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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태양 아래 대산세계문학총서 36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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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베르나노스는 파리 대학과 가톨릭 대학에서 수학했고 문학과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왕당파 단체인 악시옹 프랑세즈에서 활동하다가 투옥되기도 한다. 왕당파 기관지 <노르망디의 전위대> 주필로 활동하던 중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했고, 종전 후 그의 첫 작품인 <사탄의 태양 아래>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사탄의 태양 아래>는 총 세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만으로 보자면 프롤로그인 <무셰트 이야기>와 도니상 신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1장 <절망의 유혹>, 2장 <룅브르의 성자>로 구분할 수 있다.

<무셰트 이야기>는 캉파뉴 마을의 상인 가정에서 자란 열 여섯살 된 소녀 무셰트(=제르멘)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딸이 쓰러진 후 배를 만지며 눈물을 쏟자 무셰트의 아버지 말로르티는 딸이 임신한 것을 알아차린다. 말로르티는 무셰트를 얼르고 달래며 누구의 아이인지 알아내려 하지만, 무셰트는 완강히 입을 닫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말로르티는 마을의 몰락한 카디냥 후작이 딸을 건드린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그를 찾아가 변죽을 울린다. 하지만 카디냥 후작은 무셰트의 임신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다. 말로르티는 무셰트가 모든 것을 불었다며 후작을 협박한다. 하지만 후작에게서 별다른 동요가 보이지 않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후작은 후작대로 무셰트가 모든 것을 불어버린 것이라 생각하여 초조해한다.
그날 밤, 무셰트가 집을 나와 후작의 집으로 간다. 후작은 무셰트를 책임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무셰트는 발작 상태에서 후작에게 총을 발사하고, 후작은 즉사한다.
이제 무셰트는 캉파뉴 마을의 또 다른 유지이며, 지역 의원이자 의사인 갈레를 유혹한다. 무셰트는 소심한 갈레를 위협하고, 윽박지른다. 어느 날, 무셰트가 갈레의 집으로 불쑥 찾아가 갈레에게 자신이 후작을 죽인 범인이라며 발광을 한다. 그 와중에 갈레의 아내가 예고 없이 집으로 돌아오자 갈레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다행히 무셰트가 발작 끝에 기절하여 위기가 지나간다. 그날 밤 무셰트는 뒤슈맹 박사의 병원으로 후송되어 아기를 사산하고, 이후 한 달이 지난 후 완전히 회복되어 병원을 나선다.

