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넌 도일의 말 - 셜록 홈스의 작가, 베일 너머의 삶에 관한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아서 코넌 도일.사이먼 파크 지음, 이은선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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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이 사람이 이해가 잘 되는지. 자기변호해야 하는 입장 아니었다면 더 통찰력 있는 이야기 쏟아냈을 것이다. <윤회의 본질>을 읽었다면 무척 기뻐했겠다. 멈추지 않는 정신은 삶을 뚫어 보는 작품 생산한 뒤에 이 삶 뒤에 오는 것의 탐구로 들어서는 경우, 적지 않고 어찌 보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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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의 말 - 셜록 홈스의 작가, 베일 너머의 삶에 관한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아서 코넌 도일.사이먼 파크 지음, 이은선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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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제 자체가--현재 체제에서는 영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전혀 대가를 받지 못하는데--잔인한 제도입니다. 전문 영매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연금을 보장받아야 심령현상을 거짓으로 꾸미고 싶은 강력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죠. (21)

실상을 한 문장으로 잘 정리한 것 같은데, 신이 개입하더라도 자연법칙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떤 현상이 불가사의하고 경이롭게 느껴진다면 법칙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적은 정확한 법칙을 따릅니다. 물론 모든 자연의 법칙처럼 이 법칙도 그 자체로 신성하고 경이롭습니다만. (24)

- 대중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홈스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경이 보인 반응이었습니다. 그가 홉스라는 인물을 조금 바꾸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경은 이렇게 대답하셨죠.
- "결혼을 해도 되고 죽어도 되고 뭐든 마음대로 하시오!" (49)

- 나는 계속 진화의 길을 걷고 있는 자연이 두 가지 방식으로 우리 인류의 내실을 다진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뭔가 하면 지식을 늘리고 종교적인 시각을 넓혀서 도덕관념이 투철한 사람들을 발전시키는 것이죠.
- 두 번째는요?
- 두 번째도 첫 번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도덕관념이 나약한 사람들을 제거하고 멸종시키는 방법이죠. 술과 패륜 행위를 통해서 말입니다. (66)

나는 영원한 황혼 속에서 움직이지만 세상에는 낮과 밤이 있고, 씨를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가 있으며, 풋사과 같은 여명이 밝으면 반드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는 것을 안다. 해마다 봄은 초록색 베일로 세상을 덮고 붉게 이글거리는 가을은 노란 달을 조롱한다. 벌써부터 산사나무 꽃이 하얀 안개처럼 물과 산울타리 위로 번지고 해마다 꽃이 시들면 산사나무는 핏빛 열매를 맺는다. (97)

최근의 애틋한 상념들로 인해 형에게로 쏠려 있던 그 선원의 의식이 잠결에 형에게 갔다가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서 그의 일상적인 기억 속으로 그 흔적을 옮긴 것이죠. 결국 살해당한 남자의 혼령이 개입한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유기체 안에 묻혀 있었던 평범한 능력이 이 사건을 해결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동반된 장면 없이 살해당한 남자만 보았다면 유령의 소행이었을 가능성이 더 컸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115)

-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과 다르게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지는 않으셨군요.
- 마음의 문을 닫는 날이 정신적인 죽음을 맞는 날이니까요. (123)

"이 세상은 나약하거나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하지."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승도 마찬가지라네. 그런 사람들하고는 상종할 필요가 없어. 여기에서처럼 하면 된다네. 친구는 알아서 선택하는 것 아닌가. ... 자네가 딱 그 꼴일세. 특정한 목적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모인 교령회에서 저승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장난꾸러기들을 만난 거지. 이대로 포기하지 말고 좀 더 노력해보게, 친구." (142)

아무것도 믿지 않은 사람들과 너무 많이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차츰 안개가 걷히고 어두컴컴한 해안선을 지도로 그릴 수 있겠죠. 바늘이 자석을 향해 위로 솟아오른다고 해서 중력의 법칙에 위배되는 건 아닙니다. 중력의 법칙보다 더 강한 힘이 개입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영적 능력도 물질계에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만약 이런 능력에 대한 홈의 믿음이 흔들렸거나 주변이 지나치게 산만했다면 그는 추락했을 겁니다. 베드로도 믿음을 잃었을 때 물에 빠지지 않았습니까. 몇 세기 동안 같은 원인이 같은 결과를 낳고 있어요. 우리가 고개를 돌리지만 않으면 영적 능력은 언제나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보류하고 고대 유대에만 허락된 건 없습니다. (161)

-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경에게도 영적 능력이 있습니까?
- 나는 영적 능력이 전혀 없지만 예전에 전쟁이 벌어졌던 장소에 서면 상상이 아니라 확연한 중압감과 더불어 주변이 어두위지는 특이한 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169)

