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스펜서 웰스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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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나에게는 친할머니 한분만 생존해 계셨었는데, 내가 할머니의 연세를 짐작할 수 없으리만큼 늙으셨다고 생각을 했었다. 아버지께서 막내이시면서 늦둥이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셨고 주로 큰 아버지댁에 계셨기 때문에 자주 뵙지는 못했었다.그런데 내가 말귀를 알아들으면서 듣기 시작한 말들은 내가 친할머니를 쏙 빼닮았다는 소리였다. 여섯, 일곱살에 하도 많이 들어서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 했는데, 일곱살이 끝나갈 무렵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할머니와의 짧은 추억은 단편적으로 남게 되었다.
이렇듯 한 세대를 건너서까지 신기하리만큼 닮을 수 있다는 것은 조상들이 갖고 있던 DNA가 복제되어 자식들에게 넘겨주게 되고 세대마다 반복되는 유전자 전달과정을 걸치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 이동 경로 추적 프로젝트를 세계의 각기 다른 지역 출신의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발견해나가는 책이다. 인류의 조상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를 탐구하고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각 대륙으로 번져나갔음을 알 수 있었고 같은 어머니 유전자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발견되는 유전물질로 mtDNA는 여성에게서 자손에게 전달되며 제조합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인류의 어머니 이브를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류의 조상을 찾는 과정은 유전자 이동경로를 통해서도 고고학적 유물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더 많은 유전자 샘플이 필요하고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을 담은 책이기에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로 볼 수 있어 그 연구 결과가 더 기대되는 책이고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함스부르크가의 외형적인 유전적인 특징처럼 족내혼으로 인하여 더 부각된 사례도 있을 것이고 평범한 우리의 모습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조상들의 유전자가 세대를 건너오면서 외형적 모습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그 힘은 위대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친할머니의 모습이 내 모습에 남아있고 조카들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듯이 말이다. 개인의 가족사를 떠나서 더 넓은 시각으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한 가족이라는, 한명의 이브에게서 나온 자손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묘한 전율이 생기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세계 각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환경에 맞게 피부와 신체적 조건이 변화되어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우리는 하나이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으로만 판단하고 길고 긴 편견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어이없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고 유전자 이동경로 통한 유전자 여행은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가는 확실한 해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었고 길고 먼 길을 떠나 온 ,앞으로도 먼 길을 가게 될 유전자에게 경이로움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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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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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방법론을 소설형식으로 서술한 이 책은 숨을 한번 길게 내쉬며 잠시 멍하게 있게 한다.
연암이 말하는 글쓰기 법칙 중 제일 먼저 나오는 법칙이 '정밀하게 독서하라'이다. 이 부분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책을 천천히 친구하며 읽어보지 못했구나하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던 어린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지만 항상 글쓰기는 어렵고 읽은 책마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았기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고 기억하고 싶어 짧을 글을 남길 때마다 이해 못한 부분이 있어도 그저 막연하게 이렇게 중얼거리며 넘어갔었다.
다음에...다음에 다시 읽어보지...뭐...라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은 한 책을 두번이상 읽어본 적이 없음을 창피하지만 고백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한달에 두권정도 읽었어도 나름대로 음미하면서 읽었고 행복해했었다.
물론 두번이상 읽은 책도 여러 권 있었다.
그 중 몇권은 몇년에 한번씩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내가 이해하는 폭이 얼마나 늘었나를 알고 싶어서 꼭 챙겨서 읽었던 책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신간을 남들보다 먼저 읽고 싶다는 욕심에 제대로 된 책읽기의 방법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이렇듯 연암 박지원이 가장 중시했던 첫 부분에서부터 걸리기 시작한 나는 나머지 다섯가지 법칙을 말할 필요도 없이 어렵고 어려웠다.
물론 책은 연암 박지원과 가상의 제자 지문의 사제간의 정과 글쓰기 교육방법에 맞춰져 있다.
어찌보면 딱딱하고 지나치게 교육적일 수 있는 글쓰기 방법론을 스승 연암을 통해, 제자 지문이 깨닫게 되는 방식을 소설형식으로 풀어 내어 흥미를 더한다.
한 편의 소설을 읽어 내듯이 연암 박지원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겉으로는 괴팍스러워 보이지만 정이 많은 마음이 전해져 오고 제자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진정 책읽기를 사랑하고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실천을 몸소해왔던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젠 소설이 아닌 진짜 박지원의 실제 모습을 작품을 통해 만나 보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겼고, 소설 속이지만 조선 최고의 문장가인 연암에게 글쓰기를 인생을 배운 지문이 하염없이 부러웠다.
다섯가지 법칙 중 제일 첫 장인 '정밀하게 독서하라'부터 제대로 실천을 해야겠구나하는 나름의 과제가 생기게 되었다.
여러모로 가까이 두고 책읽기의 욕심이 앞 설 때마다 읽어보고 싶다.
눈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진정 마음으로 이해하는 책읽기를 위해서 말이다.
좋은 글이란 마음을 다해 쓰는 글이다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노력해야겠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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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과학이 숨쉰다
장순근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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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질학은 지구가 생긴 다음부터 지구의 역사와 변화를 해석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지질학이 상대하는 시간은 우리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장구한 시간이다.> 260쪽

