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1
앨런 폴섬 지음, 황보석 옮김 / 넥서스BOOKS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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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른 여덟 살의 미국인 의사 폴 오스본은 학회 참석 차 프랑스에 갔다가 카페에서 한 중년 남성을 보고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져든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폴 오스본은 아버지와 함께 야구 글러브를 사는 길에 그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휘두른 칼에 아버지가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여러 해 동안 각진 얼굴에 흉터가 있는 그 사내를 추적했지만 끝내 잡지 못했다. 

폴은 회상이 끝난 직후 홀린 듯 그 남성에게 뛰어들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카페 종업원들이 만류하는 사이에 사내는 달아났고 폴은 경찰에게 잡혀 구금된다. 폴은 그 사내가 지갑을 훔치려 들었다고 얼버무렸지만 경찰은 집요하게 폴의 최근 행적을 캐물었다. 최근 유럽 곳곳에서 목이 잘린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절단면으로 보아 훈련받은 의사의 솜씨였기 때문에 폴을 의심하는 것이었는데 폴이 진술한 행적에 다소 모호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폴은 베라 모느레라는 여성과 학회에서 만나 관계를 맺게 되었고 급기야 사랑에 빠졌는데 하필 그녀가 프랑스 수상의 정부였기 때문에 비밀을 지켜주려다 보니 진술이 확실치 않은 것이었다. 어쨌든 경찰로서도 폴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나 동기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원이 확실했으므로 풀려난다. 풀려난 폴은 폴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그 사내를 추적해 반드시 살해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래야만 28년간 받았던 고통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편, 목 잘린 시체가 연쇄적으로 발견되자 인터폴은 미국에서 베테랑 형사 맥비를 초청한다. 그런데 맥비가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폴의 주변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눈치 빠른 맥비는 폴의 과거와 이번 연쇄 살인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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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폴섬은 영화와 TV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다가 1993년도에 처녀작 <모레>를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가 된 작가이다. <모레>는 독일 나치즘이 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소멸된 것이 아니라 단지 동면상태로 들어갔을 뿐이라는 가정하에 씌여진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아직 EU가 출범하기 전인데, 경제력을 갖춘 독일의 주도 하에 유럽이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미국 주도의 세력 구도가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읽힌다.


극저온 상태가 되면 원자가 운동이 멈춘다는 사실을 1 퍼센트 정도 소설에 첨가하고 그 뒤로는 되는대로 작가의 뻥과 상상력을 얼버무려 스토리를 진행시키는데, 결론적으로 독일 순수혈통의 세계지배를 꾀하는 세력이 극저온 수술법을 개발한 뒤 '지금까지 보관해온 히틀러의 머리통을 적당한 사람의 몸통에 이어붙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씌여진 지 25년여가 흐른 지금에 읽어보니 참 시간이 아까웠던 내용의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7326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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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동산 리시브
양선미 지음 / 문이당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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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안개 속으로>는 소파에 관해 완상하는 이야기이다. 소파는 행복했던 시절 '나'의 집에 있었던 물건이다. 그 소파가 이제는 경비실 한켠에 버려지기 위해 놓여있고, 고양이들의 거처가 되었다. 고통스런 기억에서 도망치듯 길을 나선 '나'는, 안개가 낀 도로에서 고양이를 치어 죽인 후 도로에 차를 정차시킨다. 고양이의 몸에서 비어져 나온 따뜻한 내장들을 보면서 '나'는 교통사고로 차에 치어 죽은 아이를 떠올린다.


<4월의 눈>의 그녀는 연구실 사무 조교이다. 교수는 그녀를 못마땅해 했기에 재임용이 불투명했다. 3년간 사귄 애인이 학교에 영업을 왔다며 교수실에 방문해 담배를 피우고 간 후, 교수가 출근한다. 교수는 떠도는 담배연기를 불쾌해 하며 그녀에게 재임용은 안되겠다고 말한다. 낙태에 이어 재임용까지 물거품이 된 그녀는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는 벚꽃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그리고 그녀도 한 알의 눈이 되어 천천히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어드벤처 그린 반점>은 꾀죄죄한 중국집을 경영하던 부부가 우연히 빈 수표용지를 주우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예전에 현업관서에서 수표 뭉치를 잃어버려 안산 폐지업체와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뒤치닥거리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양이 대학살>은 고양이를 죽이는 소설을 쓰겠다는 여자와 모텔에 든 남자 이야기이다. 맥주를 사러 나간 여자가 돌아오지 않자 남자는 여자를 찾으러 나간다. 하지만 여자는 어디에도 없었고, 남자는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덤벼들기 시작한다. 남자는 과거 자신이 윤간했던 여자와 고양이를 오버랩시킨다.


