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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0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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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신문기자 제이크 반스는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는다. 이 부상으로 그는 성적인 흥분은 느낄 수 있지만 성행위를 할 수는 없는 장애를 입게 된다. 제이크는 부상 중 입원했던 병원에서 브렛이라는 유부녀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장애로 인해 둘은 맺어지지 못한다. 그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마이크 캠벨과 약혼하는데, 파산한 마이크와의 관계가 견고해보이지는 않았다.
한편, 제이크의 친구 로버트 콘은 유대인으로 대학 시절에는 권투를 배웠고 졸업한 후에는 결혼을 했는데 곧 이혼한 후 프랜시스라는 여자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유럽으로 건너온 로버트는 그저 그런 소설을 한 편 썼는데 평단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자 프랜시스를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제이크와 만나는 브렛을 본 로버트는 즉시 그녀에게 반해 사내답지 못한 행동을 하며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제이크가 친구이자 작가인 빌 고턴과 함께 스페인으로 투우를 보러 떠난다. 투우 축제가 시작되기 전 둘은 송어를 낚으며 평온한 한 때를 보내게 된다. 브렛과 잠깐 불장난을 한 로버트는 브렛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마이클과 브렛의 주변을 맴돌다가 그들이 제이크 등과 합류하자 스페인까지 따라온다.
축제가 시작되고 온 도시가 열기로 달아오른다. 열아홉의 신예 투우사 로메로가 그들의 눈을 끈다. 그의 기술에는 거짓이 없었고 소를 대하는 자세도 과거의 전통 그대로였다. 브렛이 로메로에게 반해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를 쓰자 마이클은 로버트에게 화풀이를 한다. 브렛이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파렴치한으로 몰린 로버트는 제이크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브렛이 보는 앞에서 로메로 역시 묵사발을 만들어 놓는다. 굴하지 않는 로메로에게 심한 창피를 당한 로버트는 모든 것을 체념한 체 떠난다.
파산한 마이클이 술 한잔 값도 없이 떠나가고, 홀로 여행을 계속하던 제이크에게 브렛이 전보를 보낸다.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는 브렛을 찾아가니 로메로는 없고 브렛만이 호텔비도 없이 홀로 남겨져 있었다. 그녀는 로메로를 더 이상 얽어매고 싶지 않았다면서 자신은 '화냥년이 될 수는 없다'고 반복해 말한다. 택시를 잡아 타고 드라이브를 하던 중 브렛이 제이크와 자신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하자 제이크가 맞장구를 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27세에 완성한 첫번째 장편 소설이다. 소설 초입에 두 개의 제사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당신들은 모두 길을 잃은 세대요.
- 거트루드 스타인의 대화 中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이리 돌고 저리 돌아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 전도서
비평가들은 이 두 개의 제사가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리얼리즘에서 탈피하여 미국 모더니즘의 막을 연 이 작품이 과거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에서 벗어나 방향성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시대적 불안과 상실감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길을 잃은 세대' 에 관한 보고서라는 해석이 가능한 반면, '땅은 영원히 있도다' 라는 두 번째 제사를 통해 이 작품이 사실은 제이크라는 육체적 불구의 주인공이 정신적 견고함을 바탕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서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그렇다.
제이크는 성적 기능의 상실로 사실 무언가를 생산해낼 수 없는 불임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주인공으로서 삶에 굳건히 뿌리 박고 통제 되지 못하는 자신의 친구들, 브렛과 마이클 그리고 로버트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이유는 거세된 숫소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투우가 시작되기 전 분노에 찬 소들 앞에 거세된 숫소가 나타난다. 거세된 숫소는 분노에 찬 소의 뿔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 죽거나, 아니면 그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정한 규범을 차분하게 지켜 나가며 흔들리지 않으려 하는 제이크의 모습은 이후 수많은 소설들에서 차용된다. 왜냐면 언젠가 사라진 그 '길'은 앞으로도 다시 우리 앞에 펼쳐질 날이 요원하기에.