<절망의 유혹>과 <룅브르의 성자>는 마찬가지로 캉파뉴 마을의 부제로 오게 된 도니상 신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니상 신부는 신학교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 사제 서품을 받은 것도 어려울 정도의 인물이었다. 다행히 캉파뉴 교구의 주임 사제 므누 스그레가 그를 부제로 받아들이다.
도니상 신부의 유일한 미덕은 우직하다는 것이었다. 므누 스그레 신부의 권유로 신학서적을 탐독해보기도 했지만 아둔한 그의 머리로는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도니상 신부는 육체적인 헌신으로 교구에 봉사하기로 한다. 하지만 큰 키의 그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모습은 성스럽다기 보다는 천박하게 보이기 일쑤였다.
그는 신에게 귀의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둔하고 모자란 그는 그즈음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쇠사슬이나 가죽 채찍으로 등을 후려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른 후 사람들은 도니상 신부의 말을 진지하게 귀담아 듣기 시작한다. 그는 현학적인 말을 할 줄도 몰랐다. 그저 자신이 느끼는 바를 어눌한 어투로, 애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느낀다.
어느 날 이웃 교구에서 고해 신부가 부족해 므누 스그레 신부에게 도니상 신부를 파견해 달라는 부탁을한다. 도니상 신부는 이웃 마을까지 터벅 터벅 걷기 시작한다. 한밤중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던 도니상 신부는 자신이 같은 길을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음을 깨닫는다. 육체적인 피로와 고통으로 절망할 즈음, 말 중개인이 나타난다. 그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말 중개인은 자신이 눈을 감고도 길을 찾을 수 있다며 도니상 신부를 인도한다. 말 중개인은 도니상 신부의 피곤과 절망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도니상 신부의 우직한 면 때문에 그는 신부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말 중개인은 사탄이었다. 사탄과 조우하고 난 뒤부터 도니상 신부는 다른이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도니상 신부가 무셰트와 만나게 된다. 도니상 신부의 눈에는 무셰트가 저지른 죄가 모두 보였다. 신부는 그녀의 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셰트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살인에 대해 준엄하게 이야기하는 도니상 신부를 만난 후, 면도날을 들어 목에 갖다 댄다. 면도날이 살 속에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피가 솟구쳐 팔목을 적신 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시간이 흘러 도니상 신부는 룅브르의 사제가 된다. 그를 사람들은 룅브르의 성자라 일컬었다. 여전히 신부는 우직하게 기도했고,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니상 신부에게 고해를 했고, 도니상 신부는 그들이 고해한 온갖 죄로 괴로워했다. 성자였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성자였다.
어느 날, 옆 교구에서 한 사내가 찾아와 아들을 살려달라고 했다. 뤼자른의 주임 사제는 도니상 신부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니상 신부가 어떤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자 뤼자른의 사제는 도니상 신부에게서 특별한 무엇을 느낀다. 
도니상 신부가 죽은 아이를 들어 올린다. 계시대로라면 아이는 되살아날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끝내 되살아나지 않았고, 도니상 신부는 아이를 침대에 놓아둔 채 방을 나간다. 아이 어머니는 미쳐버리고 만다. 계시를 준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 도니상 신부는 고해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절망과 자기학대로 도니상 신부는 하느님에게로 가고자 했지만 사탄의 의지와 하느님의 계시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끝내 알 수가 없다. 
도니상 신부의 생애는 절망과 자기학대로 점철되어 있다. 그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후 처음 만난 무셰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가 저지른 죄를 환기한 후 분열 상태에서 자살한다. 그가 갖게 된 능력이 사탄이 준 능력인지, 하느님이 준 능력인지도 알 수가 없다. 도니상 신부는 기쁨 없는 성자의 삶을 살다가 고해실에서 쓸쓸히 죽어간다.
만약 하느님의 의지를 인간이 명백하게 알 수 있다면 인간의 삶에 고뇌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사탄의 태양 아래 인간이 살고 있다. 태양은 그 강력한 빛으로 인간의 시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약한 인간은 태양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소설 속에서 그려낸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 아니다. 인간의 고뇌와 절망에 대해서 즉각적인 응답도 해주지 않는다. 도리어 응답하고 위로하는 것은 사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니상 신부가 끝내 자기학대 속에서도 간구했던 것은 하느님이었다.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정, 그 과정 자체가 아니었을지. 끝내 인간은 사탄의 태양아래서 살아가지만 그 태양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비참한 자각을 소설 속에 풀어낸 것은 아니었을지.


 
 
 
자칼의 날 동서 미스터리 북스 93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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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말에서 60년대 초에 프랑스는 알제리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알제리민족해방전선(FLN)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한 비용이 매년 증가하여 프랑스 자국의 경제까지 휘청일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제4공화정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고, 이때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샤를 드골이 다시 등장한다. 1958년 6월 총리가 된 드골은 이듬해 1월에 대통령에 취임하고, 1962년 4월알제리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다. 
드골에 대한 평가는 즉각 양분된다. 탁월한 식견과 리더십으로 기약없이 비용만 잡아먹던 알제리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와, 수년간 알제리 전쟁에서 뿌린 군인들의 피를 아무런 댓가 없이 방기해버린 배신자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군부와 우익 기업인 일부는 드골에 대해 극심한 혐오를 품고 비밀군사조직 OAS를 결성한다. 
OAS는 드골을 제거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알제리전쟁을 재개하고 강력한 프랑스를 만들고자 하는 극우적 성향을 띠고 있었다. OAS는 드골 암살을 여섯 차례나 시도하는데 일부는 실행 과정에서 발각되기도 했고, 일부는 계획 과정에서 무산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SDECE 요원들을 OAS에 침투시켜 내부 정보를 캐내고 코르시카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행동파를 이용해 OAS 단원을 납치, 고문하기도 하는 등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다른 나라에 잠입하여 납치를 하는 통에 외교 마찰이 일기도 했고, 범죄조직인 유니온 코르스의 힘을 빌기도 한다. 