<맛동산 리시브>는 머리를 다친 청년이 아동 추행범으로 몰리는 내용인데, 청년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피해자 아이가 맛동산에 격렬한 반응을 보여 잡혀가고 만다. 청년은 '맛동산'에 집착했었기 때문이었다. 테니스를 치던 사람들은 이제 '맛동산 리시브' 대신 러시아 여성들과 2차를 가기 위한 '로스케 리시브'를 외쳐댔고, 여자는 처녀막 재생수술을 한 뒤 육감적인 생기를 되찾는다. 어쩌면 여자는 과거 강간 피해자였을지도 모른다.


<마술램프>는 엽기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기로 가난한 집 계집아이가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노력하다 마침내 한 쪽 팔을 기차 바퀴에 집어넣어 절단하는 내용이다. <휴가>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이 아들에게 집착하여 자신을 위로해줄 대상으로 인식하다 마침내 근친상간에 이른다는 내용이고, <푸른용>은 중국집 배달하는 남성이 형수의 상간남인 군의원을 찌르고 잡혀가는 상황을 헬스클럽 아르바이트생 '지숙'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양선미의 <맛동산 리시브>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에 관한 서사이다. 그 불안은 근거 없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실재 일어난 사건들에 기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양선미가 예리하게 잘라낸 일상의 단면들은 고통스럽다. 트라우마들은 때로 치유되지 못하고 다른 사건이나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인생은 어쩌면 끝내 겪어내야만 하는 함정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절망스런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단편집이다 보니 사실과 환상이 묘하게 교차되며 페이드 아웃 처리된 경우가 많은 데 작가가 쓴 장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6255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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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거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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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의 거울 >


1936년 10월 24일. 에르큘 포와로는 저바스 셰브닉스 고어로 부터 전보를 한 통 받는데 내용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 같으니 와서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포와로가 저바스의 저택에 도착하자 곧 식사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저바스가 식당에 나타나지 않아 방으로 가보니 방문이 잠겨 있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저바스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사람들이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저바스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앉아 있었다. 권총은 그의 발치에 떨어져 있었고, 머리를 관통한 총알이 거울을 깬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밀실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자살이라고 생각했지만 포와로는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자신의 가문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진 저바스가 과연 자살을 했을까? 그는 자식을 낳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양녀를 들였는데, 양녀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신의 조카 휴고 트랜트와 결혼할 경우에 한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할 예정이었다는 데 이것이 그의 죽음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깨어진 거울과 불길한 운명이 중첩되는 '대가족 내 밀실살인' 이야기.


< 뮤스 가의 살인 >


가이 포크스 데이 날 한 앨런 부인이 사망한다. 그녀의 손에는 자동권총인 웨블리 25구경이 쥐어져 있어 자살로 생각되었지만, 조사를 하다 보니 수상쩍은 면이 많았다. 그녀는 왼손잡이 였는데 권총은 오른손에 쥐고 있었고, 지문이 없었으며, 재떨이에 그녀 외 다른 사람이 피운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가 있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유스터스 소령이라는 자를 체포한다. 사건은 쉽게 해결되는 듯 보였으나 포와로는 그녀와 함께 지내던 제인이라는 여성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데... 


< 로드스 섬의 삼각형 >


포와로가 휴양 차 찾은 로드스 섬에서 삼각관계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1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수전 블레이크를 두고 남편 토니와, 그녀에게 매혹당한 더글러스 사이에서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 것 같아 조마조마해 한다. 급기야 포와로는 더글러스의 아내 골드 부인을 찾아가 너무 늦기 전에 섬을 떠나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는데... 낭만적인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한 살인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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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거울 Murder in the Mews and Other Stories>은 1937년 작품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28번째 추리 소설이고 8번째 단편집이다. 책 표지가 Jeff Beck Group의 1969년 앨범 Beck-Ola 표지를 연상시켜서 별 생각 없이 집어들고 읽었다.