 
 
 
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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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소재한 카를로스 4세 대학교의 역사음학학과 교수이다. 어느 날 학과장 두란이 헤수스 마라뇬이라는 대부호의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콘서트를 지휘할 사람은 로널드 토마스라는 현대음악이론의 권위자였는데, 놀랍게도 그가 지휘할 음악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었다.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은 산발적인 스케치 형태로 전해져 올 뿐 실재 완성본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로널드 토마스는 이러한 스케치를 재구성하여 10번 교향곡을 완성했다고 주장했으니 그 음악의 완성도에 따라 로널드 토마스는 작곡가로서의 명성도 거머쥘 수 있을 것이었다. 마침내 콘서트 날, 연주되는 음악을 듣던 다니엘은 로널드 토마스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10번 교향곡 완성본을 로널드 토마스가 입수한 것이 분명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날 밤, 로널드 토마스는 머리가 잘려진 시체로 발견된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 수사나는 발견된 로널드 토마스의 머리에서 악보 문신이 발견되자 역사음학을 가르치는 다니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협조를 요청하고, 다니엘은 악보를 이용한 암호임을 밝혀낸다. 그 문신은 10번 교향곡이 숨겨져 있는 어딘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측되었지만 그 이상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새로 발견된 베토벤의 초상화가 또 다른 단서가 된다. 그 초상화를 발견한 사람은 로널드 토마스였는데 정작 초상화를 보관하고 있던 나폴레옹의 후손은 그 초상화가 베토벤을 그린 것이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날드 토마스는 초상화를 통해 그의 '불멸의 여인'이 승마 학교 수의사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승마학교에서 10번 교향곡을 입수하게 된 것이다.

조셉 젤리네크는 18세기 음악가로 빈에서 벌어진 유명한 음악 경연 대회에서 베토벤에게 참패한 뛰어난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소설의 작가 역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베토벤 전문가로 자신의 필명을 조셉 젤리네크로 쓰고 있다.
음악가들 사이에는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것이 있는데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곧 사망하였다 해서 회자되는 말이다. 베토벤은 10번 교향곡 스케치 작업 중 폐렴에 걸려 사망하였고, 슈베르트 역시 9번 교향곡 작곡 후 사망했다. 구스타프 말러 역시 이 운명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썼지만 결과적으로는 9번 교향곡 작곡 후 사망했고, 드보르작 역시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은 1983년 스코틀랜드의 음악 이론가인 배리 쿠퍼에 의해 베를린의 국립 프러시아 문화재단 도서관에서 스케치 형태로 발견되었는데 약 8,000페이지 정도 분량이었다고 한다. 배리 쿠퍼가 5년간의 재구성 작업을 거쳐 완성 후 1988년에 런던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런던에서 초연되었는데 실제 베토벤의 완성본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조셉 젤리네크가 약간의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쓴 작품이 <10번 교향곡>이다. 해박한 음악적 지식에 비해 미스터리적 요소는 다소 억지스러운 편이다.


 
 
 
최후의 증인 동서 미스터리 북스 300
김성종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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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겨울, 20년간의 옥살이를 마친 황바우가 교도소 문을 나선다. 검사와 판사가 빨갱이에 부역하고 사람을 죽인 죄라 했으므로 황바우는 그런 줄로만 알고 20년의 형기를 채웠다. 그나마 처음엔 사형이었으나 무기로 감형된 후 4.19. 덕분에 출소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제 60이 다 된 황바우는 누구를 찾아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얼마 후 전라남도 문창에서 양달수라는 부유한 양조업자가 온몸을 난자당한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관할 지서 주임이었던 오병호는 사건에 책임을 지고 대기 발령 상태가 되어 문창경찰서에서 하릴 없이 지내게 된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했지만 조용한 삶을 원해 문창으로 내려온 오병호는 아내가 죽은 후 더욱 외곬으로 홀로 있기를 원했으므로 대기발령 상태에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문창경찰서장은 오병호가 아까운 인재임을 알아보고 그에게 대기 발령 기간 동안 수사비나 출퇴근에 구애됨이 없이 독자적인 수사를 해보라고 권한다. 

