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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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의 인터뷰집은 특별한 기획 같았는데, 이번 책은

강준만, 이상호와는 언론 이야기를 하고,

강풀과 박순찬은 만화 이야기이며,

오지은과 한희정은 가수 이야기다.

김난도는 뭐, 이야기다.

 

가장 먼저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를 읽었다.

뭔가 찜찜했다.

그랬다. <다이빙 벨>을 보아야 했다.

2천원에 다운받아 밤늦도록 보았다.

다시 가슴은 1년 전 그 시린 바다로 되돌아갔다.

 

이상호의 고발뉴스.

고발은 사회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하는 거이라고 한다.(288)

 

세월호 사태에 직면하여 모든 뉴스들이 청와대발 조작된 내용을 기레기처럼 베끼고 있을 때,

이상호 기자는 혼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유가족과 함께 했다.

제 돈 몇 억 들여서 장비를 싣고 온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의 눈물...

그 투박한 바다 사나이의 눈물은 분노가 아닌, 애정의 정수로 흐르는 눈물이었다.

 

과거에 아이들 학교 보내기 위해서 송아지를 팔면

어미 소가 그렇게 울었대요.

몇 날 며칠을 운다고 해요.

그런데 아무도 그 어미 소가 재수 없이 운다고 얘기 안 한대요.

몰래 와서 여물을 쑤어 주고 몰래 와서 쓰다듬어 주고 간다는 거예요.

자식 잃은 어미소한테도 그렇게 하는데,

자식 잃은 유가족들이 진실을 알려달라고 울부짖는데도

우리 사회는 여물을 챙겨주기보다는 돌을 던지고 있거든요.

이것은 정말 우리 사회가 우리 몸값이 소 값만도 못한 거죠.(314)

 

세월호는 자본이 살해한 사건이다.

그래서 인간 사는 세상을 위해 세월호의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강준만과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인터뷰에서도 대비된다.

 

책을 읽고서 코멘터리 해야된다는 것이 나의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사람은 안 읽었어, 하고 느껴지면,

책에서 다 설명햇는데 왜 이러실까,

읽었는데도 그랬다면, 악의적인 것이고요.

뭔가 확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18)

 

강준만은 비판에 대해서 겸허하고 변화를 깨닫는데 반해, 김난도는 변명과 남탓으로 일관한다.

 

서울대 교수님이시니 다른 나라 말씀을 하시는군요,

하는 피드백은 댓글로 많이 붙는데,

그걸 보면 제목밖에는 읽은 것이 없구나. 그게 느껴져요. 이런 비판은 오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143)

 

교육제도에 대하여도 참 단편적이다.

 

교육제도야 바꾸기 어렵고 바꿔봐야 부작용만 나지만,

이 나라 어머니들이 생각을 바꾸면 상당히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157)

 

참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이 나라 어머니들이 왜 그렇게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지를 고민해본 일이 없는 모양이다.

국가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현실, 아니 갈수록 1:99의 벼랑으로 몰리는 현실에 반응한 것이 지금의 지형도다.

교육제도를 바꾸기 어려운 게 아니다. 부작용은 <사립대>에서 시작된다.

기업 문화의 사립대를 전격적으로 손봐야 하고, 국가의 기조가 비정규직 양산이라면,

어머니들은 생각을  <제 자식 살리기>에 몰두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은 진영에 속하는 선생님은 아닌 것 같아요.

지나치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거나 실제 정치를 하는 것도 좋은 선생님은 아닌 것 같아요.(172)

 

이런 사람이 멘토라니, 그건 아니다.

이 편향된 시대에,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1:99로 싸우는 현장에서,

나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 선생님이야~ 하는 말은

곧 권력자들의 앞잡이라는 웅변이나 마찬가지다.

 

교황님, 중립을 지키시죠~ 했더니,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순 없다~! 하지 않았는가.

 

그에 비하면 '장도리'의 박순찬은 명확하다.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도 저는 정치적 편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어떤 정치 세력의 읟에 따라가기 때문에

그것도 정치적 편향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되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세력들이 분명 있습니다.

소수 세력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다른 이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그런 세력들이 있지 않습니까.(191)

 

중립은 없다.

중립을 가장한 무관심과 무식이 독재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

 

바꿔봅시다, 엎어봅시다.

그건 이제 끝난 거 같아요.

다만 애초의 취지에 충실하게

잔잔하게 화려하게 중심에 있지는 않더라도 삶의 곁가지로 가는 그런 의미로서의 작업,(72)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이 보여주는 비전이다.

과연 끝났을까?

새누리당 제2중대일 뿐인 등신같은 야당밖에 없다고, 과연 바꿀 수 없을까?

광복 70년이 지나 아직도 친일 청산에 손도 못대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는 더 암담하기만 한 걸까?

 

강풀은 그림을 그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림에서 밀린다고 하면 남은 게 뭐가 있나 생각하니 이야기더라고요.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노력해서 잘 될 수 있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하잖아요.(85)

 

정치 현실 역시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

민주당 같은 썩은 집단은 과감히 버리고,

열심히 하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국민의 희망이 불타오를 수는 없을까?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는 이정희에게 앙심을 품고 정당을 해산하는 현실에서,

대안없는 선거를 반복하며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아야 하는 것일까?

노력해서 잘될 수 있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강풀의 아버지가 목사님이신데,

무당에 귀신을 그려서 죄송하다 했더니 이렇게 말하셨다.

"너의 상상력도 하느님께서 주신 거야. 뭐 어때."

훌륭한 분이시다.

 

홍대 마녀라는 오지은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한 마디.

 

마법처럼 모든 것이 흘러가지 않아요.

마법은 사실 착각과 사기일 수 있어요.

정말 깊은 데까지,

똑같이 깊은 지점에 가려면 정말 사전 준비를 많이 해야 되는 것 같아요.(263)

 

음악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마법처럼 흘러갈 때, 착각하면 안 된다.

사전 준비를 하고 깊이 파지 않으면, 잡을 수 있는 것도 놓치게 된다.

 

한국은 그래서 지금 후회막급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 아닌가...

 

지승호는 열심히 준비해서 인터뷰하기로 유명한 인터뷰어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지승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인터뷰다.

그의 최고의 명작은 <나는 꼼수다>가 아니겠는가?

 

유시민이, 노회찬이, 심상정이, 박원순이, 이재명이, 그리고 많은 진보 교육감들이 품었던 꿈을,

지승호가 인터뷰하여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면,

그의 그림자같은 작업 역시

아무 음도 내지 않지만 마에스트로가 되는 지휘자 역할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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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5-06-1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7) 인용하신 김난도 글을 보니 이 나라의 `어머니`로서 욱~~!하는데요? 무슨 박근혜같은 말씀이신지....

글샘 2015-06-17 23:05   좋아요 0 | URL
박그네가튼 ㅋ 그게 심한 욕도 되는군요. 김난도는 관심 없는데 자꾸 보여서 본의아니게 까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