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치문서와 해방정국 - 미군정 중위의 눈에 비친 1945~1948년의 한반도
박태균 지음 / 역사비평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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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5년의 역사를 보다 보면 뼈아픈 순간이 많다.

이 순간엔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대체 왜 라는 꼬리표를 지우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증오와 환멸감을 느끼면서도 이 때를 공부해야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의 씨앗과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연구를 위해 미국에 갔다가 문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문서를 발견하게 된다.
버치 문서다.

문서의 발견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문서의 주인공인 버치는 누구인가? 
미군정기 하지 사령관에 의해 발탁되어 조선에 온 인물이다.

당시 버치가 오게 된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조선은 모스크바 3상 회의 이후 신탁통치 찬반 논란 때문에 정국이 어지러웠고 농촌은 쌀값 폭동으로 민심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는 버치가 좌우합작위원회를 만들도록 했고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정책 이전까지 좌우합작위원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미군정과 미군정기에 대한 평가가 박해질 수 밖에 없는데
하지, 맥아더 이외에 버치라는 인물을 살펴봄으로써 해방 정국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의 구성을 살펴 보면 1번 챕터를 제외하고는
버치가 조선에 들어오고 미국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여운형, 김구, 이승만, 김규식, 장덕수, 김성수, 김두한 등 유명한 인물도 있지만
강용흘 같은 잘 알지는 못했던 인물에 대해서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버치 문서 상자에 담겨 있던 자료들을 부록에 실어두어
관련한 자료를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해준 점이 감사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을 몇 개 뽑아본다.

첫 번째, 강용흘이다.

강용흘은 1898년 함경남도 함원에서 태어나서 3.1운동에 참가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작가 활동을 했다.
자신의 삶을 그린 『초당』이라는 수필을 써서 1933년 구겐하임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1946년 미군정청 출판부장에 임명되었고 1947~48년에 주한미군 제24군단 정치 분석관 겸 자문관을 역임했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필요했던 미군정 입장에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강용흘은 친일파들을 비판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경찰을 꼽으면서 해방 정국의 여러 암살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만과 김구가 경찰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그들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지금의 한국사회에 친일파들의 뿌리가 정제계와 연결되어 있고
경찰들이 한국 현대사 초기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여운형과 김규식이다.

해방 정국 좌우의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 두 중심이 있었다.
여운형은 총 3챕터에 걸쳐서 다루고 있어 김규식은 2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약간은 노선이 달랐지만 좌우합작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분들이다.

그들에 대한 일기와 행적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분들이 있어서 해방 정국의 역사가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잊지 않아야 할 분들이다.


세 번째, 1946년 대구 추수봉기가 낳은 파장

1946년 대구에서 미군정 쌀 수집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집단 행동이 있었다.
미군정이 쌀 공급 통제를 위해 경찰들이 폭력을 자행하며 쌀 수집을 했던 것에 대한 분개였다.

헌데 이 사건은 좌우익 사이의 세력 관계를 역전시키고 만다.
각 지역의 좌파 조직이 노출되면서 많은 공산주의자들이 체포되고 우익 세력이 지방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박헌영을 포함해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이북으로 도피했다.
서울에서는 이미 정판사 위조 지폐 사건으로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수배되고 좌파 신문들은 발간이 금지된 상태였다.
이로써 전국에 좌파가 들어설 입지가 줄어들면서 이승만과 우익 세력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


네 번째, 미군정의 오판. 한국 정치의 기원

미군정은 한국민주당과 한국독립당 사이를 떨어뜨리면서 좌우합작위원회 지도자 중 한 사람을 정부 수반으로 내세우고 의원내각제 하에서 한국민주당을 국회 다수당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어째서인가?

미군정과 한민당 사이에 이미 갈등이 있었다.

1946년 말 미군정법령 118호(과도입법의원:입법기관 설치를 위한 법령)에 과도입법의원에 일제에 협력한 사람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추진되었으나 한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친일파 대거 포함) 무산되었다.

그리고 1947년 1월 17일 김성수는 하지에게 편지를 보낸다.
김성수는 버치가 한민당을 신뢰하지 않고 한국독립당과의 연합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 주장한다.

버치가 1946년 한국독립당의 조완구를 만난 자리에서 한민당이 모리배, 매국노, 친일파들의 모임이라 비난하며 한국독립당은 연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 한민당은 미군정의 여당으로 미소공동위원회 참여가 필수적이었음에도 반탁운동에 참여하면서 미소공위 참여를 거부했다.

또한 한민당의 김성수는 실질적 맹주였기 때문에 버치와 김성수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곤란했다.
이 때 미군정의 생각대로 좌우합작 지도자를 세우고 의원내각제를 만들 수 있다면 어땠을까.