도경은 양달수가 살해 당시 함께 있었던 양조장 일꾼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여 닦달해대고 있었는데 오병호는 그들이 엉뚱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보고 양달수의 주변과 과거를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아낸 바는 다음과 같다. 
양달수는 20여년 전 문창에 양조장을 개업하면서 고향에는 발을 끊었다. 본처와 세 아들은 고향에 버려두고 손지혜라는 젊은 여자를 데리고 살았는데 둘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었다. 양달수가 죽자 본처와 일가붙이들이 몰려와 손지혜를 쫓아내고 양조장을 비롯한 재산을 오롯이 차지하였다. 손지혜와 딸은 겨우 몸만 빼내 서울로 쫓겨간다.

양달수가 어떻게 젊고 예쁜 손지혜와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내밀한 얘기가 있었다. 
동경 유학 후 조선에 잠입하여 활동하던 거물급 사회주의자 손석진은 38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갈리자 무장세력을 규합하여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벌인다. 동경 유학 중 만난 후배 강만호, 그리고 자신의 딸 손지혜를 비롯한 10여명 남짓한 규모였다. 초기에는 군율이 비교적 잘 지켜졌으나 손석진을 껄끄러워 한 북로당이 손석진을 반동분자로 몰아 처형하자 강만호가 대장직을 물려받게 되었고 그 후로 기강이 문란해진다. 이 즈음 부역을 시키기 위해 마을에서 끌고온 자가 황바우와 한동주였다. 황바우는 그저 순박하기만 한 사람이었으나 한동주는 달랐다. 그는 공산주의에 찬동하였기에 적극 동조, 가담했던 것이다. 
군율이 땅에 떨어진 빨치산 부대에서 유일한 여자인 손지혜는 누구의 씨인지 모를 아이를 베고 있었다. 게다가 빨치산들이 그녀를 윤간하기 시작하자 강만호는 자수를 결심한다. 친구 조익현을 통해 청년당장을 접촉하여 자수하면 살 수 있는지를 타진했는데, 이 때의 청년단장이 바로 양달수이다. 
하지만 자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수할 의사를 나타내면 쏘아 죽여도 무방하다는 내부 규율 때문에 빨치산들을 자수시키기는 요원한 일이었고 손지혜와 황바우만이라도 자수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강만호가 데리고 간 청년단과 국군에 포위된 빨치산들은 예상대로 결사항전하였고 모두 사살 당한다. 황바우는 손지혜와 빠져나오다가 한동주가 방해하자 그를 칼로 찌르고 가까스로 자수에 성공한다.

황바우와 손지혜는 단순 가담으로 처리되어 곧 풀려나고 살림을 차린다. 황바우는 누구의 씨인지 모를 아들을 자기 자식처럼 기른다. 그 아들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강만호의 아이였다. 손석진이 몰래 숨겨 두었던 재산까지 찾은 그들이 이제 행복을 만끽하려 할 때, 황바우가 뜬금 없이 살인죄로 잡혀 들어간다. 한동주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바우가 빨치산에 적극 부역한 죄가 밝혀질까 두려워 한동주를 살해한 것으로 몰아가 사형을 구형한다. 손지혜는 청년단장 양달수를 통해 구명운동을 펼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양달수는 손지혜와 그녀가 가진 막대한 재산을 탐해 죽지도 않은 한동주를 죽었다고 한 후 황바우를 사형에 처해지도록 손을 쓴 것이었다. 

