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는 죽어야 한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51
니콜라스 블레이크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o 야수는 죽어야 한다 - 세실 데이 루이스


프랭크 케언즈의 필명은 필릭스 레인으로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는 한 사내를 찾아내 죽이려 한다. 그 사내는 필릭스의 아들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후 달아났다. 경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한 모양이지만, 범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필릭스는 직접 범인을 찾을 작정이다.

범인을 잡기 위한 일반적인 접근법은 경찰들이 모두 시도했다는 것을 깨달은 필릭스가 상심할 무렵, 그의 차가 물구덩이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그제서야 필릭스는 범인이 차에 묻은 피를 지우기 위해 일부러 차를 물구덩이에 빠지게 했을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그리고 우연의 도움으로 조지라는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낸다.

필릭스는 조지에게 접근하기 위해 사건 당일 동승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리나 로슨에게 접근한다. 조연급 여배우인 리나는 한 때 조지의 처제였다. 그녀를 따라 조지의 집으로 간 필릭스는 조지의 가족과 친해졌고, 조지를 요트에 태워 사고사를 가장하하여 죽이기로 계획한다. 조지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자존심 강한 남자였지만 수영을 할 줄 몰랐으므로 요트에 태운 뒤 조정을 해보도록 부추기면 일은 쉽게 풀릴 터였다.

요트에 탄 조지를 필릭스가 부추길 때, 갑자기 조지의 태도가 돌변한다. 그는 범죄계획을 적은 필릭스의 일기장을 모두 읽은 뒤 그 일기장을 변호사에게 보냈으므로 허튼 짓 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필릭스를 조롱하며 일기장을 비싼 값에 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필릭스가 조지의 집에서 겨우 짐만 챙겨서 쫓겨난 그날, 조지가 스트리키닌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필릭스의 일기장이 경찰에게 전달되면 모든 혐의는 필릭스에게 씌워질 참이었다. 필릭스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줄 탐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탐정의 이름은 나이젤 스트렌지웨이즈이다.


o 브룩밴드장의 비극 - 스미스 어네스트 브래머


눈 먼 탐정 맥스 캐러도스에게 호리어 대위가 사건을 의뢰한다. 호리어 대위에게는 밀리센트라는 누이가 있는데, 그녀는 크리크라는 사내와 결혼했다. 그런데 호리어 대위는 매형인 크리크가 누나 밀리센트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캐러도스는 즉시 밀리센트의 집으로 가는데,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첫번째는 크리크가 타이피스트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이었고, 두번째는 그가 최근 뜬금없이 연을 날리다가 나무에 연이 걸리자 그만 두었다는 사실이며, 세번째는 그가 최근 창가 마룻바닥이 썩어 들어간다며 철판을 댔다는 사실이다.

캐러도스는 폭풍우가 치는 날, 크리크가 밀리센트를 창가로 유인한 뒤 전철의 전기를 끌어다 감전사 시킨 후 낙뢰에 맞아 죽은 것처럼 꾸밀 속셈임을 간파하고 경찰을 대기시켰다가 체포한다. 알 수 없는 것은 그런 못된 남편이 구속된 직 후 밀리센트가 독약을 먹고 자살한다는 사실이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는 계관시인 세실 D.루이스의 필명이다. 이 작품은 1938년에 발표된 그의 네번째 추리소설로 '일기'라는 장치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독자는 필릭스의 '일기'를 함께 읽으며 그의 심리상태와 사건의 진전을 따라가게 되는데, 어느 순간 이러한 흐름이 툭 끊겨버리고 그가 용의자로 지목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심리적으로는 필릭스의 무죄를 응원하게 되지만, 탐정 나이젤은 이러한 독자의 바람과 달리 객관적인 태도로 일기를 분석해 나간다. 그 결과, 일기에 씌여 있는 것이 전적으로 사실은 아니라는 것과, 필릭스가 사실은 조지가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하나도 찾지 못해 고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렇다면, 요트에서 조지를 죽이지 못했던 것도 그의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교묘한 무대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진짜 살해 계획은 그 이후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헴릿이 주저하는 인간이 아니라 '복수의 순간 최고의 희열을 만끽하기 위해 행동을 유예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독특한 발상 등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로베르의 앵무새 열린책들 세계문학 56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트모던 소설의 전형으로 꼽히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퇴역한 의사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가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의 루앙을 여행하면서 시작된다.

