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
승효상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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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아직도 '봉건'의 역사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부자 전승의 모습을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서 볼 수 있고,

권력 쟁탈에서 패자에게 보내는 승자의 모욕이 그러하다.

 

광주의 학살은 아직도 '전라도 홍어'로 폄하되기 일쑤이며,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반대하는 이천 여 통의 편지들이 그러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에 대한 오물 투척 같은 일을 보면... 그러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돈을 가진 자들과 결탁하고,

그 아래 사람들을 계급화하여 조종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수천 억원(30년 전의 수천 억은 지금의 수십, 수백 조에 값어치일 듯)에는 눈감던 검찰은

왜 억대 시계라는 둥, 딸의 몇억짜리 아파트에 광분했던 것일까.

 

권력은 본능적으로 안다.

자기들을 파괴할 힘을 가진 자들과 자기들과 유사한 분자들의 성향을.

그래서 유시민이 라운드 티를 입었을 때는 개떼가 달려들듯 예의를 모른다며 고함치던 것들이,

민노당 의원들이 노동조합 점퍼를 입고 등원했을 때 찍소리도 안한 것일 게다.

결국 유시민은 자기들과 유사한 성향의 계급임을 본능적으로 파악한 듯.

 

그들이 노무현을 파괴하기로 마음먹었던 곳에도

비밀스런 세력의 음모가 두려움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노무현의 존재를 없애는 것은 권력없는 세력(민주 세력)의 성장을 10년 이상 후퇴시키는 업적이라 여겼을 것이다.

 

노무현은 죽어서 인정받았다.

그가 살아서 실패한 정치를 무덤 속에 들어가서,

세모진 땅 안에 갇힌 채로,

그 작은 봉하마을은 '피라미드'가 되어

못가진 자들의 구심점이 되어버렸다.

 

물길 흐르는 대로 두고,

박석을 둘러 묘역을 조성한 자그마한 대지는,

오히려 국립묘역이 아니어서 평화롭고

황금 들판 사이에서 빛난다.

 

권력을 놓고 난 이의 평화로움을 시샘하여 파괴한 세력은

이 무덤의 의미조차 짓밟아버리고 싶을 것이지만,

이 묘역은 국가관리 묘역이 되어버렸으므로 눈엣가시처럼 보일지 모른다.

 

노무현의 무덤에 침뱉고 싶은 자들,

국립묘지에 묻힌 전직 독재자들이야말로 '타기'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애써 모르쇠 하고 있겠지만,

시간은 세상을 천천히 돌린다.

 

그 한 지점에 노무현의 무덤은 저렇게 뾰족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쉬는 하루는,

그이 무덤가에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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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5-15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생전 다시 노 대통령님같은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정말 속상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내가 살았던 가장 따뜻한 계절입니다

세상은 아직도 깜깜합니다. 어둠이 너무나 당연해서 익숙해질까봐 걱정입니다....

작년에 다녀왔습니다....

글샘 2015-05-20 12:27   좋아요 0 | URL
벌써 6년이 되었군요.
원래 어두웠던 세상이지요. 잠시 밝은 빛이 비추었을 뿐.
요즘 야당 보면 어둠이 더 깊어질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