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세상에서 평화를 말하다 - 사회변화를 위한 비폭력 대화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정진욱 옮김, 캐서린 한 감수 / 한국NVC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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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배우려면 전작 <비폭력대화>가 낫다. 이 책은 NVC 활동가로서 경험을 통해 NVC의 실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대화-기술이 만능키일 리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도 이제는 중재자를 교사 의사처럼 불가결한 직업으로 인식하고 백년지계로 양성 시작할 필요 있다는 게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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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세상에서 평화를 말하다 - 사회변화를 위한 비폭력 대화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정진욱 옮김, 캐서린 한 감수 / 한국NVC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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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폭력들은 어찌된 일인가? 나는 폭력이 우리의 본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받은 교육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는다. 나는 신학자인 월터 윙크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 그러니까 적어도 8천여 년 전부터 우리가 폭력을 즐기도록 교육받아왔다고 말한다. 그러한 교육은 우리의 연민의 본성으로부터 우리를 단절시킨다. ... 그러한 교육은 인간 본성이 기본적으로 약하고 이기적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악당들을 무찌르는 영웅이 훌륭한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처럼 파괴적인 신화 속에서 살아왔으며, 그 신화는 사람들을 비인격화하고 인간을 사물로 다루는 언어로 나타난다. (25)

상대방이 그것을 강요로 들어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상대방이 부탁을 강요로 받아들일 때 그 결과는 자명하다. 한번은 내가 막내 아이에게 "네 옷은 옷장에 걸어주렴"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누가 아버지 노예였나요?" (51)

"난 그럴 수밖에 없었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하지만 이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선택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우리가 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즉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비폭력대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매 순간에 이러한 선택을 인식하는 것, 매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할지를 선택하며 선택하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모든 선택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이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비폭력대화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69)

비폭력대화는 애도와 사과 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과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쓰는 폭력적인 언어에 속한다. 그것은 잘잘못을 내포하는 말이다. 즉 누군가가 나쁜 사람이며, 비난받아야 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나쁜 사람이며 충분히 뉘우쳤다고 인정될 때 비로소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미안하다"는 그 게임의 일부이다. 자신을 충분히 미워해야만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정말 치유가 되는 것은 자신이 못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그 행동으로 인해 자신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는지를 보는 것이다. (77)

우리는 우리 자신만을 위해서 살 수 없다. 우리는 천 가닥의 실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공감의 실들을 따라 우리의 행동이 원인으로서 흘러갔다가 결과가 되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81)

우리가 `테러`라고 부르는 행위를 한 사람들의 경우, 나는 그들이 30여 년 이상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고통을 표현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훨씬 온화한 방식으로 표현했을 때, 다시 말해 우리가 우리의 경제적, 군사적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밀어붙인 방식 때문에 그들의 가장 신성한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공감적으로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분노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결국 그런 참혹한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128)

그들은 그가 구조 안에 있기 때문에 그를 인간으로 보는 것을 잊어버렸다. 구조 안에서 부장은 구조의 언어를 말했을 뿐, 인간의 언어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관료주의의 언어를 말한 것이다. 월터 윙크가 지적한 것처럼, 조직과 구조, 정부는 자신들만의 영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 안에서 사람들은 그 영성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비폭력대화는 그 구조가 무엇이건 간에 우리가 그것을 관통하여 그 안에 있는 인간을 보는 방법을 보여준다. (139)

무수한 말들로 시간을 채우지 말라. 대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무엇을 듣고 싶은지를 당신에게 말하도록 하라. (145)

이 경험은 사회변화 활동을 하는 내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회의 전날 밤, 내 고통과 절망감을 치유하는 데--상대방에 대해 갖고 있던 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를 다시 인간으로 볼 수 있기까지--세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음 날 단순히 소문만으로 그것을 다시 잃는 데 5초가 걸렸다.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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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 -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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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C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대화(=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19)