브레이스웨이트는 플로베르가 쓴 <순수한 마음>의 여주인공 펠리시테가 소중히 여겼던 앵무새 룰루가 박제되어 보존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 박제 앵무새가 두 마리라는 것이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두 마리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밝히고 싶었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면 플로베르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레이스웨이트는 왜 플로베르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가? 그 해답은 소설의 후반부에 나오는데, 브레이스웨이트에게는 에마라는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결혼생활의 진부함'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인습적인 방법'으로 간통을 저질렀다. 그리고 얼마 뒤 자살했는데, 브레이스웨이트는 이러한 자신의 상황이 <보바리 부인>의 내용과 매우 흡사함을 깨닫고 플로베르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을 느꼈던 것이다.

브레이스웨이트는 아마추어 탐구자로서 플로베르에 대한 이런저런 사실들을 나열하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이며, 일반에게 잘못 알려진 내용들(비평가 에니드 스타키의 비평)을 바로잡기도 한다. 인생과 예술, 전기적 진리의 모호함, 사랑의 문제, 과거는 인식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픽션, 문학비평, 풍자, 전기, 우화, 시험지 등의 형태로 제시되고 브레이스웨이트 자신의 삶과 교차되기까지 한다.

자, 그러면 처음으로 돌아가 플로베르의 진짜 앵무새는 둘 중 어떤 것이었을까? 결론은 허무하다. 플로베르는 소설을 쓸 당시 박물관으로부터 앵무새를 빌렸었는데 이 앵무새는 반납된 기록이 있었다. 나중에 그의 생가와 박물관에 소품으로 쓰기 위해 가장 그럴싸해보이는 앵무새가 놓여졌으므로 어떤 앵무새가 룰루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두 앵무새 중 하나가 진짜일 수도, 아니면 모두 가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브레이스웨이트는 과거로부터 삶의 통찰을 얻어 현재의 자신을 분석하고자 했지만 '어떤 것이 진짜 박제 앵무새인지' 조차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면 브레이스웨이트의 이 긴 여정은 단지 헛수고였을까? 진리는 진정 <기름으로 범벅이 된 돼지 새끼>와 같아서 잡을 수도 없고,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마는 것일까?


줄리언 반스는 1946년 영국 중부의 레스터에서 태어났는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 일을 했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작가에 뜻을 두어 1980년에 처녀작 <메트로랜드>를 발표하며 등단한다.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그의 세번째 소설인데 그의 인문학적 박식함에 형식적 실험이 적절히 결합되어 독자와 평론가 모두로부터 좋은 평을 얻어 제프리 페이버 기념상, 메디치상, E.M.포스터상, 구텐베르크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흑묘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와미나미는 가마쿠라의 시계관에서 일어난 대량 살인사건 취재반으로 일한 후 <CHAOS> 편집부에 서 일하게 된다. 그가 맡은 작가는 시시야 가도미. 본래는 주지의 아들이지만 절을 물려받는 대신 마니악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어느 날, 이들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는 신주쿠 파크사이드호텔 직인이 찍힌 편지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씌여 있었다. 내용은 시시야 가도미가 쓴 <미로관의 살인>을 최근에 읽었는데 자신이 겪은 사건에 나오는 장소와 연관성이 있어 꼭 상담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얼마 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사람은 최근 시나가와 호텔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나이는 60대이고 이름은 아유타 도마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진술에 자신 없어 했다. 화재 사건의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름도 다른 사람이 알려줘서 알게된 것일 뿐, 그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자각은 없었다. 그가 상담을 청한 이유는 불에 타 죽을 위기에서도 손에서 놓치 않은 한 권의 수기 때문이었다. 그 수기에 씌여 있는 내용은 너무나도 기묘했다.