과거사를 파해치던 오병호 형사는 한동주가 살아 있다는 증언을 토대로 수사를 해나가다 한동주의 동생을 정당 방위로 살해하고 만다. 이제 도리어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 오병호 형사는 손지혜의 아들이 범인일 것이라는 예감을 부여잡고 친구인 엄기자와 함께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마침내 범인인 손지혜의 아들을 잡았지만 그는 이미 정신병에 걸린 뒤끝이었다. 한동주의 강한 암시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기에 처벌할 수는 없었다. 황바우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범행이라는 유서를 남긴 후 자살하고, 손지혜 역시 사망한다. 
오병호 형사는 진실은 밝혀 냈지만 모두를 희생시켰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권총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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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 수상 작품으로 한국전쟁이 남긴 비극과 사회의 부조리를 음울한 어조로 그려낸 소설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 비춰본다면 반공 일색으로 흐르지 않고 비교적 휴머니즘적인 견지에서 소설을 끌어나가려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소설 속에서 검찰, 법원, 교도소 등 거의 모든 정부 기관은 부정으로 얼룩져 있어 지위가 높을수록 큰 사기를 치고, 말단 관리들은 소위 '와이로'가 아니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 사회 정의를 위해 애쓰는 기관은 언론으로 상정되어 있으나 이마저도 대재벌이 잠식해 들어오기 시작한 상황이라 이제 사회 정의는 오병호 형사와 같은 개인적인 결단 외에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나마 오병호 형사는 자신이 진실은 밝혀 냈지만 그들의 행복은 앗아갔다는 죄책감에 자살하고 만다.
긴호흡으로 사회 부조리를 을씨년스럽게 엮어가는 <최후의 증인>은 1980년 이두용 감독, 하명중(오병호), 정윤희(손지혜), 황바우(최불암)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한다.


 
 
 
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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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변호사 자격증을 딴 조너선 하커가 통풍으로 고생하는 호킨즈 박사를 대신해 트란실바니아 지방으로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간다. 드라큘라 백작은 영국에 있는 오래된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했는데 그 사무 처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이 막바지에 달아 백작의 성에 당도할 즈음, 조너선 하커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걸어 주는 등 이상 행동을 하여 의아하게 생각한다.
마침내 당도한 드라큘라 백작의 성은 매우 오래된 곳이었다. 그는 하인도 없이 혼자 기거하는 듯 보였는데, 이상한 점은 전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그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조너선 하커는 자신이 무언가 알 수 없는 곤경에 처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속기로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한다.
조너선 하커는 시일이 흐를수록 백작이 자신을 영국으로 돌려보낼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아 챈다. 그리고 그가 이리를 마음대로 부리고, 낮에는 전혀 활동을 하지 않으며, 세 명의 여자 흡혈귀가 그를 추종하며 어린아이를 죽여 피를 마신다는 점도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하커는 죽음을 각오하고 절벽을 통해 탈출한다.

한편, 하커의 약혼자 윌헬미나(미나)의 친구 루시는 그즈음 세 명의 남자로부터 동시에 청혼을 받는다. 정신과 의사인 존 수어드 박사와 미국에서 온 활달한 퀸시 모리스, 그리고 귀족인 아서 홈우드가 그들이었다. 루시는 아서 홈우드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매우 기뻐한다. 미나 역시 그녀를 축하하며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루시에게는 병이 있었는데 밤중에 자신도 모르게 돌아다니는 몽유병이 그것이다. 루시가 몽유병 때문에 한밤중에 바깥을 헤메다 돌아온 날 이후로 그녀는 몹시 심하게 앓기 시작한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혼수 상태가 반복되었다. 존 수어드 박사가 루시를 치료하려 했으나 알 수 없는 병이었기에 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네델란드에서 반 헬싱 박사가 영국으로 건너온다. 
반 헬싱 박사는 루시의 용태를 점검한 후 방을 마늘꽃으로 치장하고 창문을 단속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후에 밝혀지지만 루시는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린 것이었다. 사상 유례 없는 격심한 폭풍이 몰아친 어느 날, 난파선에 가까운 배가 영국에 당도했는데 선원은 한 명을 남기고 모두 실종되었고 배 안에는 50개의 커다란 상자만 가득 들어차 있었다. 상자에는 흙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세관에는 실험용 진흙으로 신고가 되어 있었다. 50개의 상자는 영국 각지로 배달이 된다. 
드라큘라 백작은 몇 백년 동안이나 트란실바니아를 떠나 먹잇감이 가득한 영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워왔다. 그가 밤중에 쉬기 위해서는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흙이 필요했기에 대리인을 세워 흙이 담긴 상자를 영국 각처로 배달시킨 것이다. 이제 그는 영국 어느 곳이든 자신의 휴식처를 마련해 놓고 마음껏 사람들의 피를 빨 수 있게 되었고, 그 첫번째 희생자가 루시였다.