자신이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받는다고 느끼자, 그녀는 느낌 중 한 가지인 억울함으로 주제를 옮겼다. 여러 느낌이 섞여 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상대방이 아직 공감하지 못한 느낌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은 여러 느낌에 한꺼번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 (99)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느 이론과 어떻게 맞는지를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지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감의 열쇠는 바로 우리의 존재다. 곧 그 사람 자신과 그 사람이 겪는 고통에 온전히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이 점이 지적인 이해, 혹은 동정(sympathy)과 공감이 다른 점이다. (142)

내가 지금 후회하는 그 행동을 했을 때, 그때 나는 어떤 욕구를 충족하려고 했는가? (194)

우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자극으로 볼 수 있다. 자극과 원인의 차이를 분명히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렇게 자신의 분노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죄의식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사회에서 매우 배우기 쉬운 습관이다. ... 죄책감을 동기로 이용하는 사회에서는 자극과 원인을 혼동케 한다. (209)

모든 분노의 핵심에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신을 깨워주는 자명종으로 분노를 활용한다면, 분노는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된다. 곧 우리에게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고, 이 욕구가 충족될 가능성이 낮은 방식으로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분노를 완전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욕구를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는 우리 욕구를 충족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에너지를 쓰게 한다. "의분"에 동참하는 대신, 나는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욕구에 공감으로 귀 기울이기를 권한다. (211)

인류는 편협하게 정의된 사랑의 개념에 현혹되어 닫힌 사랑의 기쁨 안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자고 있다-- (247)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고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방향의 의식을 적극적으로 막아버리는 훈련을 받았다. 우리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군주와 힘 있는 소수를 위해 쓰이던 언어를 물려받았다. 다수 서민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잘 인식하도록 애쓰는 일은 단념하도록 부추겨졌고, 대신 권위자에게 복종하고 다루기 쉬운 사람이 되도록 교육받았다. (247)

아무리 긍정적이더라도 칭찬은 종종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이다. ......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기뻐하기 위해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다. (266)

"여기서 주무시겠어요?"
할머니가 그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그는 7년을 머물렀다고 한다.
할머니는 NVC를 타고난 분이셨다. 할머니는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할머니는 아마 그를 미쳤다고 판단하고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할머니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필요로 하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배가 고프면 음식을 주었다. 잘 곳이 없으면 잘 곳을 마련해주었다.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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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 -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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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하나 뺀 것은 과한 요구 때문에.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예쓰하지 않는 이유 충분히 공감하기 전에 설득하려 하지 않는 것, 성자가 아닌데 과연 가능한가? 그래도 에필로그 보고 이해했다. 저자는 성자 할머니의 후손이었다. 비꼬는 게 아니라 너무 훌륭한 실천이라 감히 모방할 마음도 못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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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 아프간 참전 미군 병사들의 리얼 스토리
세바스찬 융거 지음, 성상원 옮김 / 체온365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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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조응하는 두 편의 테드 클립 주소:


1.How to talk to veterans about the war

2.Why veterans miss war by 저자 


전투중대의 지휘관이었던 댄 커니... 대위가 아리아바드로 험비...를 몰아 부상병들을 후송하기 위해 갔지만 탈레반의 화력의 벽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미국이 모든 것을 퍼붓는다고 하더라도 반군들이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때 깨달았던 건, 첫 번째로 이들은 내가 이라크에서 싸웠던 적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들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이곳의 지형은 내 평생 보지도, 읽지도, 듣지도 못한 방식으로 적에게 유리한 상황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3)

러트렐은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총을 맞았지만, 사브라이... 마을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지역민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전사했다. 그 중 한 명은 몸에 스물한 방을 맞은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사브라이 마을의 부족민들은 러트렐을 그들의 명예 규칙 중에 하나인 록하이 와카원...에 따라 그를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되었는데, 이는 누구든 문 앞에서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 부락이 어떠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탈레반이 마을을 포위하고 그들 모두를 죽이겠다고 위협했음에도 주민들은 미군이 도착할 때까지 저항했다. (62)

나는 항상 소대 내의 다양한 체형들이, 그것도 극단적으로 다른 형태의 사람들이 똑같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노호는 190센티의 키에 체형은 꼭 다리미 판처럼 납작했지만, 54kg이 넘는 SAW 완전군장을 들고 다녔다. 워커...는 정치[덩치]가 좋고 본성이 착한 친구였으며,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 다녔고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한번은 이 친구가 이미 36kg의 깡통 식품을 집어넣고도, 추가로 13kg을 더 넣고서 어깨에 메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스트레포까지 걸어온 적도 있었다. (93)