수기에 따르면 아유타 도마는 <흑묘관>이라 불리는 별장의 관리인이었다. 별장을 관리하는 동안 주인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호젓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의 아들과 친구들이 별장에서 며칠 묵어간다는 연락이 온다. 아유타 도마는 노구를 이끌고 집을 치운 후 이들을 맞는다. 찾아온 사람은 총 네 명으로, 흑묘관 소유주의 아들인 가자마 유키, 가자마 유키의 사촌형인 히카와 하야토, 그리고 친구인 기노우치 신과 아사오 겐지로였다. 이들은 세이렌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했는데 최근 보컬인 레이코가 탈퇴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히카와 하야토를 뺀 셋은 개망나니로 LSD를 복용하고 대마초를 피우며 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쓰바키모토 레나라는 여자를 데리고 돌아온다. 그날 밤도 이들은 마약 파티를 벌이다가 히카와 하야토까지 끌어들인다.

다음 날 아침, 아유타 도마가 광란의 파티가 벌어진 장소에 가보니 쓰바키모토 레나가 빨간 스카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방은 밀실이였고, 네 명 모두 그녀와 난교를 벌인 기억만은 뚜렷하다. 결과적으로 넷 중 하나는 살인자였다. 공황 상태에 빠진 이들이 경찰을 부르려고 할 때 아유타 도마가 만류한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별장으로 왔으니 별장 지하에 묻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별장 지하에서 이들은 소녀와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심약한 겐지로가 자신이 쓰바키모토 레나를 죽인 것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버리자 이들은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는 느낌으로 모든 사건을 덮어버린다.


아모 박사는 양녀와 살기 위해 20년 전에 나카무라 세이지에게 흑묘관을 건축을 의뢰한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어떤 인물인가? 금세기 초반에 활동한 기괴한 건축가 줄리앙 니콜로디는 시대에 대한 혐오로 쓸모 없는 건축물만 지었다고 하는데, 나카무라 세이지는 이에 영향 받아 비밀 장치와 비밀 방이 있는 기괴한 건축물들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흑묘관도 그 중 하나였다.

수기를 사실이라 가정한 가와미나미와 시시야 가도미는 <흑묘관>을 열심히 추적하지만, 흑묘관과 비슷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수기는 단지 흥미본위의 소설에 불과했던 것일까?


다소 억지스러운 면은 있지만 역위증, 도지슨(루이스 캐럴의 본명), 기억상실 이라는 키워드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반전을  엮어내는 솜씨는 본격물 마니아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제벨의 죽음 동서 미스터리 북스 81
크리스티나 브랜드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 장교 조니 와이즈가 약혼자 파페튜어 커크를 만나기 위해 이세벨의 집으로 간다. 이세벨은 파페튜어 커크를 얼 앤더슨이라는 배우와 엮어주고, 그 댓가로 돈푼이나 쥐게 되길 원했기에 조니 와이즈가 달갑지 않았다. 조니와 이세벨은 문간에서 잠시 들어가니 못 들어가니 실랑이를 벌이고, 마침내 조니 와이즈가 방문을 연다. 방 안에서는 파페튜어 커크와 얼 앤더슨이 껴안고 있었고, 그 장면을 목격한 조니 와이즈는 그날 밤 자살하고 만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영국령 말레이시아 영사관에서 근무했던 중년의 에드거 포트는 야외극(pageant)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내 포트 부인은 왜 남편이 뜬금없이 야외극에 뛰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온 노처녀 수잔 베틸레이는 그 이유가 뻔하다고 생각했다. 에드거 포트는 육감적인 이세벨에게 빠졌고, 이세벨은 야외극에서 주인공을 하고 싶어 했다. 수잔 베틸레이 역시 에드거 포트의 제안으로 야외극에 참여한다.

그 밖에도 수마트라에서 귀국한 '브라이언 투 타임즈', 파페튜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조지 엑스마우스, 배우 얼 앤더슨 등이 야외극에 참여했다.