반 헬싱 박사와 존 수어드 박사, 그리고 퀸시 모리스의 수혈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피가 점점 빠져나가는 듯 했다. 잠시 회복되는가 싶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딸이 답답한 방에 갖혀 있는 것을 보고 창문을 연 다음 날부터 또다시 상태가 악화된다. 그녀는 끝내 죽고 만다.
아버지와 약혼녀를 비슷한 시기에 잃은 아서 홈우드의 슬픔은 필설로 표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런 그에게 반 헬싱 박사는 경악할만한 말을 하는데, 루시의 무덤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존 수어드와 퀸시 모리스, 아서 홈우드는 반 헬싱 박사의 인품을 믿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낮에 루시의 무덤을 파헤친다. 그리고 충격적인 모습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녀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욱 요염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무덤 속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어 무덤을 지켜보던 그들은 루시가 흡혈귀가 되어 아이를 납치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녀의 영혼에 안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을 자르고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는 것 뿐이었다.

행방불명 되었던 조너선이 수막염에 걸려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미나는 조너선을 데려와 극진히 간호한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린 조너선이 미나에게 자신이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겪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장을 건내며 꼭 봐야만 하는 시점에 읽어보라고 말한다. 조너선이 대로변에서 만난 한 사내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을 본 미나는 일기를 읽어볼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드라큘라 백작에 대해 알게된 그녀는 루시의 장례식을 통해 알게 된 반 헬싱 박사 등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그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된다. 50개의 관을 찾아 성체성사에 쓰이는 빵을 놓아 무력화 시키고 한낮에 드라큘라가 무력해졌을 때 목숨을 빼앗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 존 수어드 박사의 환자 중 렌필드의 행동이 유의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생명체를 먹으면 그 생명도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 망상증 환자였다. 그래서 설탕으로 파리를 꾀고, 파리를 이용해 거미를 잡아들인 후, 새와 고양이로 차츰 고등한 생물을 길러 잡아먹으려 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가 생명체들을 잡아 먹는 것에 시들해 지며 이상 행동을 보인다. 그는 '주인님'이라는 단어와 '마신다'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제 조그만 생명체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행동을 보였다. 문제는 그러다가도 다시 파리를 잡기 시작하며 돌변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는데, 병원 인근에 드라큘라의 은신처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다. 드라큘라의 자기장 안에 들면 그는 사람의 피를 마셔 자신의 망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명체를 수집하지 않았고, 드라큘라의 자기장으로부터 멀어지면 다시금 생명체를 수집했던 것이다.

반 헬싱 일행은 그의 은신처를 하나씩 찾아내 관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챈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의 피를 마셔 정신의 끈을 만든다. 그녀를 통해 자신을 추격하는 이들의 동태를 파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의 미나와 노련한 반 헬싱에게 역공을 당하자 급히 트란실바니아로 도망친다. 반 헬싱 일행의 집요한 추격 끝에 드라큘라 백작이 따라 잡힌다. 반 헬싱 일행이 드라큘라의 관 뚜껑을 열어 목을 자르자 한 줌 재로 화한다. 추적자들은 그럴 수 있으리라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평화로운 표정이 그의 얼굴에 잠시 떠오르는 것을 뜻밖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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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년에 더블린에서 태어난 브램 스토커는 어릴 적 병약하여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를 받는다. 그때 아일랜드의 전설과 괴기담을 들은 경험이 후에 공포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헨리 어빙의 매니저로 일했다. 헨리 어빙은 배우로서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며 배우이자 극장 경영자로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그러나 브램 스토커가 매니저 일을 통해 많은 수입을 얻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책을 펴내 얻은 수입도 보잘 것 없었던 것 같다.
<드라큘라>는 프로이트주의자들에 의해 1970년대 이후 재조명 되며 활발히 재출간되고 읽혔다. 프로이트주의자들은 주로 성적인 측면과 무의식에 관한 해석을 시도했다. 

