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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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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변호사 자격증을 딴 조너선 하커가 통풍으로 고생하는 호킨즈 박사를 대신해 트란실바니아 지방으로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간다. 드라큘라 백작은 영국에 있는 오래된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했는데 그 사무 처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이 막바지에 달아 백작의 성에 당도할 즈음, 조너선 하커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걸어 주는 등 이상 행동을 하여 의아하게 생각한다.
마침내 당도한 드라큘라 백작의 성은 매우 오래된 곳이었다. 그는 하인도 없이 혼자 기거하는 듯 보였는데, 이상한 점은 전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그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조너선 하커는 자신이 무언가 알 수 없는 곤경에 처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속기로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한다.
조너선 하커는 시일이 흐를수록 백작이 자신을 영국으로 돌려보낼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아 챈다. 그리고 그가 이리를 마음대로 부리고, 낮에는 전혀 활동을 하지 않으며, 세 명의 여자 흡혈귀가 그를 추종하며 어린아이를 죽여 피를 마신다는 점도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하커는 죽음을 각오하고 절벽을 통해 탈출한다.

한편, 하커의 약혼자 윌헬미나(미나)의 친구 루시는 그즈음 세 명의 남자로부터 동시에 청혼을 받는다. 정신과 의사인 존 수어드 박사와 미국에서 온 활달한 퀸시 모리스, 그리고 귀족인 아서 홈우드가 그들이었다. 루시는 아서 홈우드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매우 기뻐한다. 미나 역시 그녀를 축하하며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루시에게는 병이 있었는데 밤중에 자신도 모르게 돌아다니는 몽유병이 그것이다. 루시가 몽유병 때문에 한밤중에 바깥을 헤메다 돌아온 날 이후로 그녀는 몹시 심하게 앓기 시작한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혼수 상태가 반복되었다. 존 수어드 박사가 루시를 치료하려 했으나 알 수 없는 병이었기에 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네델란드에서 반 헬싱 박사가 영국으로 건너온다. 
반 헬싱 박사는 루시의 용태를 점검한 후 방을 마늘꽃으로 치장하고 창문을 단속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후에 밝혀지지만 루시는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린 것이었다. 사상 유례 없는 격심한 폭풍이 몰아친 어느 날, 난파선에 가까운 배가 영국에 당도했는데 선원은 한 명을 남기고 모두 실종되었고 배 안에는 50개의 커다란 상자만 가득 들어차 있었다. 상자에는 흙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세관에는 실험용 진흙으로 신고가 되어 있었다. 50개의 상자는 영국 각지로 배달이 된다. 
드라큘라 백작은 몇 백년 동안이나 트란실바니아를 떠나 먹잇감이 가득한 영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워왔다. 그가 밤중에 쉬기 위해서는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흙이 필요했기에 대리인을 세워 흙이 담긴 상자를 영국 각처로 배달시킨 것이다. 이제 그는 영국 어느 곳이든 자신의 휴식처를 마련해 놓고 마음껏 사람들의 피를 빨 수 있게 되었고, 그 첫번째 희생자가 루시였다.

반 헬싱 박사와 존 수어드 박사, 그리고 퀸시 모리스의 수혈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피가 점점 빠져나가는 듯 했다. 잠시 회복되는가 싶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딸이 답답한 방에 갖혀 있는 것을 보고 창문을 연 다음 날부터 또다시 상태가 악화된다. 그녀는 끝내 죽고 만다.
아버지와 약혼녀를 비슷한 시기에 잃은 아서 홈우드의 슬픔은 필설로 표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런 그에게 반 헬싱 박사는 경악할만한 말을 하는데, 루시의 무덤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존 수어드와 퀸시 모리스, 아서 홈우드는 반 헬싱 박사의 인품을 믿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낮에 루시의 무덤을 파헤친다. 그리고 충격적인 모습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녀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욱 요염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무덤 속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어 무덤을 지켜보던 그들은 루시가 흡혈귀가 되어 아이를 납치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녀의 영혼에 안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을 자르고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는 것 뿐이었다.

