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지도 - 오기사가 그리는 불행의 미학과 치유의 여정
오영욱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오영욱, 오기사, ㅇㅇㅇ

건축을 하는 그는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은 '길'을 따라 다니는 일인데,

길은 '건설'하는 것이고,

그 생각은 곧 인생의 지도와 맞닿았다.

 

이 책의 재미라면,

인생이라는 길에는,

온갖 생각지도 못했던 황당한 경험을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그것을 보여주는데 두려웁게 보여주기보다 재미있는 유쾌로 보여주어 좋다.

 

그러나... 이 책의 한계는...

인생과 지도는 애초에 유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도는 '목적지'를 염두에 두었을 때나 보는 것이다.

놀이삼이 지도를 펼쳐보는 일은 싱겁다.

허나, 인생에는 '목적지'도 없이 흐르는 길이 있을 뿐이다.

지도에는 여러 가지의 갈림길이 있어도 갔다 되돌아올 수 있으나,

인생에는 이것이 길인지 아닌지도 모를 곳들로 가득하다.

 

내가 가고

사람들이 다니면 길이 된다지만,

그것은 나중 사람들이 만든 말일 뿐이다.

길이 될지, 실종자가 될지는 나중 사람들이 판단할 뿐.

 

그치만, 곳곳에서 만나는 문구들은 재미있고, 씹을수록 맛이나는 육포맛이다.

 

친구란

추억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이다.

좋은 친구란

서로에게 바랐던 게 아무 것도 없었음에도

고마운 일이 계속 생겨가는 사이다.

그리고 좋은 인생이란

자신이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있는 것이다.(3장)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내 사람'이다.

때로는 가족이나 형제, 배우자가 '내 사람'이 될 수도 있으나,

가장 가까운 그 사람이 가장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결국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좋은 일은,

내가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려 노력하는 일이다.

 

나는 나의 생각을 바꿀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들이 그들의 생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옳았던 것인지는 한 세기 후쯤에 밝혀질지도 모른다.

혹은 모두가 어리석었던 것일 가능성도 의외로 높다.(25장)

 

인생의 어느 켠에서

맞닥뜨린 인연으로

사람은 자기 생각을 가지게 된다.

우리 세대가 '광주'를 생각하면 부르르 치떨리는 분노의 감정을 갖게되는 그런 것.

순전히 그 시대에 그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갖는 생각이다.

기대를 하지 않고 살라고 성인들이 말하지만,

거기 그 때 살았던 사람들은 기대를 버리기 쉽지 않다.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강의실은

죽은 공간이다.(26장, 니히르반 대학교)

 

학교를 돌아보게 하는 말도 만난다.

죽은 공간...

 

나와는 다른 신념을 가진

정말이지 뇌의 구조가 궁금한 저 사람의 진심이

나의 진심보다 열등하다는 증거는 없다.

서로 자신의 생각을 바꿀리 없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아야할 운명이라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에

나는 나의 신념을 믿되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며 누구보다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삶만이 내 신념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59장, 신념)

 

다른 사람이 어찌 그렇게 골때리는 생각을 하는지... 한탄을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틀어져버린 각도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신념이 있다면, 삶을 그렇게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이 그림은 '결혼'이다.

아주 우연히 연결된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관계. 결혼.

 

대부분의 반성은 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망각은 자기애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대부분의 반성은 믿지 않는 게 상책이다.(88장, 반성)

 

아이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기 생각을 써보라 한다.

인간은 반성하는 동물이 아니기에...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연'을 설명한다.(102, 인연)

 

인연을 영어로 Ties라고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인'과 '연'이라는 직접적 원인과 간접적 원인을 한 마디로 '타이즈'라고 해도,

그 안에 담긴 아스라한 느낌이 스러지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실수는 주눅이 든 상태에서 저질러진다.

윗사람의 가장 큰 실수는

아랫사람이 실수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110장, 실수)

 

헤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디로 가려하는지

모르는 채

헤매는 것이 문제다

 

삶 자체가 하나의 문제다.

지도를 하나로 묶어서 봐도,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 수 없는 인생의 지도.

 

이 지도책은 25,000원이다.

좋긴 하지만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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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2-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글보다 그림이 더 좋더라구요. 여행다니면서 스케치가 가능한 사람 진짜 부러워요. ^^

글샘 2015-02-08 23:2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림이 예술이죠.
건축하는 사람들이 선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