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주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5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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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모두 사망하여 아주머니 집에 맡겨진 주드는 새 쫓는 일 따위로 푼 돈을 벌며 생계를 돕는다. 주드는 자신을 가르친 은사 필롯슨을 존경했는데, 그가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향한 크라이스트민스터의 대학에 자신도 언젠가는 입학하여 학자나 성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의 돌파리 의사로부터 라틴어와 그리스어 독학에 관해 얼핏 들은 주드는 필롯슨에게 도움을 청하는 글을 띄운다.어렵사리 책을 구한 주드는 독학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은 눈 뜬 장님이 길을 찾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더디기만 했다.

그러던 중 마을 처녀 아라벨라가 주드에게 눈독을 들인다. 그녀는 천박하고 세속적인 여성이었는데 갖은 계교로 주드를 손아귀에 넣는다. 

아라벨라와 결혼한 주드는 곧 결혼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라벨라 역시 학문에만 관심을 쏟는 주드에게 금세 실증을 느낀다. 둘은 별거에 들어가고, 아라벨라는 가족들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을 간다.

주드는 잠시 미루어두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크라이스트민스터로 떠난다. 그리고 사촌 수 브라이드헤드를 만난다. 아주머니는 무슨 이유에선지 수를 절대 만나선 안된다고 말했지만 주드는 그녀를 만난 후 아주머니의 경고도 잊고 곧 사랑에 빠진다. 서로의 영혼이 공감하며 차츰 사랑에 빠지는 둘 사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나는 대학들이 빈털털이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주드의 입학을 불허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절망한 주드가 술을 마시고 수에게 못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수는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필롯슨과 결혼하고 만다.

그러나 수 역시 자신의 결혼에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약속에 얽메어 결혼하기는 했지만 필롯슨과 육체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심지어 그를 혐오하는 태도마저 보인다. 몇 달도 견디지 못하고 수는 필롯슨에게 자신을 놓아줄 것을 요청한다. 필롯슨은 결혼이라는 강제적 관습에 그녀를 붙잡아둘 수 없음을 깨닫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를 보내준다.

다시 만난 주드와 수는 함께 살기는 하되 정식 결혼식은 올리지 못한다. 과거 자신들이 벗어난 결혼이라는 관계 속으로 다시 뛰어들 용기가 없었고, 정형화된 틀에 자신들을 가둘 경우 사랑이 죽어버릴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 즈음 아라벨라가 주드에게 난데 없는 편지를 보낸다. 과거 둘이 헤어지기 직전 아라벨라가 임신 중이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를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돌봐왔지만 이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주드에게 보내니 키워 달라는 것이었다. 주드와 수는 아이를 돌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아이는 어딘지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었다. 

그 후로 아이가 둘 더 태어난다. 주드와 수는 이곳 저곳 옮겨가며 생계를 꾸린다. 크라이스트민스터로 가서 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생활고 때문에 가슴 한켠에 묻어둔 채였고, 주변에서는 끊임 없이 둘이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며 쑤군대고 박해했다. 그러던 중 주드가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빈곤한 상태가 계속된다. 새로 집을 구하려는 시도는 번번히 아이가 많다거나,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거절된다. 아라벨라의 아이가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부모에게 짐이 된다고 판단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만다. 어린 동생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이 수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하고 만다. 수는 자신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비웃고 교만하게 행동한 탓에 신이 노해 벌을 내린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에 광적으로 메달리던 수는 필롯슨에게 되돌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주드의 격렬한 반대와 극심한 고통을 외면한 채 떠나간다. 수는 필롯슨과 두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반송장이 되다시피 한 주드를 아라벨라가 다시 데려가 결혼식을 올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골방에서 주드는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이름없는 주드>는 출간 직후 보수주의자들과 종교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탓에 능력과 상관 없이 대학 진학의 꿈을 좌절당한다는 설정과, 결혼이라는 제도를 사랑을 압살하는 강제적 계약관계로 묘사하는 부분, 종교적 가르침에 집착하던 수가 필롯슨에게 되돌아가는 상황을 부도덕한 행위로 그린 부분 등이 반발을 일으킨 것이다. 그 결과 평소에도 시를 더 높은 예술적 분야로 여기던 토마스 하디는 이 작품을 끝으로 두 번 다시 소설에 손대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시만 썼다고 한다. 