행방불명 되었던 조너선이 수막염에 걸려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미나는 조너선을 데려와 극진히 간호한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린 조너선이 미나에게 자신이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겪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장을 건내며 꼭 봐야만 하는 시점에 읽어보라고 말한다. 조너선이 대로변에서 만난 한 사내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을 본 미나는 일기를 읽어볼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드라큘라 백작에 대해 알게된 그녀는 루시의 장례식을 통해 알게 된 반 헬싱 박사 등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그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된다. 50개의 관을 찾아 성체성사에 쓰이는 빵을 놓아 무력화 시키고 한낮에 드라큘라가 무력해졌을 때 목숨을 빼앗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 존 수어드 박사의 환자 중 렌필드의 행동이 유의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생명체를 먹으면 그 생명도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 망상증 환자였다. 그래서 설탕으로 파리를 꾀고, 파리를 이용해 거미를 잡아들인 후, 새와 고양이로 차츰 고등한 생물을 길러 잡아먹으려 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가 생명체들을 잡아 먹는 것에 시들해 지며 이상 행동을 보인다. 그는 '주인님'이라는 단어와 '마신다'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제 조그만 생명체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행동을 보였다. 문제는 그러다가도 다시 파리를 잡기 시작하며 돌변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는데, 병원 인근에 드라큘라의 은신처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다. 드라큘라의 자기장 안에 들면 그는 사람의 피를 마셔 자신의 망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명체를 수집하지 않았고, 드라큘라의 자기장으로부터 멀어지면 다시금 생명체를 수집했던 것이다.

반 헬싱 일행은 그의 은신처를 하나씩 찾아내 관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챈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의 피를 마셔 정신의 끈을 만든다. 그녀를 통해 자신을 추격하는 이들의 동태를 파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의 미나와 노련한 반 헬싱에게 역공을 당하자 급히 트란실바니아로 도망친다. 반 헬싱 일행의 집요한 추격 끝에 드라큘라 백작이 따라 잡힌다. 반 헬싱 일행이 드라큘라의 관 뚜껑을 열어 목을 자르자 한 줌 재로 화한다. 추적자들은 그럴 수 있으리라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평화로운 표정이 그의 얼굴에 잠시 떠오르는 것을 뜻밖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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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년에 더블린에서 태어난 브램 스토커는 어릴 적 병약하여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를 받는다. 그때 아일랜드의 전설과 괴기담을 들은 경험이 후에 공포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헨리 어빙의 매니저로 일했다. 헨리 어빙은 배우로서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며 배우이자 극장 경영자로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그러나 브램 스토커가 매니저 일을 통해 많은 수입을 얻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책을 펴내 얻은 수입도 보잘 것 없었던 것 같다.
<드라큘라>는 프로이트주의자들에 의해 1970년대 이후 재조명 되며 활발히 재출간되고 읽혔다. 프로이트주의자들은 주로 성적인 측면과 무의식에 관한 해석을 시도했다. 

<드라큘라>는 영국적 가치와 기존 질서의 몰락에 대한 공포를 우의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트란실바니아 지방은 영국으로 보자면 자세히 알 수 없는 변방이었고, 동양에 가까웠으며, 기독교를 받아들인 시기도 매우 늦은 지역이다. 작품이 발표될 당시 영국은 기독교와 자본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세계를 호령하던 국가였다. 그런데 이러한 영국이 무너진다면 그 양상은 어떠할 것인가? 반기독교와 반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영국이 유린당할 가능성은 없을까? 
단 한 명의 흡혈귀가 영국 전역에 자신의 관을 놓아두고 마음껏 활보한다. 그리고 그가 피를 마신 사람은 모두 그의 뜻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발상은 바로 강력한 영국이 아주 작은 균열로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반 헬싱 박사가 드라큘라 퇴치를 위해 내세우는 무기를 보면 십자가, 성체성사에 쓰이는 빵 등 기독교를 상징하는 물품들이고 그는 과학적 성과의 담지자이다. 과학과 종교를 한 몸에 체화한 그가 드라큘라를 무찌른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드라큘라는 매우 매혹적이다. 드라큘라는 처음 타인의 집에 들어갈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집 주인이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루시는 스스로 밖으로 나가 드라큘라의 먹잇감이 된다. 브램 스토커는 그녀의 목과 몸을 분리시킨다. 육욕에 몸을 내맡긴 정조 없는 여성이므로 죽어 마땅하다 생각한 것일까?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타국 남성에게 영국 여성이 몸을 내맡긴다는 불쾌한 상상이 빚은 잔혹한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편 미나 역시 드라큘라에게 물린다. 하지만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드라큘라의 자기장에 저항한다. 이 시점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으로 무장한  네 명의 신사가 등장한다. 조너선 하커는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한 차례 여자 흡혈귀들의 유혹을 받았지만 의연히 견뎌냈고, 나머지 청년들 역시 영국적 품격을 지닌 자들이다. (미국인 퀸시 모리스는 영국인 급으로 취급된다) 
결국 이들의 승리는 영국의 승리이고, 기독교의 승리이며, 자본주의의 승리이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큘라가 압도적 매력을 지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 점이 바로 공포스러운 점이다. 언제든 자신의 여자들이 그의 매력에 몸을 내맡길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 이상의 공포가 있을까? 브램 스토커가 <드라큘라>를 통해 보여준 공포는 바로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한 우리 내면의 공포이다. 