'땅 속에서 과학이 숨쉰다' 는 지질학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지질학을 전공자뿐만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땅 속의 무궁무진한 신비로움과 과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였다.
지질시간이 인간의 일생이나 역사시대에 견주면 대단히 긴 시간이므로 우리가 지질과정을 상상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다.
그 오랜세월 지질과정은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바위가 비와 바람으로 풍화되고 침식되어 생겨 퇴적암이 쌓이고 새로운 지층을 만들어 새로운 높은 산맥과 험준한 지형이나 사막을 만들기도 한다.
지구의 역사의 비해 인간의 역사가 짧은 탓에 그 변화를 목격하지 못하고 있기에 산맥이나 지형, 해저가 서서히 확장되고 그에 따라 대륙들도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을 할 수가 있다.
현재의 지형이 과거의 지형이 아니듯이 미래의 지형도 아닐것이라는 것이다.
지질학은 고생물학과도 민접한 관련이 있어 과거의 고대 생물의 화석유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층을 만나게 되고 고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화석으로 발견되는 동물과 포식자의 생태와 물리환경과 지질환경의 복합 결과로 동물이 죽어서 화석으로 발견될 때까지 많은 정보가 사라지고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와 화석연구가 필요하다.
현생 포유동물과 조류와 어류, 양서류의 습성과 생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화석을 통해서 자료수집을 통해 '교육받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하듯 지질학은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학문이고 오래 된 지질현상뿐만 아니라 천체지질과학까지도 확대되어 연구하고 발달된 것이라 본다.
바람과 비로 인해 지층이 변하고 오랜세월이 흘러 새로운 지형이 형성이 되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춘 지형이 된다는 사실에 놀랍고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시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땅 속에서 과학이 숨쉰다'는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용어도 많았고 생소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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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로스 킹 지음, 신영화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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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재'는 르네상스시대를 배경으로 바티칸 성당 안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벽화를 의뢰받은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와 폭군 교황으로 알려져 있는 율리우스 2세, 놀라운 재능뿐만아니라 외모와 성품마저 뛰어났던 라파엘로를 중심으로 화려했던 르네상스시대를 소개시켜준다.

1508년에 다혈질적이고 괴팍하기 이를데없는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건축가 브라만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벽화를 무조건적으로 맡기게 된다. 이에 스스로 조각가라고 칭해오던 미켈란젤로는 심한 거부감을 느끼며 브란만테가 자신을 궁지에 몰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적대감을 갖게 된다. 그들은 뛰어난 재능과 야심가라는 점만 빼면 극과 극인 사람들이었기에 서로를 조롱하며 적대시하였다.

브라만테가 사교적이며 유쾌한 호남형이었다면 미켈란젤로는 못생긴 외모에 괴팍한 성격, 위생결핍증까지 가진 인물이었다고 한다. 작품 속의 근육질의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미켈란젤로는 천재 조각가로 십대시절부터 알려져 있었기에 조각가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힘들고 고된 시스티나 천장 벽화가 맡겨졌으니, 불평불만이 얼마나 심했는지 이 모든 일이 브란만테의 음모라고까지 의심을 했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는 조가가이기에 프레스코화에 대한 전무하다시피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프레스코화 기법을 처음부터 새로이 익히면서 배워 나가면서 시스티나 천장벽화를 1508년부터 1512년까지 4년4개월간의 수천장의 소묘를 만들고 프레스코화를 완성시켜 나가 최고의 걸작을 탄생시키게 된다.

매사에 성마른 성격을 가지고 상대방을 의심부터 하는 미켈란젤로는 당대의 꽃미남이자 뛰어난 실력으로 선배들을 제친 라파엘로와의 만남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는 아주 대조적인 성격과 외모, 작품 스타일을 갖고 있어서 서로를 적대시하고 시기하는 불편한 관계였다고 한다. 거의 혼자 다니다시피하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꺼려했던 미켈란젤로와는 달리 라파엘로는 사교적이고 여성들과 끊임없는 스캔들을 만들어내고 제자들이 많이 따랐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바티칸 성당 한쪽 끝과 다른 한쪽 끝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가끔 부딪치게 되면 서로의 재능에 시기하고 조롱했다고 한다.

