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동산 리시브
양선미 지음 / 문이당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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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안개 속으로>는 소파에 관해 완상하는 이야기이다. 소파는 행복했던 시절 '나'의 집에 있었던 물건이다. 그 소파가 이제는 경비실 한켠에 버려지기 위해 놓여있고, 고양이들의 거처가 되었다. 고통스런 기억에서 도망치듯 길을 나선 '나'는, 안개가 낀 도로에서 고양이를 치어 죽인 후 도로에 차를 정차시킨다. 고양이의 몸에서 비어져 나온 따뜻한 내장들을 보면서 '나'는 교통사고로 차에 치어 죽은 아이를 떠올린다.


<4월의 눈>의 그녀는 연구실 사무 조교이다. 교수는 그녀를 못마땅해 했기에 재임용이 불투명했다. 3년간 사귄 애인이 학교에 영업을 왔다며 교수실에 방문해 담배를 피우고 간 후, 교수가 출근한다. 교수는 떠도는 담배연기를 불쾌해 하며 그녀에게 재임용은 안되겠다고 말한다. 낙태에 이어 재임용까지 물거품이 된 그녀는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는 벚꽃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그리고 그녀도 한 알의 눈이 되어 천천히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어드벤처 그린 반점>은 꾀죄죄한 중국집을 경영하던 부부가 우연히 빈 수표용지를 주우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예전에 현업관서에서 수표 뭉치를 잃어버려 안산 폐지업체와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뒤치닥거리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양이 대학살>은 고양이를 죽이는 소설을 쓰겠다는 여자와 모텔에 든 남자 이야기이다. 맥주를 사러 나간 여자가 돌아오지 않자 남자는 여자를 찾으러 나간다. 하지만 여자는 어디에도 없었고, 남자는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덤벼들기 시작한다. 남자는 과거 자신이 윤간했던 여자와 고양이를 오버랩시킨다.


<맛동산 리시브>는 머리를 다친 청년이 아동 추행범으로 몰리는 내용인데, 청년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피해자 아이가 맛동산에 격렬한 반응을 보여 잡혀가고 만다. 청년은 '맛동산'에 집착했었기 때문이었다. 테니스를 치던 사람들은 이제 '맛동산 리시브' 대신 러시아 여성들과 2차를 가기 위한 '로스케 리시브'를 외쳐댔고, 여자는 처녀막 재생수술을 한 뒤 육감적인 생기를 되찾는다. 어쩌면 여자는 과거 강간 피해자였을지도 모른다.


<마술램프>는 엽기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기로 가난한 집 계집아이가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노력하다 마침내 한 쪽 팔을 기차 바퀴에 집어넣어 절단하는 내용이다. <휴가>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이 아들에게 집착하여 자신을 위로해줄 대상으로 인식하다 마침내 근친상간에 이른다는 내용이고, <푸른용>은 중국집 배달하는 남성이 형수의 상간남인 군의원을 찌르고 잡혀가는 상황을 헬스클럽 아르바이트생 '지숙'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양선미의 <맛동산 리시브>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에 관한 서사이다. 그 불안은 근거 없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실재 일어난 사건들에 기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양선미가 예리하게 잘라낸 일상의 단면들은 고통스럽다. 트라우마들은 때로 치유되지 못하고 다른 사건이나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인생은 어쩌면 끝내 겪어내야만 하는 함정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절망스런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단편집이다 보니 사실과 환상이 묘하게 교차되며 페이드 아웃 처리된 경우가 많은 데 작가가 쓴 장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6255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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