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첫 발령을 기다리며 여름을 보내면서 <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아버지와 그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사춘기 시절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이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다. 계층 간의 거리나 이름이 없는 특별한 거리에 대해. 마치 이별한 사랑처럼 - P19
최근에서아 나는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달았다.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내가 부모님께 중요한 소식을 말하기 위해 썼던 글과 같은 글이. - P20
그의 못된 성질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었고, 가난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으며, 자신이 남자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집에서 가족 중 누군가가 책 혹은 신문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읽거나 쓰는 일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계산, 그건 할 줄 알았다. - P21
반은 장사꾼, 반은 노동자, 양쪽에 발을 걸치면서 그는 외로움과 불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고, L시에서 행진하는 크루아드푀와 자신의 재산을 앗아갈 수도 있는 공산주의자들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혼자만 간직했다. 장사하는 데에 그런 건 필요하지 않다고. - P37
그렇지만 욕망을 위한 욕망이었을 뿐이다. 사실상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을 좋아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아버지는 유행하는 색깔과 모양을 따르기 위해 페인트공, 소목공의 충고를 늘 따랐다. 하나씩 물건을 골라 꾸밀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 분수를 알아야 해, 그가 늘 하던 말이다. - P52
그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앞에서 뻣뻣해지고 소심해졌으며, 어떤 질문도 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영리하게 처신했다. 이 경우 열등함을 인식하되 그것을 최대한 숨기면서 거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강박 관념: <사람들은(이웃, 손님들, 모두)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 P54
진보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전혀 확신이 없어도 자신이 듣거나 읽었던 말을 시험 삼아 써보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자신의 언어가 아닌 말들을 쓰는 것을 거부했다. - P56
내 기억 속에 언어에 관한 모든 것은 돈 문제보다 더한 원망과 아픈 언쟁의 원인이었다. - P57
모든 것이 무료였다. 그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시스템에 일종의 경의를 느꼈다. 국가가 단번에 세상에 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내가 학기 중에 학교를 떠나자 그는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거름 밭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토록 확실한 곳에서 자유 때문에 떠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 P80
아버지는 내 미래의 남편을 자기 아들처럼 여기며, 그와 학벌의 차이를 넘어 남자들끼리의 은밀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매우 기뻐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정원과 혼자 직접 만든 차고를 보여줬다. 자신의 딸을 사랑하는 그 청년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줄 것이라는 흼아을 품고 그가 할 줄 아는 것을 바친 것이다. ...... 그는 자신이 모아 놓은 돈으로 이 젊은 신혼부부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한없이 베풀어서 그와 사위 사이를 갈라놓는 문화와 권력의 차이를 만회하길 바랐던 것이다. - P85
나는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익명의 존재들자 자신도 모르게 힘 혹은 굴욕의 징표들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서 아버지가 살던 환경의 잊고 있던 현실을 되찾았다. - P90
나는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일을 마쳤다. - P99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 P100
"기술교육 중학교는, 잘 안 됐어요." 그녀는 내가 자신의 진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왜 기술교육 중학교에 보내졌는지, 무슨 분야로 갔는지 잊어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또 봐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왼손에 다음 사람의 물건을 들고, 오른 손으로는 계산기를 보지도 않고 두드렸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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