미군이 가진 모든 기술적 우위에 대해 탈레반들은 동등하거나 적어도 이에 대응할 수단들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아파치 헬리콥터는 산자락에서 사람의 체온을 찾아내는 열 영상 추적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탈레반 전사들은 따뜻한 바위 위에서 자신의 몸을 담요로 덮는 것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미군은 적들을 찾아내기 위해 무인 드론...을 사용했지만, 탈레반은 그것을 음식 찌꺼기를 찾아 미군 주위를 멤도는 까마귀 떼를 관찰하는 것으로 똑같이 할 수 있었다. 사실상 미군은 화력에 있어서 무한대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탈레반은 전체 기지를 한 명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그가 죽든 말든 그는 적어도 하루 이상 기계를 속일 수 있었다. 1820년대에 군 이론가인 칼폰 ...은 이렇게 쓴 바 있다. "전쟁에서 모든 것은 단순하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것이 어렵다. 어려움들이 모여 일종의 마찰을 만들어내면서 끝난다." (104)

대부분의 총격전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용감한 행동이든 비겁한 행동이든 전투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군인들은 전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그 결정을 내렸는지 기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을 하지고, 남은 평생 동안 후회하면서 살기도 한다. 더불어 그들이 하려고 했던 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일을 가지고 훈장을 받기도 한다. ... 전쟁은 총격전 중에 내려진 수천 개의 결정의 총합에 의해, 그것도 주로 처음 몇 초, 혹은 일 분 동안에 내린 결론에 의해 이기고 지는 것이 판가름 난다. 준터는 처음 공격을 받은 뒤부터 반격에 이르기까지 걸렸던 시간이 대략 10~15초 사이었다고 기억한다. 훈련 받지 못한 민간이이었다면, 그것도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알 수 없는 탄막에 갇혀있는 상태에 있었다면, 10~15초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땅바닥에 웅크리는 것밖엔 없었을 것이다. 만일 부대원 전원이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면 전원이 몰살되었을 것이라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146)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미군과 영국군은 어떻게 사람들이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튀니지에서 벌어진 작전 기간 내내 미군과 함께한 심리학자 허버트 스피겔...은 이를 "X요소"라고 명명했다. 그는 1944년 군저널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요소가 의식적인 것인지 무의식적인 것인지데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요소는 그들 그룹에 대한 헌신, 그들 상관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의에 대한 확신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사병들에게 있어 이 요소는... 자신의 공포를 제어하고 자신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수준의 엄청난 피로와 싸우게 만든다." (147)

그럼에도 가끔 어떤 특정한 범주에도 소속되지 않는 군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전쟁터에 나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미군의 자기기만 능력의 한계를 꿰뚫어보는 이들이다. 2008년 봄, 이런 이들 중에서 한 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진 이길 방법을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161)

전쟁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야 한다. ... 하지만 교전 중에 .50 캘리버 기관총과 함께 싸우는 19살짜리에게 아군 사상자만 없다고 한다면 전쟁이란 일반적인 삶의 몇 배로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그것도 남들이 결코 듣지도 못했던 형태로.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20분의 교전 동안 겪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보다도 많다. 뭐 종종 벌어지긴 하지만, 전투는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전쟁은 어떤 곳에서도 살아남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비밀의 힘은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젊은이가 그 게임을 한번 더 벌이겠다고 내기하게 만드는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175)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나는 내 형과 지하 세계의 괴물들이 벌이는 거대한 전투를 보고 있었다. 형은 그 괴물들을 한 번에 하나씩 거대한 샷건으로 죽이고 있었다. 그 괴물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고 흉포해 보였으며 그가 얼마를 죽이는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밀려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언젠가는 그의 탄환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그 괴물들이 이길 것이라는 것도. (178)