주드가 석공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익히고, 크라이스트민스터의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토마스 하디의 젊은 시절과 흡사하다고 하는데, 실제 토마스 하디의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다. 

 

소설 속에서 수가 필롯슨에게 떠나기 직전 히스테리 상태에서 주드에게 내뱉는 대사는 매우 섬뜩하다. 

 

"......고삐 풀린 정열보다 더 일부 여성의 도덕심을 무너뜨리는 내면의 욕구가, 남자에게 끼칠 수 있는 해를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관심을 끌고 그를 사로잡으려는 욕구가, 발동한 것뿐이었어요. 오빠를 손아귀에 넣은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두려웠어요......"

 

그저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주드가 선뜻 딸려들어와 오히려 두려웠고 상황에 의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고백이다. 마치 유부남을 유혹했던 아가씨가 유부남이 이혼하고 자신이 유부남의 행동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오자 한 발 빼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결혼이라는 인습 때문에 주드와 수가 고통받고 괴로워하는데, 주드는 수의 변덕과 불가해한 행동들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받는다. 주드는 수에게 못된 여자,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라고 토로하고 때로 부도덕한 짓을 하고 있다고 질책하기도 한다. 그녀는 주드와 함께 살면서도 사랑에 대해서는 자기만의 환상을 쫓는다. 그녀의 신경증을 남자인 주드로서는 이해할 도리가 없다. 

필롯슨에게 떠나기 전 횡설수설하는 대목이 어쩌면 그녀가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는 부분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아라벨라보다 더한 악녀다. 그녀는 필롯슨에게 떠난 후에도 주드가 찾아오자 키스를 허락한다. 그래놓고도 금새 키스를 중지시키면서 자신이 설정한 역할로 돌아간다. 그녀는 스스로 정한 배역을 연기할 뿐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녀가 주드와 함께 살았던 시기의 모든 행동도 거짓처럼 느껴찐다. D.H.로렌스는 "수는 우리 문명이 빚어낸 최상의 산물로, 그녀는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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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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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트바르도브스키는 아들을 위해 숲 속에 은신처를 마련한다. 얼마 후 독일군들이 악마적인 계획을 실행한다. 폴란드 여성들을 구금한 후 강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택 외곽에 기관총을 배치하고 기다리면 빨치산들이 무모한 공격을 감행해 올 것이었다. 

몇 차례 의미 없는 공격이 간헐적으로 이어졌고, 빨치산들은 사살 당했다. 트바르도브스키는 저택에 의사면허증 등을 보여주고 들어간다. 그는 왕진 가방에서 총을 꺼내 독일군을 향해 발사한다. 그리고 자신도 죽고 만다. 그의 아내도 저택에 구금되어 있었다.

이제 혼자가 된 열 네살의 야네크는 숲속의 은신처에서 아버지가 남겨 둔 감자 자루와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낮에는 빨치산들과 생활했지만 밤에는 은신처로 돌아왔다. 

야네크는 빨치산들의 심부름을 해주다가 쇼팽의 피아노 연주에 매료된다. 야네크는 자신이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을 들으며 평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독일군과 음악 덕분에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 독일군은 빨치산들이 트럭을 습격할 때 야네크의 눈 앞에서 사살된다.

야네크와 비슷한 또래의 조시아는 독일군에게 몸을 팔고 그들이 외로움에 겨워 털어 놓는 말들을 주워 모아 빨치산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야네크를 만난 후 조시아는 독일군에게 가기를 그만 둔다. 그전에 독일군들과 할 때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야네크에게서 무언가를 느낀 후에는 독일군에게서도 느낄까봐 두려워했다. 더 이상 독일군에게 몸을 팔아 정보 얻는 일을 하지 않겠따고 말하자 빨치산들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녀가 필요할 때 빨치산 중 한명이 그녀에게 몸을 팔 것을 요청한다. 요청한 빨치산은 자신이 짐승과 같다고 괴로워한다. 

도브란스키는 빨치산이 되기 전에는 대학생이었다. '유럽의 교육'이라는 책을 쓰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희망과 우화가 가득 차 있었다. 야네크는 도브란스키가 전설적인 나데이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은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이 패배하기를 기대하며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있었다. 마침내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이 패퇴되고 폴란드를 해방하러 온다는 소식이 들려올 즈음, 도브란스키가 총에 맞는다. 도브란스키는 자신이 쓰던 '유럽의 교육'을 야네크에게 건내며 책을 완성해달라고 부탁한다.