 
 
 
어센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0
서머셋 모옴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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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에 발표된 <어센덴>은 서머싯 몸이 영국 정보부 요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소설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몸은 자신이 '적임자 여서가 아니라, 달리 적당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정보부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R 대령이라는 상관에게 발탁된 어센덴은 '언제든 영국 정부가 부인할 수 있는' 상황 하에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 임무들이란 대게 포괄적이고 애매한 성격의 것들이었다. 영국을 배신한 스파이를 중립국 스위스를 떠나게 만들어 체포를 용이하게 한다든가, 러시아에 침투해 볼셰비키 세력을 약화시킨다든가 하는 등의 임무였으므로 어센덴에게는 상당한 자금과 재량권이 주어졌다.
이런 이유로 16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소설은 다른 스파이소설에서 볼 수 있는 박진감과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또한 성공을 전제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 전혀 엉뚱한 사람을 적국의 스파이로 오인해 살해한다든지 하는, 가 벌어지기도 한다.
 
서머싯 몸은 유머를 아는 사람으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겸비한 작가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때로 엉뚱한 짓도 했는데 신문에 거짓 광고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광고 내용은 백만장자가 마음이 착하고 훌륭한 여성을 배우자로 찾고 있는데, 이 여성은 모든 점에서 서머싯 몸이 최근 쓴 소설의 주인공을 꼭 닮았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어 책이 쇄를 거듭하며 인쇄되었고 차츰 작품성도 인정받게 되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090425890



 
 
 
46번째 밀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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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 마케베 세이치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가까운 지인들을 자신의 별장에 초청하여 파티를 한다. 추리소설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 그의 친구이자 임상범죄학자인 히무라 히데오, 동료 추리소설가들과 편집자들이 그의 집에 모여 조촐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의문의 사내가 밀실인 서재에서 벽난로에 몸이 반쯤 탄 채 발견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밀실인 지하 서고에서 마카베 세이치가 벽난로에 몸이 반쯤 탄 채 발견된다. 

눈이나 비로 고립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를 안도하게 만든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은 소설이라는 인식과 나는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안도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감정일 것이다. 

아쉽게도 <46번째 밀실>은 사실 범작 수준에도 들기 어려워 보인다. 본격물의 핵심인 수수께끼 풀이가 엉성하고 범인들의 동기가 하나 같이 공감이 되지 않아 억지스럽다. 범인을 밝히는 점에 있어서도 반칙이 개입하고 있다.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소설을 중간쯤 읽다가 밀실 트릭과 살인 방법을 눈치 챌 것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아야츠지 유키토는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스터리에 심취하여 일찌감치 미스터리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고, 대학 시절 추리소설연구회에서 활동하였으며, 에도가와 란포상에서 미끄러진 작품으로 데뷔한다. 둘 다 엘러리 퀸을 최고의 추리소설가로 꼽는다. 그리고 신본격의 선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 아래는 트릭과 범인 

o 밀실 트릭

  - 서고는 문이 고장나 마카베 세이치가 스스로 잠근 것임
  - 서재는 스카치 테이프와 낚싯줄을 이용한 트릭

o 살해 방법

  - 벽난로 안을 들여다보게 만든 후 굴뚝에서 낚싯줄에 묶은 항아리를 떨어뜨려 살해

o 범인 및 동기
  
  - 이시마치
  - 사실은 마카베 세이치와 동성 애인이었으나 야스나가 아야코와 사랑에 빠짐. 
     이에 마카베 세이치가 모든 사실을 폭로할 것을 우려함(이 부분은 '사실은~' 식의 반칙)
 
 


 
 