OAS는 조직이 SDECE에 거의 노출되자 드골 암살을 위한 살인청부업자를 외부에서 찾는다. 몇 명의 후보자군에서 선택된 것은 영국인 출신 암살자였다. 그의 출생이나 실명 등은 모두 명확하지 않았고, 다만 암호명 자칼만이 아는 것의 전부였다. 그가 제시한 금액은 5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 25만달러가 스위스 은행에 입금되는 즉시 착수하되 계획과 실행 모두 독자적인 판단 하에 진행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OAS는 자금 마련을 위해 위해 은행, 우체국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습격하고 25만 달러를 송금한다. 자칼은 프랑스를 향해 떠난다.
세 명의 위조 신분증과 변장 도구, 그리고 목발에 숨긴 저격 라이플을 들고 떠난 자칼은 OAS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SDECE에 의해 자칼의 존재가 드러나자 OAS는 황급하게 계획을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자신만의 계획 속에서 행동을 개시한 자칼은 연락조차 쉽지가 않았다. OAS는 그의 성공을 비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암살 계획이 외부 전문가에 의해 실행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드골에게 전하며 경호 강화와 공식 행사 취소를 요청하지만 자존심 강한 드골은 공개 수사마저 거부할 정도였다. 이에 내무부장관은 대통령 경호와 관련된 각부처와 경찰기구 수장들을 모아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그 결과 총경 르벨이 자칼 체포의 실행 책임자로 지명된다. 르벨은 암호명 하나만을 듣고 그가 누구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프랑스에 잠입해 드골을 살해하려 하는지 알아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1938년 영국 켄트 주에서 태어난 프레드릭 포사이스는 독일,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스포츠에 능했다고 한다. 기자와 특파원 생활을 하던 그는 로이터에 입사한 뒤 공산권 국가였던 동베를린에 주재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후 BBC로 이직한 뒤 퇴사하여 쓴 처녀작이 <비아프라 이야기>이다. 
<자칼의 날>은 1970년에 쓴 작품으로 발간 직후 언론으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사실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는 프레드릭 포사이스가 1962년부터 로이터통신 특파원으로 파리에서 드골 전문반으로 활동했던 경력에서 이유를 찾을 수가 있는데 퇴직 후에도 그는 당시 관련자들에게서 많은 후문을 얻어 들을 수 있었고 이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소설에 녹여냈던 것이다.


 
 
 
괴이 미야베 월드 2막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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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와 연간 초기 무렵 서로의 손을 겐지 이야기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염색된 수건으로 묶어 떨어지지 않도록 한 후 동반 자살한 이야기에 얽힌 <꿈속의 자살>, 
아들과 며느리가 어머니를 감옥방에 가두고 굶겨 죽이려 하자 대행수가 마님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살해한 사건을 다룬 <그림자 감옥>, 
여동생이 이불방의 귀신에게 홀려 혼을 빼앗기지 않도록 죽은 언니가 지켜준다는 내용의 <이불방>, 
불길한 신점 제비를 뽑자 다른 사람에게 액운을 떠넘겼다가 자신도 불행해지고 만다는 <매화 비가 내리다>, 
모두들 꺼리는 도깨비가 어쩐지 가여워서 함께 하다 보니 평생을 도움 받고 살게 된다는 내용의 <아다치 가의 도깨비>, 
호박 덕분에 나쁜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자 평생을 호박을 먹지 않게 된다는 <여자의 머리>, 
강도 살인 후 찾아온 손님에게 지금 나쁜 남자로부터 발을 빼지 않으면 자기처럼 된다고 태연히 훈계하는 <가을비 도깨비>, 
화로의 재티가 사람에게 들어가 나쁜 짓을 하게 되는 <재티>, 
나이도 먹지 않고 죽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지락 무덤>

이상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씌여진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사실 에도시대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지는 않는다. 그저 직업소개소와 상인들의 풍습 정도가 간단히 배경으로 차용되었을 뿐이다.


 
 
 
아가씨와 철학자 펭귄클래식 1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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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철학자(Flappers And Philosophers)>
ㅇ 바다로 간 해적(The Offshore Pirate)

열 아홉의 아디타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아가씨로 부유한 삼촌과는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킨다. 삼촌은 아디타에게 모어랜드 대령의 아들 토비를 만나보라고 권했지만 아디타는 바람둥이로 소문난 남자를 만나러 가겠다며 까탈을 부린다. 
아디타가 탄 배가 칼라일이라는 백인과 몇 명의 흑인들로 구성된 불한당들에 의해 탈취 당한다. 아디타는 겁을 먹기는 커녕 무인도로 도망치는 칼라일을 따라간다. 어느 순간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국세청 배가 이들을 추격해 무인도로 들이닥친다. 국세청 배를 타고 온 삼촌은 아디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처한 상황을 힐난하지만, 아디타는 끝까지 자신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대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칼라일이 사실은 모어랜드 대령의 아들 토비였다는 것과 배를 탈취한 것도 연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두 젊은이는 키스를 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o 얼음 궁전(The Ice Palace)