 

'유럽의 교육'은 도브란스키가 쓰던 책 이름이기도 하고, 야네크가 지옥같은 현실에 절망하며 자신이 받은 교육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로맹 가리는 전쟁이 강요하는 절망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망가져가는 인물들을 아프게 그려낸다.  

 

즈보로브스키 형제 중 하나가 조시아에게 독일군 병사에게 가서 몸을 팔아 정보를 캐내오도록 권유할 때 조시아는 생각한다.

 

고통을 겪는 데 '마지막'은 없었다. 그리고 희망은, 새로운 고통을 견뎌내도록 인간을 격려하기 위한 신의 술책에 지나지 않았다......사람들은 어떤 사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맞서기 위해서 싸우고 있따는 것, 병사의 힘은 분노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것, 그리고 문명의 발자취들은 폐허일 뿐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편이 빨치산이 되어 산으로 가서 겨울을 견뎌낼 때, 빨치산의 아내는 독일군 앞잡이가 식량을 준다는 이유로 그와 침대에서 뒹군다. 이를 본 또다른 밀고꾼은 절망하며 독백한다.

 

'오 하느님! 이 모든 일을 정녕 당신이 조종하고 있는 겁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는 현기증을 느끼고 구역질을 한다.

 

야네크가 천진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독일군을 안심시킨 후 어느 날 그들을 다이나마이트로 폭사시키고,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독일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후 말한다.  

 

이 유럽의 교육이라는 것은 바로, 그들이 너희 아버지를 쏠 때, 또는 너 자신이 뭔가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누군가를 죽일 때, 또는 네가 죽도록 굶주리고 있을 때, 또는 네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 우리는 훌륭한 학교에 있었어. 우리는 정말 교육되었어......


......유럽의 교육이 가르치는 것은 결국, 자기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데 소용이 될 만한 그럴싸한 이유들과 용기를 찾아내는 법일 뿐이에요.

 

무표정한 태도로 살육하고, 거기에 원인을 찾아내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유럽의 교육이라는 냉소적인 발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 없이는 하루도 버텨내기 힘든 빨치산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로맹 가리는 도브란스키가 희망을 담아 써내려간 '유럽의 교육'이라는 제목의 책을 야네크가 완성하도록 한다. 전쟁이 끝나고, 야네크가 완성한 '유럽의 교육'에는 극한의 절망 속에서 끝내 지켜내야 할 무엇인가를 담아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원히 죽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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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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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전 올 스타즈의 노래 '러브 어페어~비밀의 데이트'를 모티프로 쓴 소설 <새벽 거리에서>는 가정이 있는 남자가 같은 회사 파견사원과 불륜에 빠지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고통, 찰나의 기쁨과 두려움 등을 매우 섬세하게 포착한 소설이다.  

 

화자인 '나'는 어느 날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배팅 연습장에 들렀다가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는 아키하를 우연히 만난다. 술김에 친구들이 아키하에게 노래방에 동석하자고 권하자 그녀는 흔쾌히 따라나선다. 하지만 그날 아키하는 만취해서 '나'의 양복을 더럽히고 만다. 

다음 날 아키하는 양복값을 변상하겠다고 봉투를 내밀지만 '나'는 진솔한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만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나'와 아키하는 몇 차례 만나게 되고 차츰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순간순간 아내와 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와의 달콤한 밀애가 점차 횟수와 깊이를 더하게 되자 '나'는 언젠가 아내와 딸에게 죄를 지어야 할지 아니면 아키하를 버려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을 예감한다. 

한편 아키하에게는 가슴 아픈 과거가 있었다. 아키하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후 자살했는데 얼마 뒤 아버지의 불륜 상대인 여비서도 아키하의 집에서 강도의 칼에 찔려 살해된 것이다. 15년 전 그 사건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칼에 찔려 죽은 여비서의 동생과 당시 사건을 맡았던 형사는 사건의 진범은 아키하라 믿고 계속 조사를 하고 있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날 밤, 아키하는 자신의 범인이라 믿고 범행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아버지와 이모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사건은 자살이었고, 유서가 있었다는 것. 왜 그녀는 유서를 숨긴 채 자신을 범인으로 오인하도록 만들었을까? 왜 아버지와 이모에게 아무런 얘기도 꺼내지 않은 것일까? 