 
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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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하이텍스라는 회사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최초 발견자는 회계과장 시게노리였는데, 당직을 서다가 화재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진화하려다 실패했다고 진술한다.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에서는 휘발유를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이 발견된 점과 날카로운 스쿠터 소리를 들었다는 시게노리의 진술에 따라 방화로 단정한다.
하이텍스 회사와의 원한 관계를 조사하던 경찰은 지역 야쿠자 조직인 기요카즈회에 주목한다. 기요카즈회는 하이텍스사에 정치 후원금을 빌미로한 찬조금을 강요하다가 조직원 몇 명이 구속당한 전력이 있었다. 체면을 살리기 위해 방화를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혼조 서의 형사 구노는 본청의 하토리와 파트너가 되어 수사에 참가한다. 구노는 칠년전 아내를 잃고난 후 장모님을 때때로 찾아뵙는 것 외에는 일체의 인간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불면증을 앓고 있었기에 신경안정제를 상용하고 있었다. 
구노는 하이텍스 지사가 최근 감사를 앞두고 있었고, 회계과장 시게노리가 당직을 자진해서 바꾸었다는데 주목한다. 하이텍스 지사가 반품 들어온 물품을 빼돌려 할인판매점에 넘긴 정황이 포착되었는데 시게노리가 감사에서 이 사실을 적발당할까 우려하여 일부러 방화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의심했던 것이다.
얼마 후 관내에서 추가 방화사건이 벌어진다. 본청 관리관들은 기요카즈회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구노와 하토리는 시게노리가 범인이라는 정황을 속속 포착하고 있었다. 구노는 관리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만 하토리는 관리관과 다른 라인을 타고 있었기에 최대한 보고를 늦추려 한다. 보고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기요카즈회를 설건드린데 대한 책임은 전부 관리관이 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시게노리의 아내 교코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소박한 꿈을 꾸던 주부였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보탰고, 얼마 전 구입한 아담한 주택에 화단을 만드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그런데 경찰들이 시게노리의 주변을 서성이자 그녀의 생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얼마 전 구입한 남편의 블루버드가 전액 현찰로 샀다는 사실과, 과거 남편의 소소한 부정들이 떠오르면서 회계감사를 앞둔 시게노리가 방화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즈음, 교코가 일하는 슈퍼마켓의 다른 지점에서 일하는 고무로라는 여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법으로 보장된 근로조건을 나열하면서 그녀가 동참해준다면 유급휴가와 퇴직금, 고용보험 가입이 꿈과 같은 일도 아닐 것이라고 설득한다. 망설이던 그녀는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 동참하면서 잠시나마 남편의 일을 잊게되고 자신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기요카즈회에 대한 수사가 완전히 헛다리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귀찮은 물건이 압수수색 도중에 나오고 만다. 기요카즈회는 자동차금융에도 손을 대고 있었는데 경찰들에게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고 유착 관계를 맺어왔었다. 그 장부에는 스물 다섯명의 혼조서 경찰들이 올라 있었다.
기요카즈회와의 연결 고리였던 부패 형사 하나무라는 경찰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스물 다섯명이라는 부패 경찰을 모두 징계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경찰은 순차적으로 다른 사유를 들어 핵심 인물만을 징계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구노가 희생양이 된다. 하나무라는 야쿠자와 경찰의 유착에 대해 입다물고 퇴직하는 대신 개인적 원한이 있던 구노도 사표를 쓴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기요카즈회가 하이텍스사의 추문을 가려주는 대신 2억엔을 받고 범인을 제공하기로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을 자진 출두시켜 자수하게 만들자 구노는 시게노리를 자수시키려 한다. 시게노리의 범행으로 자녀들이 피해입고 자신의 소박한 삶이 깨어질 것을 두려워한 교코는 시게노리의 범행을 덮기 위해 제3의 방화를 준비한다. 교코의 범행을 막으려는 구노와, 구노를 살해하려는 하나무라가 한밤중에 격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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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사마(邪魔​)로 200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선정된 작품이다. 수수께끼 풀이 보다는 총체적인 부패로 썩어 문드러진 일본 사회의 실상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다. 
경찰은 야쿠자와 밀착되어 상호 편의를 보아주고, 사건 해결보다는 자기 라인의 성과 내기에 급급해 정보를 독점하고 범인을 조작한다. 기업 역시 경찰과 야쿠자의 도움을 얻어 손쉽게 조직을 방어하려 할 뿐 사원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도 전혀 다를바가 없다. 노동법을 들먹이며 아르바이트생의 처우 개선을 내걸지만 실상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가해 자기 단체에 찬조금을 내게 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그들은 더 큰 대의를 위해서라고 외장 치지만 실상 도그마와 자기도취에 빠진 추악한 사기꾼 집단에 불과하다. 
등장 인물들 대부분은 이런 부패한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자기 몫을 취하고 있다. 시게노리와 하나무라는 조직에서 소소한 부정을 일으켜 자기 배를 채우고 있었고, 본청 관리관과 부서장 등은 출세를 위해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교코나 구노는 능동적으로 부패에 참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참여하고 있다. 교코는 시게노리가 부정을 일으켜 돈을 벌어오는 동안에는 그 돈의 출처에 대해 불안해 하면서도 소시민의 삶을 한껏 누리다가, 막상 시게노리가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 알게 되자 가차없이 시게노리를 밀어낸다. 작가는 냉정하게 그녀 역시 타락하도록 몰아부친다. 논바닥 한가운데 세워진 모텔에 슈퍼마켓 사장과 밀어넣은 후 그녀 스스로 몸을 팔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부패한 이 사회에서는 누구나 기회와 조건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타락할 수 있다는 것을 항변하는 듯 하다.
구노 역시 마찬가지다. 부서장의 명에 의해 하나무라를 감시하는 구노는 동료를 감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조직인으로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 구노의 결말도 좋지 않다. 조직에 수동적이나마 충성을 했건만 사표를 강요 받는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자기 발로 땅을 딛고 선 사람은 사에키 주임이다. 사에키 주임의 자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세를 위해 출퇴근 거리가 먼 본청으로 전보발령을 받는 것이 달갑지 않다. 승진을 포기하고 지역에서 뼈를 묻기로 결심한 사에키에게 두려운 것은 별로 없다. 바라는 것이 별로 많지 않으므로 그를 유혹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 사에키 주임만이 타인의 고민과 삶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화요일부터 여름 휴가였다. 월요일부터였지만 일이 밀려서 쭉 쉴 수가 없었다. 기다리던 결과가 금요일 오후에야 나와서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결과는 좋게 나왔지만, 3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해서 마음이 무겁다. 빈자리를 메꾸어야 할 선배와 동료들에게 면몫이 없다.
소설 속 사에키 주임과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 이유야 어쨌든 진급을 위해 올해 여름을 헛되이 보내고 말았다.