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거의 50명에 가까운 미국 군인들이 죽어갔다. 나는 이게 많거나 적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 대가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미국이 전적으로 빚지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이 그 평가에 포함되어야 한다. 더불어 통상적인 수학으로는 풀 수 없는 또 다른 비용이 있다. 그 계곡에서 미군이 100미터 가량을 확보할 때마다 한 명의 미국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은 어찌할 것이냐는 것. 그 땅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을 배울 만큼의 심리학적 가치가 있는 곳인가? 이는 답이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질문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평범한 감수성을 가진 평범한 젊은이들이, 선택할 것이 거의 없는 언덕 위에 던져져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겐 스승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스승이라고 함은 한 세대 위의 사람이거나 훨씬 나이가 많은 이들이다. 이건 레스트레포에서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22살의 분대장에게 19살 먹은 이병의 사실상 아버지 역할이 주어졌다. (187)

나는 미군의 장교 하나가 아프칸의 최전방 전초기지에서 그의 부하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봤던 것이다. ...... 그 일이 벌어지고 나서 한 달 즈음 지나서 오번이 나에게 이렇게 설명해줬다. "3소대는 그렇게 빡세지 않았어요. 뭐 그리고 좀 궁금하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좆나게 패보고 그걸 감수하지 않는다면 그 씨발놈이 뭐라고 하든 안 듣겠다고 합의를 봤죠. 만약 맞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찌되었건 간에 2소대원이 아니라고 봤던 거니까요. 우리랑 같은 종류가 아닌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어요."
험한 말이 꽤나 오고 갔지만 사실 길레스피에 대한 부대원들의 존경심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험하게 돌렸던 것이다. (192)

겁쟁이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그들 자신의 몸뚱이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것에서 기인한다. 다른 이들의 목숨을 살리는 데 그들이 무능한 이유는, 그들의 내면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231)

이곳에 온 부대원들은 거의 1년 이상 무전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KOP에서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브레이크"나 "오버"를 습관적으로 붙이고 있었다. 기존의 관계들은 엉망이 되어갔고, 연애의 기술들은 파묻혔다가 나중을 기약해야 했다. 부대원들은 차라리 "돌고래 조련사"나 "동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소개했지, 여자들을 만날 때 군 복무 중이라는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렉 볼드윈...의 아들이라고 주장해서 꽤 성공률이 높았던 친구도 있었다. KOP에선 계속 번갈아 가면서 휴가를 떠났고, 휴가에서 돌아올 때마다 점점 더 이상한 문신들을 해왔다. 처음에는 복수심에 불타는 용이 부대원들의 상태에 그려지더니 나중엔 폭탄과 총들이 그들의 이두박근에 꽃피기 시작했다. (239)

퇴역군인들에게 있어서 민간인 세상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있어 아주 사소하고 가장 잘못된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시시하고 멍청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사실은, 전투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영관급 장교가 터무니 없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자신들을 나무란다는 거나, 자신들의 여자친구가 그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지엽적인 내용을 가지고 말싸움을 걸어온다는 사실이다. 참전 경험이 있는 군인들이 전투를 그리워한다고 말할 때, 그들이 실제로 그리워하는 것은 실제로 적들을 향해 총을 휘둘렀던 경험이 아니다. ...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모든 것이 중요하고 무엇 하나도 허가 없이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인간관계가 좌우되던 세상이다. (285)

이런 순수하고도 깨끗한 기준들은 참전군인들이 자신들 스스로 전쟁터에서 자신을 개조하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얌전이거나, 못난이거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인기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총격전을 벌일 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단 한가지는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에 얼마나 헌실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것을 속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그러했기에 부대원들이 서로의 누이와 어머니를 두고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저속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간의 연대를 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 나아가 그들이 어디에 있어서 혼자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286)

전투에서 불확실성의 안개는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 죽을 수도 있는지를 혼란하게 만드니까, 그 미지의 세계에서 남자들 간의 절실한 연대가 탄생하게 된다. ...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절대로 깨질 수 없는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유일한 관계다. 남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종교조차 그 정신을 확산시키는 데 실패하는 사랑의 형태이며, 이를 한 번 경험하면 사람이 기저에서부터 바뀌게 된다.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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