후에 미켈란젤로의 천장벽화의 전반부가 공개되었을 때 라파엘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보고는 충격을 받아 이미 완성한 작신의 벽화를 떼어내고 존경의 의미로 미켈란젤로를 모델로한 투박한 인물상을 새로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천재 화가를 한 장소에 머물게 하고 작품활동을 하게 한 인물은 다분히 폭군기질을 타고난 전사교황 율리우스 2세이다. 비종교적인 성향을 가진 그는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참전하는 등 특히한 인물이다. 괴팍하기는 미켈란젤로 못지않아 그를 억압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시스트나 예배당 천장벽화를 완성하게끔 한 인물이다. 어찌보면 그 둘은 너무 닮은 꼴이라 서로에게 애증을 느꼈던 같다.

전혀 다른 작품 스타일을 소유했던 두 천재 화가의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웃음도 나오고 그 오랜시간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 작품에만 매달리다시피해야 했던 화가들의 고충이 느껴지기도 한다. 미켈란젤로경우에는 천장벽화였기에 고충은 라파엘보다 훨씬 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반면에 미켈란젤로의 천장벽화는 교황이나 다른 이들이 세밀하게 볼 수 없지만 라파엘의 작품은 실물크기의 그림을 실제 사람들이 코앞에서 세세하게 볼 수 있었기에 더 심혈을 기울여만 했었다고 한다.

르네상스를 풍미했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선의의 경쟁어린 작품 활동과 그 둘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던 카리스마 넘치던 폭군교황 율리우스 2세와의 길고 긴 르네상스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실제 시스티나 천장벽화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직접 본 분들에 의하면 놀랍기 그지 없다고 한다. 책만으로도 그들의 노력과 열정, 시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싶기도 하면서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아마도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벽화를 4년에 걸쳐 끝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조각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이러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89세의 사망할 때까지 율리우스 2세의 영묘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80년부터 프레스코화 천장벽화의 복원이 시작이 되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본래의 색을 찾고 있다고 한다. 복원에 대한 찬반이 갈리기도 하지만 현대적인 기술력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레스코화 기법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파란만장했던 미켈란젤로의 삶과 르네상스 시대를 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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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병사 - 어느 독일 병사의 2차 대전 회고록
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엮음 / 루비박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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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사예르 16살의 어린 병사는 독일 군복과 좋은 군화를 신는 것이 멋있어 보였고 일상에서의 변화를 꿈꾸었기에 독일군에 입대하게 된다.
대독일사단의 보병으로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러시아 전선에 배치 받았던 그는 너무 어렸고 전쟁의 참혹함을 결코 알지 못했다. 그저 동료들과 지내는 것이 좋았고 심한 불어 악센트로 독일군가를 배우는 것이 좋았던 그는 그저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그런 그는 전쟁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에 배치되면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전쟁의 참혹함을 알게 되고 환멸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러시아에서의 맹렬한 추위와 배고품에 지쳐가게 되었고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투쟁하고 버티어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적은 식량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저지르게 되었고 수많은 동료들이 진흙탕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도 더이상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이 살아있음에 안도하게 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다.
더 이상 대독일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공포와 추위를 이겨내야만 한다. 독일병사로서의 자긍심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문제이기에 어린 병사는 갈등하게 되고 전쟁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희망을 가져야만 하는지에 대한 회의와 전쟁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어린 병사는 영혼에 심한 상처를 입으며 성장하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전쟁터에서도 할스와의 우정을 키워나갔던 기 사예르는 전쟁포로로 잡히게 되고 풀려나는 과정에서 더이상 친구들을 볼 수 없게 되었고 영혼의 상처를 입은 전쟁터의 잊혀진 수많은 병사들은 전쟁이 끝난 후 현실에서 그 참혹했던 전쟁의 상처와 함께 동료들을 지워야만 했다. 

전쟁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수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못했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쟁이 주는 아픔과 고통은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잃게하는 가장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전쟁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들의 겪어야만 하는 참혹한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73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동안 얼마 전에 읽었던 조정래작가의 '오 하느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더이상 무의미해지던 그 전쟁터의 참혹한 현실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이러한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 세상을 모르기 때문일까하는 어리석은 질문을 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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