 
 
 
사탄의 태양 아래 대산세계문학총서 36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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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베르나노스는 파리 대학과 가톨릭 대학에서 수학했고 문학과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왕당파 단체인 악시옹 프랑세즈에서 활동하다가 투옥되기도 한다. 왕당파 기관지 <노르망디의 전위대> 주필로 활동하던 중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했고, 종전 후 그의 첫 작품인 <사탄의 태양 아래>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사탄의 태양 아래>는 총 세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만으로 보자면 프롤로그인 <무셰트 이야기>와 도니상 신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1장 <절망의 유혹>, 2장 <룅브르의 성자>로 구분할 수 있다.

<무셰트 이야기>는 캉파뉴 마을의 상인 가정에서 자란 열 여섯살 된 소녀 무셰트(=제르멘)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딸이 쓰러진 후 배를 만지며 눈물을 쏟자 무셰트의 아버지 말로르티는 딸이 임신한 것을 알아차린다. 말로르티는 무셰트를 얼르고 달래며 누구의 아이인지 알아내려 하지만, 무셰트는 완강히 입을 닫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말로르티는 마을의 몰락한 카디냥 후작이 딸을 건드린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그를 찾아가 변죽을 울린다. 하지만 카디냥 후작은 무셰트의 임신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다. 말로르티는 무셰트가 모든 것을 불었다며 후작을 협박한다. 하지만 후작에게서 별다른 동요가 보이지 않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후작은 후작대로 무셰트가 모든 것을 불어버린 것이라 생각하여 초조해한다.
그날 밤, 무셰트가 집을 나와 후작의 집으로 간다. 후작은 무셰트를 책임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무셰트는 발작 상태에서 후작에게 총을 발사하고, 후작은 즉사한다.
이제 무셰트는 캉파뉴 마을의 또 다른 유지이며, 지역 의원이자 의사인 갈레를 유혹한다. 무셰트는 소심한 갈레를 위협하고, 윽박지른다. 어느 날, 무셰트가 갈레의 집으로 불쑥 찾아가 갈레에게 자신이 후작을 죽인 범인이라며 발광을 한다. 그 와중에 갈레의 아내가 예고 없이 집으로 돌아오자 갈레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다행히 무셰트가 발작 끝에 기절하여 위기가 지나간다. 그날 밤 무셰트는 뒤슈맹 박사의 병원으로 후송되어 아기를 사산하고, 이후 한 달이 지난 후 완전히 회복되어 병원을 나선다.