 

Love Affair ~ 秘密のデト by  Southern All Stars

 

夜明けの街ですれ違うのは月の殘骸と 昨日の僕さ

새벽 거리에서 엇갈리는 달의 그림자와 어제의 내 모습


二度と戾れない境界を越えた後で嗚呼この胸は 疼いてる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넘어선 내 가슴이 아파 와

 

振り向くたびに せつないけれど 君の視線を 背中で受けた

뒤돌아볼때마다 안타까운 너의 시선을 등진 채

 

連れてかえれない たそがれに 染まる家路 嗚呼 淚隱して憂う Sunday

황혼으로 물든 길을 돌아갈 수 없어 눈물을 숨기며 울먹이고 있는 Sunday

 

君無しでは 夜每 眠らずに 闇を見つめていたい

너 없이는 밤마다 잠에서 깨어 우울함에 마음이 아파 와

 

マリンル-ジュで 愛されて 大黑 埠頭で 虹を見て

마린루즈에서 사랑을 받으며 부두에 서린 무지개를 바라 봐

 

シ-ガ-ディアンで 醉わされてまだ離れたくない

바다에 취해 위로 받으며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

 

早く去かなくちゃ夜明けと共にこの首筋に 夢の跡

빨리 갈 수 없어서 새벽과 함께 남겨진 꿈의 흔적

 

愛のしずくが 果てた後でも何處にこれほど 優しくなれる

사랑의 느낌이 끝난 다음에도 어째서 이렇게 마음에 솔직할 수 있는지

 

二度と戾れない ドラマの中の 二人 嗚呼 お互いに 氣づいてる

두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드라마 속 두 연인의 모습인 것을 서로 알았어

 

すてもなくしも僕は出來ないただそれだけは臆病 なのさ

버릴 수도 없었던 일로도 난 못하겠어 단지 그것만은 겁이 나

 

連れて步けない 役柄は いつも 他人 嗚呼 君の仕草を 眞似る Sunday

함께 걸을 수 없어 나와 언제나 타인으로 지내야 하는 너의 행동을 닮은 Sunday

 

好き合うほど 何も 構えずに 普通の男で いたい

서로 좋아하는데 아무것도 해줄수 없어 평범한 남자라서 마음이 아파

 

ボウリング場で カッコつけて ブル-ライトバ-で 泣き濡れて

볼링장에서 폼을 잡고, 블루라이트바에서 눈물에 젖어

 

ハ-バ-ビュ-の 部屋で抱きしめ また□くちづけた

하버뷰의 방에서 꼭 껴안고 그리고 입을 맞췄지

 

逢いに行かなくちゃはかない夢と 愛の谷間たにまで 溺れたい

만날 수 없어서 헛된 꿈만 꿀텐데도 사랑에 빠지고 싶어

 

マリンル-ジュで 愛されて 大黑 埠頭で 虹を見て

마린루즈에서 사랑을 받으며 부두에 서린 무지개를 바라 봐

 

シ-ガ-ディアンで 醉わされてまだ離れたくない

바다에 취해 위로 받으며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

 

早く去かなくちゃ夜明けと共にこの首筋に夢の跡 

빨리 갈 수 없어서 새벽과 함께 남겨질 꿈의 흔적일테니까

 

だから愛の谷間たにまで 溺れたい

그래서 사랑에 빠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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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펭귄클래식 61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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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는 1836년 오스트리아 제국의 변방,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렘베르크에서 경찰국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역사학 교수로 일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마조흐는 하나의 틀을 가지고 사랑, 재산, 국가, 전쟁, 죽음을 테마로 여섯 권의 책을 쓰기로 계획하고 이 연작소설들에 '카인의 유산'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첫 번째가 바로 '사랑'을 테마로 한 <모피를 입은 비너스(1870)>이다. 

 

소설은 갈리시아 출신의 귀족이자 지주로 이제 갓 서른 즈음 된 제베린 폰 쿠지엠스키가 <모피를 입은 비너스>라는 그림에 얽힌 자신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제베린의 집 위층 방에는 반다 폰 두나예프라는 이름의 돈 많고 아름다운 미망인이 살고 있었다. 제베린은 돌로 된 비너스상을 남몰래 흠모해오다가 반다에게서 차가운 비너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반다는 자신이 제베린을 한 달이나 두 달을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제베린을 사랑할 수는 없다면서 거절한다. 제베린은 그녀를 소유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그녀의 노예가 되는 자신의 환상을 실현시켜달라고 부탁한다. 

