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빅 보우 미스터리>


12월 초 아침, 싸늘한 회색 안개에 싸인 런던의 보우 지구 글로버가 11번지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드래브덤프 부인은 하숙인 콘스탄트를 깨우려고 문을 두드리지만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불안해진 콘스탄트 부인은 가까이 사는 퇴역 형사 그로드맨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로드맨 역시 문을 두드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육중한 몸을 이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침대에는 목에 깊은 자상을 입은 콘스탄트가 누워있었다. 콘스탄트는 최근 노동운동계에 투신한 젊은이로 마음씨가 따뜻해 동료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고 원한 관계도 없었다. 경찰은 같은 하숙집에 기거하는 식자공 출신 노동운동가 모트레이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여 체포하지만 그는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퇴역 형사 그로드맨이 면밀히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문과 창문은 안으로부터 잠겨 있었고, 범행에 사용되었을 법한 면도칼 등은 일체 방안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 끝에 미결로 처리된다. 

그런데 얼마 뒤, 모트레이크가 사귀던 여자 다이몬드와 콘스탄트가 종종 만났다는 목격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최근 행방이 묘연했다. 경시청의 윔프는 모트레이크의 알리바이 일부가 불확실한 점, 그의 방에서 콘스탄트의 방 열쇠가 나온 점, 밀실의 증거로 여겨지는 방문의 안쪽 빗장이 사실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뿐이라는 가정(그로드맨이 부순 것은 손잡이일 뿐 빗장은 살짝 걸쳐져 있다가 문이 열리면서 떨어졌다는 가정)으로 모트레이크를 기소하는 데 성공한다. 법정은 모트레이크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장관의 마지막 실행 명령일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 유별난 교수형 >


시컨 부인 집에서 하숙 하는 톰 피터스와 에버라드 록달은 요상한 단짝이다. 톰 피터스는 저널리스트인데 지저분한 실내복을 입고 술과 담배를 즐겼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빈둥대는 것이 일이었다. 반면 에버라드 록달은 은행 지배인으로 깔끔한 외모와 멋드러진 수염을 자랑했다.

록달은 클라라 뉴웰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와 약혼한 사이였다. 어느 날인가 록달이 자신의 하숙집으로 클라라를 초대한다. 클라라는 톰의 지저분한 외모에 질색을 하며 록달에게 그의 흉을 보지만 록달은 그저 자신의 친구와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말로 그녀를 달랠 뿐이었다.

얼마 뒤, 록달의 은행에서 돈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록달 역시 행방이 묘연했다. 클라라는 약혼자의 결백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톰 마저 록달의 결백을 의심하자 그녀도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리고 그 즈음 톰에 대한 혐오감도 점차 희미해지면서 오히려 톰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두 남녀의 행복한 새 삶은 클라라의 꿈 속에 나타난 록달 때문에 깨지고 만다. 물에 흠뻑 젖어 나타난 록달의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클라라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경찰이 톰의 하숙방을 급습해 사라진 돈다발을 찾아낸 것이다. 게다가 강물에서 록달의 시체까지 발견되자 톰은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런데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 톰은 "나는 내 자신을 죽였다고 목 매달렸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이스라엘 장윌은 1864년에 영국 런던에서 유대인 부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었고, 정식 교원 자격을 얻은 뒤 런던 대학에서 세 개의 학위를 받는다. 17세에 풍자 단편소설 <그리머 교수>로 문학상을 받으며 문학을 시작했고, 이후 유대교 주간지와 풍자 주간지를 창간하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썼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1892년에 연재한 소설로 밀실살인 사건의 고전으로 간주되며, 같은 해 발표한 <게토의 아이들>은 그에게 소설가로서 명성을 가져다 준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온갖 종류의 밀실살인 수법이 알려진 현대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센세이셔널 한 반향을 일으킨 듯 하다. 사건의 범인은 그로드맨인데, 그는 불가능한 범죄를 실현해 보이겠다는 야망에서 콘스탄트를 살해한다. 그의 수법은 콘스탄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다음 날 오전에 문을 실제로 부수고 들어가 시체를 발견하는 척 하는 것이다. 드래브덤프 부인은 당연히 콘스탄트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시체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그 사이 그로드맨이 콘스탄트의 목을 그어 살해한다. 


<유별난 교수형>은 일인이역 모티프 소설이다. 톰과 록달은 동일인이다. 톰은 완전범죄 실행 후 클라라까지 챙기려다가 자신이 목 메달린다. 강가에서 발견된 시체는 록달의 옷가지를 훔쳐간 부랑자가 강가에서 사망한 것이다.