<드라큘라>는 영국적 가치와 기존 질서의 몰락에 대한 공포를 우의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트란실바니아 지방은 영국으로 보자면 자세히 알 수 없는 변방이었고, 동양에 가까웠으며, 기독교를 받아들인 시기도 매우 늦은 지역이다. 작품이 발표될 당시 영국은 기독교와 자본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세계를 호령하던 국가였다. 그런데 이러한 영국이 무너진다면 그 양상은 어떠할 것인가? 반기독교와 반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영국이 유린당할 가능성은 없을까? 
단 한 명의 흡혈귀가 영국 전역에 자신의 관을 놓아두고 마음껏 활보한다. 그리고 그가 피를 마신 사람은 모두 그의 뜻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발상은 바로 강력한 영국이 아주 작은 균열로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반 헬싱 박사가 드라큘라 퇴치를 위해 내세우는 무기를 보면 십자가, 성체성사에 쓰이는 빵 등 기독교를 상징하는 물품들이고 그는 과학적 성과의 담지자이다. 과학과 종교를 한 몸에 체화한 그가 드라큘라를 무찌른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드라큘라는 매우 매혹적이다. 드라큘라는 처음 타인의 집에 들어갈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집 주인이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루시는 스스로 밖으로 나가 드라큘라의 먹잇감이 된다. 브램 스토커는 그녀의 목과 몸을 분리시킨다. 육욕에 몸을 내맡긴 정조 없는 여성이므로 죽어 마땅하다 생각한 것일까?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타국 남성에게 영국 여성이 몸을 내맡긴다는 불쾌한 상상이 빚은 잔혹한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편 미나 역시 드라큘라에게 물린다. 하지만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드라큘라의 자기장에 저항한다. 이 시점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으로 무장한  네 명의 신사가 등장한다. 조너선 하커는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한 차례 여자 흡혈귀들의 유혹을 받았지만 의연히 견뎌냈고, 나머지 청년들 역시 영국적 품격을 지닌 자들이다. (미국인 퀸시 모리스는 영국인 급으로 취급된다) 
결국 이들의 승리는 영국의 승리이고, 기독교의 승리이며, 자본주의의 승리이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큘라가 압도적 매력을 지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 점이 바로 공포스러운 점이다. 언제든 자신의 여자들이 그의 매력에 몸을 내맡길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 이상의 공포가 있을까? 브램 스토커가 <드라큘라>를 통해 보여준 공포는 바로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한 우리 내면의 공포이다. 


 
 
 
어센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0
서머셋 모옴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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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에 발표된 <어센덴>은 서머싯 몸이 영국 정보부 요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소설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몸은 자신이 '적임자 여서가 아니라, 달리 적당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정보부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R 대령이라는 상관에게 발탁된 어센덴은 '언제든 영국 정부가 부인할 수 있는' 상황 하에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 임무들이란 대게 포괄적이고 애매한 성격의 것들이었다. 영국을 배신한 스파이를 중립국 스위스를 떠나게 만들어 체포를 용이하게 한다든가, 러시아에 침투해 볼셰비키 세력을 약화시킨다든가 하는 등의 임무였으므로 어센덴에게는 상당한 자금과 재량권이 주어졌다.
이런 이유로 16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소설은 다른 스파이소설에서 볼 수 있는 박진감과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또한 성공을 전제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 전혀 엉뚱한 사람을 적국의 스파이로 오인해 살해한다든지 하는, 가 벌어지기도 한다.
 
서머싯 몸은 유머를 아는 사람으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겸비한 작가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때로 엉뚱한 짓도 했는데 신문에 거짓 광고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광고 내용은 백만장자가 마음이 착하고 훌륭한 여성을 배우자로 찾고 있는데, 이 여성은 모든 점에서 서머싯 몸이 최근 쓴 소설의 주인공을 꼭 닮았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어 책이 쇄를 거듭하며 인쇄되었고 차츰 작품성도 인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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