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사랑... 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쓴 책?
사랑의 기초 세트 - 전2권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문장을 하나만 꼽으라면,

정이현 편의 표지에 매인 분홍 띠지에 적힌 말이다.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사랑

 

정이현과 보통이 공동기획 장편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대에 비하여 꽤 괜찮다.

 

우선, 정이현을 읽었다.

그미의 자세가 맘에 들었다.

 

하여, 내가 사랑에 대해 조금쯤 더 알게 되었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에 관한 한,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오로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이현 편에선 민아의 할머니, 어머니의 삶에 대한 부분이 좋았다.

젊은이들의 사랑은 시시하다.

 

그 이유는...

<사랑>이란 것이 역사적 <삶>의 산물이기때문에, 역사성, 사회성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현과 알랭의 차이는... 바로 그거다.

알랭이 건드리는 <사랑의 역사적, 사회적 고찰을 통한 현재성>이 이현에겐 없다는 것.

 

그러나, 알랭의 그것은,

서구의 역사와 사회 변화가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이고, 거기서 현재성이 발현된 것이었다면,

한국의 <역사적, 사회적 현재성>이란 것은,

세계에서 가장 <가부장적>이었던 <조선> 사회 내의 <여성의 삶, 결혼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하고,

(아마도, 거기 사랑이란 없었을 것이다. 여성은 암컷 female 으로 기능한 면이 컸다. 3종지도... 인간의 길이 아니다.)

 

일그러진 조선의 여성은 근대화에서 더욱 찌그러진다.

식민지, 전쟁, 분단, 냉전, 군사 독재, 그리고... 세계화를 빌미로 한 민중의 파편화 등의 삶을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것이 이 땅의 여성들이다.

그 역사적 상황들이 남성을 전쟁, 식민지 징용 및 징병, 그리고 학살의 현장으로 내몰았다면,

여성들은 그 찢긴 가정과 가족을 보존하기 위하여 투쟁해야 하는 삶의 지킴이로 살아온 현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 여성들은 가장 <한국적>인 유전자를 파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그 여성들에게 <사랑>이란, 우선 <삶을 보존할 수 있는 경제력>을 분별하는 유전자의 지배를 받게 된다.

왜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경제'가 들어오는지...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보면 읽힌다.

또 한국 여성들에게 <사랑>이란 <삶이 해침을 받지 않는 이념>을 분별하는 유전자의 알람을 작동시킨다.

그래서 자식들이나 남편이 <이념>의 경계를 건드리면 즉각 '알람'이 작동하여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특별하게 제어되고 있는 공간이 <한국 교회>다.

<한국 교회>는 일반 <개신교>와는 전혀 다른 구조다. 목사가 그렇고 헌금이 그렇고 신도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다.

그 특이성은 한국인의 현대적 삶이 빚어낸 것이다.

 

현대 한국 여성들이 엄마가 되면, 자식을 제어하는 유전자의 지배를 얻는다.

자식을 '조기 교육' 시키고, 남들과 경쟁시켜 이기도록 해야, 적어도 '비정규직'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한국인에게 <사랑>을 들이밀 때에는 그래서, 곽금주의 <도대체, 사랑>으론 부족하다는 글을 썼던 것이다.

 

보통의 소설은, 밀란 쿤데라의 그것과 비슷한데,

밀란 쿤데라의 글이 철학과 서사가 마구 뒤섞인 데 비하면, 보통의 것은 그것을 갈라 놔서 좀 낫다.

뭐, 오십보 백보지만... ㅋ

 

근데, 보통의 글이 수긍이 가는 바는, 사랑은 '개인'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사랑은 '목표'를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며, 현실임을 깨닫고 있는 것.

결국 사랑 역시, 삶의 일부이며, 그래서 '명사'가 아니라 '동사'임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

 

그런 자각이 정이현에게도 좀 더 두드러졌더라면...

원 제목, The foundation of Love 에 가까운 소설로 완성되었을 수도 있을거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사랑...과 연관된,

비혼 여성의 급격한 증가,

이혼의 증가와 가정 해체(도망가는 엄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이런 것들이 어떻게든 이해될 수 었었으면 하는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사랑을 단순히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성적 이끌림으로 그리기만 했던 소설들이,

판판이 8시 드라마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결혼 생활 속에서 갈등해야하는 사람들로 변질되는 이유를...

드러내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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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인 개콘의 '4가지'에서 촌놈이 하는 말이 있다.

"너거 촌넘더런, 멫 시간이고 시외버스 타고 댕기는 주 아나? 우리도 비행기 탄다. 김해에 공항 있다~!"

암만, -부산이나 마산이나- 촌으로 취급했다 해도...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은 심했다. (188쪽)

너거 턱별시민이랑 부산시민이랑 400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졌거던~~~

아, 런던이나 케임브리지라고? 거기도 10,000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졌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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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8 1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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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8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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