우연에 자주 의존하고, 범인의 동기에 공감이 가지 않는 등 추리소설로서 유려한 작품은 아니다. 역자 한동훈은 소설 분량 만큼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작품 해설이라기 보다 그 당시 시대상에 대해 본인이 공부한 바를 딱히 실을 지면이 없어 써놓은 느낌이다. 생뚱맞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07757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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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므파탈
이자벨 알론조 지음, 이승환 옮김 / 지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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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옴므파탈(Homme Fatale)은 막스라는 남성이다. 


그의 직업은 기숙사 고등학교의 자습감독으로 전도유망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그에게는 오드레라는 아내가 있었다. 오드레는 아버지의 사망 직후 막스를 만났는데, 막스를 아버지와 동일시했던 것 같다.


막스는 그 뒤 아나를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아나 역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둘은 대담하게 연애행각을 이어간다. 막스는 오드레에게 거듭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는 공허한 말을 뇌까렸고, 오드레는 얼마 뒤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막스 곁을 떠난다. 아나 역시 전 남친을 떠나 막스와 살림을 차린다. 


다음으로 막스가 집적댄 여자는 클로드였다. 클로드는 아나의 죽마고우였다. 클로드는 막스가 자신에게 넘어오자 둘만의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막스는 마치 자신이 공유재인 것처럼 행동했다. 막스는 아나에게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공허한 말을 되뇌었고, 오드레와 달리 아나는 그 말을 믿기로 한다. 클로드는 자신이 막스와 잠자리를 했을 뿐, 막스와 1:1 함수관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즈음, 막스와 아나는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공을 거둔다. 재산은 점점 늘어나 어느 순간 둘은 부유층으로 편입된다. 더 많은 자유와 여가가 막스의 주변에 더 많은 여자를 꼬이게 만든다.


다음 번 여성은 비올레트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막스가 자신에게 관심을 표명하자 순식간에 백일몽에 빠져든다. 그녀는 자신이 막스의 아내가 되는 상상에 도취되어 막스에게 헌신적인 여성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막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녀 곁을 떠난다.


시나는 애 셋 딸린 유부녀였다. 그녀는 아나의 사촌이었고, 남편은 혁명가였다. 시나 역시 막스에게 매혹되어 애와 남편을 헌신짝 처럼 내팽개친다. 막스는 시나가 남편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나를 내팽기친다.


조이는 막스의 애를 가지면서 막스를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스는 그녀를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유모 취급했을 뿐이다.


패티는 남자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는 데 능수능란한 여자였고, 막스에게도 자신의 술수를 발휘하지만 끝내 그녀가 막스를 조정했는지는 물음표로 남겨두어야 겠다.


막스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다. 그의 사망은 약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살해 용의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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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알론조는 스페인에서 정치적인 사유로 탈출하여 프랑스에 망명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20대에 금융 컨설팅 회사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여성 권리 수호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에세이를 발표하여 반향을 일으켰고, 2002년 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파란 물의 소설>, <옴므파탈>, <망명이 나의 국가이다> 등을 발표한다.


이자벨 알론조는 페미니즘과 민주주의의 공존, 페미니즘과 여성 노동의 관계 등에 주목하는데, 최근에는 정체 불명의 남성혐오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독점했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소설에서 여자들은 막스가 자신을 유혹해주길 바란다. 막스는 이 바람을 매우 흔쾌히 들어준다. 이 지점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막스는 결혼을 하자든가, 아이를 함께 키우자든가, 재산을 나눠달라든가 하는 그 다음 단계에 대해 응답하지 않을 뿐이다. 

그녀들의 '사랑'과 '현실' 간의 괴리에서 막스가 무엇을 해주어야 '좋은남자'가 되는 것일까? 혹시 '막스'가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59797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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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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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Jeff Ma 라는 실제 인물이 주축이 된 MIT 출신 카드카운팅 그룹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이 카지노를 공략한 게임은 블랙잭이었다. 