셀리 케롤이 해리 벨러미와 약혼했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진다. 남부의 젊은이들은 셀리 케롤에게 왜 굳이 동네 청년이 아닌 북부 사람과 약혼했는 이해할 수 없다며 야속해한다. 해리 벨러미를 따라 북부로 간 셀리 케롤은 결혼을 앞두고 그의 주변 사람들을 만난다. 해리와 주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셀리 케롤의 정서와 맞지 않았다.
얼음 궁전으로 놀러 갔다가 셀리 케롤은 길을 잃고 헤메이다 의식을 잃는다. 깨어난 셀리 케롤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히스테릭하게 외친다.
얼마 후, 고향으로 돌아온 셀리 케롤은 친구들과 수영이나 하며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o 머리와 어깨(Head And Shoulders)

겨우 열 세살에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고 고전과 철학, 수학을 섭렵한 호레이스 타박스는 천재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철학 공부에 매진한다.
어느 날, 마르샤라는 여자가 호레이스 타박스를 찾아온다. 처음에 호레이스 타박스는 그녀의 매력에 저항하지만 곧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녀와 사귀게 된다. 아이가 생기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호레이스 타박스는 곡예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마르샤는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심심파적으로 글을 쓰는데 출판사가 그녀가 쓴 글에 흥미를 느껴 책으로 출판 된다. 그녀의 소설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킨다.
호레이스 타박스가 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만다. 신문에는 마르샤가 저술과 정신 분야를 담당하는 '머리'이고, 호레이스 타박스는 유연성과 민첩함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어깨' 역할을 하며 가정을 잘 꾸려가고 있다고 씌여 있었던 것이다. 

o 컷글라스 그릇(The Cut-Glass Bowl)

아름다운 해럴드 파이퍼 부인이 처녀 시절에 칼튼 캔비라는 청년으로부터 컷글라스 그릇을 선물 받는다. 파이퍼 부인이 곧 해럴드와 결혼할 것이라 밝힌 직후였다. 
해럴드 파이퍼 부인은 다른 남자와 약간의 불륜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컷글라스 그릇을 정부가 떨어뜨리는 통에 남편이 알아채고 만다. 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또 그녀의 아이가 컷글라스 그릇에 손을 베어 불구가 되기도 한다. 컷글라스 그릇이 자신의 삶을 일그러뜨리고 있다고 생각한 해럴드 파이퍼 부인은 그릇을 내다 버리려 했지만 계단에서 그릇과 함께 굴러 떨어지고 만다.

o 버니스 단발머리를 하다(Bernice Bobs Her Hair)

버니스가 사촌 마조리의 집에 한동안 머물게 된다. 버니스는 기품이 있었고 아름다웠지만 남자들에게 지루하게 보이는 흠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그녀와 춤을 추고 싶어하지 않았다.
처음에 마조리는 버니스에게 이런 저런 충고를 해줬지만 그녀가 듣질 않자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몇 번의 다툼 끝에 버니스가 남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마조리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태도를 바꾸자 남자들이 신기하게도 버니스를 추앙하기 시작한다. 마조리는 막상 자신의 충고로 버니스가 남자들에게 인기를 끌자 말다툼 과정에서 버니스가 머리를 자르겠다고 한 말을 끄집어 내 충동질한다. 마조리에게 지기 싫었던 버니스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길고 치렁치렁했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만다. 머리를 자른 버니스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남자들도 그녀를 더 이상 눈여겨 보지 않았다. 마조리는 그날 밤 보란듯이 긴 머리를 세심하게 땋으며 버니스를 비참하게 만든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싼 버니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마조리의 방으로 들어간다. 단잠에 빠져있는 마조리의 땋은 머리를 버니스는 가위로 잘라내고 홀가분하게 집을 떠난다.

o 성체강복식(Benediction)