<절망의 유혹>과 <룅브르의 성자>는 마찬가지로 캉파뉴 마을의 부제로 오게 된 도니상 신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니상 신부는 신학교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 사제 서품을 받은 것도 어려울 정도의 인물이었다. 다행히 캉파뉴 교구의 주임 사제 므누 스그레가 그를 부제로 받아들이다.
도니상 신부의 유일한 미덕은 우직하다는 것이었다. 므누 스그레 신부의 권유로 신학서적을 탐독해보기도 했지만 아둔한 그의 머리로는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도니상 신부는 육체적인 헌신으로 교구에 봉사하기로 한다. 하지만 큰 키의 그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모습은 성스럽다기 보다는 천박하게 보이기 일쑤였다.
그는 신에게 귀의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둔하고 모자란 그는 그즈음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쇠사슬이나 가죽 채찍으로 등을 후려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른 후 사람들은 도니상 신부의 말을 진지하게 귀담아 듣기 시작한다. 그는 현학적인 말을 할 줄도 몰랐다. 그저 자신이 느끼는 바를 어눌한 어투로, 애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느낀다.
어느 날 이웃 교구에서 고해 신부가 부족해 므누 스그레 신부에게 도니상 신부를 파견해 달라는 부탁을한다. 도니상 신부는 이웃 마을까지 터벅 터벅 걷기 시작한다. 한밤중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던 도니상 신부는 자신이 같은 길을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음을 깨닫는다. 육체적인 피로와 고통으로 절망할 즈음, 말 중개인이 나타난다. 그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말 중개인은 자신이 눈을 감고도 길을 찾을 수 있다며 도니상 신부를 인도한다. 말 중개인은 도니상 신부의 피곤과 절망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도니상 신부의 우직한 면 때문에 그는 신부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말 중개인은 사탄이었다. 사탄과 조우하고 난 뒤부터 도니상 신부는 다른이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도니상 신부가 무셰트와 만나게 된다. 도니상 신부의 눈에는 무셰트가 저지른 죄가 모두 보였다. 신부는 그녀의 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셰트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살인에 대해 준엄하게 이야기하는 도니상 신부를 만난 후, 면도날을 들어 목에 갖다 댄다. 면도날이 살 속에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피가 솟구쳐 팔목을 적신 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시간이 흘러 도니상 신부는 룅브르의 사제가 된다. 그를 사람들은 룅브르의 성자라 일컬었다. 여전히 신부는 우직하게 기도했고,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니상 신부에게 고해를 했고, 도니상 신부는 그들이 고해한 온갖 죄로 괴로워했다. 성자였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성자였다.
어느 날, 옆 교구에서 한 사내가 찾아와 아들을 살려달라고 했다. 뤼자른의 주임 사제는 도니상 신부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니상 신부가 어떤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자 뤼자른의 사제는 도니상 신부에게서 특별한 무엇을 느낀다. 
도니상 신부가 죽은 아이를 들어 올린다. 계시대로라면 아이는 되살아날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끝내 되살아나지 않았고, 도니상 신부는 아이를 침대에 놓아둔 채 방을 나간다. 아이 어머니는 미쳐버리고 만다. 계시를 준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 도니상 신부는 고해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절망과 자기학대로 도니상 신부는 하느님에게로 가고자 했지만 사탄의 의지와 하느님의 계시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끝내 알 수가 없다. 
도니상 신부의 생애는 절망과 자기학대로 점철되어 있다. 그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후 처음 만난 무셰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가 저지른 죄를 환기한 후 분열 상태에서 자살한다. 그가 갖게 된 능력이 사탄이 준 능력인지, 하느님이 준 능력인지도 알 수가 없다. 도니상 신부는 기쁨 없는 성자의 삶을 살다가 고해실에서 쓸쓸히 죽어간다.
만약 하느님의 의지를 인간이 명백하게 알 수 있다면 인간의 삶에 고뇌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사탄의 태양 아래 인간이 살고 있다. 태양은 그 강력한 빛으로 인간의 시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약한 인간은 태양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소설 속에서 그려낸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 아니다. 인간의 고뇌와 절망에 대해서 즉각적인 응답도 해주지 않는다. 도리어 응답하고 위로하는 것은 사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니상 신부가 끝내 자기학대 속에서도 간구했던 것은 하느님이었다.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정, 그 과정 자체가 아니었을지. 끝내 인간은 사탄의 태양아래서 살아가지만 그 태양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비참한 자각을 소설 속에 풀어낸 것은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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