야외극 상연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이세벨과 얼 앤더슨, 그리고 파페튜어에게 협박장이 배달된다. 그들 모두가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마침내 야외극의 막이 오르고, 탑 위에 올라갔던 이세벨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곧 바닥으로 추락한다. 말이 놀라 뛰쳐 나가고, 11명의 기사 중 한 명이 황급히 이세벨에게 뛰어가지만 그녀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기사 역시 놀라서 대기실로 나가 버린다. 이 모든 것을 지켜봤던 관객 중에는 유능한 경감 콕크릴도 있었다. 콕크릴은 시체 주변에서 두 개의 밧줄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세벨의 몸에서 나온 것은 다이아몬드 브로치와 한 편의 시가 적힌 종이 쪽지였다.


그대를 찬양하는 자

남몰래 간직한 뜨거운 사랑을

살며시 그대에게 전하노라.

보잘것없는 이 선물을 보낸 사람은 누구?

그 이름은 왼편에 늘어선 수수께끼의 기사


유력한 추리는 이렇다. 탑 위에 누군가 다이아몬드 브로치와 쪽지를 놓아 둔다. 이세벨은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발견하고 얼른 품 안에 갈무리한 후 쪽지를 읽게 된다. 쪽지에는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놓아둔 사람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내민다. 그 때 범인은 두 개의 밧줄을 이용하여 이세벨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군중들이 놀란 틈을 타 그녀의 용태를 살피는 척 하며 기사가 다가가 목을 조른다. 그의 손은 망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에게 알리바이가 있어서 일견 타당한 이 추리는 점차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러명이 모의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증거가 없었다. 


이세벨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 되었던 얼 앤더슨의 목이 소포로 배달되고, 이제 남은 사람은 파페튜어 뿐이다.


<당신이 잃어버린 머리들 Heads You Lose(1941)>를 시작으로 <초록은 위험해 Green For Danger(1944)> 등을 발표하며 유명해진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1948년에 발표한 다섯번째 작품이다.

모두에게 살인 동기가 있고, 그들 모두가 결백을 주장하다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여러가지 가설 모두가 합리적으로 사건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어느 가설을 채택하든 스토리가 이어지는 독특한 작품이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탐정은 콕크릴이고, 그 외에 찰스워스, 처키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굴 없는 나체들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녀가 오사카 성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성관계하는 동영상이 세간에 유출된다. 그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녀는 '미키 & 미치' 로 불렸다. 미키는 요시다 기미코, 미치는 가타하라 미쓰루였다. 동영상은 그쪽 계열 인터넷 게시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요시다 기미코는 사이타마현 W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신용금고 직원, 어머니는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였다. 요시다 기미코는 공립학교를 거쳐 도내 사립대학을 졸업한 후 시가 현 M시의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 사회과를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

그녀는 반성하는 습관이 거의 없었고, 한가지를 꾸준히 생각하는 일도 없었다. 따라서 추상능력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가타하라 미쓰루와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 두 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졌으므로 그쪽에 능숙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열한 살 경에 초경을 했고, 성기에 관해서는 무지한 편이었다. 5학년 봄 성기를 최초로 의식하였으나 미숙하게 손가락을 사용하여 통증을 느꼈고, 곧 죄의식을 느껴 그만둔다. 생리통이 심했는데 이것이 그녀의 성격에 얼마간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사귀었던 두 명의 남자도 특이한 점은 별로 없었다. 첫 번째 남자는 촌티를 벗지 못한 군마현 출신의 대학생이었고, 두 번째 남자는 처음 부임한 학교 교사였다.


한편, 가타하라 미쓰루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학창 시절 소지품 검사에서 공격용 너클이 튀어 나와 선생과 급우들은 그를 음울한 녀석이라고 기억했다. 여성관은 비뚤어져 있었는데 그가 여성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대부분 전화방, 만남 사이트 등을 통해서였다. 그는 성적인 관계에서 유별나게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했다. 그가 자존심을 세우는 방식은 집요하게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바이브레이터 등을 이용하여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가 자주 애용하던 DVD방 남자는 가타하라 미쓰루가 훔쳐보기, 도촬 등의 코너를 섭렵했다고 증언한다.