맞습니다. 나는 가족, 작위, 내가 가진 전 재산, 소설가로서 명성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심령술에 비하면 그것들은 모두 하수구의 진창입니다. 심령술 덕분에 인생의 모든 면이 납득이 되니까요. 그 전에는 인생이 얼마나 이해가 안 됐는지 모릅니다.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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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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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반은 눈물 콧물 닦으며 읽었다. 뒤로 갈수록 죽음에 대한 더 깊은 사유가 나오려니 했는데.... 웬걸, 언제부터인가 책의 톤이 블랙코미디 또는 그냥 코미디로 바뀌었다. 이것도 오케이. 다만 입니다체와 이다체의 혼용&시점의 변용은 혼란스럽다. 특히 <비오는 날>은 뭔가 오류가 있는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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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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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눈을 뜬 그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괜한 내색은 일을 그르칠 수 있었다. 그는 마음을 다졌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혼신의 연기를 다했다. 몸에서 죽고자 하는 열망이 넘쳐났으므로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아마 구체적인 방법까지 염두에 두고 병실에 누워서 마지막 순간을 건뎠으리라.
......
죽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오히려 살고자 하는 열망처럼 보였다. 그는 가면을 쓰고 나간 사람이 아니라, 가면을 쓰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19)

억울한 한 죽음이 있었고, 다른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어떠한 책망이 불가능한, 피칠갑한 모습의 잔혹한 죽음이었다. 우리는 이 생명들이 얼기설기 위태롭게 얽힌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하고서도, 실은 어떤 죽음에 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
우리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 죽음이 자신에게 올 때까지도. (43)

자대로 복귀해야 했다. 그의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자, 했다. 그러고 생각했다. 차에 오르면 휴가는 끝난다. 자유도 그로 인해 끝난다. 이제부터는 다시 정해진 시간에 눈을 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한 겹의 모포 위에서 어두운 천장을 보며 잠이 들 것이다. 눈을 떠도 어둡고, 눈을 감아도 어두운 날일 것이다. 이제부터 무한히 펼쳐질 깜깜하고 또 깜깜한 밤들. 갑자기 숨이 턱밑에 닿았다. 자유, 자유롭고 싶다. 절망적인 밤은 더이상 하루도 보내기 싫다. (114)

"제가 볼 때는 70세 노인이 두 다리가 전부 잘리고도 쇼크 없이 살아 있는 게 기적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기적은, 잘린 두 다리를 병원에서 전부 붙여서 아버지가 다시 거어나오는 게 기적이란 말입니다!"
나는 기적에 대한 이견과 난상을 듣고 생각했다. 기적은 그가 처음부터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지 않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가 살아갈 의지를 얻어 지하철 역 따위는 기웃거리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었을까. (149)

그렇다. 이 중위 군의관은 자기에게 부과된 신성한 진료의 의무를 환자들에게 오롯이 떠맡겨버린 것이었다. 이곳은 마치 환자들의 자치구인 것처럼 환자들끼리 서로 진료를 보거나 혹은 직접 자기가 스스로 진료를 보는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우리는 간단한 진료도구도 사용할 수 있었고, 의무실에서 사용가능한 범위까지 처방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였기 때문에 더욱 바빴다. 나는 우리 분대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기관지염을 진단하고 유려한 의학용어로 차트에 기록했으며, 성형외과 전문의의 목감기도 하나 차트에 기록했고, 내 증상에 관해 기수라고 진단해 내가 먹을 약을 내 차트에 잔뜩 써냈다. 그렇게 자가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자기 차트를 들고 길게 `나래비`를 서서 한 명의 공식적인 의사를 만나고 있었다. (220)

하지만 가계를 책임진 가장의 본능으로, 그간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왔던 남편으로, 아내를 안심시키고자 무슨 말이든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허우적거리며 무슨 말이든 내뱉을수록, 우리는 더욱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우리에게 불행이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소리로 들렸으니까. 그리고 그 소리는 고요한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고 그가 눈시울이 붉어져 아무 말에도 대답하지 않는 아내를 데리고 나갈 때까지 계속되어,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마음을 슬픔으로 긁어댔으니까. (278)

그 광경을 보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춥고 어두운 세상에서 시신이 되어 치워지는 사람들도 이 눈을 보고 있을까. 아마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주말엔 쉬어야겠어. 정말, 다시는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푹 쉬는 거야. 절대로 다시 오지 않을 휴가를 받은 것처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만의 주말을 보낼 거야. 주말이 지나면, 왠지 예쁜 첫눈이 올 것 같으니까. 그리고 곧 내 몸 위에 소복하게 쌓이겠지. 고요하고도 안온하게. 그렇게 된다면 참 포근할 것 같아. 나는 움츠리지도 않고, 그리 외롭지도 않게 잘 쉬고 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 (282)

발표를 다 마치자 과장님은 가정폭력 신고를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워낙 빈번한 폭력이고, 아이가 거의 다 큰데다가, 어머니도 같이 있어 언제든 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얼버무렸지만, 결국 신고를 누락한 죄로 문책당했다. 그리고 과장님은 마지막에 온 좀비들의 눈에 들어간 화학약품의 정확한 성분을 물었다. 나는 그런 것까지 파악할 겨를이 없었기에 결국 다시 꾸중을 들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지탄받아야 했다. 이것이 지난날 당직의 성적표였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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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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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뇌`과 의사의 자서전&참회록. 원제 Do No Harm(국제개발에서도 자주 쓰이는 모토이다)이 바로 자신의 실수(로 누군가는 언어장애를 얻고 식물인간 되고)에 대한 사과와 회한의 의미. 작가가 솔직하게 썼고 뭉클한 부분도 있지만, 환자 가족으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읽다가 오히려 화가 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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