반다는 제베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당분간은 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의 기묘한 부탁에 머뭇거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누군가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면이 있음을 발견하고 쾌감마저 느끼게 되고, 급기야 제베린에게 다른 이름을 사용하길 강요하고 고문과 죽음의 권한도 자신이 소유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여행지에서 화가를 압도적인 매력으로 지배하게 된 반다는 모피를 입고 엎드린 제베린을 밟고 있는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 후 그리스 출신 젊은이에게 반한 반다는 제베린을 교묘하게 속여 결박한 후 그리스 남자로 하여금 제베린을 채찍으로 고문하도록 만든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제베린이 고향으로 돌아와 얼마간 가업을 되살리며 삶을 꾸려가고 있을 때 한 통의 편지와 꾸러미가 도착한다. 반다가 보낸 편지에는 제베린의 환상을 충족시켜준 자신 덕분에 이제는 건강해졌길 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꾸러미에는 언젠가 독일인 화가가 그린 그림 <모피를 든 비너스>가 들어 있었다.

 

욕망하는 쪽은 남성이고 여성은 그 욕망의 대상이죠. 이것이 여성이 갖는 전적이고도 결정적인 이점이에요. 자연은 남성이 지닌 열정을 통해 남성을 여성의 손아귀에 넘겨주었어요. 그러니 남성을 자신의 종으로, 노예로, 한마디로 노리갯감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깔깔대며 차버리지 못하는 여자는 뭔가 잘못된 여자에요...... 여성이 잔인하고 불충하고 게다가 남성을 학대하고 모욕적으로 가지고 놀며 동정 같은 것을 보이지 않으면 않을수록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여 남성에게 사랑을 받고 또 숭배를 받을 수 있어요.


'너는 망치가 아니면 모루가 되어야 한다' 라는 괴테의 말이 남녀 관계에서처럼 딱 들어맞는 곳도 없을 겁니다...... 남자의 유일한 선택은 폭군이 되든지 아니면 노예가 되는 겁니다.

 

1890년 크라프트에빙이 성적도착의 개념으로 발표한 마조히즘의 유래가 된 <모피가 된 비너스>에서는 사실 성적도착에 관한 보고서라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갖게 될 때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권력의 구도를 파헤친 소설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허마조흐는 그런 권력의 불균형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여자가 남자의 동료가 되려면 권리 면에서 남자와 동등하고 또 교육과 일을 통해 남자와 동등해져야 해요. 지금으로서는 망치냐 모루냐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밖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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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雅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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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말, 산업화의 그늘에서 뿌리뽑힌 자가 되어 도회로 끌려나간 '우리'가 어느새 저마다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초등학교 동창회 초대장이 날아든다. 다시 모인 그들 중 누군가가 '당편이'에 대해 묻는다. 

당편이는 신체적으로는 곱추에 다리를 저는 불구였고, 정신적으로 온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어느날 마을에 버려진 당편이를 문중의 녹동어른이 거두었는데, 그날부터 당편이는 그럭저럭 마을에서 더불어 살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전쟁을 겪고,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당편이가 스며들 수 있는 곳은 점점 사라져 간다. 당편이는 결국 적극적인 걸식에 의하지 않고는 생존마저 어려운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함께 살던 건어물장수 영감이 죽자 당편이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자들을 수용한 시설로 떠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우리 곁에서 하나둘 사라졌다. 정신병원과 각종 수용소, 재활원, 보호소 같은 시설들이 그들 중 생산 능력이 없으면서 사회의 미관과 편의만 해치는 이들을 먼저 골라 데려갔다. 그리고 예전의 환유 대신 구호 대상자, 정신병자, 심신미약자, 장애인, 지체부자유자 같은 전문화되고 기능적인 호칭을 그들에게 부여한 뒤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 감추어버렸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적힌 글이 아니다. 이문열의 <아가>에 쓰여진 글이다. 

<감시와 처벌>을 통해 푸코가 개인이 원자처럼 분리되고, 타자와의 관계가 파괴되며, 공동체의 연대의식이 붕괴된 끝에 합리적인 예속화에 길들여지는 과정을 분석해냈다면, 이문열은 비슷한 경로를 거쳐 과거를 향수한다. 이문열은 끝내 시대와 불화할 것이다. 그가 믿는 이상향은 언제나 두고 떠나온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문열이 진보를 조롱하는 것은 유별난 행동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일관되게 반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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