첫 번째 <죽은 자의 거울>은 다소 복잡하고 억지스런 수수께끼 풀이인데, 예의 아가사 크리스티의 '사실은' 치트키가 사용된 작품이다. '사실은' 저바스의 연대기 집필을 돕는 링가드 양은 저바스의 양녀 루스의 친어머니이다. 그녀는 자신의 딸과 휴고 트랜트가 결혼할 때에만 재산을 물려 받을 수 있다는 유언장이 작성되는 것을 저지하려고 저바스를 쏘아 살해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 저바스의 머리를 관통한 총알이 열린 문 밖으로 나가게 되자 부랴부랴 문을 닫고 유리창을 깨어 총알이 유리창을 맞춘 것처럼  꾸민 후 프랑스 식 창문을 세게 닫아 잠금 고리가 떨어지게 하여 밀실을 만든다.(억지스럽지만 그렇게 된다고 한다). 총알은 나중에 연필을 줍는 것처럼 하여 회수한다.


<뮤스 가의 살인>은 자살한 여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자살 원인을 제공한 자가 살해한 것처럼  현장을 꾸민다는 독특한 발상의 소설이다. 


<로드스 섬의 삼각형>은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 골드 부인이 사실은 잔혹한 살인마였고, 그녀를 섬에서 떠나라고 한 포와로의 충고가 그녀의 목숨을 걱정해서 한 말이 아니라 '더 이상 살인을 행하지 말라'는 경고였음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55086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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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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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인 <트와일라잇>에서 아버지 찰리가 사는 포크스로 이사온 벨라는 학교에서 에드워드 컬렌을 만나 매혹 당한다. 그는 사실 뱀파이어였다. 칼라일이라는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빨지 않고 공존하는 공동체(가족)을 만들었는데 그 일원이었다. 뱀파이어들은 불사의 존재였고 일부는 특수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에드워드의 능력은 남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독 벨라의 생각만은 읽어낼 수가 없었다. 에드워드는 그 점이 두렵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든 에드워드와 벨라는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다른 뱀파이어 집단에게 공격 당하고, 제임스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될 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2부 <뉴 문>에서는 벨라가 생일을 맞아 칼라일 가족에게 초대를 받는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벨라가 상처를 입자 칼라일 가족 중 한 명인 재스퍼가 갈증을 참지 못하고 으르렁 댄다. 그걸 본 에드워드는 벨라를 위해서 그녀를 떠난다. 벨라는 절망에 빠져 상심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만난 것이 제이콥이다. 라푸시에 사는 제이콥 일족은 늑대인간이었다. 그들은 뱀파이어에게 대항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변형시킬 수 있었다. 한편 벨라가 자살했다고 오인한 에드워드는 자신의 목숨을 던지기 위해 이탈리아의 볼투리 일가를 찾아간다.


<이클립스>는 시리즈의 3부이다. 벨라는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기로 했고, 그 시기는 에드워드와 결혼식을 올린 이후로 잡아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 즈음 시애틀에서 알 수 없는 사망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것이 새로 태어나는 뱀파이어들의 소행이라는 것이 칼라일 가족에 의해 포착된다. 칼라일 가족은 군인 출신으로 과거 뱀파이어들 간의 전쟁에 참여했던 재스퍼를 중심으로 시애틀의 신생 뱀파이어 무리들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만약 실행이 늦어진다면 볼투리 일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었고, 그럴 경우 벨라의 안전이 문제될 수 있었다. 문제는 신생 뱀파이어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 

제이콥을 중심으로 한 늑대인간은 벨라의 안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뱀파이어들과 휴전하고 연합 전선을 펼칠 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제이콥이 벨라에게 '인간'으로 남아서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라면서 벨라의 속마음을 찬찬히 헤아려보라고 반복적으로 권하고, 벨라 역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각종 떡밥을 3부 까지 무제한으로 던져 놨다. 수천년간 능력과 조직을 가다듬어 온 볼투리 일가, 늑대인간 중 육체를 떠나서 동물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영혼의 전사 등등. 과연 남은 4부로 이 모든 떡밥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을지. 

