늘에 있었다.(213)

 

반짝이는 사탕처럼 달콤한 문장들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완독률 98%를 자랑하려면

좀더 박차를 가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적힌 미사여구만 보고 사지 말 책.

 

우리의 정신을 자극하고 심장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소설...

뛰어난 스토리 텔링으로 완성시킨 흥미롭고 조화로운 작품...

뻥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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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8-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그 완독률 광고문구에 걸려서 완독했습니다 ㅠ ㅠ 세상에 풀리처상이 어떻게 주어진 걸까요. 끝까지 길기만 하고 형편없는 소설이에요.

글샘 2015-08-20 15:25   좋아요 0 | URL
형편없는... ㅋㅋ
저도 완독률에 헛웃음만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