버치 중위를 통해 해방정국의 역사의
한 조각을 꿰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 책을 오랫만에 읽었는데 '재밌으면 안되는데' 하며 읽었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 투영되어 읽는 내내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재밌고 참 복합적인 기분이었다.

얼마 후면 대선이 있다.
한국의 5년 정치를 담보할 큰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 한 순간의 판단이 자칫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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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5 0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점점 이 책이 기대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일본의 굴레 다음 책으로 바로 찜!!!

거리의화가 2022-01-25 09:27   좋아요 1 | URL
일단 글을 잘 써서 재밌게 읽히고 챕터가 길지 않고 짧아서 부담 없으실겁니다^^ 바람돌이님 리뷰가 기대되네요!^^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 일본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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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게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하지만 한국과 결코 뗄 수 없는 사건임에도 우리는 잊고 살거나 또는 잊고 싶거나 눈을 질끈 만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 책은 메이지 유신 150주년이 되던 2018년 출간된 것으로

메이지 유신에 대해 무지하거나 왜곡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독자들을 위해 쓰여졌다.

작가는 기존의 메이지 유신 관련 서적들을 읽었지만 스스로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더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고 식민지 전쟁에 뛰어든 후 군국주의로 흘러간 이후의 역사는 오히려 익숙했지만

메이지 유신의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뒤로 미뤄져서 어느덧 이렇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메이지 유신 사건 딱 그것만 설명하지 않고

임진왜란 이후부터 바쿠후(막부)와 번의 변화에 대해 긴 호흡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가톨릭을 조선보다 훨씬 일찍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본도 가톨릭에 대한 극심한 탄압의 과정이 이어진다.


일본에 가톨릭을 전한 사람은 스페인 나바라 왕국, 지금의 바스크 지방 출신인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다. 

하비에르는 포교를 위해 인도 고아에 도착했고 말라카에서 일본인 안지로를 만나 일본땅으로 함께 가게 된다. 

이로써 일본의 가톨릭 신자 기리시탄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 때 TV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서 조선의 천주교 신자 정약종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그 때 기리시탄이라는 용어도 들었고 조선의 천주교의 유래와 가톨릭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이 부분을 읽을 때 더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바테렌 추방령(덴쇼 15년 6월 19일)으로 예수회와 기리시탄 다이묘(영주)들은 조선 침략 선봉에 서게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인도 고아의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예수회 동인도 선교 총책임자)는 히데요시를 달래기 위해 다이묘들에게 협력을 부탁했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 출병한 일본 병사 중 기리시탄들이 이 때문에 많았다고 한다.

그럼 이후 일본에서 가톨릭은 순항을 했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포르투갈의 예수회로 가톨릭을 받아들인 것을 시기한 스페인의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자기와 도기공에 대한 이야기다.

임진왜란 이후 도기공들이 많이 끌려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

그 이후 그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정착했는지 그 끝은 어떠했는지 다루고 있다.

그들의 노고로 일본 도자기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도자기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정세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누르하치가 명을 무너뜨리고 청을 세우는 동안 이어진 혼란으로 청나라는 1656년과 1661년 사이 해외 무역을 금지시킴으로써 자국의 도자기 수출이 중단되었다.

이 때 네덜란드는 중국 도자기로 이득을 보고 있었는데 그 대안으로 일본의 아리타에 주문을 하게 된 것이다.

중국으로 갈 수 없는 정성공도 나가사키로 가 도자기를 사들였다.


정성공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상무역을 하던 정지룡의 아들로 타이완에서는 영웅으로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이 때의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역사는 이전에 읽었던 '도해 타이완사'를 통해서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메이지 유신이 발생하는 1800년대 이후의 역사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 사쓰마, 사가 이 세 개의 번에 의해 달성되었다.

바쿠후(막부) 말기 번이 270여 개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 중 세 개의 번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었나?

세 개의 번은 임진왜란 때 조선 출병에 가장 앞섰고 도쿠가와 바쿠후(막부)와 맞섰던 세력이며 영국 무기상과 밀착 관계를 가지며 무기를 사들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군대가 있었고 막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군대를 움직일 무기가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책에서는 세 번에 대해서 챕터를 따로 두어 다루고 있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각 번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점도 눈에 들어왔다.


물론 역사에서 빈 부분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추측이 많다보니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곳이 있었다.


남은 기록이 숨겨졌거나 지워졌을 뿐이지 

작가가 말한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고 그대로 신뢰하기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에게 머릿 속으로 상상해보는 묘미는 줄 수 있겠지만

역사는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별 세 개를 준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장점이 더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니 직접 읽고 판단하기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든 읽기 전이든 메이지 유신에 대해서 연구해오신 이 분의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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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7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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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여자와 위험한 절벽에 욕망을 내던진 여자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모든 것이 달랐던 두 사람의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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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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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책으로 〈여자들의 사회〉를 읽었다.

