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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글쓰기 - 우리 말로 끌어안는 영어
최종규 지음 / 호미 / 2012년 1월
평점 :
텔레비전은 외래어다.
우리말이 없다.
컴퓨터, 모니터, 마우스, 프린터... 다 외래어다.
그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이런 것들은?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 영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무개념인 나라다.
일본은 나름 한자어로 번역하고,(번역의 역사가 워낙 기니깐...)
외래어도 나름 짤막하게 잘라서 붙이곤 한다.
삐삐(페이저)를 '포켓 - 벨'을 줄여서 '포케-베루'라고 한다든가...
후진 영어지만 암튼 주체성이 보이긴 한다.
하다못해 '테레비' 이렇게라도 말이다.
중국의 주체성은 뭐, 말해 무삼하리오다.
컴퓨터도 電腦 전기뇌... 디엔나이... 이렇게 읽는 넘들이다.
일본의 NHK 는 니혼 호-소 쿄-카이의 무식한 머릿글자고,
HSK란 시험은 한위 수이핑 카오스의 무식한 머릿글자다.
그렇게 치면 한국방송은 HKBS, 문화방송은 MHBS로 만들어야 할 노릇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어가 너무 극심하게 쓰이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가능한 한 우리말로 풀어쓰는 노력이 필요함을 힘써 말한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언어란 것이 실험실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어서, 살아 숨쉬는 그 공간에선 제어가 불가능하단 제약이 있지만...
군사 독재 시절, 바른말 고운말...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나날이 세계화 무대에서 쓰이는 말들이 급격히 들어올 미래를 생각하면,
바가지로 벼락 막기나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자칫 편협된 사고에 갇힐 수도 있다.
특히 '트라우마' 처럼 질병에서 온 언어는 함부로 번역하면 더 어색해지는 일도 생긴다.
대시dash의 경우는 대시하다~는 고쳐 쓰는게 좋지만,
일본어로 읽는 3-2(3 다시 2) 같은 거, 어떡할건데~ ㅠㅜ
요즘 학교에서 '이꼬르'는 많이 사라졌겠지만, 3-2의 '다시'는 오래 남을 거 같다.
그리고 아무리 외국어래도,
산과 들이 사람들로 모자이크된다... 이런 비유로 쓰일 때는 괜찮지 싶다.
모자이크란 것이 초딩도 알아듣는 미술용어라면 말이다.
선물에 대한 알레르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
비유란 것이 이미 알고 있는 어휘를 활용해 더 넓게 상상하는 법인데,
외래어든 외국어든 비유로 적절하면 상상력을 넓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252쪽의 컴플레인은 명사다. 영어로 complaint로 써야 하다.
275쪽의 텍스트...는 단순한 영어가 아니라, 전문 용어다. 번역이 안 되는 말이다.
된장 님의 책을 처음 보았는데, 애정이 가득한 책이다.
글을 쓰는 이라면, 이런 책을 숙독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