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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
머릿속 한 구석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던 옛날 이야기책 한 권이 꿈틀거린다.
그 책에 적히다 만 글자들은
아직도 마음 속에서 간질거리며 잠들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마음 속에서 간질거리며 잠들었던 이야기 도막들이,
살이 붙고, 피가 흐르는,
태동을 막 시작하려 든다.
이 책을 읽으면,
팀(Tim)이라는 남자 아이와,
엘리스(Eless)라는 여자 아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끌려 드는,
바람 한 줄기를 느끼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공중에 올라탄 팀과 엘리스를 따라,
독자가 작가가 되고,
기계가 작가가 되고,
기계를 본 독자는 팀과 엘리스의 꿈 속에서,
영원한 (Timeless) 소년, 소녀로 살아가게 될는지 모를 일이다.
모든 어른들을 기른 것은 8할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기르면서,
어른들은 자기들이 어려서 듣고 만들고 되뇌이던 이야기들을 다 잊어버렸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문학이란 이름의 글들을 읽어 봐도,
영 시원찮은 노릇이다.
그건,
마음 속에 눈의 여왕이 깨뜨려버렸던 '얼음 거울 한 조각'이 콕 박혀 있어서,
어린 시절의 말랑마랑하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노라면,
세상에 나처럼 바보같이 나이먹어가는
어린이 어른이
나 혼자만은 아님을 알게 돼서,
안심하게 될는지 모른다.
똑같다
그런 적 없나요.
길을 가다가 나랑 똑같이 생긴
벌레를 만난 적 없나요.
아직 만나지 못했다며
언젠간 틀림없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땐 놀라지 말아요.
벌레가 더 깜짝 놀라 달아나기 전에,
얼른 먼저 인사를 해요.
그러면 금방 친구가 될 테니......(159)
이치고이치에...란 일본어가 있다.
일생일대의 귀한 인연...이란 말이다.
한자로 '一期一會' 일기일회...라고 쓴다.
마음을 어른처럼 쓰면,
어른처럼 단단하게 굳게 만들어 버리면,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일기일회의 인연을 바라보면서도,
어...어...어... 하다가,
우리 모두 흙 속에서 동창생이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른들 모두,
흙 속에서 동창생이 되기 전에,
어린 시절 우린 모두 친구였음을... 생각할 수 있잖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