정말 오랫만에 에세이였다.
돌아보면 10대 때는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여유가 없었다.
20대에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두푼 모은 것 가지고 책을 겨우 살 수 있었지만 지적인 욕망이 생겼어도 아는 게 전혀 없어 타인의 시선에 비친 개인과 세상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게 에세이였다.

책의 내용을 읽다 보니 나의 10대와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관계에 많이 서툴렀던 사람이었다.
작가도 여자들 사이의 관계가 어려웠음을 고백했는데 나와 비슷해서 놀랐다.
(오히려 나는 대학 때 이후 남자들과의 관계에 더 익숙한 편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쿨했다.)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는 것이 어려웠고 그 사이에 끼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나는 장난을 잘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닌데 누군가가 장난을 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보니 늘 나는 겉돌았다.
사람들과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고
나의 속내를 내비쳤다가 한 두번 호되게 당한 이후로는 그마저도 시도조차 안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가두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 책은 다양한 영화, 드라마, 책에서 표현된 여자들의 세상을 다루고 있다.
과거에 좋아했던 컨텐츠가 나오면
‘아~ 맞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지.‘ 했다.

〈빨간머리앤〉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으로 접했고 이후엔 원작인 책을 읽었다.
마지막으론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셋 다 다른 느낌으로 풀어내어 모두 감동이 있었다.
작가는 빨간머리앤을 선택한 이유로 여자들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앤을 선택한 이유는 여성들의 연대와 서사가 있어서였다.
앤은 주체적이고 자기 표현에 스스럼이 없었다.
그녀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나는 늘 주눅들고 소심해서 어릴 적 발표하는 것조차 떨려하던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출신이나 성별, 외모 등에 굴하지 않고 늘 앞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이다.
얼마 전 개봉 20주년으로 상영하기도 했다.
이번 상영 때 보지는 못했고 개봉 당시 본 게 다라 군데 군데 잃어버린 서사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영화의 스토리가 다시금 떠올라서 반갑고 좋았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여자 친구들의 미묘한 관계를 참 잘 표현했고
그녀들이 일을 하게 되면서 부딪치는 것들을 스스로도 헤쳐 나가기도 하지만 친구로서 기대고 보듬어준다는 점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젊고 풋풋하며 아름다운 청춘이 저절로 그려진다.
거기에 영화음악까지 좋다니.
이 영화가 책의 리스트에 있어서 참 좋았다.

작은 아씨들은 공교롭게도 작년에 북클럽을 하면서 재독한 책이었다.
나는 자매들의 부모님이 참 훌륭하시다라는 생각을 했고 조가 글을 쓰고 책을 내며 결혼을 해서 교육에도 힘쓰는 모습이 멋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자매들의 성격이 다 다를까 생각했다가 아 나도 그랬지 싶어 피식 했다.
나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서로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잘해주기보다 각자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서로에게서 찾으려 무던히 애썼던 것 같다. 덕분에 질투하고 많이도 싸웠다.
나에게 없는 그녀의 모습들이 어찌나 샘이 나던지 갖고 싶었던 적이 많다.
이제는 예전 일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나름 심각했었다.

나머지 셋 리스트는 못 본것들이다.
여자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시간 내서 하나 둘씩 꺼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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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6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앤 ㅎㅎ 넷플릭스의 앤이 셋 중 제일 센 캐릭터같아요 ~ 빨리 시즌 4가 나와야하는데 소설과는 또 달라서 그 나름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앤을 좋아하는 이유가 기억의 집님과 비슷해요. 고양이를 부탁해도 반가운 *^^*

거리의화가 2022-01-06 20:37   좋아요 2 | URL
넷플릭스 빨간머리앤은 제작사와의 마찰로 만들어지려다 취소되었다더군요. 안타까운데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여기까지여서 더 좋다는 의견들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반갑죠^^ 좋은 영화에요.

scott 2022-01-06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두나!
지금은 세계적인 !배우가 될지 그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화가님의 2022년 첫 책!
이 책 커버에 모든 것,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가 그려져 있네요 ^ㅅ^

거리의화가 2022-01-07 07:04   좋아요 1 | URL
네 출연진 중 배두나는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네요ㅎㅎ 여자들의 관계를 그려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에세이인데 좋았어요.
 
대한계년사 5
소명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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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에서는 어떤 모임도 경계하려는 고종, 기득권의 자기 밥그릇 싸움이 나온다. 후반부에는 청나라 의화단 운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소개된다. 

만주족의 기원과 청나라의 성립, 그리고 의화단 운동의 배경에 이르기까지 긴 분량을 다루고 있다.


4권에서 독립협회 핵심 세력이 구속되고 해체되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결말을 맞았다. 


독립협회를 끌어내린 고종과 수구세력(황국협회 보부상)은 이후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회마저 탄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대체 왜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었단 말인가.