로이스는 연인 하워드를 만나기 위해 주저하던 중 오빠를 만난 후 결정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전보를 친다. 오빠 키스는 예수회 수도원에 들어가 십수년째 수련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남매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키스는 자신이 믿는 신념과 여동생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마음껏 피력했고, 로이스 역시 오빠를 만난 감회를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이스는 자신의 자유분방한 성향에 비춰 수도사들의 절제된 삶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성체강복식에 참석한 로이스는 급기야 정신을 잃고 만다.
오빠와 헤어진 로이스는 다시 우체국으로 가서 하워드에게 전보를 보내려다가 그만 둔다. 찢어진 전보 문구에는 그와 이별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o 델리림플 잘못되다(Dalyrimple Goes Wrong)

전쟁에서 돌아온 델리림플은 자신이 영웅시 되고 있다는데 우쭐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델리림플을 잊는다. 할 수 없이 점원으로 취직을 하지만 급여는 쥐꼬리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델리림플은 정직과 신용으로 명성을 얻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강도짓을 하기로 결심한다. 직장을 갑자기 그만 두면 의심 받을까봐 낮에는 꾸역꾸역 직장에 나가고 밤에는 노상에서  행인을 털거나 하거나 남의 집 담을 넘었다.
어느 날 엘르페드 J.프레이저라는 정치권 인사가 델리림플에게 만나자고 청한다. 그는 델리림플을 한동안 지켜보았다고 했다. 영웅 취급을 받으며 우쭐해져 성실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지, 아니면 끈기있게 하찮은 일도 해내는 인물인지를 관찰했다는 것이다. 그는 델리림플을 정치에 입문시켜 주 상원에 '넣어주겠다'고 했다. 메이시 사장 역시 델리림플에게 잘 참아내었다며 악수를 청한다. 하지만 델리림플은 왠일인지 눈물이 났다.

o 네 개의 주먹(The Four Fists)

새뮤얼 매러디스는 살면서 네 번 주먹을 맞았다. 
첫번째 주먹은 기숙 학교 룸메이트가 날린 주먹이다. 매러디스가 주변 아이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깔끔을 떨자 날아온 주먹인데 룸메이트와 맞서 싸우지 않고 주먹을 날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 매러디스는 이때 자신의 든든한 지원자를 얻게 된다. 
두번째 주먹은 노동자가 날린 주먹이다. 숙녀에게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며 힐난하는 그에게 노동자가 주먹을 날렸고, 순간 매러디스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그가 자리에 앉을 권리를 자신은 겉만 번드르르한 매너를 내세워 박탈하려 했던 것이다.
세번째 주먹은 불륜녀의 남편이 날린 주먹이었다. 이번에도 턱에 가해진 충격과 함께 매러디스는 한 가정을 지키려는 남자의 눈물 젖은 주먹이 자신을 창피하게 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네번째 주먹은 목장주가 날린 주먹이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던 목장주의 주먹은 매러디스에게 거래에도 도덕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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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가씨와 철학자들>에 수록된 단편들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일급 소설이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구성이 엉성한 작품도 있고, 계몽적인 옛이야기처럼 질박한 맛은 있지만 세련미는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다.
소설에 수록된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도덕 관념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는 캐릭터들이다. 삼촌이 주선하는 만남을 거부하고 해적에게 빠져드는가 하면, 사랑하는 오빠가 설파하는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몰랐던 재능을 한껏 발휘하여 남자들을 주눅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의 운명이 해피엔딩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남자가 선물로 준 컷글라스 그릇 때문에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비극으로 끝나기도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여성들을 기존의 도덕관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게 된 시대상을 피츠제럴드는 날카롭게 포착하여 '재즈 시대'의 여성들로 표현해 냈다. 문제는 '철학자'들이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 모르고 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배신당하고(<얼음 궁전>의 해리, <컷글라스 그릇>의 해럴드), 그들의 명성에 가리워져 기껏해야 광대 놀음으로 돈을 벌고(<머리와 어깨>의 호레이스 타박스),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 잘 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추락한다.(<델리림플 잘못되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아가씨'와 시대에 적절히 순응하지 못한 '철학자'의 이야기는 후에 <위대한 개츠비>에서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데이지와 개츠비는 <아가씨와 철학자>들의 확장판이다.