가타하라 미쓰루에게는 일상 생활을 하는 여성과 성교를 할 때의 여성이 동일인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에게는 성교를 할 때의 여성만이 '가면을 벗은 진정한 여성' 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혀 다른 둘이 만나게 된 과정은 어땠을까? 요시다 기미코의 경우 만남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학생지도 차원이었다. 하지만 일단 만남 사이트에 '미키'라는 가명으로 가입하고 나니 호기심에 접속을 시도하게 되었고, 몇 건의 메시지를 받게 되자 조금 대담해지게 된다.

요시다 기미코가 자신의 프로필을 섹스어필하는 방향으로 고쳐 쓰자 메시지가 더 많이 날아왔고, 그 중 가장 무난한 사람과 만남을 시도한 바 그가 바로 가타하라 미쓰루였다.

가타하라 미쓰루는 요시다 기미코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못 생겼다'고 생각하여 실망했지만, 그녀의 가슴이 크고 직업이 교사라는 사실에 점차 흥분하게 된다. 요시다 기미코 역시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미키'는 별개라고 생각하여 '미치' 앞에서는 기꺼이 '미키'가 되고자 한다.


둘은 주 2~3회 관계를 맺었고, 그녀의 집에도 드나들게 된다. 바이브레이터와 같은 기구를 사용했음은 물론, 로프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미치는 미키에게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설득해 사진과 동영상도 찍기 시작한다.


요시다 기미코가 자신들의 성행위 장면이 모 사이트에 게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우연이었다. 얼굴은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내심 불쾌했다. 하지만 점차 불쾌하다는 감정이 사라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그 사이트에 게시된 다른 여성들보다 풍만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미치와는 이제 관계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미치가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꺼낸 것도  결심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다. 요시다 기미코는 미키와 자신을 분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그 둘을 동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시다 기미코는 그런 상황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 역시 진정한 자아와 '성적인 자아'는 엄연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들의 엽기적인 행각은 결혼 제안 이후 조급해진 미치가 미키를 데리고 자신의 모교에서 성행위 동영상을 촬영하다 교사에게 들키자 칼을 휘둘렀다가 체포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75년생으로 교토대 법학부 재학 시절인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게재되었다가 다음 해인 1999년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었고 2000년 즈음에 사서 읽었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 나지 않는다. 의고체 문장이라고 하나 번역 후에 이를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일본 소설인데 중세 수도사 이야기가 나와서 다소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책 제목과 작가가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을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거의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빌려준 책은 아주 잘 기억한다. 특이하게도 빌려준 책은 단 한 권도 돌려받지 못했다. <원미동 사람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 줄도 너무 길다> 등등등.

<달>은 '한번 책을 산 작가의 책은 반드시 한 권 더 사서 본다'는 습관 때문에 샀던 책인데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만 있다.


<얼굴 없는 달>은 프랑수와 모리아크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비밀만 가득하고 암울한 비밀이 없는 인간에 대해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내면에 암울한 비밀을 지니지 않은 인간은 이야기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 프랑수아 모리아크


성적인 측면은 자주 어둡고 암울하게 다루어지거나 '무시의 대상' 이 된다. 성적 욕구가 무시되거나 어둡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이 이루어낸 많은 가치있는 것들과 배치(背馳)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적당히 이성이나 법, 제도, 종교 등과 조화를 이루게 하려 해도 워낙에 성격이 다르다 보니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동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발버둥쳐서 이룩한 모든 것들 저변에 깔려 있는 동물적인 욕구의 음험한 냄새. 그것을 어떻게 적당히 손질하여 조화롭게 배치(配置)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것은 법과 도덕, 종교에 필적할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성적 욕구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되면 수면 위로 부상한다. 문제는 이 욕구에 대해 정당한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비뚤어게 된다는 것이다. 비뚤어진 욕구는 '無'를 잡아 먹고 자란다. 어느 정도 자라난 그것은 숙주인 자아를 벗어나 실체를 가진 덩어리가 되고, 자아를 짓누르고, 자아를 변질시킨다. 이를 의식한 자아의 선택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성적 자아와 이성적 자아의 분리이다. 물론 분리는 성공하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