당시 민회 회원은 체포와 암살을 두려워하여 미국 및 일본인 집에 많이 숨어 행방을 감추었다. 이때 거리에서는 정부가 은밀히 자객 30여 명을 보내, 민회 회원을 죽이려 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한 사람이 깜깜한 밤 큰 거리에서 몰래 들으니 어떤 두 사람이 서로 말하기를, 

"우리들이 어찌 은화 몇 닢의 이익 때문에 차마 임금께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민회 회원을 해치겠는가." 하면서 서로 오랫동안 탄식했다고 한다. - 31p

민회 회원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몸을 보호하는 도구로 모두 권총과 몽둥이 칼을 지니고 있었지만 밤에는 잠을 깊이 들 수 없었다. - 47p

그 와중에도 서울에는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고 외국과의 우편 업무가 시작되었다.

개화의 바람으로 훈풍을 지속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 찬물을 끼얹는 세력은 어김없이 존재했다.

등짐장수란 이름이 나라 안에 가득 차고 퍼져, 위로는 벼슬아치와 선비로부터 아래로는 염치없는 종부치와 천한 무리에 이르기까지 다투어 상무사에 투신했다. 무리를 지어 재빨리 상무사로 달려가 한패거리가 되어 서로를 비호하면서 온 나라와 백성들에게 끼친 폐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 71p

1899년 8월 대한국 국제가 반포된다.

1조와 2조의 내용이 눈에 띄는데 1조는 대한제국은 자주독립국이라는 내용이고 2조는 전제정치에 대한 내용이다. 


- 대한국 국제를 정하다.

8월 17일 지시하였다. 같은 날 법규교정소 총재 윤용선, 의정관 서정순 등이 나라의 제도 9조를 아뢰었다. 

제1조, 대한국은 세계의 온 나라가 공인하는 자주독립의 제국이다.

제2조, 대한제국의 정치는 과거 500년간 전해 내려왔고, 향후 영원히 내려가도 변치 않을 전제 정치이다.

... -73p

이 부분을 볼 때마다 시대를 역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국은 좋다. 근데 왜 전제정치일 수밖에 없었는가. 

민의는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독립협회 등의 단체가 생기고 국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텐데...


명이 쇠퇴하고 청이 흥기하는 과정 속에서 조선은 끊임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대세는 청으로 기울었음에도 군대를 파견하라는 청의 요구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뒤로는 재조지은이라는 명목 하에 명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상헌, 임경업 등은 명에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끝내 청에 무릎꿇지 않는다. 

효종은 송시열을 등용하고 청을 정벌하려는 계획을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성공 확률이100%가 아닌 상황에서 백성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옳은 일이었는가. 


송시열이 대답하기를, 

"제갈량의 재주로도 끝내 한나라의 왕실을 다시 일으킬 수 없었으니, 만에 하나 차질이 생겨 나라가 엎어져 망할 근심이 생긴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했다. 

임금이 말하기를,

"천하의 떳떳한 의리가 분명하다면 비록 사직이 망하게 되더라도 또한 천하에 대대로 밝은 빛을 낼 것이니 어찌 부끄러움이 있겠는가? 또한 나는 가만히 하늘의 뜻이 나로부터 머지않아, 아마 이러한 걱정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 -145p

명은 결국 멸망한다.

그럼에도 조선은 숙종 이후 끊임없이 명을 위한 사당과 제단을 조선에 세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역사이던가.

승승장구하던 청도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부의 분열과 외국과의 전쟁 등을 통해 국력은 쇠퇴하고 있었다. 


황제는 뒤늦게 변법자강운동을 받아들여 개혁하려했으나 이마저도 서태후 세력에 밀려 자강 개혁에 실패하고 서양 세력에 강제로 문호를 개방하고 만다. 

당시 공부 주사 강유위가 상소하여 변법자강의 방법을 온 힘을 다해 아뢰니 청나라 임금이 기꺼이 받아들였다. 

4월에 지시를 내려 변법자강을 국시로 결정하고 강유위를 불러들여 곧바로 총리아문장경에 임명했다. 또한 거인 양계초에게 6품직을 띤 판리역서국사무의 관직을 내렸다. ...

서태후는 변법자강 운동을 싫어하여 8월 수렴청정의 지시를 내리고 청나라 왕을 서원에 있는 태액지 안의 영대에 깊숙이 가두고, 담사동 강유부 양심수 양예 임욱 유광제 등 여섯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 강유위는 영국 관할령 싱가포르로 도망나갔고 양계초는 일본으로 도망쳤으니, 이것이 무술정변이다. -169~170p

조선의 마지막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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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1-01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덕분에 역사에 대해 보다 더 깊이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거리의화가 2022-01-01 08:41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겨울호랑이님의 폭넓은 지식에 많이 배우고 놀라곤 합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