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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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입사소설. 플러스 50년대 나폴리의 ˝천민˝ 문화 기록지로서 가치 있음. 이 천민성 극복하려는 재능 있는 두 소녀 간 연대가 이 우정의 본질. 주위에 당최 보고 배울 사람이 없으니 서로에게서 자극 받음. 그러나 나폴리라는 거대한 심연을 뛰어넘기엔 이 둘은 잠자리처럼 연약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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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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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날 밤 나는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는 바다로 가야 했는데 가지 못했다.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얻어맞았다. 그 과정에서 릴라와 나의 사고방식이 뒤바뀌는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비가 와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그 거리감은 모든 걱정과 인간관계에서 나를 자유롭게 했다. 반면 릴라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계획을 후회했으며 바다를 포기하고 우리 동네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나는 도무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99)

릴라는 자신이 경계의 해체라고 부르는 현상을 경험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지만, 그 느낌이 완전히 새로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자신이 다른 사람, 물건, 숫자, 글자 따위의 경계를 파괴하며 그 속으로 이전되는 듯한 느낌을 몇 번인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 그리고 그해 정월 초하루 밤,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미지의 존재가 세계의 윤곽을 잘게 부수어 그 끔찍한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목격했고 이 때문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115)

나는 릴라가 시키는 대로 했고 그 후 지노는 내 앞에서 사라졌다. 진실한 사랑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속상하지도 않았다. 릴라와의 대화로 얻은 기쁨이 너무나 커서 시간 여유가 있는 여름방학 동안에는 릴라에게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에 만날 때도 그날 나눈 이야기 같은 대화가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치는 바람에 머릿속에 있던 온갖 이미지며 단어들이 표면으로 떠오른 것 같았고 그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똑똑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132)

7월의 마지막 열흘간,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뒷날 인생을 살아가며 종종 느끼게 되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모든 일이 만족스러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도,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상을 치우는 일도, 등네에서 산책하는 일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가며 미론티 해변까지 걸아가는 일도, 햇볕 아래 누워 책을 읽는 일도 좋았다. 수영하다가 다시 해변으로 나와 책을 읽는 일도 좋았다. 아버지도, 동생들도, 어머니도, 매일같이 걷던 고향의 길도, 정원도 그립지 않았다. (277)

니노는 릴라처럼 내면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아이였다. 이것은 축복이자 고통이었다. 이들은 만족하는 일이 없고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도나토 아저씨는 이들과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쁘게 받아들였으며 매 순간을 밝게 살았다. (294)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 왜 <푸른 요정<이 그토록 마음에 들었는지 깨달았다. 릴라는 글로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내 글이나 도나토 아저씨가 쓴 기사나 시와는 달랐다. 과거에 읽었거나 그 당시에 즐겨 읽던 작가들의 글과도 달랐다. 릴라의 글은 섬세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문법이 완벽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고 문어체의 어색함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글을 읽는 동안 그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299)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린 시절 꿈꿔왔던 부의 의미가 다시 한 번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아씨들> 같은 책을 출판해 부와 명성을 얻고 제복을 입은 하인들이 금화로 가득 찬 보물 상자를 들고 해렬을 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성에 쌓아둘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지만 우리 존재를 확고하게 해주고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소중한 사람들의 ‘경계의 해체‘를 막아줄 시멘트 같은 돈의 이미지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부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구체성과 일상적인 행동, 그리고 협상이었다. (330)

나는 창문에서 릴라를 바라보면서, 과거의 그녀 모습이 망가져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편지에 쓴 아름다운 문장들과 금이 가고 구겨진 구리 냄비를 생각했다. 그녀와 나의 내면에서 파열음이 날 때마다 항상 그 이미지를 떠올렸다. 나는 그 어떤 형태의 틀도 릴라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머지않아 그녀가 모든 것을 또다시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니, 릴라가 그렇게 하길 바랐다.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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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권영주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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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이어지는 은근한 유머. 이 사람의 포지션과 감정이 납득이 가면서 마음이 묘하게 복잡해지는 것도 결과적으론 좋았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아뜩함. 그리고 두 문화 사이의 자라면 공감 아니할 수 없는 문화번역의 곤란함과 대상에 대한 깊은 애증--사랑하는 동시에 어떤 부분에선 치를 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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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권영주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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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면접한 "높으신 분"은 알고 보니 친절한 중년 신사였고, 면접도 결국 별것 아니었다. 면접관의 이름은 글렌 쇼였다. 당시 일본 문학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던 나는 그가 또 다른 면에서 "높으신 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일본 근대 문학 번역의 선구자였으며, 나처럼 철저하게 무지한 사람이 아니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 일본을 조금 알게 된 다음이었더라면 그것을 "일본식 면접"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문제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다만 어떤 분위기만을 풍긴다는 점에서 말이다. (42)

하지만 원자폭탄의 소식은 예정되어 있는 침공에도 동요하지 않고 있던 나의 마음을 크게 어지럽혔다. 나는 폭탄을 투하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입장을 같이 한 적이 한번도 없었고, 히로시마에서 방명록에 사죄의 말을 쓰고 와야겠다는 충동을 느낀 적도 없었다. 해리의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 또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끝내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다. 원폭에 의해 잃은 생명들보다 그 덕분에 구한 미국과 일본의 생명들이 더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리라. ... 나에게는 원폭이 대부분의 일본의 좌익 인사들과 상당수의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악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원자폭탄이 투하된 그날,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셈이었다. 그것은 미지의 위험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70)

내가 달라진 것은 일본 사람들 틈에 있었던 것이었다. 종전 직후 그들의 행동은 가히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중국에서 귀환하는 일본 병사들을 태운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그 처리 업무를 돕도록 파견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들 매우 명랑하다는 점이었다. (76)
...... 황실이 있든 없든, 일본 사람들에게는 자기 앞가림을 하기에 충분한 내적인 힘이 있었다. 천황이 압력에 의해 물러나지도 않고, 전범으로서 재판정에 서지도 않은 것은 맥아더 장군의 허영심 때문이었다. (77)

라이샤워는 또한 내가 외교관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마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것이 매우 적절한 통찰이었음이 입증되었다. (91)

가끔씩 일본의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를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다. ... 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과 그의 정치 모두가 불쾌했기 때문에, 굳이 그를 소개받고자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소설은 허풍스럽고 따분했으며, 거의 정치는 과거 나의 "톰 폐인 시대"에는 성미에 맞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렇지 못했다. 오에 또한 굳이 나를 소개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가끔씩 큰 모임 등에서 볼 때도 있었으나, 한번도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없다. (177)

그후로 나는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사는 것에 비하면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외국인은 일본의 중산층--이른바 ‘샐러리맨‘--을 얽어매고 있는 의례와 의무라는 구속복을 입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의 1세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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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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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말하는 듯한, 쉽고도 알찬 창작론! 드는 예가 좀 올드하긴 하나 꼰대는 아니고 한국 현당대문학의 예로 문학의 역사성 느끼게 해 주어서 좋음. 역시 작가는 누구보다 성실한 독자임을 보여줌. 표현(느낌)의 순차성과 주봉을 기억하겠음! 이분 잘 쓰는 부사 ‘애오라지‘. 나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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