블랙잭의 사전 상 용어는 '검은 가죽으로 된 큰 맥주잔' 혹은 '해적의 깃발'을 의미한다고 한다. 1440년 독일의 요한 구텐베르크가 인쇄 기술로 성경과 카드를 인쇄한 직후 1490년 경 이탈리아에서 현재의 블랙잭과 유사한 규칙의 게임이 시작되었고, 1800년대 초 프랑스에서 '21'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카드를 받아서 21에 가까운 숫자를 만들면 이긴다. 당연히 21이 가장 높은 패인데, 21을 초과하게 되면 'bust'라고 하여 무조건 지게 된다. 에이스는 1 또는 11로 계산할 수 있고, 페이스카드인 J,Q,K는 10으로 계산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베팅을 한 뒤 두 장의 카드를 받는다. 이 때 딜러는 카드를 한 장만 공개하고, 플레이어는 두 장 모두 공개한다. 카드를 더 받고 싶으면 Hit, 멈추고 싶으면 Stay를 말하며, Stay가 되면 서로 카드를 공개하여 21에 가까운 사람이 베팅 금액을 먹는다.

처음 두 장의 카드가 페어가 되었을 경우, 즉 같은 수자가 들어오면 Split 하여 카드를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내 패가 두개가 되는 셈이므로 두 배로 따거나, 두 배로 잃을 수 있다. Double Down은 카드를 한 장만 더 받는 대신 이길 경우 베팅 금액의 두 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MIT팀이 사용한 카드카운팅이란 무엇인가?

블랙잭은 카드게임 중 유일하게 카드를 공개하며 벌이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아직 나오지 않은 카드는 현재 나온 카드의 종류에 따라 확률이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펼쳐진 카드에 에이스가 이미 두 번이나 나왔다면 남은 슈(아직 빼지 않은 카드가 든 케이스)에서 에이스가 나올 확률은 줄어든다. 

플레이어가 받은 카드와, 딜러가 딜링할 때 훔쳐본 카드를 카운팅하고, 원하는 패가 나오도록 커팅해서 끊임없이 남은 슈의 확률을 계산한다. 그리고 계산 결과 플레이어에게 무척 유리하게 되면 그 그때 베팅금액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플레이어에게 2~3% 정도 높은 확률일지라도 베팅 금액을 최고로 높여 게임을 거듭하게 되면 카지노는 돈을 잃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영화 <21>과 달리 미키가 MIT팀을 물 먹이는 장면이 없고, 단지 욕심 때문에 팀이 분열된다. 배신자가 나오긴 하지만 그가 누군지 밝혀지지도 않고, 카드카운팅을 그만두게 된 과정도 기술의 발전과 플리머스들의 활약 때문이다. (MIT팀이 진짜 카드카운팅을 그만 둔 것은 사실 수익이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시스템을 이기는 꿈을 꾸게 마련이다. 도박사라면 카지노를, 투자자라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운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근거 없는 확신에 재산의 상당 부분을 털어 넣기도 한다. 문제는 그 근거없는 확신이 요행 맞아 떨어졌을 때다. 초심자의 행운이 파멸의 전조가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84080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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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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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여준다. 새로 산 경차 레이에 경유를 가득 넣고 달렸다는 얘기였다. 남편이 엔진을 내려야 한다며 자신을 타박했는데 어쩌면 좋으냐는 내용으로, 걱정하는 댓글이 다수였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이 불편했다. 레이는 휘발유차이기 때문에 경유를 주유하려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주유를 하려해도 구멍이 맞지 않아 사이가 뜬 상태로 반은 바닥에 흘려가며 주유를 해야 할 텐데 가득 넣고 달렸다고 하니 십중팔구 거짓말이기 쉬웠다. 


소설가가 쓴 산문집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소설가는 무릇 거짓말장이다. '앞으로 내가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해보이겠소!' 라고 선언하고 써내려간 소설은, 읽다보니 진짜 같아서 감동도 하고 재미도 느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설가가 '앞으로 내가 참말을 해보이겠소!' 라고 선언하고 산문집을 쓴다면?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은 해외여행이 활성화 된, 특히 동남아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에 작가가 동남아 비행기편에 승선하는 스튜어디스와 스치듯 만나 인연을 맺으며 시작된다. 그때부터 작가는 <젊은 날의 초상>의 영훈처럼, 스튜어디스에게 습작하듯 연서를 보낸다. 마치 나중에 엮어서 책을 내려고 한 것처럼. 


사색의 깊이가 깊지 않다 보니 생활의 냄새가 제거된 다양한 경험을 나열하게 되고 과잉된 자의식을 장식으로 곁들인다. 진짜 작가가 경험한 것인지 소설가의 뻥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는 어느 순간부터 신선함을 잃는다. 