 
 
 
흰 개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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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2월 17일 베버리힐스에서 살던 로맹 가리의 집에 회색 셰퍼트 종 개가 들어온다. 원래 키우던 개 샌디가 주인 잃은 이 셰퍼트에게 우정을 보이자 동물끼리의 우정은 믿을만 하다고 판단하여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개가 '흰 개' 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흰 개'는 남부 백인들이 흑인들만 물어 죽이도록 조련한 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리는 아내 진 세버그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 지 곤혹스러워한다. 그녀는 흑인 인권 운동에 과도하리만치 집착하고 있었고, 그녀의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죄다 흑인이었던 것이다.
가리는 개를 '치료'하기 위해 '노아의 목장' 잭 카루더스의 동물원에 데려간다. 카루더스는 흰개의 피에 아로새겨진 조련의 흔적은 안락사 이외의 방법으로는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흑인 조련사 키스(Keys)가 일단 개를 맡기는 했지만 변화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와중에 국내외 상황은 가리에게 끊임 없이 어느 편인지를 묻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전쟁이 벌어졌고, 조국 프랑스에서는 68 혁명이 한창이었다. 와츠에서는 흑인 폭동이 일어나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진 세버그를 찾아오는 흑인인권운동가들은 그녀의 스타성과 돈, 그리고 육체에 더욱 관심이 많아 보이는 사기꾼 같은 자들이었고, 가리는 어느 하나의 주장에 자신을 내던져 무리를 지을 수 없는 '타고난 소수자' 기질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었다.  
흑인인권운동가 레드는 베트남전에 반대하기는 커녕 자신의 아들을 베트남전에 보내 백인들과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전투기술을 배워오길 바랐다. 가리는 그 전쟁에서 백인들이 훨씬 많이 훈련받게 될 것이고, 사실 백인과 흑인은 공통의 고난 때문에 어쩌면 전우애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흑인인권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진보인사연 하던 자는 가리의 개가 '흰 개'라는 사실을 알고 흑인 폭동으로부터 자신의 집을 지키는데 이용하려 했고, 획기적인 시위를 계획하는 대학생들은 '흰 개'를 공개적으로 불태워 죽여 그 상징성을 이용하자는 주장을 했다.

아내 진 세버그는 살해 위협을 받고 있었고, 살해 위협의 주체는 다름 아닌 흑인 활동가들이었다. 그들은 진 세버그가 자신들이 가진 저항의 권리를 이용해 스타가 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가리는 아내에게 경찰에 신고를 하든, '흰 개'라도 데려다 자신을 보호하든 무슨 짓이라도 해보라며 다툰다. 아내는 흑인들을 고문하고 죽인 경찰에게 신고할 수는 없다고 응수하고, 가리는 그녀가 진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가리는 "개자식은 흑인이기 때문에 개자식이 아니라, 개자식이기 때문에 개자식" 이라며 흑인과 백인의 피부색이 곧 진보나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항변하지만 진 세버그의 순진성과 열정은 가리의 충고에서 등을 돌리게 만든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가리가 '흰 개'를 다시 보러 간다. 그곳에서 가리와 친구 로이드가 '흰 개'에게서 공격받는다. 키스는 '흰 개'를 '검은 개'로 바꿔놓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며 가리에게 '정당방위' 운운한다. 가리는 키스에게 '증오에 가담해서 형제들을 배신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흑인은 이길 가치 있는 유일한 싸움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흰 개'는 로이드를 문 후 도망쳐 가리의 집으로 간다. 개는 진 세버그의 품에 안겨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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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관계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흑인인권운동과 진보적인 운동들에 로맹 가리가 주저하는 태도로 때로 냉소를 날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당시 진 세버그가 블랙팬더즈 일원의 아이를 뱄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돌았고, 태어난 아기는 2일만에 사망한다.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가리는 자신이 FBI에게 끊임 없이 감시받고 도청당했다고 주장했지만, FBI는 그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후 가리는 영화에서 실패하고, 문단에서는 고루한 작가 취급을 받는다. 그는 필명을 바꿔가며 세상을 희롱한다. 에밀 아자르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이 콩쿠르상을 수상한다. 한 인물이 두 번 상을 수상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에밀 아자르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문단에서는 가리가 신예 작가 에밀 아자르의 작품을 표절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1979년 진 세버그가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한다. 가리는 FBI 개입을 주장한다. 1년 뒤 가리 역시 자살한다. 그는 유서 첫머리에 진 세버그와는 관계가 없다고 썼다. 그의 사후에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동일 인물이었음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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