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김장.

이번에 낙향하신 시부모님 덕에 시골에서 직접 농사 지은 통통한 배추로 담근단다. 매일 새벽 밭에 나가셔서 달팽이를 잡으셨다는 거의 유기농에 가까운 배추란다.

울 아들은 벌써부터 시골에 간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에구 엄마는 힘들거라고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즐겁게 다녀와야지 하는데 아무리 최면을 걸려고 해도 안 걸린다.

사실 일을 하는 건 괜찮은데 자고 오는게 영 불편해서...살짝 걱정이다.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시부모님 집에서 자는 건 영 편치 않다. 노인네들 잠도 없어 새벽같이 일어나시면 아침잠 많은 나로써는 고역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신다) 밥 해먹는 것도 사실 한 걱정이다. 무얼 해드려야 하나??? 전번처럼 냄새나는 이불은 사양하고 싶은데 날이 추우니 그것도 걱정이다. 볕에 바싹 말리면 좋으련만 이불에서 냄새나는 건 정말 고역이다.

사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러시지만 그게 어디 그런가, 노인네 두분이서 고생할 것 뻔히 알면서 모른척 하기도 쉽지 않고 결국 일정을 잡았으니 좋은 마음으로 가면 좋겠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 잠도 잘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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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5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에 가는 길은 항상 그렇게 자잘한 걱정들과 머뭇거림이 저절로 따라오죠. 저도 그래요. 그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안되는걸 어쩌겠어요. 그냥 세월이 지나면 점점 좋아지겠지 하는거죠. 뭐 실제로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긴 하더군요. ^^

꿈꾸는섬 2008-11-15 01:11   좋아요 0 | URL
아,, 세월이 약이군요.
 
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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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력적인 소설을 만났다. 무거운 주제를 전혀 무겁지 않게 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권의 소설이 아니라 만화를 읽는 듯한)

6학년 지로를 통해 본 사회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 사회를 복잡하게 만든다. 도쿄에서의 아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만 만드는 아버지였다. 하지만 남쪽 섬에서의 아빠는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고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가를 위한 세금은 낼 수 없다는 그래서 전기도 수도도 필요없단다. 처음엔 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남쪽 섬 사람들의 나누어 쓰는 모습을 보며 지로의 마음도 차차 달라진 것이다. 초등학교 전교생 7명. 모든 나누어 쓰는 인심좋은 사람들 속에서 욕심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걸 배운다. 하지만 이 작은 섬에도 자본주의는 침투해 오고 그것을 막기 위해 부모가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억압과 착취, 이런 어렵고 무거운 것을 크하하하 웃음 소리 한방으로 날려 보내는 작가가 대단하다는 칭찬만 입에서 맴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운동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인 건 분명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운동을 지휘하고 선봉에 섰던 그들이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더이상 적이 없는 세계를 향해 또다른 적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는 당신 같은 운동꾼들에게는 더 이상 어떤 공감도 느낄 수가 없어. 좌익운동이 슬슬 힘이 빠지니까 그 활로로서 찾아낸 게 환경이고 인권이지. 즉 운동을 위한 운동이란 거요. 포스트 냉전 이후 미국이 필사적으로 적을 찾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야."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하지만 아버지도 이미 혁명 같은 건 믿지 않는다고 하고......그래, 권력을 쥔 사람이 벌레보다 싫고, 국가가 하라는 대로는 죽어도 하기 싫은 한 개인이라고나 할까?"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지도표기도 거부했다는 파이파티로마라는 섬으로 자유를 찾아 떠나가는 우에하라 부부의 멋진 모습에 나도 따라 나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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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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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닐곱살 유괴당한 한 소녀가 자신을 산 여주인의 죽음과 함께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온다. 이 소녀는 세상에 쳐진 그물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 그물을 쉽게 빠져나와 자신의 길을 떠난다. 쉽지 않은 여정은 계속 되지만 처절하다거나 불쌍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상적인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슬퍼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아랍지역에서 프랑스로 그리고 미국으로 그녀는 끝없이 헤매다닌다. 그러다 자신이 끝내 가고자 했던 아프리카로 힐랄 부족을 찾아간다. 

  더이상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제 나는 마침내 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 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울음소리. 십오 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이제 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제 더이상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우며 이유없는 떠돌아다님을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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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앞에 두고 친구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었으면 딱 좋겠다.

아무 의미없는 얘기를 나누며 따뜻한 차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얘기 나누다보면 스르르 풀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볼까?

모두가 그립고 보고픈데

그냥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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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 많이 어릴때 저도 딱 그랬던 것 같아요. 아! 친구 만나서 한 2시간 수다나 실컷 떨었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 간절하더라구요.

꿈꾸는섬 2008-11-13 23:3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바람돌이님도 그러셨었군요. 아마도 모두가 그렇겠죠.
아, 정말 친구들이 보고 싶네요.
 
10까지 셀 줄 아는 아기 염소 내 친구는 그림책
알프 프료이센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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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세기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책.

아기염소 하나, 송아지 둘, 엄마 소 셋......줄줄이 꼬리를 무는 숫자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4살된 우리 아들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펼쳐 보았는데 계속 읽어 달라고 조르네요. (지금은 낮잠을 자는 중ㅋㅋ)

천천히 숫자에 익숙해져야 하는 친구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엉뚱한 재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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