연서는 모두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다. 회를 곁들여 일본주를 마시고, 베토벤과 비틀즈를 듣고, 이름난 고찰을 돌아다니며 꽃놀이를 하고, 때때로 바다낚시에 심취하는가 하면, 제주도든 일본이든 내키는대로 여행을 하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그녀에게' 들려준다. 물론 '미당'에 대한 - 전두환에 대한 헌사를 바친 바로 그 미당 - 헌사도 빠뜨리지 않는다. 

물론 그 이야기들에 역사나 생활의 냄새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그저 관능.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흉내낸 산문집이다. 

책 한권 분량이 되어갈 무렵 여자는 작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런데 그때 건네는 말이 압권이다. 이 산문집 전체가 '레이의 경유 주유'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열대에서 떠나오면서 비로소 제 몸과 마음이 너무 타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더이상 제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느껴지지도 않구요. 너무 그쪽으로 옮겨간 모양입니다."


작가는 이 말을 헤어지자는 말로 이해한 후, 책 한 권 분량도 채웠겠다 쿨하게 이별을 받아 들인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39136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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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여자
김미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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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17일 오후 4시경, 히말라야 로체 정상에 첫발을 디딘 한국 원정대원 중 하나가 아이젠에 걸려서 눈 밖으로 튀어 나온 서바이벌 키트를 발견한다. H.H라는 이니셜이 세겨져 있는 알루미늄 통을 본 대원은 삼 년 전 로체 남벽 코스로 단독 등정을 떠났다가 실종된 하훈의 물건이 틀림없다고 단언한다. 

서바이벌 키트를 열자 그 안에서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거기에는 하훈이 1997년 5월 21일 MM이라는 여자에게 보낸 연서가 들어 있었다. 김인호 기자가 이 내용을 신문지상에 실었고, 얼마 뒤 제이라는 여자가 김인호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제이라고 밝힌 그녀는 MM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미목이 하훈을 처음 만난 것은 횡계에 있는 별장에서였다. 하훈은 별장지기의 조카였다. 미목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을 때 하훈이 도움을 주었고,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친해진다.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던 둘 사이에 정념이 싹 터 결국 관계를 맺게 되자 운명의 시계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미목은 결혼한 여자였다. 

둘은 몇 번인가 도덕률에 따라 관계를 정리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별장지기의 상갓집에서 다시 재회한 둘은 자신들이 서로의 운명임을 인정하고 남편에게서 도망쳐 강원도로 숨어든다.

꿈과 같은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미목은 친정 오빠와 남편에게 발각되어 집으로 끌려간다. 미목은 한동안 친정집에 감금당했다가 남편에게 '양도' 되는데, 남편은 그때부터 미목을 육체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한다. 물론 강간과 같은 성적 학대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폐건물로 미목을 데려간다. 주먹질 끝에 성적 학대가 이뤄지려던 그 때 미목이 송곳 같은 물건으로 남편을 찌른다. 남편 영준은 그 자리에서 숨진다. 미목은 친구 제이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제이는 폐건물에 불을 놓아 증거를 인멸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미목은 그러나 하훈을 만날 수 없었다. 하훈은 등반을 위해 네팔로 떠난 뒤였다. 부랴부랴 뒤를 쫓아간 미목은 베이스 캠프에서 로체 남벽을 올라가는 하훈을 검은 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폭풍우가 몰아쳐 하훈은 실종되고, 미목 역시 인근 말을에서 하염없이 슬퍼하다 자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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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무미건조하게 재구성해보면 섬뜩하다. 


안정된 삶을 위해 결혼하여 윤택한 삶을 누리던 한 여성이 어느 날 야성적인 산악인을 만나 한눈에 반한다. 며칠 만에 둘은 몸을 섞게 되고, 부정한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1년 여 간 밀회를 이어간다. 둘은 미사리 카페촌에서 만나 달콤한 술잔을 기울인 후 모텔, 차 안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마침내 둘은 남편에게 어떠한 공식적인 이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야반도주하듯 사라져 또 몇 달을 지낸다. 그 후 분노한 남편의 육체적 학대에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여자는 오랜 친구를 시켜 시체를 방화하여 증거를 인멸한 후 해외로 도피한다. 내연남이 죽자 돌아갈 곳도 사랑할 사람도 없어진 여자는 자살이라는 폭력적 결말로 인생을 마친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게 재밌는 거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에 히말라야 설산 이미지와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양념으로 더했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은 풋풋한 맛이라도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는 여자>는 너무 식상하다. 그런데 왜 제목이 자전거를 타는 여자일까. 미목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딱 한 번 탔다가 자빠지는 장면 밖에 안 나오는데...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1294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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