에드워드와 제이콥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1급 발암물질 수준의 주인공 행보 역시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되든 진한 찝집함을 남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4부는 조금 시차를 두고 읽을까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53208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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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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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바 <HEATH>의 공동 경영자로, 아내 가오루,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호노카와 함께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공동 경영자인 치프쉐프 오치아이와도 그럭저럭 뜻이 맞아 14년간 별다른 탈 없이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 호노카가 학교 친구 때문에 밥을 잘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 친구 하나가 얼굴 반쪽이 파란 멍으로 뒤덮여 있어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힌다는 것이었다. "나"는 호노카를 호되게 꾸짖는다. 다름 아닌 "나"의 과거 얼굴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랐다. 얼굴 반쪽이 푸른 멍으로 뒤덮여 있어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며 멸시했다. 멸시받을 수록 "나"는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폭력을 쓰면 묘하게 마음이 위로 받았다. 그렇게 반 건달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야쿠자와 시비가 붙어 야쿠자 셋을 칼로 난자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허겁지겁 도망친 뒤 동료인 마카베를 통해 알아보니 칼에 찔린 자 중 하나가 실명했다고 한다. 야쿠자에게 잡히면 죽어도 곱게 죽지 못할 터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근거지를 버리고 노숙을 하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갈 무렵, 사카모토 노부코를 만난다.

사카모토 노부코는 말기 암 환자였다. 식사를 대접 받고 휴식을 취하며 그녀에게 조금 의지하던 "나는 어느 날 "나"의 비밀을 불완전하게나마 들려준다. 그리고 그녀가 하나의 제안을 한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 500만엔을 줄 테니 한 가지 부탁을 들어 달라고 한다. 

그 부탁이란 감금 성폭행 당한 뒤 토막내어진 딸의 원한을 갚아달라는 것이었다. 범인은 둘인데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다고 했다. 사카모토 노부코는 그들이 사형 당하지 않고 사회에 나와 다시 삶을 영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그들이 언젠가 사회로 나오면 죽여달라는 것, 그것이 그녀의 부탁이었다.

"나"는 500만엔만 있다면 새로운 호적을 사고 성형수술을 받기에 충분한 금액이었기 때문에 며칠을 망설이다가 그녀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발신인은 "사카모토 노부코". 내용은 "그들은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한 줄이었다.


15년이 흐른 지금 "나"에게 약속 이행을 강요하는 그 한 통의 편지. 그리고 어쩔 줄 몰라 시간만 허비하는 "나"에게 다시 배달된 위협 편지 한 통. "만약 당신이 약속을 어기면 당신 주변에도 나와 똑같은 재앙이 덮질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내용. "내" 딸 호노카가 성폭행 당한 뒤 토막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나"는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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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도 모자라 토막 내기까지 한 범인들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 그들이 무기징역을 마친 시점에 또 다른 계획을 예비하고 사망한 "사카모토 노부코".

"나"는 그녀가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누가 "나"에게 약속 이행을 강요하며 살인을 교사하는 지 알아내기 위해 전전 긍긍한다. 


작가는 다른 작품 <천사의 나이프>에서도 이와 유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천사의 나이프>에서는 주인공 히야마의 아내가 13세의 소년 3명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갓난아이인 마나미가 보는 앞에서였다. 그러나 그 세 명은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촉법 소년 규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인 히야마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과연 이것이 정의 실현을 위한 정당한 법률 체계인가 하는 의문을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살해 했는데도 불구하고 15년 정도 흐른 뒤에 범인은 사회에 나와 "갱생"의 삶을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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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카모토 노부코"의 약속 이행을 강요하는 것은 공동경영자 오치아이였다. "나"는 반 건달 생활을 하던 때에 여성들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였었다. "내"가 잡히게 된 4번째 범행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오치아이의 여자친구였다. "나"는 강도짓을 벌이려다 3살 정도 된 사내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동요한다. 바로 그 때 다른 남자가 그 집에 찾아와 "나"는 어쩔 수 없이 벽장에 사내아이와 숨게 된다. 그런데 들어온 남자는 피해여성의 아버지였고 야쿠자였다. 그 남자는 친 딸을 범한 뒤 사라졌고 여성은 얼마 뒤 자살하고 만다. "나"는 그녀를 성폭행 한 죄까지 뒤집어 쓰고 복역한다.

오치아이는 범행 피해자 모임에서 "사카모토 노부코"와 만난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당시 3살 짜리 아이는 후에 자라서 <HEATH>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게 되는데 바로 고헤이다. 고헤이가 마지막에 증언해 준 덕에 "나"는 누명을 벗는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5126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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